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8화. 불길이 일다
우유도는 무조행 등 세 사람과 사도요가 이끄는 일부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안전제일이었다. 비록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싸워야 하는 위험이 생길 수도 있으니, 좀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혹시라도 싸울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싸우라고 시키는 것이 좋았다.
일행은 척후를 보내고는 뒤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오래된 숲 외각에 도착한 우유도는 한 산봉우리 근처로 가더니 일행에게 장작을 모아오게 했다.
일행은 우유도의 지시를 따랐다. 다만 낭량공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산을 태울 겁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다시 질문하기 전에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사람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정오에 연기가 솟아오르면 그들이 저를 찾아올 겁니다.”
낭량공은 즉시 깨달았다. 오래된 숲은 면적이 너무 넓었다. 혹시라도 너무 멀어 연기가 보이지 않을까 봐 불을 크게 지르려는 것이었다. 그러니 연기가 넓게 퍼져나가면, 저쪽에서도 당연히 사람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우유도의 사람들도 그 소란을 틈타, 이쪽으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명의 사람이 큰 면적에 동시에 불을 질렀다. 큰불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일대 숲은 잿더미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행의 생사와 비교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불길이 일고, 우유도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신속하게 철수했다. 그렇게 몇 리 밖에 있는 가장 높은 산에 올랐다.
그곳에 도착한 우유도는 표식을 남기고는 다시 더 먼 곳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 * *
“불입니다!”
오래된 숲에 있는 나무 꼭대기, 주위를 경계하던 사람이 이상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적지 않은 사람이 나무 위로 뛰어 올라왔다.
사람들은 높은 나무 위에서 멀리,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계옥덕은 즉시 고개를 들어 하늘 중앙에 떠 있는 태양을 바라보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사람을 보내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아라, 조심해야 한다!”
“예!”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옥덕은 즉시 아래로 뛰어내려 수색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그렇게 오래된 숲을 벗어나 활활 타오르는 산불지대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주위를 살펴볼 때, 계옥덕은 주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로 직진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표식을 발견할 수 있었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뒤를 쫓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즉시 표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숨겨진 협곡에 도착했을 때, 도착이라는 표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주위를 계속 살펴보았다.
맞은편 산봉우리에서 몰래 살펴보고 있던 우유도는 뒤를 쫓는 사람이 없어 안전하다는 신호를 확인하고 몸을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옥덕과 만날 수 있었다.
예의 차릴 것도 없이, 우유도가 바로 지금 상황에 관해서 물었다.
그렇게 계옥덕이 들려준 상황을 듣고 나자, 우유도는 사건이 자신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표묘각의 인원을 사칭해 도망친 후, 수행자들은 연, 위, 제국의 사람들을 뒤쫓지 않았다. 우유도는 싸움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 말은, 우유도가 저들을 싸움 붙여 각국의 세력을 소모하게 하려던 의도가 성공하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우유도는 문제가 번거로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사람이 출구를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사해의 수행자들은 이제 저 봉쇄를 뚫어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중요한 것은 우유도 혼자서 벗어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량의 영종이 필요했다!
이곳에 도착한 사람은 계옥덕 혼자가 아니었다. 그 뒤에도 다섯 명이 연달아 도착했다.
암중에 인원을 이끌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부화가 다시금 우유도를 살펴보며, 우유도가 언제 각 세력 안에 이 많은 사람을 심었는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각 세력 안에 이토록 많은 첩자를 둘 수 있다니!
부화는 자신들 세력에도 우유도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유도의 부름에 의해 계옥덕 외에도 몇 명이 더 오게 되자, 여기 온 사람들은 서로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상대방의 존재를 몰랐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자, 다들 같은 소속이라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우유도가 한곳으로 자신들을 불렀다는 것은, 이미 이들의 신분이 폭로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일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가 이미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었다.
눈앞에 있는 여섯 명을 보고, 우유도의 심정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하지만 말수가 적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유도는 일부 사람들은 이곳에 없어 신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영원히 자신의 신호를 볼 수 없게 됐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조국이 진, 한, 송 연합에게 전멸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효월각이 조국에 심어놓은 사람도 아마 같이 횡액을 당한 것 같았다.
이후, 이들의 입에서 누군가 비밀을 폭로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우유도 일행과 중립의 삼대 문파가 결탁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우유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심지어 코웃음까지 쳤다.
“내가 관대하게 용서해 주었는데도, 죽고 싶어 환장한 것 같구나. 이제는 정말 날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우유도는 듣자마자,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있었다. 안보여 말고 다른 사람이 없었다!
