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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08화 (106/1,000)

1008화. 등수 결과 (1)

“사숙!”

먼저 내보낸 영검산의 두 제자가 저풍평을 찾아왔다.

그들의 말을 듣고, 저풍평이 돌연 고개를 돌려 벼랑 위에서 검을 짚고 서 있는 우유도를 노려보았다. 볼이 씰룩거리는 저풍평의 두 눈에서 마치 불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우유도 또한 그를 바라보았는데, 아주 담담하고 평온한 시선이었다.

영검산의 제자들이 연달아 벼랑 위에 있는 우유도를 돌아보았고, 그 행동이 소요궁과 자금동의 주의를 끌었다.

우유도? 사람들은 안색이 다채로웠다.

아무튼, 연국이든, 위국이든, 제국이든, 또 한국과 송국이든, 다들 우유도를 보며 어느 정도 이를 갈고 있었다. 네 나라 모두 우유도의 함정에 빠져 일부 인원이 쓸려나갔다.

“천도비경이 끝났소. 표묘각의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갑시다.”

엄입이 손짓했다.

그가 표묘각을 언급하자, 사람들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사전에 의논한 대로, 연, 위, 제가 함께 영종을 한 곳으로 모았다.

서로 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한국과 송국도 한편이 되어 등수를 쟁취하려 했다.

* * *

천곡 외부, 동해대성, 서해요왕, 남해법왕, 북해명주가 다시 나타났다. 최종 결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주위에서 사해의 사람들이 우유도를 도와 등수를 쟁취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 사람 모두 의아해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 진국 사람들이 나오지 않은 것 같소.”

누군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외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살펴보니,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진국이 일등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명도 살아서 나오지 못하다니,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사람들은 기운종의 장문인 태숙비화를 돌아보았다. 그는 새파랗게 변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기운종의 불행에 수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 조국 사람도 안 나왔소.”

누군가 또 뭔가를 발견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조국 낙하산장의 장문인 좌승풍(左乘風), 귀원종의 장문인 장만루(蔣萬樓), 집선교의 장문인 미만(米滿), 세 사람은 자신들 인원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진작에 조국 수행자들이 나오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 또한 다들 얼굴이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

용휴, 맹선, 궁임책은 다소 안절부절못했다. 이미 사람들이 수시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 자신도 깨달은 것이지만, 나온 사람 중에 연국의 인원이 가장 많아 보였다.

이게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연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집단이고, 다른 문파에 가장 큰 손해를 입힌 집단은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들도 어느 정도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리 없었다.

* * *

오후 한나절이 지나자, 비로소 천도비경에서 가지고 나온 영종의 수량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백옥루는 세 번이나 반복해서 숫자를 최종확인한 후에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잠시 후, 백옥루는 맞은 편에 있는 높은 절벽에 착지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여래가 이미 남들 모르게 도착해 있었으며, 뒷짐을 지고 절벽 위에서 사람들을 관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여래는 백옥루가 건네는 종이를 천천히 받아 읽어 보았다.

한편, 영종의 수량을 확인하는 곳에 서 있던 만동천부의 제자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나머지 세력들이 상납한 영종의 수량을 비밀리에 우유도에게 보고했다.

비록 다른 세력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영종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보통을 통해 이미 저들 다섯 세력이 손을 잡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였다.

마지막 가능성이 사라졌으니, 우유도는 드디어 확실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부화 등 일행이 있는 곳에 다가가서 당부했다.

“진국 사람들의 생사에 대해서 입을 다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련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부화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손을 썼다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야. 숨길 수 없어.”

“최소한 지금은 숨길 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 기운종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입니다. 설마 지금부터 기운종이 여러분을 추격하길 원하는 겁니까?”

홍개천이 머뭇거리다가 당부했다.

“자네 손에 있는 영종의 수량을 보면, 의심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지 않나.”

“우리 말고는 그 누구도 우리가 얼마만큼의 영종을 모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빼앗은 것 말고, 나머지는 우리가 모은 것이라고 딱 잡아떼야 합니다. 지금 공개적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은, 연, 위, 제, 한, 송이 연합해서 진국을 공격했고, 진국이 실종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운종에게 그들 다섯 나라의 세력을 찾아가라 하십시오. 기운종이 그들 다섯 나라를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들에게 압박이 모두 집중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사람들은 생각에 잠긴 듯,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부화가 물었다.

“자금동 쪽에서 폭로하지 않을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금동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우리 관계를 폭로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난관만 잘 지나갈 수 있다면, 제가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고, 기운종의 화도 가라앉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저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이 끄덕였다.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했다. 그들은 신속히 곁에 있는 수하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했고, 모든 일행이 입을 맞추게 했다.

* * *

우유도가 일등이라고?

