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005화 (103/1,000)

1005화. 지켜볼 수밖에

황금환은 결국,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조등현의 혈육을 가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일찍 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전에 우유도가 천도비경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등현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소요궁은 문중 제자들에게 금욕을 요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인과 자식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그것이 아무나 아내로 맞아 소요궁에 들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쩌면 더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아내로 취한 사람은 언제든지 떨쳐낼 수 있었지만, 혈육은 어찌한단 말인가?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다소 선을 넘는 일이었다. 조등현도 문중에 변명할 말이 없었다. 결국,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환,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오. 문규를 어긴다면, 그대와 나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배를 보고는, 심지어 법력으로 그 내부를 살펴보기까지 했다.

조등현이 크게 긴장한 것을 보고, 황금환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첫 남자였다. 우유도의 일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신분과 지위가 그녀에게 이익이 되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그를 꽉 붙잡아 놓고 싶었다.

황금환이 억지로 웃음 지으며 말했다.

“네, 조랑의 말을 들을게요. 소요궁 쪽 일을 다 처리한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그냥 해본 말임을 확인한 조등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바뀌었다. 지금 그는 당직을 서고 있었고, 당직을 허투루 서면 추궁하기에 따라서 큰 죄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급히 황금환을 밀어낸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동문이 이 장면을 보고 고발할까 봐 걱정된 것이다.

“금환, 여긴 당신이 올 곳이 아니니, 어서 돌아가시오. 내가 나중에 찾아가겠소.”

황금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끄덕이고는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수시로 뒤를 돌아보았다.

* * *

천도비경 밖,

우유도가 살아서 나왔다고?

용휴, 맹선, 궁임책은 얻어맞고 튕겨 나온 우유도를 보았다. 비록 퍽 참담한 모습이었지만, 살아서 나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놀라워했다.

심정도 아주 복잡했다.

그중에 궁임책의 심정은 남달랐다. 흥분하기도 했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는 아직 사여래가 내건, 소위 일등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우유도가 혼자 비경에서 나온 것을 보고 흥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그가 걱정스러운 것은 우유도가 나왔음에도, 우유도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엄입이 같이 나오지 않은 것뿐이었다. 우유도가 저처럼 상처를 입고 튕겨 나온 것을 보면, 설마 엄입 등 일행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

천도비경이 끝났다고 정식으로 선포하기 전에, 이들은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만 있을 뿐, 천곡에 들어갈 수 없었고, 안에 있는 사람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천곡 입구 밖에 서서 멀리 있는 천곡의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 누구도 소란을 일으켜 방해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종료를 선포하기 전, 결과에 대해 정확히 심사하기 전에는 안에 있는 사람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저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 나오고, 그다음에 우유도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고 나오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중에 우유도의 부상이 가볍지 않아 보였다.

우유도가 죽지 않았다고? 대선산의 장문인 황열은 크게 실망했다. 대선산의 의도가 허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 유선종 등 세 문파의 장문인, 비장류, 정구소, 하화는 안도할 수 있었다. 우유도가 돌아오기만 하면 남주의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들 세 문파에게 기치(旗幟)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안에 너무나 큰 변수가 존재했다. 새로 이들이 의탁할 사람이 이들을 어찌 대할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계속 우유도를 따르는 것이 더 안정적이었다.

조국, 송국, 한국, 진국의 사람들도 우유도가 죽지 않고 나온 것을 보았고, 매우 의외였다. 이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죽이고자 했다. 그런데 죽이지 못하다니, 살아서 나오게 그냥 두고 보다니?

옥창 또한 놀라움과 감격이 반반 섞여 있는 얼굴을 한 채, 절벽에서 부상을 치료하고 있는 우유도를 지켜보았다.

반나절이 지난 후, 우유도는 몸을 일으켜 천곡 안쪽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다들 우유도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유도가 대량의 영종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옥창은 크게 긴장했다.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는 1등을 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여래의 요구를 알고 있었다!

* * *

다음날, 천곡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사해의 사람들이 연달아 밖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수하들이 나온 것을 보고, 동해대성, 서해요왕, 남해법왕, 북해명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해대성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륙백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니, 손실이 적지 않은 것 같군.”

그 옆에 있던 기운종의 장문인 태숙비화가 비웃으며 말했다.

“봇짐이 보이지 않는 것 같군, 설마 빈손으로 나온 것은 아니겠지?”

조롱기가 가득했다. 서해요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들 칠국의 세력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소. 처음부터 이길 수도 없으니,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소. 있어도 그만, 없어도 실망하지 않소.”

“어라, 저놈들이 뭐 하는 거지?”

