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7화. 음모 (2)
두 사람은 오랫동안 대화했다. 우유도는 비밀리에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사도요에게 당부했다.
어떻게 안팎으로 호응해서 각국 세력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각국에 숨어 있는 간자들의 신임을 얻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것을 알려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사도요가 자세히 물었다.
우유도의 당부가 끝난 후, 사도요가 옆에서 세부 사항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있을 때, 부화 일행이 다가왔다.
“두 사람, 여기서 무슨 모의를 하고 있는 거야?”
오자마자, 부화가 놀리듯이 말했다. 다만, 예전과 같이 몹시 경계하는 태도는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다.
얼핏 보니, 우유도의 의형제들 기분이 다들 나빠 보이지 않았다.
적을 유인하는 위험을 우유도는 기꺼이 무릅썼다. 게다가 전리품 또한 조금도 취하지 않고, 모두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처리를 맡겼다. 그렇게 연달아 몇 문파의 재물을 취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우유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농담조로 되물었다.
“이번에 수확이 괜찮았나 봅니다.”
홍개천이 유쾌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또 이백만 개의 영종을 손에 넣었네. 지금 우리가 일등일 가능성이 아주 크지. 정말로 일등을 할 희망이 생겼네!”
부화도 웃었다.
“난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까 봐 걱정했어. 그런데 어째 다들 똑같은 놈들뿐이군. 다들 혼자 독식할 생각뿐이니, 똑같은 수법에 당하고 말이야. 하하하,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무섭군!”
낭량공은 오히려 우유도에게 되물었다.
“다음은 어딘가? 만수문과 영종(靈宗), 천행종에 손을 쓸 건가? 저들 세 문파는 겨우 백여 명을 넘으니, 제압하기 손쉬울 것이네.”
사도요는 우유도를 힐끗 보며 말했다. 우유도의 계획에 저들 세 문파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우유도는 저들 중립을 유지하는 문파에 대해서는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가 오기 전에는 그들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 세 문파가 비록 인원은 적지만, 손에 들고 있는 부적이 적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저들에게 손을 쓴다면, 우리에게 많은 사상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놔두고, 다른 나라가 저들을 건드릴지 한번 두고 보시지요.”
단무상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한 바퀴 돌았네, 조국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다음은 어딜 가야 하나?”
“연국입니다. 이제 슬슬 자금동과 같이 연합해서 연국을 칠 때가 됐습니다. 일단 연국의 영종을 손에 넣고 이야기하시지요. 하지만 급할 건 없습니다. 각국의 반응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확신 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에 연일 급히 움직인 탓에 모두 피로가 누적됐을 테니. 잠깐 정비를 하시지요.”
* * *
저풍평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수색하라고 보낸 사람들이 전투의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또 그곳에 남아 있는 시신을 확인했다. 채금제 등 일행은 수많은 사람의 습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모두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우유도의 짓이 아니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누가 한 짓인지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여기저기서 영종을 찾는 사람들이 돌아와 집결했다.
수시로 주위를 살피던 여무화가 엄입에게 다가갔다. 거짓으로 수집한 영종을 상납할 때, 나뭇가지 하나를 바닥에 던지며 엄입에게 중얼거렸다.
“우유도가 장로님께 서신을 전하라 했습니다.”
엄입은 조용히 그를 돌아보았다. 여무화가 돌아간 후에, 엄입은 마찬가지로 조용히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법력을 이용해 내부를 살펴보았더니 나뭇가지 안에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나뭇가지를 분질러보니, 안에 말린 천 조각이 있었다. 거기에는 우유도가 당부한 일부 행동계획이 적혀 있었다.
엄입은 잠시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오늘 일에 대해서 질문한다는 명목으로 여무화에게 접근했다.
여무화가 조용히 말했다.
“저희 만동천부가 모두 연국 쪽을 떠날 수 있도록 안배해 달라는 우유도의 전언입니다.”
엄입이 조용히 말했다.
“알겠네, 내일 우리 쪽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여무화가 대답했다. 다른 건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자금동의 사람들이 알아서 잘 안배해 줄 것이다.
다음날,
여무화는 문중의 사람들을 먼저 철수시켰다. 만동천부를 대표하는 여무화는 연국의 중추와 같이 움직이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연국에서 순조롭게 철수한 후, 만동천부의 서른 명 일행은 하나둘 지정한 곳에서 만났다.
여무화가 도착하자, 즉시 제자들을 비밀리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무화는 제자들에게 단단히 당부했고, 그들 서른 명은 각자가 향해야 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만동천부의 장문인 사도요가 지시한 비밀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장로님.”
“무슨 일이냐?”
“만동천부의 여무화 장로님이, 제게 이 서신을 주며 장로님에게 전해 달라 했습니다.”
수색하던 중, 한 소요궁의 제자가 산해 장로에게 말을 하고는, 천 조각을 전했다. 산해가 확인한 후에 고개를 확 들어 올리고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을 붙잡지 않은 것이냐?”
제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혼자였습니다. 붙잡으려 해도 실력이 미천하여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서신을 건네준 이후, 제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여무화 장로는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산해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 제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하자, 삼대 문파가 동행하는 중추의 일원 중 한 명인 자금동의 장로 엄입이 다가와 물었다.
