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화. 진국 전멸
무조행은 허공에서 몸을 틀어 우유도가 있는 나무로 향했다.
나무 근처로 가까이 다가왔을 때, 발로 허공을 차며 몸을 회전시켰다. 그렇게 허공에 꼿꼿이 선 상태가 되었고, 의연한 자세로 나무에 발을 내려놓으며 차분히 착지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한 모습이었다.
천천히 우유도 옆에 내려선 그는 허공에 검을 한번 내리쳤다.
휙! 피가 공중에 흩뿌려졌고, 그는 그대로 등에 있는 검집에 납검했다.
우유도가 슬쩍 돌아보고는 입가에 혈흔이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다쳤습니까?”
무조행이 고개를 저었다.
“큰 부상은 아니네!”
“기운종의 이런 고수와 싸워본 것은 처음이지요?”
태숙산악이 갑자기 쌍 망치를 꺼내자 당황하던 모습을 보고 물은 것이다.
무조행이 끄덕였다. 일개 산수에 불과한 그가, 아무 일 없이 기운종 같은 거대한 집단의 기분을 거스를 수 있을 리 없었다. 특히 기운종의 장로급 고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무조행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그리고 손에 묻어 있는 검붉은 핏물을 보며 말했다.
“기운종 내부를 보면, 아마 저자가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네. 어째서 기운종이 수행계에 위명을 떨칠 수 있는지 알겠군. 범상치 않은 실력이네!”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더 많은 여한이 있었다. 금단방 육 위에 이름을 올렸으니, 자신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싸워보니, 어째서 대 문파들이 자신 같은 산수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 또한 인정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 또한 안계를 넓힐 수 있었다. 사해에서 보낸 네 고수들이 연합하고도 태숙산악의 상대가 되지 못하다니! 기운종의 능력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과연, 진국이 천도비경에서 이처럼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문파들이 왜 그들을 조심스럽게 대했는지도 말이다!
“선배님이 직접 태숙산악을 죽이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우유도가 담담히 당부했다.
무조행이 끄덕였다. 우유도는 그에게 너무 충동적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진국이 그를 쉽게 용서할 리 없었다. 다만, 이를 두고 무조행이 대답했다.
“자네는 직접 조국 삼대 문파의 책임 장로들을 죽였지!”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릅니다! 제가 나가면 온 나라가 긴장할 것입니다. 이들은 제게 부탁할 것이 있으니, 저들 몇 명 죽인 것을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 뒤에 있는 비수를 드러낼 수 없습니다.”
무조행은 우유도의 말을 깨달았다. 우유도는 자신의 뒤에 있는 배경과 세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애초에 숨기고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무조행은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폭로할 수 없었다. 우유도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무조행 뒤에 있는 세력은 공개적으로 무조행을 지지할 수 없었다.
“저는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번도 친구를 홀대한 적이 없지요. 만약 관심 있으시면 초려산장으로 오셔도 됩니다. 초려산장의 술과 음식이 나쁘지 않지요. 이것들은 모두 친구를 접대하는 데 쓰는 것이니, 얼마든지 지내도 상관없습니다!”
우유도가 당부했고, 무조행은 침묵했다.
운희 모자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마도 우유도가 또 다른 고수를 끌어들여 초려산장을 지키게 하려는 것 같았다.
이처럼 적이 많은 상황에서, 우유도는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무조행이 오지 않는다 해도 우유도로서는 크게 아쉬울 것도 없긴 했다. 물론, 오면 좋을 테지만 말이다.
쾅! 거대한 신영이 바닥에 내려섰고, 광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일행이 돌아보니, 붉은 털의 원숭이가 숲속에 내려서 있었다. 원숭이는 거대한 손으로 나무를 치워내며, 두 눈으로 우유도가 있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만약 보통 사람이었다면 크게 두려워할 만한 모습이었다.
우유도는 홍개천의 두 손을 주목했다. 손바닥이 크게 갈라져 있었다. 방금 교전으로 인한 상처가 분명했다.
“홍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우유도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휘릭! 거대한 신영이 다시금 광풍을 불러내며 수많은 나뭇잎과 흙을 동반하고 뛰어올랐다가 떨어져 내렸다.
요수가 변신하는 것을 많이 보지 못한 우유도는 깜짝 놀랐다. 홍개천이 자신을 깔아뭉개려는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검병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폭증한 요기가 빠르게 줄어들더니, 거대한 신형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요기가 완전히 사라지자, 홍개천은 다시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일행 옆에 있는 나무 꼭대기에 가볍게 내려섰다. 나무가 일행 앞에서 앞뒤로 흔들렸다.
홍개천의 두 손은 여전히 피로 얼룩져 있었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상처는 어떻습니까?”
“퉷!”
홍개천이 한쪽에 침을 뱉고는 말했다.
“확실히 힘이 보통이 아니군!”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기운종이 뭐 하는 곳입니까? 철을 두드리는 곳이 아닙니까. 힘이 센 것은 정상입니다. 너무 방심하신 것 같습니다.”
방심했다고 뭐라 한단 말인가? 한쪽에서 듣고 있던 운희는 괴이한 눈으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우유도는 지금까지 쉽게 손을 쓴 적이 없으니, 상대방의 힘이 강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철을 두드리는 곳이라….”
홍개천이 이빨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행도 전장을 돌아보았다. 허공에서 내려서던 부화와 낭량공, 단무상이 전투에 합류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들은 까다로운 인원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상대할 수 없는 인원으로 공격했으니,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의 포위 공격 아래, 진국은 단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고 전멸당했다!
전투가 멈췄고, 우유도는 깊은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전장을 정리할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부화 등 일행은 우유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사도요의 안색도 별로 밝지 않았다. 우유도가 물었다.
