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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998화 (96/1,000)

998화. 반항하지 못하다

지금 안보여는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 우유도와 결탁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게다가 서화가 계속 그녀를 의심하며 떠보고 있었다. 그렇게 출구가 열리는 날이 가까워지면서, 안보여는 결국 견디지 못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또다시 소식을 연, 위, 제에게 몰래 건넸다.

진, 한, 송이 중립 세 문파와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연, 위, 제에게 다시 희망을 걸어보려 한 것이었다.

사실 이들은 이 일에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입의 충동질에 받아든 천 조각을 가지고 결국 중립 세 문파를 찾아가 설명을 요구했다.

중립 세 문파는 답답했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연달아 두 번이었다. 저들 두 세력이 작당했을 리도 없으니, 분명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어 보였다.

중립 세 문파는 당연히 자신들이 우유도와 결탁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다가와 질문하는 세 나라도 사실은 그저 물어보기만 할 뿐,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만약 정말로 그들이 우유도와 결탁했다고 해도, 증거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혹시 다른 사람이 중간에서 이간질하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엄입이 갑자기 중립 세 문파에 경고했다.

“우유도가 우리 쪽 사람들을 적지 않게 죽였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연, 위, 제의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엄입이 생각보다 강경하게 나간다고 여겼다.

한쪽에 숨어 있던 안보여의 두 눈이 반짝였다. 이를 보던 영종의 장로 매구개가 분노했다.

“허! 어디 어떻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지, 그것참 궁금하군!”

이때, 한사람이 뛰쳐나와 소리쳤다.

“제가 저들 세 문파가 우유도와 결탁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요. 우유도가 대량의 영종을 저들에게 건넸다는 말을 이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요.”

뛰쳐나온 사람은 안보여였다. 사람들 사이에 있던 서화의 눈빛이 괴상해졌다. 엄입은 입꼬리를 괴상하게 씰룩거렸다.

서문청공과 위충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안보여가 왜 갑자기 우유도와 적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천행종의 장로 왕천지가 진노했다.

“안보여! 두 번이나 당신이 한 짓이었군!”

안보여는 이제 필사적이었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서화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자예요! 우유도가 저자와 직접 서신을 왕래했어요. 제가 직접 전달해주었지요. 저자를 붙잡기만 하면, 제가 여러분들에게 협력해서 저자의 입을 열도록 하겠어요. 그러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에요.”

사람들이 휙, 빠르게 고개를 돌려 서화를 바라보았다. 중립 세 문파의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서화와 안보여가 수차례 접촉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세 문파의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이들도 당연히 자신들이 우유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안보여가 이간질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서화가 튀어나왔다.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만수문의 장로 손장호가 소리쳤다.

“서화,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서화는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사숙, 저 여자가 저를 음해하는 것입니다! 저 여자가 저를 찾아온 것은 우리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안보여는 천도비경을 떠날 때 위험이 있을까 싶어 저를 통해 저희 세 문파의 비호를 받고자 했습니다. 그게 어찌 제자가 우유도와 결탁한 것이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포권을 하며 말했다.

“실은, 제자가 저 여자의 유혹에 빠져 암중에 몇 번의 관계를 맺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서화가 안보여와 잤다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서문청공과 위충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안보여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곧 서화에게 소리쳤다.

“헛소리!”

서화가 크게 변명하며 말했다.

“거짓이 아닙니다. 안보여의 가슴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붉은 반점이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으면 안보여에게 앞섶을 열어 증명하게 하면 됩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일부는 흥미진진한 얼굴을 하고 안보여의 가슴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확인하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당신…. 당신이 우유도와 같이 나를 함정에 빠트렸어!”

안보여는 수치에 크게 분노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우유도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 이미 우유도에게 거칠게 공격당했던 터라 그녀의 옷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우유도는 당연히 앞섶 사이로 안보여의 가슴을 일부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거기에 있는 붉은 반점을 보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화가 어찌 알고 있느냐고? 당연히 우유도가 알려 주었을 것이다! 우유도가 어째서 서화에게 그걸 알려 주었을까?

안보여는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손을 쓸 수 있었다. 이렇게 함정을 팔 것까지 없지 않은가?

안보여는 그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한 년! 감히 부정하는 것이냐? 몸을 바칠 때는 온갖 달콤한 말로 꼬드기더니, 인제 보니 나를 유혹하고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었구나. 자신 있으면 앞섶을 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어라!”

“이익…. 후안무치한 사람 같으니!”

안보여는 얼굴이 붉어졌다.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어 가슴을 보여주겠는가. 그러면 그녀의 긍지와 자존심이 어찌 되겠는가?

