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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00화 (98/1,000)

1000화. 출구 개방

천도봉, 천곡 외부.

그곳에 도착한 사람은 유선종 등 세 문파의 장문인뿐이 아니었다. 대선산의 황열도 그곳에 있었다.

사해의 주인들과 각국,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가장 먼저 결과를 알고자 했다. 그러니 아직 출구가 열리기도 전인데 이미 달려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또 이들은 많은 사람을 이끌고 왔는데, 만약을 위한 대비였다. 다들 천도비경 안에서 원한을 맺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관련된 사람들이 비경에서 나와 원한을 갚고자 할 수도 있었고, 그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원이 필요했다.

물론, 이는 재물을 보호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일단 상금을 타게 되면 거액이 손에 들어오니 방심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해 다른 소문파의 사람들은 찾아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거리가 먼 사람들은 방문하기 어려웠고, 거리가 가까운 몇몇 문파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소문파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경우가 많아, 이득이 많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문파와 원한을 맺을 일도 별로 없었고, 상금을 탈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사람을 보내 마중할 필요도 없었다.

유선종 같은 소문파가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날짐승이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는 데다가, 우유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들에게 걸려 있었다. 남주의 상황이 천도비경의 결과에 달려있으니, 가장 먼저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일단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다면, 즉시 돌아가서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발언권이 없는 문파의 위치는 어디 가지 않았다. 비경 근처로 온 이후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그저 근처에서 풍찬노숙할 수밖에 없었다.

표묘각에 자리가 있는 대문파 같은 경우는 표묘각에서 제공하는 거처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도 각 문파의 장문인 정도만 이용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다들 밖에서 대기할 뿐이었다.

* * *

“옥창, 무슨 바람이 불어 당신까지 여기에 온 것이오?”

누각이 집결한 곳,

서해요왕이 술잔을 들고 난간에 홀로 앉아 있는 옥창에게 다가오며 유쾌하게 웃었다.

옥창은 지금 속이 말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얽혀 있는 일이 너무 큰 일이다 보니, 어찌 오지 않을까? 하지만 입으로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하아, 다 우유도 때문이오. 아무리 그래도 조카의 선생님이지 않겠소. 조카가 간곡히 부탁하니, 와서 상황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소.”

옥창은 사여래와 잘 아는 사이였다. 당연히 머물 수 있는 거처가 있었다.

“우유도 말이군. 많은 사람이 그자를 죽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소. 돌아올 수 있겠소?”

서해요왕이 ‘흐흐’ 웃으며 빈정거리며 말했다.

이때, 옥창과 다소 친분이 있는 대구문의 장문인 삼천리(三千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당신은 무슨 연유로 이리 일찍 온 것이오?”

서해요왕이 어차피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사해는 어차피 등수와는 상관이 없소. 그저 재미 삼아 구경이나 할까 해서 일찍 온 것이지. 만약 수하들이 버릇없이 비경 안에서 다른 세력의 원한을 샀다면 중재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 말이오. 별일 아니라면, 아마 다른 세력도 본인과 드잡이질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오.”

그 말에 대해 사람들은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옥창이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특히 조국 세 문파의 장문인을 유심히 살펴보며, 표묘각이 천곡에서 우유도가 한 일을 누설하지 않았다고 내심 중얼거렸다.

서해요왕이 다시 술잔을 들고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기운종의 장문인 태숙비화의 곁으로 갔다.

“매번 천도비경에서 기운종이 밥 먹듯이 일등을 차지하던데, 이번에도 자신 있으시오?”

서해요왕은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숙비화가 불편하다는 듯 어깨를 한번 떨치자, 서해요왕의 손이 퉁겨져 나왔다. 하지만 사실 어깨를 두드린 것에 대해서 크게 반감을 품은 것 같진 않았다. 태숙비화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소?”

입으로는 겸손을 떨고 있지만, 그 말투와 눈빛은 기운종의 실패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그런 태숙비화를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운종이 일등을 많이 차지한 것은 사실이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일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일 컸다.

다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옥창은 더욱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기운종이 만약 일등을 하게 되면, 우유도는 죽은 목숨이었다.

사실, 그는 우유도가 일등을 차지하는 것에 큰 희망을 품고 있지 않았다. 아니, 일등은 고사하고, 비경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살아서 비경을 나올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설사 나온다 해도 표묘각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지만 말이다.

단지 옥창은 도저히 이대로 그냥 포기할 수 없었고, 승복할 수도 없었다. 희망이 철저히 사라지기 전까지 어찌 승복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 온 것도 철로 된 나무에, 꽃이 피는 정도의 기적을 바라며 와본 것에 불과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정말 사람을 피 말리게 했다. 천도비경이 진행되는 일 년 동안 옥창은 침식을 잊을 정도로 애태우며 살았다. 결과가 다가올수록 더욱더 고통스러웠다…….

천도비경이 열리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천도비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긴장과 설렘으로 초조해진 모습을 보였다.

천도비경의 입구 근처에서, 다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출구로 나오기 직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무슨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다들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였다.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지키고 있던 만수문, 영종, 천행종은 경계를 강화했다. 세 문파의 제자들은 밤낮으로 교대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누군가 쓸데없는 짓을 할까 우려한 것이다. 그런 일이 예전에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외곽을 지키고 있는 연, 위, 제의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방비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직 진국의 잔당, 한국과 송국, 사해의 요마귀괴가 남아 있었다. 그들이 협력해서 반격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자금동의 장로 엄입이 보기에 매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들 중에 가장 홀가분한 사람이었다.

