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4화. 기밀누설 (1)
오래된 숲에 도착한 세 나라는 즉시 그 일대에 퍼져 목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었다. 이들은 출구가 열려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세 문파는 이번 천도비경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문파와 원한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저 대충대충 임무만 완수하려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들도 이미 연합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이들 세 문파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각각 백 명의 인원으로 총 삼백 명에 불과했다. 매번 천도비경이 열릴 때마다 이들은 연합해서 만약을 대비했다.
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이들 세 문파의 재력이 튼튼했기 때문에 손에 적지 않은 부적이 있었다. 이들 인원이 분산되어 있을 때 외부인이 습격해서 작은 이득을 취할 수는 있었지만, 이들 세 문파가 연합하여 같이 있으면, 그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진, 한, 송국은 그들과 반목할 생각이 없었다. 대놓고 그들의 기분을 거스르지도 않았다. 이들 세 문파는 외부에 비록 거대한 세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각자의 능력이 충분했기에, 각국의 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니 계속해서 중립을 유지하는 게 모두에게 좋았다.
금단방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산수들 중에 천도비경에 들어온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들 미리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보통 이 자들은 세 중립 문파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는데, 중립 문파의 힘을 빌려 같이 안전하게 천도비경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세 중립 문파도 그들을 받아들여 잠깐 동안 협력하기로 했다. 고수가 한 명이라도 많으면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일 수 있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 * *
서문청공도 돌아왔다. 침울한 위충도 그 곁에 같이 있었다.
안보여도 돌아왔다. 단지 그 몸짓에서 과거의 대범함과 자유로움이 보이지 않았고, 이상할 정도로 침체된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더 일찍 돌아와 있었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이곳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만약 엄입이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유도가 엄입에게 이르길, 만약 안보여가 연국에 돌아온다면 죽이라고 전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안보여에게 입을 열 기회를 줄 수 없었다. 안보여를 놀라게 해서 먼저 이곳에 돌아오게 만들어야 했다.
다만 그건 단지 우유도가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 놓은 일에 불과했다. 아마도 안보여는 연국 쪽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다시 찾아가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것 같았다. 연국도 그녀를 위해 표식을 남기지 않았다.
혼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이 커다란 세계에서 다른 세력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세력이 그녀를 먼저 발견한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안보여는 빼앗을 영종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괜히 번거로운 문제를 만들 필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여의 생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도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과 같이 모여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때문에 뒤를 쫓다가 행적이 폭로되었다.
우유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주위에 도움을 받을 세력이 없는 안보여가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 * *
우유도의 통제 아래, 안보여는 정확히 이곳으로 돌아왔고, 이곳에서 만수문, 영종, 천행종을 만났다.
이제는 또 진, 한, 송국이 도착했다.
만수문과 영종, 천행종은 안보여가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 한, 송국이 도착했을 때, 안보여는 두 눈을 반짝였다.
위충도 그들 삼국을 보았을 때 뭔가 마음이 동하는 듯했다. 하지만 또 그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서문청공은 위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우유도의 상황을 알고자 한 것이다. 그 전에 만수문 등 중립 문파에 우유도의 소식을 알아보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이곳에서 기다리게.”
서문청공은 당부의 말을 건네고 방금 도착한 삼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소식을 알아본 서문청공이 우유도의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과 연합했다고 하는군. 생사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도망친 것 같다고 하더군. 어쩌면 연, 위, 제국 연합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지.”
서문청공은 자신이 알아 온 소식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위충은 희비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서문청공의 도움에 감사를 표했다.
우유도가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 그렇기에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만으로도, 위충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설사 우유도가 살아 있다 해도, 눈앞에 있는 이 난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설사 그 자신이 돕고, 서문청공이 손을 써서 우유도를 보호한다 해도 안전하게 나가기 어려워 보였다.
위충은 서문청공에게 감사해야만 했다.
영종을 찾는 것은 서문청공의 목적이 아니었다. 당연히 시간이 남아돌았고, 위충을 오랫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공을 들여 위충의 말 더듬는 습관을 고쳐주었다.
물론, 확실하게 고칠 수는 없었다. 연달아서 말하는 것은 아직도 서툴렀다. 오랜 시간 동안 달고 살았던 습관이다 보니, 한순간에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확실히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
서문청공은 위충의 감사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 자신이 위충을 돕고자 했을 뿐이었다. 만약 그가 원하지 않았다면, 위충이 무릎을 꿇고 빌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우유도가 비경 안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버티며 소란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건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문청공은 매우 의외였다. 우유도의 생명력이 아주 질기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닥에 놓고 질끈질끈 밟아도 죽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반대로 사해의 요마귀괴와 한편을 먹고 칠 국의 영종을 빼앗으려 하다니, 그냥 앉아서 죽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 어떤 일들은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진, 한, 송국의 사람들과 만수문, 영종, 천행종의 사람들과 안면이 있었다. 그렇게 서로 만나 교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과 결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진, 한, 송국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국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숨겼다.
옆에 있는 영종의 제자가 우유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안보여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그녀는 우유도가 진즉에 사해의 수행자들과 결탁한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우유도가 그들을 도와 미끼를 자처해서 칠 국을 유인해 습격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 나서 안보여는 크게 후회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당시 채금제 일행이 매복을 당해 죽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처럼 간단한 이치를 이제야 깨닫다니?
