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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09화 (107/1,000)

1009화. 등수 결과 (2)

사여래는 어떤 생각에서 깨어난 듯,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종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기수의 영종 수량은 저번만 못하군.”

“그렇습니다. 절반 정도 됩니다!”

“어찌 이리도 적은 건지…. 그리고 진국은 아예 명단에 없군?”

백옥루가 보고했다.

“진국과 조국은 그 누구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호오!”

사여래가 다소 의외라는 듯이 협곡 내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진국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진국이 천도비경에 참여한 이래 전멸한 상황은 처음이었다. 다시 물었다.

“몇 명이나 나왔지?”

“일만이 들어가, 삼천여 명이 나왔습니다.”

거짓이 아니었다. 진국과 조국이 전멸하면서, 한 번에 이천 명이 사라졌다. 우유도가 함정에 빠트린 네 문파와 영검산의 세력을 합치면 대략 천삼백 명에 달했다. 사해의 이천 명 중에서 천삼백이 죽었다. 한국 송국도 일부분이 죽었고, 진국과 싸우면서 절반의 인원이 또 죽어 나갔다.

각 세력이 소소하게 싸운 손실도 계산해 보면, 남은 사람은 삼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사여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번 천도비경에서 절반의 인원이 남았던 것을 고려해보면, 인원 손실도 많은 편에 속했다. 사여래가 돌아보며 말했다.

“우유도가 어떻게 일등을 했는지 조사해 봐라!”

“알겠습니다!”

사여래 곁에 있는 무표정한 남자가 대답했다.

백옥루는 사여래가 표묘각의 비밀세력을 이용해 우유도가 어떻게 천도비경에서 일등을 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조사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여래가 손에 든 명단을 건네주고는 말했다.

“별문제 없다면 결과를 공표하도록 해라! 저 사람들이 입구를 꽉 틀어막고 있으니 눈에 거슬리는구나.”

“알겠습니다!”

백옥루가 명령을 받고 멀어져 갔다.

* * *

잠시 후,

수 명의 표묘각 인원이 등수가 적힌 종이를 천곡 외부의 절벽에 붙였다. 각 세력의 등수와 획득한 영종의 수량이 아주 명확하게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일등은 우유도였다. 획득한 영종은 일천육백육심육만육천육백육십육(16666666) 알이었다!

“아! 우유도가 일등이라고?”

“우유도 개인이 일등을 했단 말인가?”

명단이 나오자, 현장은 즉시 소란스러워졌다. 천곡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태숙비화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국은 전멸했는데, 겨우 우유도 개인이 일등을 가져가다니, 큰 기대를 하며 온 태숙비화의 심정이 말이 아니었다!

용휴, 맹선, 궁임책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눈을 의심했다. 우유도가 일등을?

대선산의 장문인 황열은 넋이 나갔다. 눈을 한번 비비고는 다시 자세히 보았다. 주위가 아주 소란스러웠지만,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사실 넋이 나간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장류, 하화, 정구소도 명단을 노려보며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 나중에서야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했을 뿐이다.

“일등을 하다니, 지금까지 도야가 참으로 자신을 숨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하화가 조용히 두 사람에게 중얼거렸다.

누가 아니라던가? 비장류와 정구소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우유도가 그저 살아서 나오기만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 일등까지 하다니,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개인의 이름으로 각 세력을 내리누르다니, 연국이 지금 어떤 심정이겠는가?

물론, 세 사람은 진실을 알지 못했다. 이들은 사실 우유도 자신도 이처럼 요란하게 일등을 차지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사여래의 압박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유도는 때려죽여도 일등을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옥창은 손을 가슴에 얹었다. 드디어 안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일등! 저 녀석이 정말 불가능한 일을 해낼 줄이야, 일등을 차지했다. 정말 장하다!

옥창은 격동에 휩싸였다. 대사가 코앞이었다. 효월각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천곡 내부에서 사람을 내보냈다. 천도비경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빙 둘러 밖으로 나온 안보여는 등수를 확인하고는 비분강개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작에 당부를 한 것이었는데, 그 멍청이들에게 중립 세 문파가 우유도와 결탁했고, 암중에 우유도 몰래 대량의 영종을 가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하필이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아서, 저 개 같은 자식이 손쉽게 일등을 주워가고 말았다!

자신을 험하게 학대한 우유도가 거액의 상금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피를 토하는 심정이 되었다!

안보여는 아직도 우유도가 중립 세 문파와 결탁한 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우유도의 생존은 안보여에게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유도의 생존은 그녀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쉽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안보여는 감히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그녀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떠났다. 다들 등수에 정신이 팔려있는 틈을 타서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도망쳤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떠나지 않았다가 중립 세 문파가 그녀를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면, 도저히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물론 고신단이 있었으나, 그건 추후에 해결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 당장 우유도가 그녀에게 고신단의 해약을 줄 리도 없지 않은가!

안보여는 우유도의 수법을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그렇게 최종 결과를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급히 도망쳤다….

* * *

우유도가 일등이라고?