“여무화의 서신이라니? 무슨 일이오?”
산해는 손에 든 천을 엄입에게 던져주었고, 엄입은 그걸 보고 침묵했다.
저풍평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엄입이 들고 있는 서신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용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이건 저풍평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여무화는 서신에서 말하길, 그저 장문인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만동천부의 제자로서 그냥 있을 수 없어 장문인을 찾으러 간다는 서신이었다. 단지 이쪽에서 자신들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까 봐,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고 가는 자신들의 고심을 이해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세 사람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만동천부의 사람들이 장문인의 안위 때문에 찾으러 간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오히려 산해가 저풍평을 돌아보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형의 제자 채금제, 사도요 일행과 안보여까지 모두 동시에 사라졌소. 도대체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뭐요?”
저풍평은 한마디로 반박했다.
“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소.”
반성하고 죄를 뉘우치는 것도 종문에 돌아간 후의 일이었다. 심지어 이런 손실에 대해서는 종문에게 알리지 않을 필요성도 있었다. 이미 발생한 일이다. 숨길 수 있으면 숨겨야 했다. 그러니 더욱더 외인에게 말해서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저풍평은 확실히 채금제 일행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몰랐다. 흉수가 누구인지는 더욱 몰랐다.
엄입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지만, 속으로는 우스웠다. 그리고 저풍평이 들고 있는 서신을 보고는 내심 감탄을 내뱉었다. 우유도의 안배가 매우 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아주 치밀했다. 여무화 일행이 여기서 떠나는 것도 완벽한 변명거리를 만들어 숨기다니 말이다.
엄입은 드디어 만동천부의 사람들이 다시 우유도를 따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전에 그렇게 대놓고 우유도를 배반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 우유도가 다시 그들을 받아들인 듯했다.
여기 있는 서른 명의 만동천부 사람들까지 철수한 것을 보면, 이번에는 확실히 우유도를 따르기로 한 것 같았다. 도대체 우유도가 무슨 수단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기대할 만한 일이었다. 이건 우유도가 이번 투쟁에서 다시금 형세를 역전시켰다는 의미와 같았고, 다시금 금주의 세력을 통제하게 되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우유도가 나가서 자금동에 의탁하게 된다면, 남주와 금주가 모두 자금동의 세력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이 얼마나 풍성한 수확인가!
엄입은 우유도의 능력에 대해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그같이 위험한 처지에 놓였는데도, 다시금 형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니, 여기서 이런 풍파를 일으키다니!
엄입 또한 우유도를 믿어준 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가능성을 이제야 정말 깨달은 기분이었다. 그러니 더욱더 우유도를 지지하는 결심이 굳건해졌다. 엄입은 자금동이 최초로 결정한 것을 집행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원래 엄입은 상황이 안 좋으면 우유도를 포기하려 했었고, 형세가 좋을 때에만 우유도와 잘 지내려고 했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 상황에서는, 이처럼 선택을 번복하는 일이 비겁한 일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목숨이 달려 있고, 너무나 큰 이익이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나라의 정세가 선택 한 번에 기우뚱거리니,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유리한 최적의 선택을 하는 일이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산해는 저풍평의 대답에 승복하지 못하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 수색을 했는데,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본 사람이 없다고 했소. 그냥 이대로 소리소문없이 보내줘야 한단 말이오?”
엄입이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말할 필요 있겠소? 그렇다고 해서 저들을 쫓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오? 안 그래도 영종을 모으는 사람이 부족한 마당인데, 저들을 추적하기 위해 사람을 추가로 파견하면, 영종은 대체 언제 모은단 말이오? 게다가 이 여무화 장로라는 사람도 분명 치밀히 준비하고 움직였을 테니, 추적도 쉽지 않을 것이오.
만약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저들도 이처럼 모험을 감수하고 떠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오. 그러니 잊어버릴 건 잊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소. 이제부터는 대체 어떻게 영종을 더 수집할지, 그것에만 집중하는 게 좋겠소.”
* * *
지금 위국 상황은 다소 우물쭈물하는 상태였다. 영허부의 장로 목응고부터 아래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떠난 흔적을 보고 수색을 해보았을 때, 그들이 모두 다른 세력의 습격을 받아 전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세력이 먼저 움직인 것을 깨달은 이들은 큰 위기감에 빠져들었고, 수정각과 대악산 또한 크게 염려하기 시작했다. 더는 영종을 찾을 기분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빠르게 불러들여 경계를 강화했고, 인원을 크게 퍼뜨리지 않은 상태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벌써 이처럼 대대적으로 강도질을 하는 것을 보고, 위국은 가장 먼저 진국, 그 미친개 같은 사람들을 의심했다.
수정각의 장로 요선정과 대악산의 장로 조병이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다가와 보고했다.
“장로님, 조국 금주의 만동천부 장로 여무화가 간절히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간절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요선정이 물었다.
“몇 명이나 왔더냐?”
“여 장로와 만동천부의 두 제자로, 총 세 명입니다.”
겨우 세 명이라는 말에 즉시 사람들을 데려오라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