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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85화 (84/1,000)

985화. 기밀누설 (2)

태숙산악은 한국과 송국이 조심스러운 마음에, 안전하게 일등을 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물러서면, 한국과 송국이 다시 목숨을 걸고 영종을 빼앗으려고 하겠는가? 그럴 수 없었다!

진국이 일등을 하지 못한 것만 해도 처지가 난처했다.

진국은 영종을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빼앗긴 적이 없었다. 당연히 한국, 송국보다 그 수량이 많았고, 보통이라면 상금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도 고개를 숙여 두 문파와 같이 상금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치욕스러울 지경인데, 여기서 더 물러서란 말인가? 만약 이 의견을 승낙한다면, 돌아가서 변명할 말이 없었다. 또 기운종의 제자들이 자신을 뭐라 생각하겠는가?

더욱이 진국에는 기운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운종이 너무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다. 상금을 받으면 다른 문파에도 어느 정도 배분을 해주어야 했다. 이렇게 계속 물러서기만 하면 결국 기운종의 손에 들어온 상금이 얼마나 남겠는가? 그 정도만 먹고 떨어지란 말인가?

그렇게 한창 논쟁을 벌이며, 태숙산악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을 때, 한국의 제자가 다가왔다. 그 제자는 누군가 몰래 전해주고 간 천 조각을 백천곡의 장로 씨여에게 건넸다.

씨여는 내용을 확인하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곧 알아서 천을 사람들에게 돌려보게 했고, 그는 천을 가져온 제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용을 확인했다.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천 안에는 우유도가 암중에 만수문, 영종, 천행종과 결탁했고, 영종을 가지고 나갈 때 방해받을 것을 대비해두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즉, 이미 강탈한 영종과 사해의 수행자들이 가지고 있는 영종을 중립인 세 문파에 건넸다는 말이었다. 저들 세 문파를 이용해 영종을 순조롭게 비경에서 가지고 나가, 우유도가 일등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는 것 이었다!

소식을 전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제자도 할 말이 없었다. 씨여는 제자에게 물러가라고 전하고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태숙산악이 손에 든 천을 흔들며 말했다.

“여기에는 대량의 영종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양이 충분히 일등을 할 수 있는 영종이라고 되어있소.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많아야 감히 일등을 한다고 확신할 수 있단 말이오? 설마 우유도 쪽이 가진 영종이 우리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었단 말이오?”

열천궁의 장로 부거연이 말했다.

“태숙 늙은이, 설마 이걸 정말로 믿는 건 아니겠지? 숨어서 몰래 전해준 소식이오. 이간질일 가능성이 농후하지. 저들 세 문파는 중립 문파이니, 어째서 우유도를 도와 이런 일을 하겠소?”

태숙산악이 고개를 들어 흉악함이 깃든 얼굴로 말했다.

“잊었소? 처음에 누가 사해의 요마귀괴들이 우유도를 도우리라 생각했겠소? 하지만 지금은? 우유도가 저들 요마귀괴와 결탁했지.”

능소각의 장로 정만당이 말했다.

“그저 당신 추측에 불과할 뿐이오. 이런 시기에 갑자기 이런 서신이 오다니,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공교롭지.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오! 생각해 본 적 있으시오? 여기 출구는 누가 봐도 어려운 관문이오. 우유도가 설사 대량의 영종을 빼앗는다고 해도 순조롭게 가지고 나갈 수 없겠지.”

그리고 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 지금 저들 세 문파에게 영종을 가지고 나가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소!”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침묵했다. 태숙산악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확실히 저들 세 문파가 물건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태숙산악이 계속 말했다.

“사해의 수행자들이라고 설마 이 출구가 하나의 관문임을 몰랐겠소? 아무리 많은 영종을 강탈해도 결국은 가지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오. 저들은 가지고 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해서 영종을 강탈했소. 그게 무엇을 설명한다고 생각하시오? 가지고 나갈 확신이 있다는 말이지! 그럼 그 확신이 어디서 나왔겠소? 저들 세 문파가 물건을 가지고 나가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있소?”

손에 든 천 조각을 계속 흔들며 말했다.

“그러니 사해의 수행자들은 어쩌면 정말 저들 세 문파와 암중에 결탁했을 수 있소! 생각해 보시오. 만약 저들이 출구가 열린 후에 도착해서 자신들의 몸에 영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증명한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오? 그때 가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과 목숨 걸고 싸우다가 다른 세력이 어부지리를 거두게 해야겠소? 그러니 그저 그들을 보내줄 수밖에 없소!”

그리고 다시 손에 든 천을 흔들며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군!”

만약 사해의 수행자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 완벽한 계획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들은 처음부터 순전히 우유도의 계획만 믿고 따라왔다. 물론, 우유도의 계획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정말 그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칠 국의 세력을 순차적으로 유인해 죽일 수 있었다면, 칠 국의 세력은 당연히 크게 약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자연스럽게 물건을 가지고 관문을 지나가는 게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었다. 그런데 계획에 허점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사해의 요마귀괴들은 이미 우유도라는 해적선에 올라타서 내려오지 못할 뿐이었다. 또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라는 뜻으로,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서 그만둘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우유도와 같이 끝까지 가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을 이끄는 몇 명은 이미 우유도와 의형제를 맺기까지 했다. 또 우유도가 목숨을 걸고 적들을 유인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지금은 놀란 마음에 거북이처럼 숨어들어 나타나지 않을 뿐이었다. 세상에 어디 그리 완벽한 계획이 있겠는가?

