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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72화 (71/1,000)

972화. 끝까지 뒤를 쫓다 (1)

빨아 당기던 기류가 또다시 돌연 거대한 해일처럼 거꾸로 흐르며, 우유도의 등을 쳐냈다. ‘쾅’하는 폭음이 들렸고, 우유도가 충격을 받아 날아갔다.

봇짐이 터지며 자색으로 빛나는 영종이 마치 비처럼 사방으로 흩날렸다.

“컥!”

선혈을 뿜어낸 우유도가 거대한 나무에 부딪히더니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곧 안보여가 우유도 앞에 내려왔다. 좌우에 흩날리는 자우(紫雨)를 보고는 다소 놀라워했다.

그녀가 양쪽 소매를 연신 휘돌리자, 주위에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며, 지면에 있는 잡초와 돌멩이들이 휘돌며 날아올랐다.

회오리바람 중앙에 서 있는 그녀가 한쪽 손을 내밀자, 자색 빛의 영종이 회오리바람 중에서 하나하나 쏘아져 와서 그녀의 손바닥 위에 모였다.

곧, 수많은 자색 빛의 영종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 뭉쳐졌다. 방금 사방으로 퍼져나간 영종을 순식간에 다시 끌어모은 것이다.

그녀는 다른 쪽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이 확 퍼져나가며 주위를 깔끔하게 쓸어 버렸고, 바람은 주위로 퍼져나가면서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안보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닥에서 창백한 안색과 입에 핏물을 걸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우유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커다랗게 뭉친 채 마치 거대한 자색 수정같이 된 영종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네 몸에 어째서 영종이 이렇게 많은 거지? 말해,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지?”

“난….”

우유도의 말은 모호했고, 뭐라고 했는지 들을 수 없었다.

한 손에는 자색 수정을 들고, 한 손은 허공을 잡았다. 그러자 우유도의 몸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안보여가 허공을 붙잡고 바닥에 쓰러진 우유도를 들어 올린 것이다.

그녀가 우유도의 가슴 옷섶을 쥐고 심문을 하려고 할 때, 우유도가 허약해 보이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매서운 눈초리를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안보여를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죽으려고 환장했군!”

갑작스러운 상황에 안보여는 호통쳤다. 근거리에서 날아온 갑작스러운 습격에 미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옷섶을 잡으려던 손을 들어 장력을 내뿜었다.

쾅!

안보여가 우유도의 장력을 억지로 막았다.

우유도의 등 뒤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고, 그의 다른 손은 나무에 대고 있었다.

콰쾅! 소리가 울리며 나무의 중앙이 사분오열되며 터져나갔다.

안보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쳐낸 장력이 우유도의 몸에 들어갔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출수한 장력의 힘이 대부분, 우유도의 뒤에 있는 나무로 전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조금 이상했다. 우유도의 일장과 맞부딪힌 순간, 무언가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기운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안보여는 자신도 모르게 왠지 속이 메스껍다고 느꼈다.

다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미 그녀의 장력을 받아낸 우유도가 반대 방향으로, 터져나간 나무 조각들을 밟으며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쩌저적! 방금 전 충돌에 의해, 충격받은 거대한 나무 하나가 크게 흔들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안보여가 계속 따라오자, 우유도가 허공에서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 전에 튕겨 나갔던 우유도의 보검이 지면에서 쏘아져 와서 우유도의 손에 잡혔다.

나무는 완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다른 나무 덕분에 서로 기대며 인(人)자를 만들고 있었다.

안보여는 이대로 우유도가 도망가도록 놓아둘 수 없었다. 소매를 휘둘러 터져나간 나뭇조각을 쳐내며 바로 몸을 쏘아 보내 우유도의 뒤를 추격했다.

검을 손에 넣은 우유도는 공중에서 검을 뽑아 들어 여러 줄기의 검기를 안보여에게 미친 듯이 쏘아 보냈다.

