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1화. 정말 이게 우연일까?
황량한 곳, 그 사이에 있는 숲속,
봇짐을 메고 잠행하던 우유도가 산을 넘기 위해 날아올랐다. 마음을 철석같이 단단하게 먹고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유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급히 돌아보았다. 곧 뒤쪽의 숲속에서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유도는 나뭇가지 위에 올라선 채, 서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참을 관찰했지만,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우유도는 갑자기 나무에서 뛰어내려 밀림 속으로 신속하게 뛰어들어 빠르게 한 곳에 숨어들고는 주위를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숲속에 있는 동물이 참새들을 놀라게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방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인내하며 조용히 주위를 관찰했다.
그렇게 족히 반 시진이 지나도 아무 움직임이 없으니, 참지 못하고 한 사람이 나왔다. 매혹적인 몸매의 인영이 나무를 타고 위로 날아올라 나뭇가지 위에 서더니 주위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나타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안보여였다.
암중에 관찰하던 우유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심 어떻게 여기에 저 여자가 나타난 것인지 의아했다. 설마 단순히 우연이란 말인가?
우유도는 더욱더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고, 기운을 억제하며 조용히 잠복해 있었다.
숲속에서 휘날리던 치마가 멈춰 섰다. 안보여는 한 그루 나뭇가지 위에 내려서더니 만면에 의아한 얼굴로, 두 눈을 번쩍이며 구석구석 그녀가 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샅샅이 살폈다.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안보여는 또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안보여는 우유도의 경각심이 너무 높다고 욕설을 퍼부었고, 교활하기가 마치 늙은 여우 같았다. 조금만 이상해도 숨어들었다.
사실, 한참 전부터 그녀는 줄곧 우유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우유도가 나무 꼭대기로 이동하면 그녀는 숲속에서 뒤를 쫓았다.
보통이라면, 그녀가 뒤에 있으니 들킬 염려가 없었다. 먼저 우유도가 움직이니 새떼 또한 우유도의 움직임 때문에 먼저 놀라 날아가야 했다. 하지만 무슨 새인지 모를 멍청한 것들이 나무 아래 숨어있었고, 이 새들은 우유도와 마주치지 않았다가, 재수 없게 안보여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바람에 갑자기 놀라 날아오른 것이었다.
우유도가 뭔가를 느끼고 숲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녀는 빠르게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그녀가 잠깐 우유도를 시선에서 놓친 순간, 우유도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빠르게, 또 완벽하게 숨은 것을 보니, 안보여는 자신이 추적으로부터 숨는 데 높은 능력을 지닌, 고수를 만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분야에서 우유도는 최강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유도가 원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원강이야말로 이 분야의 고수였다. 추적 방지 수법 같은, 이런 건 모두 원강이 우유도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그녀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유도가 그녀의 시선을 벗어난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다면, 그녀가 발견하지 못할 리 없었다. 우유도는 분명 아직 부근에 있었다.
그녀는 우유도가 방금 동물 때문에 새들이 놀란 것이라고 오판을 하게 하려고 숨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의 뒤를 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반 시진이 지나도 우유도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는 더는 숨어있을 수 없었다. 우유도가 이미 멀리 도망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신분이 들통나도 상관없었다. 쫓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추적은 자신의 목적이 아니었다. 설사 우유도가 도망쳐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우유도가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는지,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곳에 자리 잡고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결국, 그렇게 나섰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의 지형이 복잡한 것을 보면, 정말로 우유도가 도망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도망쳤다고? 안보여는 조용히 혀를 찼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일대를 수색했다.
상대방이 좀 멀어져, 이쪽을 주목하고 있지 않을 때, 우유도는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서 도망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우유도는 한 가지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 전에 생각한 문제였다. 정말 이게 우연일까?
우유도는 사도요에게 안보여가 계속 연국에 있었는지, 그걸 물어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만약 그 후에 안보여가 연국 쪽에서 떠났다면, 이건 정말 그저 우연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면, 이쪽에서 방금 연국 사람들을 끌어들여 죽인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안보여를 만나는 게 정말 우연이겠는가?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갑자기 여기에 나타나 자신을 추적하고 있을 리 없었기에 우유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보여가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이미 자신과 사해의 수행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다시 주위를 수색하던 안보여는 마치 수색을 포기한 것처럼 나무 위로 날아올라 떠나려는 것 같았다.
숨어있던 우유도는 뒤돌아 신속히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손안에서 뚝 부러뜨렸다. 마치 무의식적으로 나뭇가지를 밟은 것 같은 소리였다.
조용한 숲속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 떠나려던 매혹적인 인영이 다시 숲속으로 돌아왔다. 나무 위에 서서 휴식을 취하며 안보여는 우유도가 있는 방향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사뿐사뿐 걷는 것처럼 내려와, 나무 아래 사람 키를 넘어서는 풀숲 아래 발을 디뎠다. 곧 안보여가 소매를 크게 휘둘렀다.
우웅!!
그녀의 법력이 닿자, 그곳에 있던 잡초가 거칠게 휘날렸다.
안보여는 이런 방식으로 잡초를 쓸어 버리며 방금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치 융단 폭격을 하듯이 지면을 샅샅이 들추면서 수색을 시작한 것이다.
곧 자신이 있는 곳에 안보여가 도착하려는 것을 보고 우유도는 주위에 있는 돌들을 깨트리고 뒤집어엎으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은 겨우 몇 장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대치했다.