거기에 하필이면 가슴에 붉은 반점이 있었다. 오히려 옷을 벗으면 설명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하하하!”

엄입이 갑자기 크게 웃더니, 세 문파의 책임자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손 형, 매 형, 왕 형 화내지 마시오! 방금 노부가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소. 누군가 중간에서 우리를 이간질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소. 그 때문에 고의로 여러분을 격노하게 했고, 배후에 있는 자를 끄집어낸 것이오. 그자를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지 않겠소?”

그제야 이해가 갔다는 듯, 손장호가 차가운 얼굴로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붙잡아라!”

안보여는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잡힐 수 없었다!

하지만 중립 세 문파의 수행자들이라 해서 실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사람을 놓아줄 리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한 번 곤경을 치르지 않았는가!

순식간에 양측에서 격렬하게 싸움이 붙었다. 세 문파의 고수들이 연합해서 안보여를 협공한 것이다!

격렬한 싸움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흙과 바위가 날아올랐다. 양측은 그렇게 지상에서 나무 위로 날아올랐고, 또 나무에서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밤하늘 아래 안보여는 양손을 휘둘렀다. 곧 주위의 공기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덕분에 그녀를 포위 공격하던 고수들의 반응속도가 느려졌다. 반면 안보여 자신은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그 자리를 벗어났다.

중간에 안보여를 저지하려고 한 사람은, 안보여에게 얻어맞아 날아가거나, 그녀의 법력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안보여는 이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만큼 몹시 재빨랐다. 그녀는 확실히 금단방 이 위의 고수였다. 맘먹고 도망치니, 현장에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막아서지 못했다.

결국, 그녀를 추격하던 사람들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안보여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역시 금단방 이 위의 고수는 달라도 뭐가 다르군!”

뒤를 추격하던 엄입이 나무 꼭대기에 서서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 그도 우유도의 의도를 대략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전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여자를 죽이고자 했다면, 한 곳에 끌어들인 다음에 같이 협공해서 처리하면 그만이지, 이처럼 중립 세 문파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보니 우유도의 방식이 더 확실했다. 이제 안보여를 처리하든 말든 상관이 없게 되었다. 아무 배경이 없는 안보여가 이미 중립 세 문파와 원수가 되었다. 그러니 다들 비경을 나선 후에,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라는 거대 문파들이 절대 그녀를 그냥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천도비경을 벗어나면 갈 곳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이다! 엄입은 내심 감탄을 내뱉었다.

연달아 멈춰선 추격자들도 어느 정도 감탄을 내뱉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포위 공격을 하는데, 도망칠 수 있다니, 금단방 이 위는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 * *

밤하늘 아래,

도망치던 안보여가 멈춰 섰다. 그리고 큰 나무의 꼭대기에 몸을 숨겼다. 나뭇잎 사이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나무에 기대더니 무릎을 꿇고 그 위에 주저앉았다. 두 팔로 다리를 감싼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곧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증오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을 죽일 수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자신을 원숭이처럼 가지고 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귀! 우유도와 반목한 후부터, 그녀는 마치 악마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신단이 그녀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거기에 이미 중립 세 문파와 원수가 되었으니 앞으로 어찌한단 말인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분명 고의로 이렇게 행했고, 고의로 그녀의 명성을 더럽혔다. 그녀를 천하의 웃음거리로 만든 것이다!

안보여는 자신의 긍지가 짓밟힌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개미구덩이에 처박는 모습, 그녀의 백옥같은 목을 붙잡고 괴이한 미소를 짓는 모습, 서화가 감히 헛소리로 그녀를 지적하던 모습, 엄입이 크게 웃음 짓는 모습, 그 모든 상황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었다.

지금 안보여의 심정은 그녀가 처한 상황과 같았다. 수많은 나뭇잎에 포위된 것이, 마치 커다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것 같았다. 목숨을 거는 것도, 그물을 뚫고 나가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미천한 일신의 경지로는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했다!

안보여는 과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긍지란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강한 사람이 오게 되면, 얼마든지 자신을 짓밟고, 거리낌 없이 학대하고, 유린하고, 능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안보여에겐 긍지랄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음은 끝없이 방황하고 있었고, 미래는 불확실 했고, 온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하지만 우유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찌 보면, 우유도의 생각이 더 맞다고도 볼 수 있었다.

우유도는 그녀와 아무런 원한이 없었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보여가 찾아와 우유도를 죽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기회를 주었음에도, 뉘우치지 않기까지 했다. 그러니 결국, 우유도는 안보여를 죽음으로 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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