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2화. 다시 모이다
아무튼, 다른 세력은 이미 강탈을 시작했고, 큰 수확을 얻고 있었다. 이제 누가 영종을 수집하는 멍청한 방법으로 순위권에 들고자 하면, 너무 어리석어 보일 정도였다.
일등을 하고 싶다면, 강탈을 제외하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 모든 세력은, 다들 자기보다 약한 세력을 찾고 있지, 강한 세력을 찾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연합하는 문파들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혼자 힘으로는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위해서, 한, 송 연합은 여러 세력과 마주한 기회를 틈타 조국과 결탁했다.
진국에 휩쓸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조국은, 비록 책임 장로는 없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태도가 일치했다. 한, 송 연합과 즉시 마음이 맞아 이들 연합이 근처에 있는 기회를 틈타 과감하게 진국을 떨쳐버리고 한, 송 연합과 손을 잡았다.
태숙산악은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지만, 세 국가의 연합 앞에서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 전에 조국 세력을 쓸어 버리고 영종을 강탈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이로써 칠 국은 연, 위, 제국이 연합을 맺었고, 한, 송, 조국이 연합을 맺었다. 진국은 그 행동 때문에 돕는 세력이 하나도 없었다.
상황이 우유도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사해의 수행자들이 연달아 물속에서 나와 뭍으로 올라섰다.
사람들은 뭍에 서서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 면을 바라보았다.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단무상이 말했다.
“떨쳐낸 것 같소.”
비록 그 전에 오랫동안 도주했고, 더는 뒤를 쫓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안심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한참 동안을 잠행했다.
호수는 정말 거대했다. 뒤를 쫓는 사람들도 아마 사해의 수행자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인원을 확인해보니, 칠백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칠 국의 추격 아래 빨리 도망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당연히 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었다.
“낙오된 인원은 돌아오기 힘들 것 같소.”
홍개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그 많은 사람의 추격에 걸음이 느린 인원을 구할 수가 없었다.
칠 국의 추격 하에, 대략 삼백여 명의 손실을 본 것이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뒤를 따라 잡힌 인원은 아마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순조롭게 도망친 것을 보면, 아마 우유도가 저들을 잘 유인한 것 같소. 지금쯤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군.”
낭량공이 탄식했고, 부화도 침묵했다.
사실, 이들은 우유도가 자신을 희생해서 저들을 유인할 것이라 믿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반대로, 우유도가 자신들을 미끼로 삼아 도망칠 것이라 추측했었다.
하지만 당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우유도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으면, 다 같이 죽게 생긴 상황이었다. 순전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본 것일 뿐이었다.
단지 우유도가 정말 자신의 말대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 정말로 자신의 생사를 도외시하고 저들을 유인해 가서 사해의 수행자들로 하여금 목숨을 구하게 할 줄은 몰랐다.
비록 삼백 명의 사람들이 죽었지만, 전멸하는 것보다는 좋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건 우유도의 잘못도 아니었다. 여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우유도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그러니 누구도 우유도를 질책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감동하기까지 했다.
홍개천이 탄식했다.
“영종을 지켜서 일등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증명한 것 같소. 우유도가 별다른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지. 우리가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도량을 평가했던 것이오. 우리가 오해했소. 우유도는 충분한 성의를 보여주었소.”
낭량공과 단무상이 묵묵히 끄덕였고, 부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움직이지요. 약속한 곳에서 우유도를 기다려 보지요. 살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에요.”
더는 적을 유인해 영종을 강탈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다. 너무 지쳐있었다. 일행은 방랑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우유도 또한 유랑하고 있었다. 혼자서 이 황량한 곳에서 유랑하고 있었다. 해가 뜨는 곳과 하늘의 별을 보고 동서남북을 분별하고, 직접 보았던 특수한 지형을 나침반으로 삼아, 가야 하는 방향을 판단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숲속에 숨어든 채, 손에 든 검으로 땅을 짚고 섰다. 다시 두 개의 외투를 모두 벗었고, 밖에 입었던 검은 외투를 먼저 안에 입은 후에, 안에 입었던 외투를 다시 그 위에 덧입었다.
옷을 다 입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니 면구가 벗겨졌다. 우유도는 면구를 다시 소매에 넣고는 원래의 복장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표묘각의 신분으로 오랫동안 도망쳤으니, 아마 뒤를 쫓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이제는 정말로 안전할 것이다.
시냇가에 쭈그리고 앉아 세수한 후에,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 두 산 사이로 비치는 석양을 돌아보았다.
천천히 몸을 돌려 두 팔을 벌린 채, 눈을 감고서 쏟아지는 석양을 껴안았다.
석양은 우유도를 비추는 듯했고, 그의 고독한 그림자를 길게 만들었다. 우유도 얼굴에 아직 남아 있는 물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갑자기 눈을 뜬 우유도는 더는 석양에 미련을 두지 않고, 검을 집어 들더니 산 정상으로 뛰어올라 큰 나무를 타고 올랐다.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나무 꼭대기에 있는 나뭇가지를 얼키설키 엮어 마치 그물침대처럼 만들었다. 팔베개하고 그 위에 누운 우유도는 천지간에 가득한 석양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천천히 암흑으로 물들어가는 세계를 지켜보았다.
