961화. 다 너를 위해서다
“이게 무엇이냐?”
상조종이 상자를 열어 살펴보니, 비단 위에 정교하게 세공되어 금빛으로 빛나는 금팔찌가 들어 있었다. 상자를 닫은 상조종은 다시 상숙청의 손에 상자를 들려주며 말했다.
“이 장군의 호의일 뿐이다. 굳이 거절할 필요 있겠느냐?”
상자를 다시 서탁 위에 올린 상숙청이 반문했다.
“새언니가 그와 만난 것을 알고 있어요.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제가 아무리 못났어도, 권세로 다른 사람을 압박해 저를 취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상조종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청아야, 오해하지 말거라. 네 새언니가 그를 만난 것은 중매 때문이 아니다. 또 이 장군을 강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 장군이 직접 찾아와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말이 없고,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어, 네 새언니를 보내 알아보게 한 것이다. 절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그의 신분과 지위로 좋은 배필을 찾기 어렵나요?”
그 말은, 수많은 여자 중에서, 자신 같이 못생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었다.
상조종이 다시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나도 네가 욕보이는 걸 원치 않아. 만약 상황을 알지 못했다면, 나도 그와 너를 이어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 장군은 상처(喪妻)한 자가 아니냐. 내 누이가 설사 부족하다 해도, 내가 어찌 너를 그리 쉽게 재혼하려는 남자에게 보내겠느냐? 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그처럼 너를 욕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네 새언니가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눴을 때, 그가 진심을 토로했다. 비록 이 장군이 너보다 여덟 살 정도 나이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 장군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호위로 지내며 수시로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본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이 장군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네 장점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 너보다 뛰어난 여자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하더구나. 단지 빛나는 진주에 먼지가 묻어 있을 뿐이라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자신이 차마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입을 열지 못했지만, 이번에 큰 공을 세운 김에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고 했다.”
“네 새언니가, 네 외모에 관해서 물어보았을 때, 이 장군은 툭 터놓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금기서화 모두에 능통하며,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그 자태와 마음 씀씀이 모두를 보았을 때 감히 너를 따를 자가 많지 않다고 했다. 얼굴에 대해서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너의 외모 이외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 그가 말하길 만약 그가 너와 혼인할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의 큰 복이니, 평생토록 네게 잘 대해줄 것이라 말했다. 이 장군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고,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거짓일 리가 없으니, 너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구나.”
자신의 말에도 상숙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상조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 장군의 말도 딱히 틀린 것은 아니지. 내 동생이 어디가 못났단 말이냐. 남자의 입장에서 봐도, 내 동생의 몸매가 어디에도 빠지는 몸매는 아니지. 네 새언니도 여러 번 이야기했고, 아주 부러워했다. 너와 같이 목욕을 했을 때 아주 세상에 다시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더구나.
여자가 봐도 감탄할 정도이니, 누군가가 너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복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남자들이 보는 눈이 없을 뿐이다. 너도 알겠지만, 네 새언니는 누구에게 아부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 분명 진심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거라.”
상숙청은 상조종의 말에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었다.
“오라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옆에 있던 남약정이 빙그레 웃었다.
“하하!”
상조종이 두 손을 상숙청의 어깨에 올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청아야, 이 장군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비록 너보다 여덟 살 많다고는 하지만, 남녀 사이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으냐. 비록 상처했지만, 너와 나 모두 그가 상처한 원인을 알고 있다. 그건 정말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사실 나도 이 장군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나도 다소 의외였지.”
“사실 네 얼굴 때문에, 네가 만약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다고 했으면, 나도 어느 정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외모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네 외모만 보고 너를 경히 여길까 하여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군은 다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와 나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으냐, 그는 절대로 너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원래부터 우리 사람이었으니, 우리 집안의 권세와 체면을 봐서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군 같은 자가 주지육림에 빠질 사람은 더욱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그리 급하게 거절할 필요 없다. 지금 마침 전쟁이 중지되어 있으니 이 장군에게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 장군을 좀 더 만나 보는 게 어떻겠느냐. 일단은 몇 번 만나보고 마음이 맞는지 본 다음에 거절해도 괜찮겠지. 그렇게 해줄 수 있느냐?”
상숙청이 잠깐 침묵하더니, 결국은 고개를 저었다.
“오라버니, 됐어요. 전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이 장군의 호의는 오라버니가 대신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이 장군께 시집가기에는 제가 모자란다고 전해 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어찌 모자란단 말이냐?”
상조종은 마음이 급해졌다. 상숙청의 팔을 꽉 붙잡고 말했다.
