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화. 힘 대결
우유도가 이처럼 큰 심혈을 기울인 작전이 이제 시작되었다. 이제 반드시 진국의 영종을 얻어야만 했고, 실수가 있으면 안 됐다. 그러니 지금 우유도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모두 동원했다. 반드시 진국의 잔당을 이곳에 모두 묻어야 했다!
사방에서 포위 공격을 하니, 진국 수행자들은 비통해하며 목숨을 걸고 반항했다!
무조행, 운희 모자 또한 뛰쳐나와 우유도의 좌우에서 그를 호위했다. 지금 우유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해야 했다. 우유도가 자금동에게 포위망을 풀게 해야 이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우유도가 없다면, 자금동은 어쩌면 이들 손에 있는 영종을 빼앗으려 할 수도 있었다. 포위망을 풀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을 치려 할 수도 있었다!
싸움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장이 과열되었고,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치열한 싸움이 되었다.
진국 사람들은 오래된 숲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또다시 힘겹게 도망을 치고 있었다. 이미 적지 않은 법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어부지리를 바라는 이들을 만났으니, 전투가 어찌 진행되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저 힘겹게 버틸 뿐이었다.
“죽어라!”
공중에서 태숙산악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손을 내밀자 허공에 거대한 망치가 나타났다. ‘쾅’ 소리가 들리며, 미처 방어하지 못한 홍개천이 망치에 얻어맞고 날아갔다.
“핫!”
부화가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요기를 내뿜었다. 곧 부화의 온몸에서 셀 수 없는 나무줄기가 폭발하듯이 뻗어 나와 태숙산악이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위력의 망치와 태숙산악 본인을 휘감았다.
이때, 태숙산악의 손에 들고 있던 망치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더니 사라졌다. 망치가 폭발하는 순간, 충격파에 의해 나무줄기가 몇 개 끊어졌고, 그 틈을 타 태숙산악은 자신을 휘감고 있는 줄기를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동시에 손을 빠르게 회전시켜 줄기를 팔뚝에 감기 시작했다. 나무줄기의 표면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었으나, 가시가 팔뚝을 찌르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태숙산악은 순간적으로 부화와의 거리를 좁혔다.
부화의 줄기에는 예리한 독침이 있었다. 법력을 이용해 태숙산악을 꽉 붙들고 있던 부화는 경악했다. 독침이 태숙산악의 피부를 뚫지 못한 것이다.
태숙산악은 한쪽 팔을 제외한 나머지 몸이 이미 줄기에 꽁꽁 쌓인 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줄기는 이미 거대한 공처럼 그를 돌돌 말고 있었다.
그러나 태숙산악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줄기를 팔에 감은 다음, 팔을 뒤로 힘차게 당겨 줄기를 끌어들였다. 부화의 몸에서 줄기가 자라나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부화가 태숙산악에게 끌려가게 되었다.
그 순간, 단무상이 신속하게 다가왔다. 그는 본체를 안개, 즉 귀무(鬼霧)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부화가 끌려 들어가 태숙산악에게 일격을 맞기 전에, 안개로 변한 단무상이 줄기 사이를 파고들어 그 안에 묶여 있는 태숙산악을 죽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때,
쾅!
금빛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줄기로 만들어진 공이 터져나갔다. 진짜 화염은 아니었고, 오직 법안으로만 보이는 금빛 화염이었다.
금빛 화염 안에 있는 주먹이 줄기 공을 터트린 것이다.
쾅! 충격에 의해 단무상의 안개가 밖으로 튕겨 나갔고, 금빛 화염에 둘러싸인 주먹이 끌려온 부화의 가슴에 적중했다. 마치 쇠망치 같이 사방으로 불똥이 튀었다.
“악!”
부화의 비명이 길게 퍼져나갔다. 줄기로 만들어진 공과 연결이 끊겼고, 가슴에는 마치 불에 그을린 듯한 자국이 남았다.
