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2화. 우유도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다
“혼자서 나갈 수 있겠는가?”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엄입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혼자 갈 수 있으면서, 어째서 선후를 정하는 것인가?”
우유도가 사해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저들이 더 쉽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말한 대로 해야만 저들이 더 쉽게 영종을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출구 쪽에는 제가 이미 불화의 씨앗을 심어놓았습니다. 현재 사람들은 제가 퍼뜨린 소문 때문에 무수히 많은 영종이 만수문에게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확신이 아니라 의심일 뿐이지만, 계속 조작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세 문파가 떠난 후에 제가 바로 그 뒤를 쫓는다면, 그 오해가 더 깊어질 것입니다.”
엄입이 혼란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도대체 지금 자네가 하는 말들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군!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네!”
우유도가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지금까지 제 계획이 실패한 적 있었습니까? 완전히 제 계획대로 모든 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상황을 지금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무튼, 저는 사해의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영종이 중립을 취한 세 문파의 손에 있다고 오해하게 할 수만 있다면, 저들이 제가 중립 세 문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을 믿게 만들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아닙니다.
제가 세 문파와 함께 이미 천도비경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영종 또한 이미 제가 다 가지고 나갔다고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각국의 사람들은 사해의 사람들과 목숨 걸고 싸워도 얻을 게 없다고 믿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사해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손쉽게 나갈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정도로는 포위망을 흔들 가능성이 크지 않아!”
“엄 장로님!”
우유도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곧 다시 부드러워지며 말했다.
“이번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저는 다 이용해야 합니다. 한 줄기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엄입이 또 뭔가를 말하고자 했지만, 우유도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영종이 없었기 때문에, 자금동이 목숨 걸고 그들을 막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 또한 제가 장로님께 드리는 변명인 겁니다!”
“이제 와 그런 변명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필요합니다!”
우유도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곧 다시 부드러워지며 말했다.
“이번은 정말로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진국 손에 있는 영종뿐만 아니라, 자금동의 영종도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암중에 결탁해서 일등을 하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저들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반드시 자금동의 영종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안정적으로 일등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들키지 않아야만, 자금동이 영종을 몰래 제게 건넬 수 있고, 의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의심을 피한다고? 엄입은 깨달았다. 우유도가 방금 자신에게 그 후안무치한 방법을 건의한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장로님, 지금 밖에서 일어나던 전쟁은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도비경이 끝나면 봄이 찾아와 시냇물이 녹듯,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전쟁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지금 저와 자금동의 관계를 아직 소요궁과 영검산에 알리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끔찍한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들의 의심을 피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 변명을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다들 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우유도가 이처럼 심모원려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자네….”
엄입은 말문이 막혔다. 안색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우유도에 대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우유도가 모든 상황에 대해 빈틈없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눈앞의 일뿐만 아니라, 이후 전쟁과 남주의 정세까지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지금 세운 계획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우유도가 이번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엄입은 다만, 우유도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조금 경계하게 되었다. 지금 자금동이 우유도를 문하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헷갈린다는 착각이 들었다.
두 손으로 검을 짚고 서 있는 우유도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두 눈에 순간, 알아차리기 어려운 피로가 스쳐 지나갔다. 눈빛을 수습한 우유도가 정적을 깨뜨렸다.
“장로님, 사해의 사람들이 나간 후, 자금동도 오래 머무르지 말고 바로 나가야 합니다. 다른 네 나라가 욕심에 눈이 멀어 자금동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빠르게 천도비경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엄입은 깊은 생각에 빠지더니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가 고개를 들어 사해의 수행자들을 돌아보았다.
“당신들이 포위망을 뚫을 때, 어느 정도 방해를 받을 것이오.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영종을 우리 자금동에게 맡기는 것은 어떻소? 영종을 우리 자금동이 가지고나가면 더 안전하지.”
이 또한 우유도를 위한 생각이기도 했다. 만약 이들 요마귀괴가 나중에 배반하고, 비경을 떠나 우유도를 돕지 않으려 하면, 우유도가 지금껏 심혈을 기울여온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안 돼요!”
부화가 즉시 날카로운 목소리로 거절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반대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직설적으로 밝혔다.
“이 영종은 우리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목숨줄이에요! 우리가 만약 영종을 내어 준다면 더는 이용가치가 없으니,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어찌 알겠어요. 우리가 나가기만 하면 당연히 약속을 지킬 거에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나가지 못하면, 차라리 영종을 바닥에 뿌려버리고, 저들 다른 세력들에게 주워가라고 하는 게 낫겠군요!”
그녀는 우유도를 보며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동년, 동월, 동일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동년, 동월, 동일에 죽기로 했잖아!”
