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6화. 음모 (1)
확신에 찬 우유도의 말을 듣고 사도요가 물었다.
“호오, 그게 무슨 말인가?”
“천기를 누설할 수 없습니다!”
우유도는 하늘을 가리키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옥창이었다.
우유도가 살아서 나가기만 하면, 효월각은 군사를 일으킬 것이고, 조국은 곧 멸국의 위기에 처할 것이다. 천하의 정세도 크게 변할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가 쥐고 있는 세력도 만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 사람들이 우유도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연합해서 우유도를 상대하려 하겠는가?
우유도가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사도요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에 당부했다.
“동생, 이대로 가면, 온 세상이 적이 되는 것이네!”
우유도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도 장문인, 여기까지 온 것은 제가 원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발걸음을 내딛었으니, 세상 모두를 적으로 삼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요. 어떤 사람들은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사도요는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우유도는 고개를 저으며,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해주는 것도 어려웠다.
어떤 걱정은 우유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규칙에 따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단지 저들 규칙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두려울 뿐이었다.
만약 이렇게 해서 우유도가 살아남으면? 아마 이대로 목숨을 건진다면 사여래가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사여래는 기분이 좋지 않을 터. 그러니 칠 국이 문제가 아니었다. 칠 국을 모두 적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여래의 적대에서 피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우유도는 계속 죽음 위에서 발버둥 치며, 사여래의 기분을 전환 시킬 방법을 찾고자 했다. 사실, 사여래를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유도가 죽음 속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발버둥 치고 있는지 몰랐다. 지금 같은 상황이 그에게 얼마나 큰 압박이 되는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 혼자서 묵묵히 감당할 뿐이었다.
모호한 말을 늘어놓는 우유도에게 사도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생, 좌우 사람들을 물리고, 날 혼자 이곳에 부른 게 겨우 잡담이나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합니다. 사도 장문인과 다음 계획에 대해서 의논하고, 사도 장문인의 고견을 듣고자 한 것입니다.”
사도요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랑 의논할 것 없네, 동생처럼 하는 건 정말 자신이 없으니, 고견이랄 것도 없을 것이야. 동생이 이미 계획을 세운 듯하니, 그 말에 따르겠네, 세이경청 하겠네.”
“사도 장문인께서 이처럼 겸손하니,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은 우리 행적을 폭로하려고 합니다. 각국 세력이 연합해서 우리를 포위 공격하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아?”
사도요가 빠르게 좌우를 둘러 보았다.
“동생, 장난이 심하군. 이렇게 자기 무덤을 파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각국이 영종을 찾는 행동을 멈추게 하려는 겁니다. 우리가 각 나라에 한 일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량의 영종이라면, 충분히 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겁니다.”
사도요는 우유도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해야 한단 말인가?”
“간단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이미 네 문파의 영종을 빼앗았습니다. 거기에 사해의 수행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영종을 더하면, 아마 지금 우리가 가진 영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을 겁니다. 이미 우위를 차지했으니, 다른 세력이 더는 영종을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편이 더 수월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저들 중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없겠습니까?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비경에서 나갈 때가 되면, 결국 약탈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약탈전을 하는 중에 한 곳이 다른 곳을 삼키기라도 하면, 우리 손에 있는 수량의 우위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들이 서로 싸우는 상황이 곧 오게 될 텐데, 그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쉽게각종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들의 수집 활동을 반드시 중지시켜야 합니다!”
사도요는 더욱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네. 각국 세력이 힘을 합쳐 우리를 포위 공격하면 우리가 어떻게 당해낸단 말인가? 그러니 그냥 이대로 다른 사람 손에 있는 것을 계속해서 빼앗는 게 더 쉽지 않겠는가? 저들 손에 영종이 많아도, 결국 우리가 약탈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린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약탈이 아니라, 일등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일등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진 일등을 하기 위해 약탈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습니다. 하나만 고집하면 안 됩니다. 계속해서 상황에 맞춰 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단 말인가?”
우유도는 전장을 청소하는 요마귀괴을 향해 턱짓하고는 물었다.
“저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습니까? 전투를 몇 번 벌이고 나니, 이미 오백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제 천여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바꿔야 합니다. 상황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늦기 전에 행동계획을 조정해야 합니다.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세력을 남기지 않으면, 일등의 성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천도비경을 벗어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제야 사도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색이 진중해졌다. 그리고 바쁘게 시신을 뒤지고 있는 요마귀괴를 돌아보았다.
