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6화. 죽음을 불사하는 사람
안보여가 단약을 복용한 이후, 우유도는 그녀에게 그녀가 삼킨 단약이 고신단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안보여는 깜짝 놀라 우유도가 효월각의 사람이냐고 물었다. 우유도는 그 말을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복용한 것이 고신단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곧 우유도는 그녀를 그대로 풀어 주었다.
그 행동으로 인해서 그녀는 자신이 복용한 것이 고신단이 맞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그녀를 통제할 수 있는 확신이 없었다면, 우유도가 안보여를 풀어 주었을 리 없었다!
떠나갈 때, 우유도는 그녀에게 일정 기간에 한 번씩 복용해야 하는 해약을 주며, 적시에 복용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르길, 그 해약이 천도비경을 떠날 때까지 충분히 복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만약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 천도비경을 나선 후에 해약을 추가로 더 주겠다고 말했다.
살아서 천도비경을 나가, 자신에게 해약을 줄 수 있느냐고 안보여가 물었다.
우유도는 고신단의 위력에 대해 크게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당시 우유도는 일부 비밀을 알려주었는데, 만수문, 영종, 천행종과 협력해서 자신이 수집한 충분한 영종을 세 문파에게 맡겨서 나가게 했으니, 일등을 하는 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 그녀는 우유도가 어디서 그리 많은 영종을 확보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니, 우유도가 사해의 요마귀괴들과 협력해서 영종을 대대적으로 강탈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영종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 일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고는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보여는 우유도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우유도가 그녀에게 서신을 하나 맡겼다. 그리고 그녀에게 오래된 숲의 출구로 돌아가 저들 중립 세 문파가 오면 그 중 만수문의 사람에게 서신을 전하라 명했다.
그렇게 그녀가 이곳에 와서 세 문파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안보여는 이미 서신을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몰래 서신을 살펴보았지만, 밀서였기에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신을 받은 사람의 행동을 보면, 우유도의 말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과연 우유도는 세 문파와 암중에 결탁한 것이다!
그전에는 우유도의 폭거 아래 우유도에게 의지가 제압당해 굴복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자, 안보여는 끝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녀의 자존심이 그녀로 하여금 우유도의 발아래서 굴복하고 기어 다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고신단으로 자신을 통제하려고? 꿈 깨라지!
안보여는 마음에 원한이 쌓였다. 우유도와 세 문파 사이의 관계를 폭로하고자 했다. 하지만 세 문파 앞에서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이들이 우유도와 한편이기 때문에 저들 앞에서 폭로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저 참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진국, 한국, 송국의 사람이 왔고, 안보여는 단호하게 손을 썼다. 저들에게 우유도의 영종을 가로채게 하고자 했다. 우유도의 일을 망쳐, 우유도를 죽이고자 했다!
결국, 자신이 밀고한 서신이 효과를 본 것 같았다. 그녀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진, 한, 송국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안보여는 크게 흥분했고, 원수를 갚을 수 있겠다는 쾌감이 몰려왔다.
양측이 만났다.
“세 분이 사해의 수행자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들었소. 그들이 여러분에게 많은 영종을 안겨주어 일등을 하게 도와줬다던데?”
만수문, 영종, 천행종의 책임 장로에게 태숙산악이 거짓 웃음을 지으며 낭랑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만수문 일행 중, 우유도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던, 조경의 대제자인 서화(徐火)가 참지 못하고 괴상한 눈빛으로 구석에 앉아 있는 안보여를 바라보았다.
서화는 이곳에 오기 전에 조경의 비밀스러운 명령을 받았다. 사부와 우유도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사부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 했다.
그가 안보여가 가지고 온 서신을 확인했었다. 안보여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화는 알아볼 수 있었다.
서신에서는 우유도가 자신에게 한 가지 일을 지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직접 처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가 직접 처리하는 건 번거로울 수 있었다. 그러니 죽음을 불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일을 시켜야 했다. 그러면 일은 간단하고 편리해진다. 그리고 더욱 설득력이 있게된다!
‘죽음을 불사하는 사람’은 우유도가 이미 그에게 보내왔다. 바로 서신을 전달해준 사람이다.
우유도가 말했다. 만약 그녀가 나서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두고, 만약 죽고 싶어 안달이라면, 그 소원을 이뤄주라고 말이다!
태숙산악의 말을 안보여도 들을 수 있었고, 두 눈이 연달아 반짝였다. 자신의 보낸 서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는 한껏 기대했다!
무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녀도 머리와 수완으로 해결해, 마음속의 응어리를 해소하고자 했다.
눈앞에 태숙산악이 사람들을 이끌고 오는 것을 보고, 만수문의 장로 손장호(孫長浩)와 영종의 장로 매구개(梅久開), 천행종의 장로 왕천지(王天地)는 즉시 경계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들을 맞이했다.