이건 의형제를 맺을 때 했던 맹세였다. 그녀는 만약 자신들이 살아남지 못하면, 우유도에게도 살 생각하지 말라 경고한 것이다!
엄입의 안색이 굳어졌다. 우유도가 손을 들어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리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저들이 가지고 있게 하시지요! 저는 강호를 거닐면서, 길이 있으면 걷고 사람을 만나면 사귀었습니다. 성의를 가지고 저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저도 당연히 박대하지 않고 인의를 가지고 대할 것입니다!”
부화가 순간 꽃처럼 아름답게 웃더니 엄지를 치켜세웠다.
“좋아, 동생의 말이 마음에 드는군!”
지금 이들은 아주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니 마지막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영종을 빼앗기는 것을 좋아할 리 없었다.
엄입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별말 하지 않았다. 우유도의 어깨를 두드린 엄입은 우유도에게 한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손짓했다.
우유도는 엄입과 한쪽으로 가더니 웃으며 물었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자네 혼자서 간다니, 어찌할 생각인가?”
“상황을 보고 정할 것입니다. 지금은 뭐라 확언을 드리기 어렵군요. 어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협곡의 강줄기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었는가?”
우유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요행이었습니다! 원래는 자금동의 힘을 빌려 벗어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 안에서 은밀한 동굴을 찾아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가 그곳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다른 세력들이 모두 철수한 후였습니다. 그렇게 벗어날 수 있었지요.”
“호오, 수색하는 사람 중에 그곳에서 표묘각의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하네. 저풍평은 자네가 변장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더군. 이곳을 나간 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네.”
그 말을 하며 엄입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유도를 곁눈질했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마음대로 하라고 하십시오. 제가 바로 서 있으니, 그림자가 기울어져 있다고 걱정할 필요 없지요!”
“다행이군!”
엄입이 끄덕였다. 우유도에게 별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음, 우유도는 다시 엄입에게 당부했다. 안보여와 관련된 일이었다.
할 이야기는 모두 마쳤다. 비록 엄입에게 다소 번거로운 요구이기는 했지만, 별다른 위험이 없으니, 통쾌하게 승낙했다.
엄입은 우유도가 자금동 문하의 사람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미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이제 와 바꿀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엄입은 자금동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우유도를 도울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러니 엄입은 별다른 위험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해, 진정으로 도움을 주었다. 우유도 또한 엄입을 믿었다. 이제 와 서로를 배신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각자가 서로의 배를 찌를 수 있는 치명적인 검을 지닌 상태나 다름없었으니, 일단은 등 뒤에서 칼을 찔리지 않으려면 웃으며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런 곳에서 엄입을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미 서로의 능력을 확인했으니, 서로 믿음과 신뢰가 생겨 있었다.
어쨌든, 이곳이 오래 머물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너무 오래 떠나있으면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엄입은 빠르게 떠나갔다.
계획을 듣고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부화 등 일행은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전하게 천도비경을 떠나기 위해 우유도의 계획에 따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저들이 우리에게 손을 쓰려고 한단 말이냐?”
만수문의 장로 손장호, 영종의 장로 매구개, 천행종의 장로 왕천지 모두 깜짝 놀랐다. 소식을 전해온 기운종의 제자가 끄덕였다.
“저희는 그저 호의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포권을 한 기운종의 제자는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작별을 고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영종의 제자 한 명이 들어와 보고했다.
“장로님, 한국이 일단의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세 문파는 대경실색했다. 정말 기운종의 말대로 상대방이 손을 쓰려 한단 말인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과할 수 없었다. 세 문파는 빠르게 제자들을 불러 모아 대비했다. 외부를 방어하던 제자들만으로는 한국 수행자들을 막을 수 없었다. 양측은 빠르게 다른 제자들을 모아 병력을 더 증강시켰고, 서로 대치하게 되었다.
영종의 장로 매구개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한국 백천곡의 장로 씨여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쪽에서 두 명의 제자가 실종되었소. 여러분께서는 저희 제자를 본 적이 있으시오?”
만수문의 장로 손장호가 얼굴을 씰룩였다.
“당신들 제자가 실종된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시오?”
“당신들의 사람들이 우리 제자를 잡아가는 것을 보았다는 제자가 있소!”
손장호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씨여는 여전히 표정을 굳힌 채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당신들과 적대하고 싶지 않소. 그렇다고 우리 제자들이 무고하게 당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소. 세 문파에서 사람을 내놓기만 하면,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겠소.”
천행종의 장로가 소리쳤다.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오? 지금 이걸 도발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양측이 논쟁하고 있을 때, 이 상황이 송국에게 전해졌다. 능소각의 장로 정만당과 열천궁의 장로 부거연이 의아한 모습으로 말했다.
“가봅시다. 가서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