부화는 괴롭다는 듯, 갑자기 손을 가슴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을 가슴에서 꺼내자, 가닥가닥 끊긴 채 불타고 있는 줄기들이 부화의 가슴에서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부화는 뭔가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도마뱀이 살기 위해서 꼬리를 자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 줄기를 뿜어냈다. 가슴에서 타오르는 줄기를 수없이 뿜어내고서야 태숙산악의 기운이 담겨 있는 위력적인 일권을 해소할 수 있었다.
부화가 자신의 몸 안에 담긴 태숙산악의 기운을 해소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태숙산악은 나무줄기 공에서 튀어나와 목표를 바꾼 상태였다. 그의 매서운 일권은 밖에 퍼져 있는 안개를 향하고 있었다.
퍽!
귀무로 변신한 단무상이 태숙산악의 일격에 맞아 튕겨 나갔다. 허공에서 답답한 신음이 들려왔다. 안개가 사라지고 단무상이 다시 나타나 있었는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기운종의 열염금신결!”
우유도 옆에서 관전하던 무조행이 중얼거렸다. 한쪽에 있던 운희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침 단무상, 부화와 상극이군!”
우유도는 공중에서 교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저 세 명은 허공에서 한시도 땅에 내려서지 않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우유도는 초려산장에서 일전을 벌였던 조웅가의 싸움을 떠올렸다. 저것이 바로 진정한 고수와 일반적인 수행자의 차이였다! 이미 대지의 중력에 자유자재로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공중에서 몸을 돌린 태숙산악은 그렇게 위력적인 일권을 통해 두 사람을 떨쳐냈다. 그때, 낭량공이 나타났다.
낭량공은 마치 구중천에서 뛰어 내려오듯이, 하늘 위의 장막을 끄집어 끌고 오듯이, 하늘 위에서 깔때기 모습의 백운(白雲)을 붙잡고 쏘아져 내려왔다.
백운은 신기하게도 낭량공의 명을 듣는 듯했고, 낭량공의 힘에 의해 태숙산악에게로 던져졌다. 흰 구름은 마치 해일처럼 태숙산악을 덮쳐갔다. 흰 구름이 태숙산악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안에서 물로 만들어진 화살인 무수한 수전(水箭)이 쏘아져 나갔다.
태숙산악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허공에서 다시 거대한 망치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빙글빙글 돌려 마치 풍화륜(風火輪)처럼 만들더니, 천둥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 무적의 망치는 무수한 수전을 튕겨냈고, 태숙산악을 덮쳐오던 백운도 풍화륜의 바람에 붕괴했다.
쾅!
낭량공이 피를 뿜었다. 망치에 정면으로 두들겨 맞은 그가 백운을 거꾸로 뚫고 튕겨 나갔다.
정말 그의 실력이 놀라웠다. 공중에서 네 명의 고수가 연합을 했는데도 태숙산악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곁에 바람이 불었다. 우유도가 돌아보자, 무조행의 등 뒤에 서늘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미 검을 뽑은 그가 하늘로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성깔 있군!”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합해도 태숙산악 한 사람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에게 얻어맞고 여기저기 튕겨 나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무조행을 부르지 않았는데, 알아서 뛰쳐나갔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손을 쓴 것이다!
검광이 번쩍였다. 무조행이 휘두른 검광은 마치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의 꼬리를 남기며 태숙산악을 향해 휘둘러졌다.
태숙산악이 대충 뒤돌아보더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뭔지 확인하지도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쾅!
공중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검광과 강기로 만들어진 망치가 같이 터져나갔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밀려났고, 강기가 주위에 휘몰아치며 하늘의 구름을 흐트러뜨렸다.
검광이 파괴되었지만, 무조행은 공중에서 다시 몸을 비틀더니 다시 검을 들어 쏘아져 나갔다.
“죽으려고 환장했군!”
