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5화. 온 세상을 적으로 삼다
부화 등의 일행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었다. 원래 연락하기로 했던 시간보다 우유도의 연락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많이 늦진 않았다. 우유도의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제야 오랫동안 기다린 부화 등의 일행이 얼굴을 내밀었다. 다들 의아한 모습으로 우유도의 후방을 관찰했다. 자신들을 불러내다니, 뒤에 따라붙을 수도 있는 밀정이 걱정되지 않는단 말인가?
우유도는 봇짐이 아닌, 통나무 한 토막을 들고 있었다. 입가에는 혈흔이 있었다. 부화가 물었다.
“어찌 된 일이야?”
우유도가 속을 파낸 통나무를 쪼개자, 안에 자색으로 빛나는 수많은 영종이 떨어져 내렸다.
“유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중간에 강도질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영종을 빼앗기는 바람에 그걸 다시 찾아오느라고 늦어졌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영종을 다시 빼앗아 올 수 있었습니다.”
홍개천이 놀라 말했다.
“천검부를 지니고 있는데, 동생을 건드렸단 말인가?”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저를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정말 세속에 관심이 없던 은둔 산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짜고짜 영종을 가진 절 보자마자 달려들었겠지요. 다행히 그렇게 실력이 높지 않았기에, 천검부를 쓰지 않고도 싸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저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영종을 갖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의 뒤를 쫓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만 것입니다. 어쨌든 그래도 쫓아간 덕분에 영종을 다시 찾아왔으니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상처를 조금 입었으니, 오늘은 계속 적을 유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일 계속하도록 하지요.”
우유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 모두, 우유도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우유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보여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으니, 우유도는 정양이 필요했다.
다음날,
정비를 마친 우유도가 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는 아주 순조로웠다. 한국의 수행자를 만났는데, 그들이 집요하게 우유도를 쫓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우유도를 죽이고자 했다. 강대한 힘을 모은 남주가 이끄는 연국은 한국에게 너무 큰 위협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욕심에 눈이 멀었다는 점이었다. 우유도가 적지 않은 영종을 지닌 것을 보고, 우유도를 발견한 천녀교의 사람들은 영종을 독점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다른 두 문파에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일부 부대를 파견해 우유도를 뒤쫓게 했고 결국은 전멸했다.
소식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천녀교를 이끄는 책임 장로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움직였다.
이번에는 연국을 상대할 때처럼 한 번만 적을 치고 철수하지 않았다. 사해의 수행자들은 매복하고 기다렸고, 역시나 적들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었다. 한차례 격렬한 포위 공격을 한 결과, 천녀교 책임 장로를 선두로 한 인원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는 한국의 다른 문파와 산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두 번의 매복을 감행한 덕분에, 한국 측에 총 삼백여 명의 인원 손실을 입힐 수 있었다.
이 두 번의 매복 덕분에 욕심에 눈이 멀었던 천녀교의 제자들은 모두 무사할 수 없었다. 결국, 천도비경에 들어온 천녀교의 인원은 한 명도 남지 못했고, 모두 전멸했다.
그러나 사해의 수행자들도 손해를 안 본 것은 아니었다. 절대적인 우위에서 포위 공격을 했지만, 천녀교는 천녀교였다. 이십 장 가까운 천검부를 꺼내 들어 아낌없이 시전했던 것이다. 물론 사해의 인원도 천검부로 대적했기에 엄청나게 큰 손실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백여 명의 손실을 보았다. 그 와중에 부화도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다들 표정이 밝았다. 이는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었다. 천녀교가 수집한 백만 개 정도의 영종이 모두 우유도 일행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자색으로 빛나는 수많은 영종을 보고, 마찬가지고 작은 상처를 입은 홍개천이 흥분해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하하하, 남의 것을 줍는 것이, 우리가 다리가 부르트도록 비바람을 무릅쓰고 뛰어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군.”
그리고 우유도의 어깨를 흥겹게 두드렸다.
“이게 모두 동생 덕분이야. 만약 동생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적을 쉽게 유인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유도가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면, 적들도 이처럼 쉽게 다른 세력의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우유도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적들을 유혹해 끌어들일 수 있는 수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단무상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서둘러서 정비하도록 하자고, 나중에 백천곡과 무상궁에서 천녀교의 사람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면 사람을 보내 수색하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우유도가 말했다.
“맞습니다. 지금 철수하는 게 좋겠군요.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낭량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국 인원이라고 해봐야 천여 명이고, 이미 우리가 그중 삼백여 명을 없앴으니, 몇 번만 더 하면 한국을 전멸시키는 것도 문제없네.”
그러나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 전투로 우리도 백 명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한 곳을 대상으로 너무 큰 손실을 볼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습격이 다시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습니다. 이제 한국 인원을 이런 방식으로 꼬여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왜 그런가?”
“오늘이 지나면, 한국 수행자들 내에서 천녀교가 전멸한 소식이 모두 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분명 여기저기 의심하게 될 것이고, 대체 누가 습격한 것인지 알아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경계심이 매우 높아질 테고, 쉽게 꼬여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경계심이 높아진 자들을 공격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과연, 역시 동생은 똑똑해! 하하!”