날아오른 풀들이 안보여 주위에서 휘날렸다. 우유도 곁에는 터져나간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다. 우유도가 어깨에 있는 벌레를 털어내는 것을 보고 안보여가 웃었다. 도도한 얼굴에 찬란한 미소가 어렸다.
“계속 숨어있으면 될 텐데, 어째서 나온 거죠?”
“좀 있으면 내 머리를 밟으려고 했을 텐데, 그러니 숨을 수가 있어야지요. 내 운이 나빴습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지나갔을 텐데 말입니다.”
안보여가 냉소 지었다.
“확실히, 하마터면 놓칠 뻔했지요.”
“그런데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우연입니까?”
“우연?”
안보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조롱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그녀가 씰룩거렸다.
“며칠이나 당신 뒤를 쫓았지요. 당신 곁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혼자 떨어져 나가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원래는 뒤를 쫓으면서 계속 숨어있을 생각이었어요. 도대체 저들 요마귀괴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혼자 떨어져 나가니 참을 수 있어야지요. 결국 쫓기 시작했는데, 들키고 말았네요.”
“어쨌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정말로 인내심이 대단하군요. 조금만 이상해도 이처럼 오래 숨어있을 수 있다니. 하마터면 놓칠 뻔했잖아요. 확실히 당신 운이 나쁘긴 했어요.”
그녀가 여무화의 입에서 들은 정보만 갖고 그를 쫓기엔, 다소 한계가 있었다. 그저 영검산이 우유도를 찾았고, 뒤를 쫓아 죽이려 한다는 것만 알았다. 하지만 우유도가 저 요마귀괴들이랑 같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영검산의 사람들은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그녀는 영검산이 우연히 우유도를 발견했다는 것만 알았지, 우유도가 고의로 끌어들였다는 것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안보여는 운이 좋아 요마귀괴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우유도 일행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으니, 우유도 일행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우유도의 속셈을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저들 요마귀괴가 감히 칠국 세력에 대적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녀가 혼자 떠나는 우유도를 봤을 때, 어찌 따라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들이 우유도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우유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역시나 이 여자는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네요.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나 봐요. 뒤에서 몰래몰래 따라다니는 게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알고 싶으면 그냥 물어봐도 상관없는데 말이에요.”
안보여의 말에, 우유도는 냉소 지으며 한마디 했다.
“그냥 호기심입니까? 내게 나쁜 마음은 없습니까?”
“아주 교활한 사람이군요. 몇 개월 전에 이미 떠보았잖아요. 벌써 잊어버린 거예요? 내가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닌가요?”
“당신과 아무 원한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당신의 뜻은 아니겠군요. 아무튼, 이런 외딴곳에서 당신 같은 고수와 혼자 남게 되었으니, 곧 죽을 사람이 돼버렸군요. 그러니 궁금증을 풀고 죽게 도와주면 안 되겠습니까? 대체 누가 당신을 보냈습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지요. 말해봐요. 저들 요마귀괴와 같이 뭘 꾸미고 있는 거죠? 만약 답이 만족스러우면, 어쩌면 살려 줄 수도 있지요.”
“여기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영종이나 찾는 거지요.”
“만약 예전이었다면, 그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믿었겠지요. 믿지 않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와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군요. 영종을 찾는다고요? 그럼 왜 혼자 떠난 거죠? 이게 영종을 찾고 있는 모습인가요? 며칠 동안 뒤를 쫓았는데, 잠시 쉬어가는 것 말고는 계속 길을 재촉했어요.
그 사이에 영종을 찾으려는 모습은 없었지요. 우유도, 그 답이 아주 만족스럽지 못해요. 당부하는데,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 하지 마세요. 만약 내가 손을 써서 당신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한다면, 별로 즐겁지 않을 거예요. 나는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정말로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손을 들어 자신의 섬섬옥수를 매만졌다.
“내가 보기엔 그 목숨부터 간수 잘해야 할 것 같군!”
우유도는 말하면서 그녀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안보여는 크게 긴장하며 급히 뒤돌아섰다. 하지만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뒤돌아보았을 때, 우유도의 검이 뽑혀 나오고 있었고, 번쩍하는 순간, 몇 줄기나 되는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우유도는 빠르게 몸을 빼내 도망쳤다.
안보여는 소매를 연신 휘둘렀고, 몇 줄기 폭음이 울렸다. 소매를 휘둘러 일으킨 위력으로 날아오는 검기를 날려 버렸다. 마치 철로 만든 소매 같았다.
감히 이런 잔꾀로 자신을 놀리다니!
안보여는 크게 분노했다. 곧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숲속으로 도망치고 있는 우유도를 쫓았다.
소매를 날개처럼 펄럭이며 마치 독수리가 토끼를 사냥하듯이 목표를 빠르게 쫓았다. 우유도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안보여가 공중에서 손을 한번 돌리더니 장력을 출수했다.
우유도는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불가사의한 거대한 장력이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마치 투명한 액체에 빠져든 것처럼, 더는 비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안보여가 손을 끌어당겼다.
우유도는 즉시 주위의 기류가 돌연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마치 중력처럼 자신의 몸을 뒤로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 일대의 공간이 이미 안보여의 법력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보여가 이 모습을 보더니 씩 웃으며 한 번 더 신속하게 장력을 뻗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