태숙산악이 천둥소리처럼 소리치고는 두 눈이 마치 금색 화염처럼 불타올랐다. 양손을 움켜쥐자, 양쪽에 각기 하나씩 망치가 생겨났다.
두 개? 무조행이 대경실색했다!
다만 이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 망치가 양쪽에서 무조행을 번개같이 공격했다.
무조행이 급히 검을 가슴 앞에 뉘었다. 그러자 가슴 앞에서 검이 빛나더니 두 줄기 검광이 발산되었고, 검광이 양쪽에서 쏘아져 오는 망치를 막아섰다.
쾅! 비록 치명적인 일격은 막을 수 있었지만, 검광은 이미 깨져나갔고, 검광을 깨뜨린 망치가 무조행이 든 검을 충격한 상황이었다. 검이 충격에 의해 뒤로 밀려났고, 그 바람에 무조행은 검의 옆면과 가슴이 충돌하여 충격을 받고 말았다.
무조행은 이미 두 귀에서 윙윙거리는 이명이 들리는 상태였다. 입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렸고, 몸은 이미 강기 폭풍에 휘말려 튕겨 나갔다.
아래 있던 운희는 그 모습을 보고 나뭇가지를 밟고 있는 발을 살짝 움직였다. 손을 쓰려는 의도였다.
그때, 곁에 있는 우유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실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은 보는 눈이 많습니다!”
운희가 잠시 침묵했다. 우유도가 무슨 의도로 그리 말했는지 알고 있었다. 표묘각이 이미 그녀를 주목하고 있으니,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았다.
운환이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당부를 들은 운희가 일단 충동적으로 나서려던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관전했다.
* * *
“어흥!”
수없이 많은 인영이 교차하는 허공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사이에 정신을 차린 홍개천이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으로 아래로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망치를 두 개 들고 있는 태숙산악이 고개를 들어 보니, 홍개천의 온몸에서 요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홍개천은 태숙산악에게로 쏘아져 오며 격렬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마치 사자처럼 머리를 흔들어대자 홍개천의 외양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빠르게 온몸이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순간적으로 삼 장이 넘어가는 거대한 원숭이로 변했다. 흉악한 얼굴에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거대 원숭이였고, 머리끝은 붉은 털이 길게 자라있었다.
붉은 원숭이는 불타오르는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태숙산악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법력을 이용해 경악스러운 힘을 발휘했다. 모든 기교를 압도하는 힘이었다.
분노한 홍개천 또한 두려워하지 않고, 태숙산악과 힘 대결에 들어갔다. 불타는 붉은 원숭이가 양 주먹을 태숙산악에게로 뻗고 쏘아져 내려왔다.
태숙산악은 양손에 망치를 든 채, 망치를 맹렬히 회전시키며 공격 속도를 더했다. 원숭이가 근처에 다가온 순간, 빠르게 회전하는 망치를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쾅!
조금 전과는 다르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한 쌍의 망치가 터져나간 것이다. 태숙산악은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빠르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원숭이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입은 후였다. 망치와 부딪친 두 주먹의 손가락이 모두 비틀어져 있었고, 손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원숭이 또한 피를 토해내며 허공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때, 허공에서 한줄기 서늘한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아래로 떨어지던 태숙산악은 몸을 틀어 반격하고자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태숙산악을 스쳐 지나간 무조행은 검을 역수로 잡고는 등 뒤로 숨겼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의 검 끝에 묻은 핏방울이 바람에 따라 날아다녔다.
양 주먹을 움켜쥔 태숙산악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지만,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으억’거리는 기이한 신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변화는 그의 등에서 나타났다. 등이 갈라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 곧 태숙산악은 세로로 갈라졌다. 허공에서 피를 뿜어내며, 두 쪽 난 인영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홍개천이 태숙산악의 방어를 흐트러뜨렸을 때, 온 힘을 다한 무조행의 일검이 그의 강철같은 몸을 가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