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화. 의심암귀(疑心暗鬼)
계옥덕이 말했다.
“당신은 우리 조직의 사람이 아닙니까?”
“아니오!”
사람들이 각각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우유도가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당신들 상부가 날 위해 당신들을 준비해줬소. 당신들 상부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당신들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오. 즉, 당신들 상부에게 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지. 그러니 내가 당신들 상부에 부탁해 당신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소.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 없소.”
“한 가지 더 말해주지. 우리가 무사히 비경을 나가게 되면, 당신들 조직에 곧 큰 변화가 생길 것이오.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당신들 조직은 곧 겉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오!”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우유도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 일에 남주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오. 이 때문에 당신들 상부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나를 도우려고 하는 것이지! 내가 입을 열면, 당신들 조직은 허락할 수밖에 없소. 만약 고신단이라는 골칫거리를 안고 있어도 걱정할 것 없소. 해약은 내가 구해주겠소. 만약 가능하다면, 완전히 고신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해독약도 구해줄 것이오. 아무튼 나중에 방법을 찾아보겠소. 아무튼, 당신들에게 해약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오.”
“물론 이 모든 것은 여기서 나가야만 알 수 있는 것이오. 지금으로선 증명할 방법이 없고,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 그러니 당신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강요하지 않겠소. 남주에 오는 사람은 모두 환영하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단 남주에 오기로 결심한다면, 이 우 모를 믿을 수 있다면, 그 모든 문제를 내가 대신 처리해 주겠소. 당신들은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소!”
“그러니 당신들이 나중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시오. 지금은 일을 성사시킨 후에, 각 진영에서 벗어나는 일이 제일 중요하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위험해지지. 나는 당신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소!”
“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이제 다들 떠나시오!”
사람들은 다들 침묵하며 우유도가 한 말을 속으로 곱씹기 시작했다. 곧 동시에 포권을 하고는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그들이 모두 떠난 후, 우유도는 사도요를 불렀다. 그리고 만동천부에게 방금 떠난 사람들을 마중하는 일을 맡겼다.
우유도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또 그저 저들이 일을 잘 처리하게 하려고,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말도 아니었다. 저들은 정말로 비경에서 우유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효월각이 원인이든 아니든, 저들은 다들 목숨을 걸고 우유도에게 도움을 주었다. 만약 저들이 없었다면 우유도는 아주 곤란했을 것이고,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유도가 불렀던 사람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부화와 낭량공이 우유도에게 다가왔고, 부화가 물었다.
“그쪽이 어떤 상황이야?”
“일이 좀 곤란하게 됐습니다. 칠 국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진, 한, 송국이 같이 조국을 쳤고, 지금 연합해서 비경의 출구를 봉쇄…….”
우유도는 상황을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런 시기에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사 조국이 없다 해도, 사해의 수행자들이 몇몇 문파와 세력들을 없앴다 해도, 칠 국은 여전히 상당히 큰 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은 지금 있는 사해의 세력만으로 뚫고 갈 수 없었다.
부화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좀 곤란한 것이 아니라, 매우 곤란하게 된 거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저들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모릅니다. 반면에 우리는 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요. 저들은 밝은 곳에 자신들의 모습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으나, 저희는 어두운 곳에 숨어 저들의 용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승산입니다!”
“동생, 단념하지그래. 상대방들이 연합해서 출구를 봉쇄했으니, 동생은 일등을 할 수 없어졌어!”
우유도는 고개를 가로젓고, 여전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이 영종을 한곳에 모으지 못하게만 할 수 있다면, 여전히 일등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사도요에게 말했다.
“비경 행이 끝나가니, 연, 위, 제국의 사람들도 다가오고 있을 겁니다. 사람을 보내 그들을 찾으십시오. 자금동의 장로 엄입을 만나야겠습니다!”
사도요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목적지 없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 어쩌나?”
“불을 질러 연락하십시오!”
또? 일행은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서야,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우유도와 엄입은 마지막 연락 방식과 시간을 정했었다. 엄입은 반드시 출구가 열리기 보름 전에 도착하기로 우유도와 약속한 상태였다. 이쪽에서 사람들을 여기저기 보내 불을 지르기만 하면, 엄입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세 줄기 연기를 보면 남겨놓은 표식을 보고 찾아오기로 되어있던 것이다.
* * *
“태숙 형, 어째 한국과 송국의 사람들이 수상하오.”
“뭐가 그리 수상하오?”
“어째 저들이 수상쩍은 모습으로 우릴 노려보는 것이, 연합하는 모양새가 아닌 것 같소. 오히려 우릴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니…. 정말 저들이 우리와 연합해서 순위를 쟁취하려는 것이 맞소? 지금 보니 어째 저들은 순위는 뒷전이고, 출구가 열리면 도망칠 생각만 하는 것 같소.
만약 우리를 그냥 이용하기만 하는 거면, 그렇다 해도 크게 상관이 없을 거요.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포위망을 뚫으려고 할 때 우리를 버려두고 도망가려는 계획을 짜고 있는 거라면, 걱정이오. 혹시나 저들이 다른 세력과 연합해서 우릴 공격할까 걱정되오.”
“쓸데없는 걱정이오.”
“그렇지 않소. 태숙 형, 저기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시오.”
계옥덕이 한 기운종 제자를 끌고 가서 쑥덕거렸다. 그리고는 한 곳을 가리켰고, 기운종 제자는 그곳을 유심히 관찰했다. 잠시 후, 그곳을 관찰하던 기운종 제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위 형, 진국이 정말 믿을 만하오?”