명단을 받은 사여래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의외의 결과였다. 그전에 우유도가 나온 것을 알았지만, 설마 우유도가 일등을 할 줄은 몰랐다.

감히 천곡에서 손을 쓴 것을 보고,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우유도에게 일등을 하라고 강요했다. 사실은 우유도를 죽음으로 몰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우유도가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일등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 이건 지금 자신에게 망신을 준 것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서 명단을 자세히 살펴본 후에 다시 일등에 있는 이름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일등을 했을까. 확실한 것이냐?”

백옥루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확실합니다. 반복해서 확인한 결과입니다. 확실히 우유도가 일등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서를 조합해보면, 아마도 사해의 수행자들이 그를 도운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유도와 사해의 수행자들이 연합해서 일등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해….”

사여래가 중얼거렸다.

그가 직접 간섭했는데도 살아남다니. 사실 이 명단을 보고 그는 어느 정도 화가 났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사람들은 표묘각이 지시한 모든 일에 대해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으리라 의심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찌 저들을 마주하고, 또 무슨 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어떤 법도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지만, 또 어떤 법도는 무게감이 있었기에 그리 쉽게 번복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침묵한 그가 다시 느긋하게 말했다.

“사해의 수행자들은 자신들조차 일등을 해본 적이 없다. 즉, 사해 수행자들의 힘만 가지고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게다. 그런데도 일등을 했다는 건, 사해 수행자들 외에도 분명 우유도를 돕는 자들이 있었을 거란 이야기이다. 이놈….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군.”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던 사여래가 말했다.

“환려의 나이도 더는 어리지 않다. 어찌 보느냐?”

백옥루는 그 말을 듣고 사여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았다. 자녀에게 좋은 반려를 찾아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었다. 젊은 나이에 이렇듯 뛰어난 능력을 가진 청년을 보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거기에 나이도 비슷했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유도를 죽이려 하지 않았는가? 마음이 급변해도 너무 빠르게 바뀐 것 같았다. 백옥루는 깜짝 놀라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망설였다.

“음?”

사여래가 다시 물으며 백옥루를 바라보았다.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자신의 질문을 듣지 못 했느냐고 말하는 듯했다.

백옥루가 급히 대답했다.

“자녀의 일입니다. 당연히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일은 선생님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규칙에 따르면, 우유도는 천하 이익분쟁에 너무 깊게 개입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우유도를 거기서 빼낸다면, 천하의 정세가 급변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빼내지 않는다면, 그 뒤에서 선생님이 뒷배가 되어 주는 것이니, 그 영향이 더욱 클 것입니다. 선생님의 사람이니, 누가 감히 그와 다투겠습니까? 그걸 보고 일부 사람들은 좌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구대지존의 세력들이 약속을 무시하고 분분히 이익분쟁에 개입할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너무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구대지존 사이에 어렵게 지금의 규칙을 세울 수 있었고, 오랫동안 별 탈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러니 윗분들이 갑작스럽게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이런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추가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유도는 확실히 세상 이익에 너무 깊게 개입되어 있습니다.”

사여래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같은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어쩌면 그 아이에게 불행일 수도 있겠군!”

백옥루는 그 말을 이해했다. 대단한 배경을 가진 여자였다. 평범한 사람에게 시집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서로 사랑한다느니 뭐니 그런 이야기가 통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급이 맞는 사람들 안에서 고르려 하니, 세상 이익에 너무 깊이 관여된 자들이 많았다.

아무튼, 배후에 너무나 많은 이익이 걸려 있었다. 사여래의 집안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구대지존이 가진 이익이 움직인다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니 결국에는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윗분들이 점찍어준 대로 결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여래도 너무 오랫동안 막아서기 힘들 것이다!

백옥루는 지금까지 적성성에서 지냈기 때문에 일부 사정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사환려는 미모가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가 지금껏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중에 몇몇은 사환려의 지위를 알고 나서 자연스레 포기해버렸고, 몇몇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사환려에게 호의를 표했으나, 결국 강제로 포기 당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여래가 보기에 신랑감으로 마뜩잖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 몇몇 남자들은 그 와중에도 살아남았는데, 그 후 서로 싸우다가 죽기도 했다. 사환려를 차지하기 위해 암중에서 다툼하다가 서로 죽은 것이었다. 그러니 평범한 남자들은 여기에 끼어들 수조차 없었다. 보통 남자들은 그들의 독수를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사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여래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백옥루도 자세히 알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단지 사여래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고집으로 인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마땅히 취해야 하는 여자를 취하지 않고, 취하지 말아야 하는 여자를 취했던 것이었다. 그 여자가 바로 사환려의 어미였다. 결국, 사여래의 아내는 실종되어 아직도 그 행방이 묘연했다.

그 때문에 사실 부녀 사이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죽어도 서로 만나지 않으려는 기미가 보일 정도였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외부인들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어두움을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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