만약 안보여가 자신이 시킨 대로 계획을 진행했다면, 그런 식으로 상황이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우유도에게 고신단 같은 건 없었다. 고신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안보여를 놀라게 하고자 했을 뿐이다.
우유도가 거짓 고신단으로 안보여에게 겁을 준 것은, 사실 처음부터 안보여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기회라도 주려고 했던 것은, 그 실력을 봤기 때문이었다.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목숨을 살려줬으나, 이리도 쉽게 자신을 배신하고, 게다가 자신의 목숨을 해치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으니, 결국 쓸모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만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안보여는 고신단의 진정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아주 오만한 사람이었으니, 그런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쉽사리 남에게 굴복할 리 없었다. 개미굴에서 추태를 보이긴 했지만, 단 한 번의 일로 평생을 쌓아온 오만함이 꺾일 리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진심으로 우유도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금단방 이 위의 고수를 부릴 수 있다면 큰 전력이 될 거라 믿었기에, 안보여를 살려주는 게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그걸 감수하고자 했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금단방 이 위의 고수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건 천검부 몇 장의 가치와도 비교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줄기 희망을 품었었다.
만약 정말로 안보여가 고분고분 우유도의 말을 들었다면, 우유도는 크게 기뻤을 것이고, 우유도 또한 그녀를 계속 믿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안보여를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졌다. 그 여자는 정말 승복하지 못하고 우유도에게 복수하려 했다!
사람들은 우유도가 누굴 말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을 알고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이 중요한 문제를 언급했다.
“지금 상황에서 저들 각 세력이 연합해서 출구를 봉쇄하고 있으니, 아마 연, 위, 제국 연합도 순조롭게 지나가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일등의 순위로 저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우유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연합해서 봉쇄했다고? 저들 속에 각자 능구렁이가 한 마리씩 들어 있으니, 저자들은 내가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오! 당신들은 돌아가 즉시 행동을 개시해 서로를 이간질하시오. 나는 저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봐야겠소!”
“그게….”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계옥덕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간질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신분이 폭로될 수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오! 적절한 방식을 사용해야지! 직접 이간질을 할 필요는 없소. 간접적으로 분위기를 만들면 되는 것이오. 들어보시오.”
“진, 한, 송국은 처음부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리가 없소. 저들은 뭉쳐있는 장작과 같으니, 불꽃이 하나만 튀어도 타오를 것이오! 먼저 진국을 건드리는 게 좋소. 진국에게, 한국과 송국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등수를 얻는 것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야 하오.
그렇게 해서, 한국과 송국이 연합하게 하고, 진국이 거기서 떨어져 나가게끔 만들어야 하오. 한국과 송국에게는 반대로, 진국이 너무나 탐욕스러워 한국과 송국의 것을 함부로 삼키려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하오. 당신들은 이미 서로 얼굴을 확인했으니, 각자의 진영에서 서로 협력해서 불길이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이렇게 넓은 자리에서, 이런 대화를 노골적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인지, 수시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우유도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주위는 우리 사람이 지키고 있으니, 누군가 접근하면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소.”
우유도는 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잘 설명해 주었다. 사람들 또한 궁금한 부분에 대해 우유도에게 연신 질문했고, 우유도는 그 부분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자, 진정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확실히 별로 위험하지 않았다. 다들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계옥덕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돌아가서 보고해야 합니다. 너무 오래 떠나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다른 분부가 없다면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소. 당신들이 만든 불길이 각국 내에서 치솟게 된다면, 그 싸움에 참여하지 말고 바로 우리 쪽에 합류하시오. 당신들을 마중할 사람을 보내겠소. 만나는 방법은 기존 방식과 같소. 걱정하지 마시오. 천도비경을 떠날 때, 당신들을 같이 데려갈 것이오. 나간 후에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걱정하지 마시오. 그저 싸우다가 본대를 놓쳤다고 말하면 그만이니.”
“또 이번 일 때문에 당신들은 신분이 폭로될 수 있으니, 더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소. 나간 후에 즉시 자신이 속한 곳에서 벗어나시오. 만약 그대들이 원한다면 남주에 와도 좋소!”
한 사람이 쓴웃음을 지었다.
“벗어나지 않으면 최대한 신분을 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벗어나면 신분이 폭로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각 세력의 추적을 받을 것입니다. 조직의 규칙이 있습니다. 신분이 폭로될 위험이 있는데, 상부에서 우리가 공개적으로 도망치게 놔두겠습니까?”
“상부는 걱정할 것 없소. 그 일은 내가 나서서 당신들을 위해 처리해 주겠소. 그 정도는 당신들 상부에서 내 체면을 봐서 들어줄 것이오. 별일 아니라 할 수 있소.”
당신들 상부?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