가끔 바람이 불어와 나무를 흔들었고, 그 위에 누워있는 우유도 또한 바람에 따라 흔들렸다.
어둠 속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바람에 따라 흔들렸다. 벌레 소리와 가끔 먼 곳에서 들리는 맹수의 울음소리가 있었지만, 우유도는 홀로 조용히 누워있었다.
다만 내심은 진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날이 밝자마자, 방향을 확인한 우유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산맥과 초원, 황야를 걸쳐, 비바람을 가로질러 열흘이 넘는 시간을 움직여 만나기로 약속한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만동천부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가 오는 것을 보고, 만동천부의 사람들은 크게 흥분했다.
구체적인 시간 없이, 그저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은 내심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도 어쩔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우유도는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줄 수 없었다.
이제 만났으니, 만동천부의 사람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괜찮은가?”
사도요가 만나자마자 물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만동천부의 사람 수를 확인하고는 웃었다.
“그쪽도 좋아 보입니다.”
“우리는 별일 없네, 단지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 불안했을 뿐이지.”
우유도는 여무화를 보고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갑시다.”
“어딜 말인가?”
사도요가 물었다.
“사해의 사람들을 찾으러 가야지요.”
우유도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면 삼일 안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사도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찌 그들과 헤어진 것인가?”
“한마디로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우유도는 대충 넘어갔다.
사흘까지 갈 것도 없이 이틀이 지난 후, 운무에 둘러싸인 산맥이 나타났다. 만동천부의 사람은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우유도는 두 번째 온 곳이었다.
이곳은 바로 사해의 수행자들이 천도비경에 들어와서 만나기로 약속한 곳이었다. 우유도가 추격에 급히 쫓겼을 때, 사해의 수행자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산 안으로 들어간 이후, 우유도는 익숙한 길을 따라 동부로 향했다. 하지만, 제법 깊이 들어왔음에도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그 순간 우유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마 사해의 수행자들이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 리 없었다. 우유도가 숨어서 관찰했을 때, 칠 국의 세력이 모두 찾아와 자신을 찾고 있었다. 설마 그 후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하지만 우유도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개천의 수하 소공야가 나타나 우유도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일행이 길을 돌아 산맥 깊은 곳으로 가고 나서야 사해의 수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 홍개천이 유달리 열정적으로 연신 감탄하며 다가와 우유도의 가슴을 툭 쳤다. 그리고는 거칠게 포옹했다.
“동생, 장하네!”
풀려난 우유도가 물었다.
“어찌 여기 숨어 있는 겁니까?”
부화가 웃었다.
“칠 국에게 쫓길 당시, 일부 형제들이 낙오했네, 그들 모두 이곳을 알고 있으니, 혹시라도 칠 국 손에 들어간 형제들이 입 간수를 못 했을까 봐, 이쪽으로 지역을 옮긴 것이네.”
변명에 불과했다. 추격을 하는 매우 급한 상황에서 누가 필요도 없는 포로를 잡을 생각을 했을까. 당시 낙오한 인원은 모두 죽었다.
사실 방비한 것은 우유도였다. 우유도가 칠 국의 손에 붙잡혀 입을 열었을까 봐 약속했던 그곳에 머물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유도 일행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는 사람을 보내 데려오게 한 것이다.
우유도는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지만,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일에 똑똑한 척해봤자 아무 의미 없었다. 오히려 서로 얼굴만 붉힐 뿐이니, 그저 웃으며 끄덕일 뿐이었다.
우유도가 무사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만동천부의 사람들까지 이끌고 온 것을 보고, 부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동생, 칠 국의 그 많은 사람이 동생을 쫓았는데, 어찌 도망친 것인가?”
“당시 급한 마음에 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물속 상황이 아주 복잡하다 보니, 요행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못 보셨겠지만, 당시 상황은 정말 위험했습니다. 그저 하늘이 살려 주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사해의 수행자들이 탄식했다. 상상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포위했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았을까.
홍개천이 우유도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진정시키려는 마음도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단무상이 사람들을 향해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제 우리가 모였으니 앞으로 어찌하는 게 좋겠나?”
우유도가 바로 대답했다.
“그전의 일이 비록 위험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꼭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칠 국의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한 곳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다들 속에 능구렁이를 품고 있으니, 겉으로는 연합하여 평화롭게 지낸다 해도, 속으로는 서로 이를 갈고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중에 진국은 반드시 일등을 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다른 세력과 평화롭게 지낼 수 없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니 소란이 일어나면 다들 영종을 수집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저들이 우리를 못 찾게 하는 겁니다. 저들 보고 서로 싸우라고 하고, 우리는 이곳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가, 비경의 입구가 열렸을 때 빠져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도요의 두 눈이 괴이하게 반짝이며, 우유도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요마귀괴를 조용히 살펴보았다.
부화가 침음하며 말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영종이 마지막에 몇몇 세력에게 모이게 된다면 우리가 들고 있는 것으로 일등을 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네.”
“총량이 더는 증가하지만 않으면, 그래 봤자 얼마 차이 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그때 상황을 보고 대응하면 충분합니다. 연국 쪽에 내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지금 우리는 움직일 공간이 아주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