겁내는 일일수록 그 일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등수를 확인한 황금환, 안묘아, 임비연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

천도비경에서 마지막으로 우유도가 죽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 세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 사이에 있는 우유도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장문인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우유도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장문인을 확인한 세 여자는 그야말로 혼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호흡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들은 빠르게 자신의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움직였다.

“동생!”

옥창 또한 빠르게 우유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흥분된 얼굴로 우유도의 어깨를 붙잡고는 강하게 흔들었다. 또 어깨를 ‘퍽퍽’ 두드렸다.

우유도는 상처를 입은 몸이었다. 지금 옥창의 거침없는 행위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아….”

그제야 옥창이 반응했다. 그전에 상처를 입어 땅을 나뒹굴던 모습이 생각났기에 급히 사과했다.

이후, 옥창이 우유도에게 뭐라 말하려 할 때, 백옥루가 입을 열었다.

“천도비경에 들어간 여러분들 모두, 천하 수행자들의 수행자원을 위해 수고하셨소! 규칙에 따라 논공행상을 진행하겠소! 일등, 우유도, 앞으로 나와 상을 받으시오!”

이름을 지명 당한 우유도는 옥창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갔다. 우유도에게 다가가고 있던 비장류 일행도 말을 붙여볼 기회가 없었다.

천곡 외부에 있는 서탁에 다가간 우유도가 포권을 했다.

백옥루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런 우유도를 한번 바라보고는 표묘각의 이름으로 특별 제작한 어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일등, 금 삼억 냥이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으로 다채로웠다. 그중에 부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용휴, 맹선, 궁임책이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참으로 괴이한 것이, 정말로 저 거액을 우유도 혼자 독식하게 두어야 하냐고 말하는 듯했다.

어음을 건네자, 우유도는 초연한 모습으로 두 손을 뻗어 어음을 받아 들었다. 동시에 내심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규칙에 따라, 매번 상금을 나눠줄 때 표묘각의 책임자가 나와 직접 전달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째서 백옥루가 대신한단 말인가?

잠시 고민하던 우유도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여래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가 상금을 하사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 당분간 우유도를 내버려 두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상금을 받은 우유도는 백옥루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대로 사해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직진했다.

“대체 저놈 혼자서 일등을 하다니…. 어찌 된 일이더냐? 혹시 너희들과 연관이 있는 것이냐?”

우유도가 상을 받는 것을 보고, 동해대성, 서해요왕, 남해법왕, 북해명주가 조용히 부화 등 일행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묻고 있었다.

“대왕님, 수많은 곡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이니, 나중에 다시….”

부화가 조용히 대답하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우유도가 상금을 들고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쾌하게 웃음 지은 우유도가 포권을 했다.

“누님, 형님들. 아마 이 네 분이 바로 사해의 주인들이시겠군요. 우유도라고 합니다.”

누님? 형님? 사해의 주인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처럼 친근하게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현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다들 우유도의 말을 듣고 지켜보고자 한 것이다.

부화가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백옥루조차도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내심 마음이 조급해진 부화가 조용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우유도는 조금도 거리낌 없다는 듯이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말했지 않습니까. 저는 일등을 차지하고, 상금을 누님과 형님이 나누어 가진다고 말입니다! 이 동생, 한번 뱉은 약속은 확실히 지키는 사람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대뜸 손에 든 어음을 내밀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화, 낭량공, 홍개천, 단무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중, 그 누구도 손을 뻗어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전에 네 사람은 우유도가 혹시 약속을 어기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약속을 어기는 것은 고사하고, 이처럼 공개적으로 일행을 놀라게 했다. 이 정도면 정말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화 등 네 사람은 큰 압박을 받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

금 삼억 냥을 모두 자신들에게 준다고? 사해의 주인들은 대경실색했다. 다시 눈빛을 교환한 이들은 우유도가 일등을 한 것에 과연 자신들이 큰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서해요왕이 유쾌하게 웃었다.

“정말 다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가? 정말 후회하지 않겠는가? 다들 보았다시피, 이건 자네가 알아서 우리에게 준 것이지. 우리가 자네를 핍박해서 받아낸 것이 아니네!”

부화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왕에게 당장 그 입을 다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거절했으면서, 나중에 우유도가 다시 줄 것을 기대라도 하란 말인가?

서해요왕이 입을 연 것을 보고, 우유도가 바로 두 손으로 어음을 건네며 말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아주 좋군. 그럼 본인이 나머지 분들을 대표해서 받도록 하겠소.”

서해요왕이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때, 연국 쪽에 있는 용휴가 갑자기 소리쳤다.

“우유도! 결국, 자네도 연국의 수행자이니,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네!”

이건 우유도 개인의 이름으로 얻은 상금이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유도가 누구에게 주든, 그건 우유도 마음이었다. 나중에 어떤 처분을 받든지 간에 그건 다른 이야기였다. 최소한 지금 연국의 삼대 문파는 우유도를 강제할 수 없었다.

이곳은 표묘각이었다. 우유도가 굳이 누군가에게 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이들도 손을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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