이때, 북해명주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천곡 내부에 있는 사해의 사람들이 나온 후 주위를 둘러보더니, 우르르 천곡의 내부로 사라진 것이다.

“됐소, 일부분이라도 나왔으니, 여기서 더 기다릴 필요 없겠소.”

남해법왕이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이틀을 기다린 사해의 주인들은 수하들이 나온 것을 보고, 안도했다. 나머지 기간 동안 더 기다릴 필요 없으니 곧 그 자리를 떠나갔다.

이때, 서해요왕이 스쳐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보고 놀리며 말했다.

“여러분은 천천히 기다리시오. 우리는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소. 내일 끝날 때쯤 다시 와서 여러분의 순위가 어찌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소이다. 큰 상을 받으신 분은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시고! 한턱내야 할 것이오. 그것도 좋은 술로 말이오!”

만수문, 영종, 천행종의 사람들은 더 빨리 떠나갔다. 자신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나온 것을 보고 바로 퇴장한 것이다. 등수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 * *

우유도는 절벽에 있는 한 동굴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이곳은 바로 사해의 사람들이 천곡에서 머물던 영역이었다.

사해의 사람들이 뛰어오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온 것이다.

출구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던 사해의 수행자들도 우유도를 보고는 빠르게 다가왔다. 부화 일행이 동굴 입구에 내려섰다.

우유도는 이미 깨끗하게 씻고, 의복도 표묘각의 사람들에게 부탁해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안색은 다소 창백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우유도는 그의 불쌍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그를 동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엄입은 무슨 뜻인 거지? 어째서 약속을 어기고 우리에게 살수를 쓴 것이야? 혹시 그 전에 동생과 의논이 된 일인 거야?”

만나자마자 부화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의논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엄입은 제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사해의 책임자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부화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설마 밖으로 나오면 우리가 너를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한 거야?”

“누님,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엄입이 그리 행동한 이유를 정말 모르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계획에서 엄입은 반드시 혐의를 벗어야 합니다. 그건 여러분도 다들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낭량공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 쪽 사람들의 목숨으로 혐의를 벗으려 한 건가? 한발 물러서서, 사전에 우리에게 알려줄 수도 있지 않았는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제가 설명해 주지 않은 이유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부화가 분노했다.

“그게 무슨 태도인 거지? 영종이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이걸 줄지 말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야.”

“지금 직접 일등을 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다는 것입니까? 제가 볼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죄를 뒤집어쓰는 것이 비교적 좋아 보입니다.”

단무상이 말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이 자네 혼자가 아니네, 이 영종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어!”

“다른 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제가 일등을 하면 그 상금은 바로 여러분의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그중 절반을 받아도 많이 받는 것일 겁니다. 억이 넘는 손실입니다. 사해의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영원단을 구매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고, 이제 곧 결과가 나올 참인데, 그런 손실을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인제 와서 그런 홧김에 하는 말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다들 미래를 보아야 합니다. 그 이치에 대해서는 제가 쓸데없이 더 말할 필요 없이,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행한 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절벽 아래 있는 사해의 수행자들을 바라보았다.

“사해의 사람들은 전멸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처럼 많은 실력을 유지하고 있지요.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무런 희생 없이 그들 전부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저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형님, 누님, 표묘각이 영종을 확인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건을 주십시오!”

다툼은 다툼이고, 불만은 불만이었다. 결국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아무리 불만이 많다 해도 지금은 우유도의 말대로, 영종을 우유도에게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사해의 수행자들은 몸에 영종을 숨기고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꺼내 동굴에서 하나로 모았다. 무조행 등 세 사람이 이를 도왔고, 몇 개의 봇짐으로 만들었다.

우유도는 검을 지팡이 삼아, 사해의 수행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느긋하게 동굴을 나섰다.

무조행 등 세 사람은 우유도를 도와 큰 봇짐을 짊어지고 그 뒤를 따랐다. 절벽 아래로 내려갔을 때, 무조행이 물었다.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군.”

“나올 때 상처를 좀 입었습니다.”

우유도가 아주 가볍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니, 무조행도 더는 묻지 않았다. 오히려 운희가 당부의 말을 건넸다.

“저들과 칠국의 사람들이 서로 싸우게 한 다음, 그 사이에서 이익을 취했지. 나중에 양측이 만나게 되면, 결국은 진실이 알려질 수도 있을 텐데, 저들이 너와 반목하는 게 두렵지 않은 거야?”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쉽게 반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실력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저들도 친구가 되는 것이 반목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우유도는 자신을 간절할 얼굴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위충을 힐끗 보고는,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