“저들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처음엔 제 말을 믿지 못했고, 정말 우리가 일등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 말대로 연달아 거대한 수확을 얻게 되었으니, 일등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에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다들 이익에 눈이 멀어 일등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거액의 상금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인원 손실이 생긴다면, 아마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제 계획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어찌하고 싶은가? 칠 국 세력을 우리가 상대할 방법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굳이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모아놓기만 하면 됩니다. 각국이 영종을 수집하는 행동을 멈추게 하고, 우리 자신을 미끼로 저들을 모두 끌어들여야 합니다. 저들이 도착하면 우리는 바로 몸을 빼내야 합니다. 각국이 목표를 잃은 후, 한곳에 모이게 된다면, 서로 싸우지 않고 못 배길 겁니다. 그렇게 저들이 서로 싸우게 되면, 알아서 세력이 많이 소모될 겁니다.”
사도요는 확실히 우유도의 생각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각국 세력을 크게 소모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각국 세력이 소모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사해 수행자들의 세력은 건재할 터였다. 그러니 계획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또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더 큰 승산이 있다는 것을 사도요는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여전히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궁금한 점이 있네. 일단 각국이 우릴 포위하게 된다면, 도망칠 곳이 없을 텐데, 어떻게 도망친단 말인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신 없이 목숨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연히 도망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어째서 저들 요마귀괴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인가?”
“저들과 의형제를 맺었다고, 저들이 정말 모두 제 말을 들을 것이라고 보는 건 아니시지요? 소용없습니다. 저들은 경각심이 아주 높습니다. 만약 자신을 미끼로 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하는 일이야 승산이 있어 보이고, 또 지금까지 승승장구했으니 기꺼이 하려 나서겠지만, 만약 전멸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자신들을 해하려 한다고 의심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들에게 알릴 수 없습니다. 일단 진행하고, 나중에 저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하면 됩니다.”
“이해했네. 하지만 여기저기 분산된 각국 세력을 끌어들이면서도, 저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사도 장문인을 찾은 이유입니다. 수많은 일은 혼자의 힘으로 행할 수 없습니다. 저도 지휘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유도는 말을 하면서 천 조각 하나를 건넸다.
사도요가 받아들여 펼쳐보니, 그 위에는 각국 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유도가 설명했다.
“각국에 심어져 있는 제 사람들입니다. 저들을 사용해 계획을 완성할 겁니다.”
“아니 대체…. 언제 이런 사람들을 각국에 숨겨 놓았단 말인가?”
“자세한 건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니, 이들과 연락하면 각국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장문인은 사람들을 보내 각기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게 하십시오. 사도 장문인, 여무화 쪽에 있는 서른 명의 만동천부 제자들도 불러주십시오. 그들 또한 이제 연국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행동은 효월각의 사람들을 외부인에게 폭로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지금 우유도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말로 대단한 자로구나!
사도요는 내심 경악했다. 천도비경에 있는 인원 중에 이렇게 많은 첩자를 안배했을 줄이야! 남주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배후에서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도요는 아무리 봐도 천도비경에 들어오고 나서 이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 연국에 있는 서른 명의 만동천부 제자들을 우유도는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부리려 하고 있었다.
다만, 깨달은 것과는 다르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동천부 제자들이 각국으로 움직이게 되면, 연국 쪽에서 사라진 만동천부 사람들의 행적을 찾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네. 안 그래도 나와 함께 있는 이십 명이 사라진 상태라 만동천부 세력을 의심하고 있을 텐데, 안 쫓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자네와 같이 있는 것을 저들에게 들킬 위험도 있네. 그러니 여 장로 일행이 위험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우유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사 장문인, 설마 그럼 만동천부 인원은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게다가 그 위험이 큰 것도 아닙니다. 만동천부의 제자들이 은밀히 움직이면 수색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단 영종을 모아야 하니, 만동천부를 쫓는 데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와 같이 있는 사도요 장문인과 다른 만동천부 인원들도, 각국으로 퍼져나가십시오. 그러면 저와 함께 있는 것을 당연히 알 수 없게 될 테니, 저들이 의도를 알아차릴 리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의 의도를 들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도요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끄덕였다. 승낙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