만약 처음에 이를 깨닫고 연국 쪽에 미리 당부했다면, 우유도의 계략을 말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우유도를 죽음으로 몰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도 뒤를 쫓다가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다. 그 큰 치욕을 말이다.!
자신은 낭패한 모습으로 우유도에게 목숨을 구걸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그 기억이 계속 그녀를 괴롭혔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질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안보여는 결국 지나간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워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니 안보여처럼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이들은, 수많은 일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한발 물러난다 해도, 어차피 그녀와 우유도는 처음부터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최대한 손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면 손을 쓰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는 사람이었다.
안보여는 그것을 몰랐다. 아직 우유도의 매운맛을 덜 본 듯했다. 심지어 지금도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우유도를 찾아서 손을 쓸 것이라 다짐할 정도였다…….
* * *
오래된 숲,
표묘각은 핵심 출구 위치를 틀어쥐고 있었다.
다른 사람 같은 경우, 먼저 도착한 사람이 가까이 위치했는데,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곳은 출구와 가장 가까운 위치로, 일단 입구가 열리면 가장 먼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위치였다.
뒤에 도착한 진, 한, 송국은 비교적 외곽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사람이 많으니, 전부 출구가 있는 그 작은 지역에 몰려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중립을 자처한 세 문파와 자리싸움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들은 인원을 외곽에 배치하고 다른 세력을 기다렸다. 다들 저지하고 강탈하고 전투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나쁜 마음을 품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표묘각의 사람들은 그저 냉담한 눈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간섭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졌다. 출구가 위치한 곳에 장작불이 여기저기 만들어졌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안보여는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을 때 어둠 속에서 남몰래 외곽지역에 있는 진, 한, 송국의 인원에게 다가갔다.
어둠 속 외진 곳에 잠깐 기다렸다가, 기회를 잡아 손가락을 이용해 한 가지 물건을 튕겨내고는 신속하게 지형에 몸을 숨기고 그곳을 벗어났다.
“누구냐?”
한 한국 제자가 움직임을 느끼고 법력을 몸에 둘러 보호했다. 그렇게 쏘아져 온 물건을 허공에서 붙잡고는 동시에 소리쳤다.
몇 마리 월접이 허공에 날아올라, 물건이 쏘아져 온 곳을 밝혔고, 몇몇 한국 제자가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동시에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경각성을 듣고 다가와 주위를 경계했다. 법력을 몸에 둘러 보호하고 있던 한국 제자는 허공에 멈춰있는 것이 천 조각임을 발견했다. 그는 손을 뻗어 꽃을 따듯이 천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월접의 빛을 빌려 물건을 살펴보았다.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물건을 살펴보고는 곧 대경실색했다. 천 위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내용은 누군가 몰래 자신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그 제자는 빠르게 물건을 움켜쥐고는 문중의 장로에게 보고하기 위해 급히 움직였다.
* * *
진, 한, 송국 연합의 중추.
몇 사람이 한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은 진국 기운종의 장로 태숙산악, 한국 백천곡의 장로 씨여, 무상궁의 장로 도무봉(刀無峰), 송국 능소각의 장로 정만당(程滿堂)과 열천궁의 장로 부거연(富居煙)이었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만약 일이삼 등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두 번째 방안으로 세 곳의 영종을 한 곳에 몰아 주어야 등수를 쟁취하는 방법이 있었으니, 이를 논의하는 중이었다. 이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상금을 나눠야 하는지 의논하고 있었다.
우선 이 의견은 송국이 제시한 것이다. 한국도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태숙산악은 단호히 반대했다.
반대한 이유는, 각 세력의 손에 있는 영종 수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설사 정확하지 않더라도,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터였다.
중립을 표하고 있는 세 문파를 제외한다면, 칠 국에는 각각 세 문파가 있었고, 사해의 수행자들은 두 문파 분량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영종을 스물세 몫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진, 한, 송국의 손에 원래 아홉 몫이 있었지만, 사해의 수행자들이 그중에 두 몫을 가져갔으니 총 일곱 몫이 남았고, 이들이 연합해 조국의 것을 빼앗았으니, 또다시 세 몫을 얻은 것이다. 이쪽은 이미 열 몫을 손에 쥔 것이다.
연, 위, 제국의 손에는 원래 아홉 몫이 있었지만, 사해의 수행자들이 그중에 두 몫을 빼앗아가 일곱 몫이 남았다. 그 후, 사해 수행자들이 빼앗은 네 몫의 수량은 또다시 연, 위, 제국의 손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상대방은 이미 열한 몫을 손에 쥔 것이다. 이들보다 한 몫이 더 많았다.
만약 사해 수행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두 몫도 그들 손에 떨어졌다면 그들은 이미 열세 몫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의 쟁점은 그 당시 상황에서, 사해의 수행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 몫을 우유도에게 맡겼냐는 점이었다. 심지어 물건이 연, 위, 제국의 손에 들어갔다는 확신도 없었다. 거기에 그 사람들이 협력해서 등수를 쟁취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만약 이들이 영종을 모은다면 일등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태숙산악은 죽어도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