안보여의 거대한 소매는 마치 구름 같기도 하고 철로 만든 소매 같기도 했다. 안보여가 춤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소매를 휘두르자, 쏘아져 날아온 대부분의 검기가 굉음을 발산하며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그 외에 다른 검기는 몸을 틀어 피해냈다.

안보여가 피한 우유도의 검기들은 ‘쾅쾅’ 소리를 내며 안보여 뒤에 있던 나무들에 적중했고, 나무들은 힘없이 잘려나갔다.

두 사람은 그렇게 숲속에서 여기저기 나뭇가지의 힘을 빌리며 바람처럼 날아다녔다.

여인 한 명이 남자 한 명의 뒤를 맹렬히 쫓았고, 남자는 뒤쪽으로 계속 검기를 쏘아 보내며 자신을 쫓아 오는 것을 저지했다.

그를 뒤를 쫓고 있는 안보여는 한 나뭇가지에 발을 대고는 바로 몸을 날렸다. 안보여가 나뭇가지에서 발을 떼자마자, 그 자리에 즉각 우유도의 검기가 날아왔고, 나뭇가지가 즉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터져나갔다.

퍽!

이때, 안보여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자색 수정이 깨져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급히 소매를 휘두르며 검기를 쳐내다 보니, 영종이 그만 검기에 맞고 만 것이었다.

자색 수정은 아름다운 자색 구슬들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안보여는 영종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우유도를 쫓았다. 영종을 다시 모으려다 우유도를 놓치면 안 됐다.

안보여는 조금 감탄했다. 자신으로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도망칠 수 있다니! 확실히 우유도의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이놈은 지금껏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던 듯했다. 정말로 간악하기가 늙은 여우 못지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안보여는 금방 우유도가 지쳐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유도는 축기기의 수행자에 불과했다. 이렇게 많은 검기를 대량으로 출수했으니, 곧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보여는 무의식 한가운데서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 우유도와 일장을 부딪쳤을 때, 자신의 몸으로 들어왔던 뜨거운 기운과 서늘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휘젓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유도의 검기를 계속 받아내느라 몸속을 휘젓는 기운을 정리할 틈이 없었고, 두 가지 기운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자신의 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둘러야겠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놀랍게도 우유도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친 듯이 더 많은 검기를 날려댔다. 안보여는 경악하며 계속 소매를 휘둘러 검기를 막아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추격을 피하며 도망가던 우유도가 갑자기 멈춰 섰다. 더는 도망치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그가 앞에 있는 나무 뒤에서 뛰쳐나왔다. 우유도는 입가에 핏기를 달고,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안보여의 모습을 보고 냉소 지었다.

더는 도망가지도 않고, 또 급하게 손을 쓰려 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십여 장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미 상황이 뒤바뀐 듯했다. 나무에 기대 가슴을 쓸어내리던 안보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창백한 얼굴을 한 안보여가 소리쳤다.

“네 경지는 축기기가 아니구나!”

처음에 우유도가 쏘아 보낸 검기는 위력이 강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 축기기 수행자가 쓸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갈수록 쏘아내는 검기의 위력이 크게 증가했다. 그건 축기기 경지의 수행자가 보여줄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치지도 않고 그런 강력한 검기를 계속 출수하고 있었다. 축기기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매서운 검기다 보니, 막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 안에 들어온 뜨거운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정리하지 못한 채, 미친 듯이 우유도의 검기를 막았다. 그러다 보니 내상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상황이 역전됐다.

우유도가 냉담하게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내 일장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상처를 입은 게 아니었나?”

“그게 중요한가? 내가 만약 스스로를 상처 입혀 너를 속인 것에 불과하고, 별로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건가?”

안보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경지는 금단기의 수행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설사 상대방이 금단기의 경지라고 해도, 그렇게 확실하게 일장을 맞았는데 아무 일도 없을 리 없었다. 설마 상대방이 원영기의 경지에 오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건 불가능했다. 만약 원영기였다면 지금처럼 그녀와 드잡이질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우유도에게 속았음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그가 금단기 수행자임을 알았다면, 이렇게 가볍게 우유도를 상대했을 리 없었다. 최선을 다했을 터였다.