태숙산악이 갑작스러운 말을 던지자, 세 사람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의아한 얼굴이었고, 태숙산악이 무슨 의도로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영종의 매구개가 입을 열었다.
“태숙 늙은이,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오?”
태숙산악이 냉소지으며 말했다.
“모른 척해도 소용없소. 우리도 다른 뜻은 없이 그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고 싶을 뿐이오.”
천행종의 왕천지가 말했다.
“당신 먼저 말을 확실히 하시오.”
“사해의 요마귀괴와 한편이 아니란 말이오?”
만수문의 손장호가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지금 시비 거는 것이오?”
“이런!”
태숙산악이 손을 들어 진정시키는 모습을 취하더니 말했다. 그러나 만수문의 사람들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결국, 태숙산악이 한 손에 들고 있던 천 조각을 건네며 말했다.
“직접 보시오.”
손장호는 천 조각을 받아들여 펼쳐보았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곧 다른 사람들에게도 천 조각을 건넸고, 적힌 내용을 보게 했다.
다른 두 명도 내용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매구개가 두 손가락으로 천 조각을 흔들며 물었다.
“무슨 뜻이오?”
무상궁의 장로 도무봉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 명확히 적혀 있지 않소, 무슨 뜻인지 우리에게 물어볼 필요 있겠소?”
“시비를 걸려고 해도 이처럼 저열한 수단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소. 그냥 아무 천 조각에다가 아무렇게나 갈겨쓴 것을 가지고 지금 우리를 심문하겠다는 것이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백천곡의 장로 씨여가 손사래를 쳤다.
“매형, 오해요. 이 물건은 바로 얼마 전에 누군가 남몰래 우리 쪽 제자에게 건네준 것이오. 여기에는 당신들 말고는 표묘각의 사람들뿐이요. 아무리 그래도 표묘각의 사람들이 한 짓은 아닐 것 아니오? 우리는 그저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고 싶을 뿐이오!”
우리 쪽 사람이 건네줬다고? 질문을 받은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눈빛을 교차하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매구개가 천 조각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누가 한 짓이냐. 즉시 나오너라! 사실을 고하면, 죄를 크게 감하여줄 것이다!”
만수문, 영종, 천행종의 제자들은 다들 침묵했다. 당연히 누군가 나와 인정할 리도 없었다.
그렇게 몇 번 연달아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그것을 보고 매구개는 깊이 추궁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찾아와 묻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들 잘 보셨을 것이오. 이 일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소!”
태숙산악이 하하 웃었다.
“그 위에 적혀 있는 일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오. 듣기 안 좋은 말을 먼저 하겠소. 만약 누군가 우리를 놀리는 것이라면, 그건 우리의 원수를 돕는 것이고, 우리와 대적하는 것이지. 우리는 죽어간 제자들에 대한 혈채를 받아 낼 것이오!”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상대방을 너무 심하게 대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말로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몸을 돌렸다.
이게 끝이란 말인가? 한쪽에서 구경하던 안보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게 정상적인 일이었다. 이들 문파 세력이 싸우는 것은, 일개 산수가 싸우는 방식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산수들은 상대방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바로 손을 썼지만, 문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었고, 그 배후에 여러 가지 일들과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녀처럼 마음대로 은원을 갚을 수 없었다!
안보여는 하마터면 뛰쳐나와 지적할 뻔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럴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몰래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뛰쳐나왔다면, 그건 공개적으로 만수문, 영종, 천행종과 대적하는 것이었다. 금단방 이 위의 산수는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삼대 문파 같은 거대 세력과 대적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를 일으키던 사람들이 떠난 후, 손장호, 매구개, 왕천지가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비록 태숙산악 앞에서는 혹시라도 저들에게 틈을 보일까 봐 이번 일에 대해서 깊게 추궁하지 않았지만, 저들이 떠났으니,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
“누구 짓이든 일단 나와야 할 것이다. 순순히 나서서 이런 짓을 한 원인을 자세히 밝히기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절대 추궁하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아무 소리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우리가 누군지 밝혀낸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후일 것이다!”
매구개가 강하게 경고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거기까지 말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세 문파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천 조각 하나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고, 인정할 리도 없었다. 안보여도 감히 자신의 짓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죽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결론지어지지 않고 종결되었다
물론, 세 문파도 진, 한, 송국에서 고의로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니 제자들에게 암중에 경계를 강화하라 명했다.
경계 인원을 배치했을 때, 조경의 대제자 서화가 안보여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아주 가벼운 한마디로 불씨를 붙였다.
“당신이 한 짓이지?”
안보여는 대경실색했다. 그녀가 변명하기도 전에 서화는 이미 그녀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 또한 우유도의 뜻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더는 통제할 필요가 없었다.
안보여가 나서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나섰다면, 그녀에게 나머지 일을 완수하게 압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