“어째서 그러시오?”
“기운종이 어떤 문파인지 다들 알고 있지 않소. 저들과 연합이라니, 어째 호랑이 굴에 들어선 느낌이 들지 않냐는 말이지. 요즘 어째 진국 사람들이 수상쩍은 모습으로 우릴 살펴보는 것이, 혹시 일등을 위해서 우리를 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오.”
한국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백천곡의 제자 옆에 붙은 한 사람이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는 모두 우유도가 효월각의 사람들에게 지시한 내용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각 진영에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해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심지어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스스로 하기도 했다. 진국에 있는 우유도의 첩자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 공교롭게도 한국과 송국의 수행자들이 꼭 그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반대로 한국과 송국에 숨어 있는 우유도의 첩자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는, 진국에 있는 수행자들이 꼭 그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는 각국 안에 있는 우유도의 첩자들이 적절한 시간을 정해 어떤 행동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나라에 있는 우유도의 첩자들은, 그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수행자들을 데려와서 이를 목격하게끔 했다.
각국의 수행자들은 말만 들었을 때는 쉽게 믿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유도의 첩자들이 저지르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의심하는 말들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각 세력 진영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기회를 엿보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서서히,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불신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모두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타국 수행자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부의 첩자를 당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내부에 첩자가 있는지조차 각국 수행자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유도의 계획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만약 이들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말하며 오해를 불식시켰다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원래부터 신뢰가 아니라 이익 관계로 맺어진 관계이다 보니, 게다가 그 관계가 임시로 맺어진 관계다 보니, 서로서로 믿지 못했다.
의심암귀(*疑心暗鬼: 의심하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는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이 드니 경계를 하게 되고, 방비하기 위한 인원 배치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한쪽이 움직이면, 곧 다른 쪽이 자극을 받아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서로서로 자극을 주면서 이들 연합의 분위기가 갈수록 괴이해졌다. 서로를 살펴볼 때, 상대방에게서 우호적이지 못한 눈빛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 * *
“씨 형, 도 형, 정 형, 부 형, 다들 여기 계셨소?”
아래 제자가 저들 네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보고, 태숙산악이 즉시 그곳에 와서 유쾌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태숙 형!”
네 사람도 유쾌하게 웃으며 포권을 했다. 씨여가 웃으며 물었다.
“태숙 형이 어쩐 일로 오셨소?”
“어째? 일이 없으면 오면 안 되오? 설마 네 사람이 내게 숨기는 일이라도 있는 것이오?”
태숙산악은 태평하게 한 마디 내뱉었지만, 그 안에 가시가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능청스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확실히 일이 있긴 하지. 저번에 우리가 받은 밀서 말이오. 중립에 있는 세 문파에서 아직 우리에게 뭐라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혹시 같이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시겠소?”
부거연이 말했다.
“물어볼 필요 있겠소. 할 말이 있으면 진즉에 말을 했을 것이고. 할 말이 없다면 가서 물어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니 말이오.”
아무튼, 태숙산악이 뭐라 말해도, 한국과 송국은 저들 세 문파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렵게 태숙산악을 돌려보낸 후, 도무봉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들 세 문파에 계속해서 추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설마 저 늙은이가 저 세 문파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정만당이 말했다.
“우리 두 나라의 협조 없이는 혼자서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오. 난 오히려 우리가 걱정되오. 기운종이 어떤 집단인지 다들 알고 있을 것이오. 만약, 연, 위, 제국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다가, 입구가 닫히기 전에 나타난다면…. 그리고 저 늙은이가 우리와 연합해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쩌면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소!”
씨여가 말했다.
“그렇소, 우리가 만약을 대비해서 세 나라의 영종을 하나로 모아 등수를 차지하자고 했을 때, 죽어도 동의하지 않은 걸 봤지 않소! 그것을 보면, 저 늙은이가 얼마나 일등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소. 정말로 다급해지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않겠소. 여러분, 대비해야 할 것이오!”
진국 쪽으로 돌아간 태숙산악이 ‘쾅’ 나무를 주먹으로 때렸다. 한 기운종 제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숙, 상황이 어떻습니까?”
태숙산악이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전부터 이리저리 핑계 대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저들에게 같이 가서 물어보자고 하니 싫다고 하더구나. 저들은 처음부터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저들과 같이 연합하는 건 대바구니로 물을 퍼내는 것처럼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구나.”
그 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두 세력의 움직임이 정말 이상합니다. 암중에 인원을 재배치했는데, 확실히 재배치된 인원 중에 상당수가 저희 쪽으로 재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연, 위, 제국이 많은 영종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마지막이 돼서야 나타날 것입니다. 설사 출구가 열린다 해도, 저들 두 세력이 도망친다면, 우리만으로 연, 위 제국의 손에서 물건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아마 저들을 막아서는 일조차 어려울 겁니다.”
태숙산악이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이처럼 진심으로 저들을 대하고, 저들과 같이 조국의 영종을 균등하게 분배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가진 영종이 많음에도 말이다. 적극적으로 저들과 표묘각의 상금을 균등하게 나누겠다고 했지! 내가 이처럼 저들을 후대했는데, 저들은 나를 속여 먹을 생각만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구나!”
그 제자가 급히 설득했다.
“구숙, 충동적으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저들 두 세력은 연합해서 우리를 상대하고 있으니, 만약 정말 싸우게 되면, 우리 세력이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다른 세력에게만 좋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