“사도 장문인은 왜 그러십니까?”
“아홉 명이 희생됐네.”
사도요가 탄식했다. 곧 있으면 출구가 열릴 참이었다. 오십 명이 들어와서 지금까지 별문제 없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이런 손실을 입다니.
마지막 전투의 결과가 나왔다. 다친 인원을 제외하고 총 백여 명의 손실이 있었다.
진국 잔당이라고 해봐야 백여 명에 불과했다. 상처를 입어 얼굴색이 녹색을 띠고 있는 부화가 분통을 터트렸다.
“이놈들은 전투를 한번 치르고 장거리를 뛰어와서, 지친 상태에서 우리와 싸웠다. 그런데도 이런 손실을 우리에게 입혔다. 정말로 진국의 전투력이 실로 강하구나!”
지금 우유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계산해 보니 아직 육백 명이 남아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진국이 가지고 있던 영종을 모두 모을 수 있었다. 수량은 큰 문제가 없었다. 덕분에 우유도는 진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금 각 세력이 가지고 있는 영종의 상황을 분석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중립인 세 문파를 제외하고, 칠국에게 각 세 문파가 있으니, 영종은 대략 스물한 몫으로 나눌 수 있었다.
조국을 전멸시키고, 진국과 한국, 송국이 영종을 나눠 가졌다!
현재, 조국이 없어졌고, 진국도 없어졌다. 연국 손에 세 몫이 있고, 위국에 두 몫, 제국에 두 몫, 한국에 세 몫, 송국에 세 몫이 있었다.
사해의 수행자들은 원래 여섯 몫이라 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영종을 채집한 적이 없었다. 결국, 계산해 보면 두 몫 정도가 적당했다. 하지만 일전에 네 몫을 강탈했고, 지금 진국이 가진 네 몫을 또 얻었다.
대략 계산하던 우유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말은 우리가 이미 열 몫을 손에 넣었다는 말이 됩니다. 거의 반 이상의 영종을 손에 넣은 것이지요. 나머지 다섯 나라 중에 최소한 네 나라가 손을 잡아야 우리를 이길 수 있습니다. 네 나라가 손을 잡고 등수를 쟁취하는 상황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번 천도비경 행에서 일등할 수 있는 승산을 손에 쥐었습니다!”
비록 큰 대가를 치렀지만, 결과를 듣고 다들 기뻐했다. 또 다들 감개무량했다. 처음 천도비경에 참여할 때, 누가 자신들이 일등을 할 것으로 생각했겠는가?
사도요가 말했다.
“자금동이 가진 영종도 있으니, 일등을 하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자금동이 가진 것은 만약을 대비한 것입니다. 지금 저희가 진국 영종을 순조롭게 손에 넣었으니, 자금동에게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영종이 너무 많은 것도 별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을 순조롭게 가지고 나가는 것입니다. 나머지 여정에도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우유도는 사람들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천도비경의 입구가 열리는 날이 가까워졌다.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기다렸고, 어떤 사람은 조급해했다. 또 어떤 사람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금동 쪽은 우유도에게 한국, 송국 사람들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해의 수행자들도 신속하게 반응을 보였다. 주위 경계를 강화하며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한 것이다. 마지막에 한국과 송국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없었다.
한편, 위국과 제국이 같이 연국을 찾아왔다. 그리고 같이 손을 잡고 일등을 쟁취하자는 제의를 했다. 진국 손에 네 몫이 있고, 한국과 송국 손에 각각 세 몫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사실, 연국은 딱히 손을 잡고 싶지 않았다. 자금동은 여유로웠고, 소요궁과 영검산은 남몰래 미소짓고 있었다. 진국이 가진 것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위국과 제국이 손을 잡아도 일등을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저들이 가진 것을 합쳐 보았자 네 몫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연국이 입은 가장 큰 손실은 저풍평이 욕심을 부려 손실을 본 백여 명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국은 세력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었다.
반면, 위국과 제국은 우유도에게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둘을 합쳐도 숫자와 세력에서 연국에게 큰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연국은 저들 두 나라가 쓸데없는 짓을 할까 걱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 오래된 숲 밖에 아직 사해의 요마귀괴와 진국의 잔당, 그리고 도망친 한국과 송국이 있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위국과 제국이 여기서 목숨 걸고 싸워서 다른 사람에게 목줄이 잡힐 짓을 할 리가 없었다.
만수문과 영종, 천행종의 사람들과 같이 있는 안보여는 조급함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수시로 나무 아래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매우 불안해 보였다.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니, 결국 이대로 흘러간다면, 우유도가 무사히 밖으로 나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우유도와 중립 세 문파가 암중에 결탁했다는 사실 또한, 이미 다른 세력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이 사실이 우유도의 귀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유도가 이 소식을 듣게 되면, 누가 한 짓인지 단번에 알 것이 분명했다.
즉,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안보여는 우유도를 죽일 수 없었고, 고신단의 해약 또한 얻을 수 없었다!
원래 안보여는 자신이 퍼뜨린 소문에 의해 우유도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그를 급습하여 해약을 얻어내고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우유도에게 비참하게 굴복할 생각이 없었고 보복하기로 결심했으니,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그러니 우유도가 비경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우유도를 처리해야 했다. 만약 우유도가 이대로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 곁에 있는 세력이 적지 않을 테니, 이후에 우유도에게 접근해서 그를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즉, 우유도가 나가게 되면, 그녀는 고신단의 끔찍한 고통을 겪어낼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자신을 해하려 한 그녀에게 해약을 줄 리 만무했다!
그러니 이대로 우유도가 무사히 도망간다면, 그녀는 복수도 하지 못하고, 고신단의 고통도 그대로 겪어야 했다. 자신이 생각한 모든 것이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