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화. 천검부의 위력
계속해서 영검산의 제자들이 우유도에게 검을 쏘아 보냈지만, 천검부의 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저 자식은 정말 천검부를 몇 장이나 갖고 있단 말인가!
저풍평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 한순간에 태운 천검부가 족히 천만 냥은 훌쩍 넘는 듯했다. 이 한순간을 위해 천만 냥이 넘는 거금을 태우다니!
번개와 같이 번쩍거리는 천검부의 검강이 영검산의 비검들이 형성한 진을 모두 무너뜨렸다!
영검산의 제자들은 달리 어쩌지 못하고,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우유도를 막막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검진이 파괴될 때, 천검부의 검강의 위력 때문에 그들의 보검 또한 대부분 파괴되거나,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이제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할 수도 없었다.
영검산의 핵심 무력은 바로 이 검에 달려있었다. 그런데 검이 파괴됐으니, 지금 우유도에게 날아가도 개죽음을 당할 뿐이었다. 검이 없으면 영검산의 수행자들은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직 우유도에게 천검부가 대체 몇 장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유도는 그대로 유유히 운무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눈앞에서 우유도가 운무 안에 들어가며 성공할 것 같았다. 우유도가 품속에 손을 넣고 있었으니, 혹여나 천검부가 또 등장할까 하여 감히 나서서 그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죽어라!”
이때, 분노한 저풍평이 날아올라 품속에서 부적 몇 장을 꺼내 들었다. 바로 천검부였다!
한 줄기 거대한 검강이 우유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우유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영검산의 제자들이 연합해서 검진을 사용해 우유도를 상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 비싼 천검부를 사용하면서까지 그를 죽이려 한 것이다.
영검산 또한 연국의 삼대 문파 중 하나이니, 만약을 대비해 천검부를 몇 장 챙겨왔었다. 결국 저풍평은 이것들까지도 아낌없이 쓰기로 한 것이었다. 이미 복수에 눈이 멀었으니, 몇백만 냥이라는 큰돈을 쓰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문파에서 책망당할 것 또한 지금 당장은 생각나지 않았다.
운무에 뒤덮인 출구가 눈앞에 있었다. 우유도는 이대로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 전에 천검부를 이용해 길을 뚫은 덕분에 남아 있는 기운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천검부를 거의 다 썼고, 한 장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다. 우유도는 급한 마음에 일단 마지막 남은 천검부를 출수했다.
쾅!
우유도로부터 뻗어 나온 한 줄기 검강과, 저풍평으로부터 쏘아져 나온 한 줄기 거대한 검강이 서로 부딪혀 터져나갔다.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우유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운무에 뛰어들려 했다. 그러나 저풍평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한 장 천검부를 썼으니, 몇 장이고 더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쾅! 저풍평이 다시 기운을 끌어들여 두 번째 천검부를 시전했다. 또다시 한 줄기 검강이 쏘아져 나갔다.
이미 운무 안에 들어간 우유도에겐 이젠 더 이상 천검부가 없었다. 다만 다행히도, 자신의 내력을 소모한 게 아니라 그저 천검부를 발동하는 데 약간의 내력을 소모했을 뿐이므로, 내력이 아직 많이 남은 상태였다.
우유도는 쾌속하게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우유도는 내력의 절반이 넘는 양을 소모해 천검부의 검강을 향해 거대한 검강을 출수했다.
쾅! 천검부의 한 줄기 검강이 우유도가 출수한 검강과 부딪힌 후, 크게 약화되었다. 이에 우유도는 보검을 휘둘러 검강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저풍평은 이를 악물고는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천검부 네 장을 모조리 출수했다. 마치 우유도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심산인 듯했다!
영검산은 전부 여섯 장을 갖고 있었는데, 이로써 모두 소모한 것이었다. 한 번에 육백만 냥이라는 거금이 허공에 사라져버렸다.
사실 영검산은 연국의 거대 문파 중 하나였기에, 우유도처럼 그렇게 많은 천검부가 필요치 않았다. 그들을 대놓고 공격할 문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유사시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당연히 적게 준비한 것이었다. 반면에 우유도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천검부를 많이 준비해 올 수밖에 없었다.
연달아 네 줄기 검강이 우유도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검을 눕힌 우유도는 다른 한 손으로 검신을 받쳐 들고 검신에 내력을 주입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검강을 출수하여 내력을 소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한 줄기 검강을 검신으로 받아냈다!
콰쾅!
가로로 눕혀진 채, 우유도의 몸 앞에 있던 보검이 거대한 충격을 받아 완만하게 휘어졌다가, 다시 튕기듯이 펴졌다. 동시에 우유도에게로 쏘아져 나왔던 한 줄기 검강이 허공으로 멀리 튕겨 나갔다.
무사히 한 줄기 검강을 튕겨낸 우유도는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또다시 한 줄기의 검강을 막아내려 했다.
쾅!
“컥!”
운무 속에 있는 우유도의 볼이 부풀어 오르더니, 선혈을 뿜어냈다. 두 줄기 검강을 막아내자, 우유도의 내력이 거의 소모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방금과 같은 방법으로 세 번째 검강을 막아갔다. 아직 남아 있는 검강이 자신의 코앞까지 닥쳐와 있으니, 망설일 겨를도, 다른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쾅! 세 번째 검강을 막아내자, 우유도의 신형이 마치 유성처럼 튕겨 나갔다. 이번에도 입에서 선혈을 뿜어냈다.