모닥불에 둘러앉아 있는 일행의 안색이 무거워졌다. 태숙산악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신중하게 계획된 음모인 듯했다.

무상궁의 장로 도무봉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이 진실일 수도 있단 말이오?”

능소각의 장로 정만당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물건이 중립인 세 문파의 손에 있어, 연, 위, 제국은 물건을 빼앗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오? 만약 물건을 빼앗지 못했다면, 왜 도망가고, 왜 숨은 것이오? 아주 비정상적인 상황이지. 혹시 누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할 수 있으시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러게 말이야!

연, 위, 제국은 물건을 손에 넣지도 않고 왜 도망쳤단 말인가?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태숙산악도 말이 없었다. 두 가지 모순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이겠는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번 천도비경의 물이 아주 혼탁해져서, 이미 방향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태숙산악이 갑자기 흉악한 눈빛을 빛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 문파의 사람들이 바로 여기 있으니 진실을 알고 싶다면 아주 간단하지. 그들에게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게 하면 그만이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을 눈살을 찌푸리거나, 침음했다. 이에 능소각의 장로 정만당이 물었다.

“어떻게 말이오? 있든 없든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오. 분명 그런 일 없다고 하겠지. 그렇다고 그들이 순순히 우리가 검사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 아니오? 그들이 정말로 우리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거라 생각하오? 강제로 할 수밖에 없소. 그리고 강제로 검사를 하려 한다면, 저들이 가만있겠소?

저들도 체면이 있는데, 가만있을 리 없소! 그러니 우리가 그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는 뜻이오. 결국 검사를 하려면 적지 않은 피를 봐야 할 텐데, 작은 천 쪼가리 하나에 적힌 글만으로 그런 피를 본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소.”

부거연이 끄덕였다.

“강하게 나가면 분명 싸움이 일어날 것이오! 저들의 재력이 대단하니, 연합하면 돈으로 사람도 죽일 수 있소. 저들을 건드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고, 설사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악전고투가 될 것이오! 그렇게 세력이 깎여 나가면, 일이삼 등은 고사하고, 연, 위 제국과 만났을 때 저들이 우리를 그냥 놔두겠소? 아마 단번에 모두 죽여버리려고 하겠지!”

태숙산악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들의 말이 이치에 맞았다. 확실히 까다로운 문제였고, 저들 세 문파는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다른 세력이 저들을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유도 쪽이 저들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오!”

도무봉이 말했다.

“무슨 의미요? 반드시 저들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의미요? 내가 먼저 무상궁을 대표해서 견해를 밝히겠소. 만약 정말로 저들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빠지겠소.”

그리고 옆에 있는 백천곡의 장로 씨여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당부했다.

“씨 형,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시오.”

씨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 쪽 사람이었다. 외부의 한국과 송국의 전쟁이 중요한 시기에 있었다. 승리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럴 때 만약 저들 세 문파의 분노를 산다면, 만수문의 맹수를 부리는 법문(法門)과 천행종의 대량의 부적만으로 전쟁을 뒤집을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질까!

외부의 전쟁과 이곳의 이익을 비교해 봤을 때, 그는 저들 세 문파가 계속 중립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바로 우유도가 다른 세력은 건드려도 저들 세 문파는 쉽게 건드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저들 세 문파와 반목하지 않을 것이다.

태숙산악은 얼굴을 씰룩거리며 가슴속의 화를 토해냈다.

“그럼 설마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넘어가잔 말이오?”

씨여가 태숙산악이 들고 있는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대체 그 서신은 누가 건넨 것이오? 만약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차라리 그 서신을 들고 세 문파를 찾아가 저들의 반응을 살펴봅시다.”

태숙산악의 얼굴이 다소 부드러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다른 사람도 분분히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결심을 하고나자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세 나라는 적당한 사람들을 모아 같이 출구에 있는 만수문, 영종, 천행종을 찾아갔다.

* * *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안보여는 중립 문파를 수시로 염탐했다. 그리고 또 수시로 외곽의 어두운 곳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외곽에 있는 세 나라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세 나라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유도의 일을 망치길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이 우유도를 죽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만 생각하면, 우유도가 자신에게 한 모든 일을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당시 있었던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맴돌았다. 그 개자식은 악마였다. 뼛속 깊이 새겨진 기억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목숨을 구걸하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그리 못난 행동을 했을까? 다시 되돌아보면, 그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 개자식에게 굴복하다니!

그녀는 자신이 굴복한 후에, 우유도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리던 상황을 기억했다. 마치 그에게 속한 장난감을 만지듯 목을 만지작거리더니, 우유도는 갑자기 그녀의 입을 벌려 단약 하나를 그녀 입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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