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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73화 (72/1,000)

973화. 끝까지 뒤를 쫓다 (2)

안보여는 급한 마음에 공중에서 마치 대붕처럼 양팔을 활짝 벌렸다. 이후, 일신의 법력을 모두 동원해 두 손으로 법력을 운용했다.

그러자 안보여 주변의 공기가 굳어졌고, 수많은 검망이 마치 허공에 굳어 버린 듯했다. 수천 개의 작은 연꽃잎들이 허공에서 극히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우유도마저 거대한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유연하게 검을 휘두르던 자신의 손목이 엄청나게 느려졌다. 우유도는 자신의 몸이 통째로 아주 끈적거리는 송진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

하지만 이런 어려움 앞에서도 우유도는 기합을 질렀다. 법력으로 안보여에게 대항하는 건 아직 무리인 것 같았다. 결국 뒤로 빠져나가 대항하기를 포기했다.

안보여가 펼친 공간에서 멀어지자, 다시 우유도의 몸이 가벼워졌다. 안보여가 한결 마음을 놓으려 할 때, 가벼워진 몸으로 우유도는 건곤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도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다시 안보여가 펼친 공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놀랍게도 아까와는 달리, 우유도가 갑자기 휙휙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유도가 들고 있는 검이 빠르게 안보여에게로 향했다.

어찌 이럴 수가? 안보여는 대경실색했다. 자신의 대법은 천지의 위엄을 빌려 상대방에게 큰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유도에게 아무 영향이 없다고?

안보여는 자신의 법력이 통제하는 공간 안에서 우유도가 아주 시원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우유도는 허공에 멈춘 수천 개의 연꽃잎 사이를 나풀나풀 노니며 자신에게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안보여가 통제하는 공간의 압력이 심해 같다고 한다면, 우유도는 심해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 같았다. 우유도의 몸은 허공에 굳어진 채, 멈춘 연꽃잎들을 밟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안보여는 자신의 도법이 정말 우유도에게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몸을 돌아다니는 망할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만 없었어도, 이보다 훨씬 강한 도법을 펼칠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이것뿐이었다. 결국, 죽을 힘을 다해 압력을 가해 우유도의 움직임을 억제하고자 했다.

“건곤호체(乾坤護體), 대강동거(大江東去), 파(破)!”

우유도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조금 느려지긴 했으나, 여전히 빠른 속도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안보여의 머리 위에서 아름답고,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일 검을 그녀에게로 내질렀다.

허공에 떠 있던 안보여는 혼이 날아갈 정도로 놀랐다. 급히 몸을 틀어 피했다. 다행히 치명적인 일격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 검이 지나간 순간, 우유도가 허공에서 허리를 틀었다. 그러자 안보여의 몸을 스쳐 갔던 검이 비틀리더니 두 번째 검이 되어 옆에서 그녀를 베었다.

촥!

한줄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검기가 실린 우유도의 보검이 안보여의 의복을 갈랐고, 살을 갈랐다. 하마터면 그녀의 뼈까지 가를 뻔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안보여가 피를 토해냈고, 그녀가 유지하고 있던 공간이 풀렸다. 그러자 아까 우유도가 시전했던 수천 개의 연꽃잎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꽃잎들이 다시 검망이 되어 그녀를 덮쳤다.

허공에 고정되어 있던 수많은 연꽃잎 검망이 순간 자유를 찾았고, 쏘아 보내고 통제하던 힘을 잃어, 순간적으로 모이더니 연달아 퍼져나갔다.

콰콰쾅!!

돌과 흙이 날아오르고, 나무가 뒤집혔다.

거대한 폭발에 의해 연기가 가득 피어올랐다. 연기 속으로 안보여가 숨었다. 하지만, 이미 입에서 많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고, 땅에 내려선 그녀는 다시 싸울 준비를 했지만, 몸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욱!!”

한 움큼 거칠게 붉은 것을 토해냈다. 두 손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지금 그녀의 몸속이 어떤 상황인지 그녀가 가장 잘 알았다. 너무 증오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신속히 몸을 빼내 숲속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등 뒤에 생긴 검상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곧이어 연기 안에서 뛰쳐나온 우유도가 서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온 바닥에 떨어져 자색으로 빛나는 영종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영종을 챙길 때가 아니었다. 우유도는 검을 들고 휙휙 날아올라 전속력으로 안보여의 뒤를 쫓았다.

양측의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었지만, 우유도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뒤쫓았다.

어쩔 수 없었다. 안보여는 우유도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건 우유도의 계획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우유도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니, 절대 그냥 놓아줄 수 없었다!

그 전에 도망갈 기회가 있어도 억지로 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낸 이유가 무엇인가?

그 전에 상대방에게 다친 척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한 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비록 우유도가 아무리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유도와 안보여 사이에는 확실히 적지 않은 실력 차이가 있었다. 안보여가 방심해서 자신의 일장을 그렇게 고스란히 다 맞아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안보여의 몸 상태가 엉망이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일단 안보여가 도망친다면, 우유도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안보여는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절대 이대로 살려 보낼 수 없었다. 반드시 죽여야 했다!