천검부의 위력이 너무 거대했다. 우유도의 건곤화경이 연달아 세 번의 충격을 최대한 해소했지만, 그 거대한 위력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뒤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한 줄기 검강이 남아 있었다.
우유도는 온 힘을 다해 검신으로 다시 한번 몸 앞을 막았다.
콰쾅!!
충격을 받은 검신이 휘어지면서 검신을 받치고 있던 우유도의 손을 베고 지나갔다. 상처가 깊어 뼈가 보일 정도였다.
거대한 충격 덕분에 우유도의 양팔이 뒤로 밀려났고, 우유도의 검날이 그의 손과 가슴을 파고들었다. 기다란 검상이 만들어졌고, 가슴에 생긴 상처도 무척이나 깊었고, 뼈가 보일 정도였다. 퉁겨져 날아가던 우유도는 갑자기 눈앞이 밝아진 느낌을 받았다.
천곡, 출구가 있는 허공이 산만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깊은 울림소리가 들려왔다. 협곡에 있는 사람들이 출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보검 한 자루가 날아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 사람이 나타나 바닥을 뒹굴었다. 그 사람이 굴러간 길을 따라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옷은 여기저기 찢겨있었다. 다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출구 밖에서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위충의 두 눈이 커졌다. 순간적으로 뛰쳐나가며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뒤집으며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걷어내고는 경악성을 내뱉었다.
“도야! 도야…!!”
절벽에 있는 동굴 입구에 서 있던 서문청공이 깜짝 놀라 마찬가지로 날아왔다. 바닥에 내려서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를 산발하고 온몸에 피칠을 한 사람이 보였다. 위충의 말대로 우유도였다.
서문청공이 마침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눈을 감고 있던 우유도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두 눈에는 농밀한 살기가 가득했고, 자신에게로 다가오던 서문청공의 손을 쳐냈다.
두 사람이 한차례 시선을 교환했다. 우유도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팔을 휘둘러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위충을 밀어냈다.
“도야!”
비틀거리며 한발 물러난 위충이 우유도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꺼져라!”
산발한 우유도가 소리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위충이 그 뒤를 쫓아가려고 할 때, 서문청공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이건 자네가 도울 수 없는 일이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틀거리며 우유도는 앞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수시로 머리를 흔들었다. 귓가에는 아직도 윙윙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며, 정신은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검을 향해 다가가서는 느긋하게 검을 주워들었다. 검으로 땅을 짚고 잠시 휴식을 취한 우유도는 다른 손으로 허리춤에 있는 검집을 꺼내 검을 집어넣고, 지팡이로 삼았다. 곧 우유도의 시선이 핏물을 흘리며 갈라진 자신의 손바닥으로 향했다.
잠시 손바닥을 살펴본 우유도는 또 천천히 고개를 숙여 피를 뒤집어쓴 가슴의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역시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해. 싸우지 말아야 했는데, 참지 못했군….”
우유도는 자신이 방금 위험을 무릅쓴 것을 자책했다. 분명 그 전에 더 안전한 방법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이 방법이 위험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큰 이해득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우유도는 남주의 통제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참지 못했고, 목숨을 걸었다.
“콜록, 콜록….”
고개를 숙여 기침하자 핏물이 튀어나왔다. 우유도는 천천히 목구멍에 가득한 핏물을 천천히 뱉어냈다.
손을 천천히 뻗어 허리춤으로 가져가더니, 요대를 뒤적였다. 곧 그 안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납환을 깨트리고 그 안에 있는 단약을 삼켰다. 바로 관방의가 그를 위해 준비한 천제단이었다.
우유도는 아주 천천히 법력을 이용해 점혈하고 지혈했다. 혼자서 그렇게 고독하게 홀로 서서 엉망이 된 신체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표묘각의 사람, 그리고 우유도보다 한발 먼저 나온 세 문파의 사람들은 다들 넋을 잃고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우유도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다들 경악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살아서 나올 줄 조금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더욱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것은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백옥루가 우유도 앞까지 날아오더니 위아래 한번 훑어보고는 살아 나온 것에 대해 내심 감탄을 내뱉었다.
“말을 할 수 있는가?”
백옥루가 물었다. 우유도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핏물이 묻은 입술로 웃으며 말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백옥루가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가지고 온 영종은 저곳에 가서 확인하면 되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우유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우유도의 몸에 영종이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나온 중립 세 문파는 마침 영종 확인이 끝난 참이었다. 우유도가 돌아보고는 힘없는 모습으로, 다소 허약하게 말했다.
“제 영종은 동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에 대해서 백옥루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천도비경 안에서 편을 먹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표묘각에서도 허락한 일이다.
“그럼 좋은 소식 있길 바라네.”
백옥루는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사실 이건 그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러니 딱히 우유도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나중에 사람을 시켜 상처를 감쌀 수 있게끔 깨끗한 흰 천을 보내기까지 했다.
우유도는 천천히 한 쪽 절벽으로 다가가더니, 자리에 앉아 천천히 상처를 치료했다. 그 낭패한 모습이 마치 거지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