“아무튼, 이로써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당분간 한국의 경계심이 최고로 높아질 테니, 그들이 다른 세력과 연합할 가능성을 억제하게 되었습니다. ”
“칠 국 세력을 멸절시키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려면 말도 안 될 정도로 큰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가진 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일등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만약에 천도비경을 벗어날 충분한 실력이 없다면, 지금 아무리 많이 빼앗아도 헛고생에 불과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서 이곳을 나가는 것입니다.”
“거기에, 백천곡과 무상궁의 사람들이 여길 찾아온다면, 우리가 그들을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하나라도 놓치면 우리가 폭로될 수 있습니다. 천녀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욕심을 부려 전멸했습니다. 그러니 계속 백천곡과 무상궁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번 계획은 제게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설사 그 가능성이 아주 작다 하더라도 철저히 배제시켜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이미 한번 건드린 한국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나라를 찾아보지요. 다른 나라는 아직 상황을 모르니, 좀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해 나간다면, 각 나라에 한 번씩 기습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상당량의 영종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 일등을 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 세력이 우리 때문에 약해진다면, 저들이 나중에 진국 사람들과 만났을 때, 진국은 아마 참지 못하고 손을 쓸 것입니다. 진국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도와 각국 세력을 약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각국 또한 우릴 도와 진국을 약화시키겠지요. 그때가 되면, 우리 손에는 아직도 상당한 세력이 있을 것이고, 더 안전하게 천도비경을 떠날 수 있습니다.”
“이게 처음에 제가 진국을 건드리지 않고 버틴 이유입니다. 우리는 순차적으로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가 많아지고 커질수록, 최후에 일등을 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유리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니 갈수록 더 쉬워질 겁니다.”
“지금 쉽게 성공했다고 흥분하면 안 됩니다. 적당할 때 철수해야 합니다. 아쉬워할 것 없습니다.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누님조차도 크게 다쳤지요. 지금은 빠르게 철수할 때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상을 치료하며, 다음 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우유도의 장황한 분석을 진지하게 들은 사람들은, 다들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우유도에게 설득당한 것이다. 단 한 사람도 철수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신속하게 전장을 정리하고 흔적을 지웠다. 사해의 수행자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 빠르게 철수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백천곡과 무상궁은 갑자기 천녀교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사해의 수행자들은 우유도와 같이 여기저기 전전하며, 각국 세력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유인과 매복을 반복했다.
비록 사용한 방식은 같았지만, 각종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유도는 계획을 가장 적절하게 조율했다.
예를 들어 한국을 건드린 후에, 일행은 조국에게 향했지만, 조국 쪽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확실히 조국을 유혹해 끌어들였지만, 조국 사람들은 너무 담이 작았다. 혼자 독점하려 하지 않고, 세 문파가 연합해서 쫓아 온 것이다.
우유도는 과감하게 조국 사람들에게 손을 쓰는 것을 포기했다. 그저 뒤를 감시하는 조국 인원을 처리하게 하고는 신속하게 사해의 수행자들을 이끌고 철수했다.
간단한 이치로, 조국의 모든 사람이 우유도를 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저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지 않는다면, 조국은 우유도 옆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이 소식이 일단 퍼져나가면, 우유도의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유도를 감시하고 있던 두 명을 죽이는 것 정도는 계획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았다. 우유도에게 발견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우유도와 조국 사이의 은원을 생각해 보면, 두 명을 더 죽이나, 덜 죽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 후, 일행은 위국으로 향했다. 거기서 영허부의 사람을 끌어들여 전멸시키고, 영종을 획득했다.
곧이어 송국의 혈신전에 독수를 썼고, 또다시 제국의 대구문을 잡아먹었다.
우유도는 제국과 위국에 대해 한줄기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저들 두 나라가 그를 보고도 쫓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지금까지 봤을 때 제국, 위국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위국 영허부의 장로 목응고는 일찍이 만났을 때, 우유도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나름대로 관용을 베풀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우유도의 손에 대량의 영종이 있는 것을 보자, 눈빛이 바뀌었다. 그가 만만하다는 생각에 두 나라 모두 우유도를 그냥 놓아 주지 않았다. 덕분에 우유도는 거리낌 없이 살수를 펼쳤다!
전장을 청소할 때, 사도요가 우유도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연국 내부의 우여곡절은 말할 것도 없고, 송국, 한국, 조국, 진국이 동생을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지. 이제는 제국과 위국조차도 적으로 만들었으니, 큰일이네!”
우유도는 산 중턱에서 검을 짚고 서서 주위 시신을 살피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저 각국 내부의 일부 문파에게 원한을 샀을 뿐이지요.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이게 심각한 것이 아닌가? 설사 이대로 나간다 해도, 이 사실은 어찌할 것인가!”
“저들이 먼저 손을 썼습니다. 그런데 저들에게 할 말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 봤자 속으로 원한을 곱씹을 뿐, 뭐라 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제 와서, 원한을 맺는다고 뭐가 바뀌겠습니까. 나가기만 하면, 우리 손에 정세를 좌우할 수 있는 세력이 있으니, 이것들은 모두 사적인 은원에 불과할 뿐입니다. 별일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안에서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사적인 은원? 저들 모두에게 원한을 샀으니, 모두 분노할 것이고, 그럼 더는 사적인 은원이라 할 수 없네. 연합해서 동생을 상대하려고 할 것이란 말이야. 그러면 어찌 될지 생각해 봤는가?”
우유도는 사도요의 등을 툭툭치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과 그때가 같겠습니까. 다들 눈치가 빠르니, 연합해서 저를 상대할 리가 없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