결국, 그녀의 방심이 패배를 불러온 것이었다. 게다가 우유도가 쓰는 도법과 수단이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뜨거운 기운과 서늘한 기운이 몸 안을 휘젓는 이런 극의와 도법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들어본 적이 없으니 파훼법 또한 알지 못했다. 점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심해졌고,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안보여가 이를 갈며 말했다.

“우유도, 음험한 놈 같으니라고, 자신을 이리도 깊게 숨기다니!”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이가 갈리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안보여는 자신이 속아도 아주 철저하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은 자기의 일장에 피해를 받은 것이 아니었고, 스스로 자해한 것이었다. 그렇게 안보여를 방심하게 했고, 안보여가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일장을 받아내게 했다.

그리고 지금 안보여는 우유도가 출수한 일장의 위력을 계속해서 맛보고 있었다.

“내가 숨기든 말든, 그건 너와 아무 상관 없다.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는 나를 그리도 죽이려고 했으면서, 지금 나를 원망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유도는 상대방과 천천히 시간을 끌 인내심이 있었다. 어쨌든 상대방이 버티지 못하는 때가 올 터였다. 파훼법을 알지 못하니, 계속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앞에 두고 운기조식을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이미 승기가 크게 기울어 있었다.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의 신체 상황을 알고 있는 안보여는 우유도의 의도를 알아챘다.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 듯했다.

안보여는 갑자기 쓰러진 척하다가,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쏘아져 나갔다. 갑자기 온 힘을 다해 우유도를 죽이려고 했다. 우유도가 어느 정도 긴장을 늦춘 이때, 지금만이 유일한 기회일 듯했다.

상대방이 갑자기 출수하며, 기세를 폭등시켰다. 그것을 보고 우유도 또한 내심 매우 놀라, 몸을 신속하게 뒤로 뺐다. 그러나 빼는 것만으로는 안보여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검을 쥐고 내력을 검에 주입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어리석다. 주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무시하고, 자신까지 무시하며, 한줄기 심의(心意)만을 지킨다.

마음 밖은 모든 것이 혼돈(混沌)이고, 내 마음은 연꽃 같구나. 진흙에서 나왔지만 깨끗하니, 그것이야말로 혼돈의 청연(靑蓮)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것이야말로 태을검결(太乙劍訣)이라!

한 줄기 심의(心意)가 바로 검의(劍意)니, 청연검의(靑蓮劍意)라 부른다.

진흙에서 나왔지만 깨끗하니, 검의(劍意)가 쏘아지면, 그 기세가 이 혼돈의 세계를 가를 것이다.

“태을분광검!”

우유도의 손목이 살짝 연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떨렸다. 그러자 찰나의 순간에 태을분광검의 초식이 펼쳐졌다. 온 힘을 다한 일격이 마치 연꽃처럼 가장 아름다운 찰나를 허공에 피워냈다. 우유도의 일신에 모여있던 법력이 검을 통해 출수되며 허공을 찬란하게 연한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숲속에 기류가 흘러넘쳤다. 우유도의 검광이 허공을 분홍색으로 물들였고, 허공에 수천 개의 연꽃잎이 흩날렸다. 이 작은 연꽃잎들은 검망(劍芒)의 형태를 그리며 안보여의 주변을 모두 포위했다. 연꽃잎들이 백 개, 천 개의 빛줄기를 그려내며 이목을 빼앗아 갔다.

검망은 부드러워 보였지만, 한편으로 매우 날카로웠고, 거기에 닿는 나뭇가지들이 모두 잘려나가고 있었다. 안보여는 대경실색했다. 우유도의 밀집된 검의(劍意)에 담긴 공세는, 지금 안보여의 몸 상태로는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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