문중에 있는 대부분의 제자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달랐다. 진국의 잔당은 우유도가 다 처리했기 때문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사해의 위협도 없었다. 저들 요마귀괴는 이미 일찍부터 우유도와 같은 편이었다.

남은 곳이라고 해봐야 송국과 한국뿐이었는데, 그들만으로는 감히 반격할 리 없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위험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엄입은 모르는 척 연극을 해야 했다.

이때, 서로 연합을 한 한국과 송국은 깊은 숲속에 꼭꼭 숨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유도 일행도 기다리고 있었다!

비경 밖에 있는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었고, 비경 안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그 순간이 다가왔다.

마침내 출구가 생겨나는 곳에서, 은은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운무가 허공에 생겨났다.

곧 천도비경 안에 있는 수십 명의 표묘각 인원들이 몸을 날려 그 앞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허공에서 휘날리는 운무를 빤히 바라보았다.

중립 세 문파의 사람들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연, 위, 제의 책임 장로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너풀거리는 운무가 허공에서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퍼져나온 운무가 한 곳에 집중되더니, 갑자기 운무가 모여든 중심에서 폭발하듯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동시에 운무의 중심에서 대량의 운무가 토해지듯 주변으로 뿜어져 나왔다. 운무의 양이 급격히 많아졌고, 운무는 반경 백 장 정도의 범위를 뒤덮었다.

뿜어져 나온 운무의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표묘각의 인원이 허공에 쇠사슬을 던졌다. 쇠사슬은 반대편에서 누가 붙잡은 듯, 땅에 떨어지지 않고 철커덩 철커덩하며 허공의 중앙에 걸렸다. 허공에 연결된 쇠사슬의 반대편에서도 쇠사슬을 흔들어 이쪽에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들 표묘각의 인원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그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출구가 열렸소.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시간을 삼 일로 제한하겠소. 사흘이 지나 나오는 사람은 규정을 어긴 자로 볼 것이고, 즉시 그 목숨을 취할 것이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저게 다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천도비경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오십 년에 단 한 번 열리고, 그것도 일 년 동안만 열려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천도비경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출구는 한 번 열리게 되면, 오십 년 동안 유지가 되었다.

즉, 이 오십 년 안에 천도비경 안의 사람들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위험을 피하고자 이 안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에도 모두 같은 규정을 세워, 나가는 시간을 삼 일로 제한했다.

삼 일 안에 나간 사람은 상관이 없지만, 삼 일이 지난 후에 나간 사람은 표묘각이 그 목숨을 취했다!

그러니 삼 일 안에 나가지 않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천도비경 안에서 오래 머무를 수도 없었다. 설사 충분한 영종이 있다 하더라도, 성숙한 영종은 이쪽 세계에서 오직 오 년 동안만 존재할 수 있었다. 오 년 후에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러니 이 안에 남아도 그저 오 년 동안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규정을 전파한 표묘각 인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여러분, 이제 돌아갈 수 있소. 떠나고 싶은 사람은 이제 움직여도 되고, 떠나기 싫은 사람에게는 강요하지 않겠소!”

장난하는 말이었다. 떠나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빨리 인원을 모아라, 철수한다!”

중립 세 문파의 책임 장로가 먼저 철수 명령을 내렸다.

세 문파의 인원들이 즉시 인원을 모으고는, 조금의 미련도 없이 신속히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서 깔끔하게 사라졌다.

위충은 한걸음에 세 번씩은 뒤돌아보더니, 결국 걸음을 멈췄다.

“가자!”

서문청공이 말했다.

“기다릴 겁니다!”

그러나 위충의 고집에도 불구하고 서문청공은 위충과 말씨름하지 않았다. 그저 그 팔을 붙잡더니 강제로 그를 데리고 나갔다.

엄입 등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들도 사실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이들 세 문파는 저들 중립 세 문파처럼 깔끔하게 철수할 수 없었다. 진국의 잔당과 한국, 송국, 사해의 수행자들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저들 세 세력 중에 어느 두 세력이 손을 잡아도 일등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 않고 쉽게 포기한다면, 돌아가서 할 말이 없었다.

엄입은 다른 세력이 연합해서 등수를 쟁취하는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로 할 수 없었다. 연기하려면 끝까지 해야 했다.

우유도의 말을 빌리자면, 이미 전반기와 중반기에 필사적인 노력을 했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니 마지막 관문에서는 오히려 어렵지 않을 것이고, 한 장의 창호지에 불과할 것이라 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뚫릴 것이라 했다.

사실 우유도의 말이 틀린 것이 없었다. 정말로 전반기와 중반기에 충분히 준비해 놓았으니, 마지막에는 오히려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 위해선, 반드시 연기를 잘해야 했다. 안 그러면 모든 게 어그러질 수 있었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유도 또한 방심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외부의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당장 눈앞만 바라볼 수 없었다. 기회가 있다면 눈앞에 어려움도 해결하는 동시에, 나중에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어려움까지도 고려해서 행동해야 했다.

“소식을 전해라.”

엄입은 자금동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 한 제자에게 조용히 일렀다. 그 제자는 엄입의 명령을 받고,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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