“어찌 여자가 혼인하지 않는단 말이냐. 네가 이러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형, 둘째 형에게 뭐라 변명한단 말이냐?”
상숙청은 다소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라버니, 왜 이렇게 저를 급히 시집보내려고 하는 거죠? 설마 제가 집에 남아있는 것이 눈에 거슬리는 건가요?”
“너…. 정녕 내가 그럴 것이라 생각하느냐! 내가 지금까지 널 어떻게 생각했는데….”
상조종이 크게 분노하며, 상숙청의 팔을 팽개쳤다.
“왕야, 왕야….”
남약정이 급히 다가와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 그리고 상조종의 팔을 잡아끌며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상조종은 화가 나 견딜 수 없었다. 상숙청에게 엄한 얼굴로 말했다.
“혼인은 원래 부모님의 명을 따라야 하는 법, 하지만 부모님이 없다면 마땅히 이 오라비의 말을 따라야 한다. 오늘 이 혼인은 네 마음과 상관없이,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해야 할 것이다!”
“방금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설마 약속을 번복하려는 건가요?”
“이게 강요하는 거란 말이냐? 다 너를 위해서다. 이 장군이 이리 속내를 밝혔으니, 너는 기뻐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이 장군보다 더 네게 어울리는 사람이 있단 말이냐?”
“오라버니, 저는 정말 혼인을 할 마음이 없어요. 정말 계속 그렇게 강요한다면, 떠날 거예요!”
“떠나?”
상조종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난세에 어디를 간단 말이냐?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초려산장으로 갈 거예요!”
“초려산장?”
상조종의 얼굴이 굳어졌다. 앞을 막아선 남약정을 밀쳐내더니, 상숙청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대고는 말했다.
“또 그 초려산장!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내가 모를 것으로 생각했느냐? 우유도! 우유도를 좋아하는 것이지?”
상조종이 이처럼 압박하자, 상숙청도 직설적으로 되받아쳤다.
“좋아해요. 설마 좋아하는 것도 못 하는 건가요? 오라버니, 언제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이 된 건가요?”
상조종은 한참이나 상숙청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얼굴에서 손을 치우고는 오히려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막무가내라고? 이게 막무가내라고? 다 너를 위해서다. 나는 내 동생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싫은 것이다. 나는 그저 네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야! 청아, 그런 현실적이지 못한 환상은 일찌감치 포기해라. 나도 네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둘 다 마음에 들어야 한다. 네가 그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네 짝사랑일 뿐이야! 우유도, 그 도야가 어떤 사람이더냐? 지금까지 그자를 보아 오지 않았느냐, 정말 그를 아직도 모르겠더냐?”
“그자는 풍운을 손에 쥐고, 가슴에 건곤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눈은 만 리를 보고, 귓가에는 온통 천둥과 번개소리뿐이지. 그런 사람이 평생을 함께할 반려를 찾는데 어찌 대충 찾을 수 있겠느냐?”
“그는 너무 이성적이다. 그 눈에 남녀 사이의 정은 없단 말이다. 설사 있다 해도, 보통 여자는 그 눈에 들 수 없다. 그런데 네가 어찌 그의 눈에 들겠느냐? 아직도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모른단 말이냐? 네가 그를 위해 수년간 머리를 빗겨 주었으니, 도야가 아직도 네 마음을 모르겠느냐?
설사 돌멩이라도 이미 그 마음이 녹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너를 어찌 대했느냐? 그쪽으로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었느냐?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은 네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네가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길 바라는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상숙청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상조종의 말에 그녀는 상처 입었다. 평소에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상숙청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상관하지 마세요!”
상조종이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자신의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말했다.
“네 일을 어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청아야, 도대체 도야의 어디가 그리 좋더냐? 이대로 고통스럽게 지내려면, 어디 이유라도 말해보아라.”
상숙청의 두 눈에 가득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라버니, 강요하지 마세요. 더는 제게 강요하지 마세요.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로 모르겠어요. 나도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저 도야가 처음 찬란한 저녁노을, 꽃잎이 휘날리는 복숭아나무 아래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도야는 그곳에서 오 년 동안이나 연금을 당했다고 했어요.
도야가 오 년 동안이나 연금당했다는 말이, 저에겐 마치 제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로 들렸지요. 제가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는 그곳에서 아마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도야의 능력이라면 언젠가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만약 제가 거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저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고, 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제가 도야를 그곳에서 꺼내오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저를 계속 기다렸을 것 같았어요….”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상숙청은 울먹이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