급히 도망가는 와중에 안보여는 수시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우유도가 여전히 자신을 뒤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등 뒤의 상처를 돌보지도 못하고, 몸속은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못하고 빠르게 도망쳤다.

지금 그녀 마음속에 생겨난 비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비록 금단방이 실속이 있든 없든, 그녀는 금단방 이 위의 고수였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방심해서 크게 당하다니, 여기서 돼지인 척하고 호랑이를 잡아먹는 사람을 만날 줄이야!

축기기의 경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온 수행계에서 저 개자식의 진짜 경지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니! 천곡에 들어가기 전에 신분 검사를 할 때 설마 경지를 확인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런 능력이 있으면서도 방금처럼 오래 인내하며 숨어있을 수 있다니! 게다가 스스로를 자해해 다친 척하다니!

이 세상에 자신을 숨기는 사람은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수행계에서 이토록 오래, 또 이렇게 깊게 자신을 숨기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보았다.

다시 말해서, 만약 이렇게 깊게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었다면,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방심한 덕분에 크게 당했다.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것 같았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그녀도 지금 자신의 몸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어디든 찾아 숨어야 했고, 급히 요상을 하여, 지금 자신의 몸속에 일어난 이변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녀는 더는 우유도를 맞상대할 수 없었다. 상대방의 손에 떨어진다면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이를 악물고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숲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도망 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갈수록 안 좋아졌다.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계속 날뛰며 아주 자신의 몸을 반으로 쪼개려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그녀는 날아올라 나무 꼭대기를 밟고, 급히 날아올랐다. 우유도 또한 한 손에 검을 들고 미친 듯이 쫓았다.

처음에 두 사람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졌다.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안보여의 비행 속도는 느려졌고, 두 사람의 거리도 갈수록 가까워졌다.

비행하는 안보여의 몸이 수시로 부들부들 떨렸다. 얼굴 한쪽은 하얗고, 한쪽은 붉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우유도가 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안보여의 마음속에 절망이 솟아났다.

한 명은 도망치고, 한 명은 뒤를 쫓았다. 숲을 빠져나가고 나서도 두 사람은 쫓고 쫓기고 있었고, 광야에서 계속해서 쏘아져 나갔다.

두 사람이 초원 위를 날아갔고, 뒤에 있던 숲이 갈수록 멀어졌다.

이때 갑자기, 안보여가 헛발질을 했다. 풀잎을 밟고자 했는데 허공을 밟은 것이다. 실족한 안보여는 수풀 사이를 나뒹굴었다.

휙!

한줄기 검기가 파도를 가르는 것처럼 수풀 사이로 길을 만들어 냈다. 안보여는 급히 몸을 굴려 검기를 피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났을 때, 그녀의 얼굴 반쪽엔 서리가 껴있었다. 고개를 드니, 눈앞에 검을 든 우유도가 서 있었다.

낭패한 몰골의 안보여는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칠 힘도 없었고, 얼굴은 온통 분함으로 가득했다.

우유도는 입가에 한 줄기 핏자국을 달고 냉막한 얼굴로 말했다.

“도망쳐, 왜 안 도망치는 거지? 더는 못 움직이겠으면 말해. 누가 날 죽이라고 보냈지? 사실대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안보여는 가슴을 움켜쥐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죽이려면 죽일 것이지, 무슨 쓸데없는 소리가 그리 많아!”

우유도가 빠르게 다가와 뺨을 후려쳤다.

짝!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안보여는 허공에서 몸이 한 바퀴 돌 정도로 뺨을 강하게 얻어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후, 그녀는 또다시 우유도 발아래서 기어 일어났다. 마치 죽어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고, 입에 핏물을 머금고 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악한 것, 만약 그런 비겁한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감히 내 상대가 되었겠느냐?”

냉막한 얼굴에 서늘한 눈빛을 한 우유도는 서슴없이 그녀를 다루었다. 미녀라고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발을 들어 올린 우유도는 안보여를 걷어찼다.

퍽! 복부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안보여는 두 장이나 날아가 다시 땅에 쓰러졌다. 입에서는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갈비뼈가 ‘으적’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유도에게 얻어맞은 발길질이 가볍지 않아 보였다.

안보여는 눈을 부릅뜨고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떨었고, 격렬한 통증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그녀가 누구인가? 금단방 이 위의 고수이며, 천하에 이름을 떨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천하다고 깔보던 사람에게 잔혹하게 당하고 있었다. 안보여는 우유도의 피부를 벗겨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가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해도,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안보여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듯, 쓰러지기 싫었기에 계속 발버둥 쳤다. 비참하게 우유도 발아래 쓰러져 있기 싫어, 발버둥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휙휙 소리가 들리더니, 검기가 날아와 사람 키를 넘어서는 수풀을 모두 베어 버렸다. 덕분에 그 안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안보여가 드러났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든 우유도가 수풀을 헤치며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우유도의 냉막한 얼굴을 보고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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