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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10화 (108/1,000)

1010화. 철수

영검산의 장문인 맹선도 입을 열었다.

“그리 급히 결정을 내릴 필요 없네, 자네는 연국의 수행자이니, 만약 누군가 자네를 겁박한다면, 바로 우리가 막아설 것이네!”

그 말은 우유도에게 그 전에 어떤 약속을 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즉, 사해의 수행자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 자신들이 뒷배가 되어 주겠다는 암시였다!

금 삼억 냥이었다! 궁임책도 얼굴을 씰룩거리며 매우 아까워했다. 그 또한 자신과 우유도의 남모를 관계를 들어 우유도를 설득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그런 궁임책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궁임책이 뒤돌아보자, 엄입이 그에게 고개를 살짝 내젓고 있었다. 그 순간 궁임책은 이 일에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서해요왕은 눈알을 한 바퀴 굴리고는 아주 신속하게 우유도가 들고 있는 금 삼억 냥의 어음을 빼앗아 들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호의를 거절하기 어렵군! 그렇다면, 본인이 일단 먼저 받고 나중에 나누도록 합시다!”

나머지 사람들은 나중에 서해요왕이 나누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동해대왕, 남해법왕, 북해명주가 연합을 하면 서해요왕이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이들 셋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뭔가 지금 자신들이 모르는 내막이 있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있었다. 부화 등 일행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요왕님….”

부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 왜 그러느냐?”

입을 열어 놓고도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자, 답답하다는 듯 서해요왕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뭘 두려워하는 것이냐! 어서 말해 보거라!”

자신이 모시는 요왕이 이처럼 조바심내는 것을 보고 부화도 참 곤란했다.

결국 돈이 골칫덩이가 돼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화 등, 우유도와 의형제를 맺은 사람들은 모두 우유도에게 딱 붙잡힌 것이다. 돈을 받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만약 우유도가 주는 것을 거절한다면, 우유도가 입만 열면 증인으로 나설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럼 저 삼억 냥은 아마 자신들과 더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 될 것이다.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돈이었다.

그러나 그냥 돈을 덥석 받자니, 저 돈이 가져올 심각한 문제들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때, 동해대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서해요왕에게 당부했다.

“뭘 그리 다급해서 안달인 것이오? 부하들의 모습을 보니, 뭔가 여기에 꿍꿍이가 있는 것 같소. 조금 지켜보고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오.”

그러나 서해요왕은 여전히 자신의 태도를 굽히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이야말로 뭘 그리 두려워하는 것이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돌려주면 그만 아니오.”

요왕은 그렇게 다른 사람의 표정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어음을 소매에 집어넣었다.

서해요왕이 어음을 소매에 넣는 것을 보고 용휴는 분노했다. 삼천만 냥이 아니었다. 저건 금 삼억 냥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용휴가 한마디 했다.

“이놈, 늙은 요괴. 표묘각에서 강도질할 생각이오?”

“어허, 그게 무슨 말이오.”

서해요왕이 주위를 둘러보고, 또 백옥루를 바라보았다.

“여러분도 다들 보고 듣지 않으셨소. 우유도가 알아서 우리에게 준 것이오. 이게 어찌 강도질이라 할 수 있소이까?”

맹선이 즉시 상기시키며 말했다.

“우유도, 여기는 표묘각이다. 당연히 공도를 주관하는 사람이 있으니, 주는 것도, 주지 않는 것도 다 네게 달린 것이다.”

그 말은 우유도에게 돈을 회수하라는 뜻이었다. 우유도에게 아직 회수할 수 있다고 분명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제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해 수행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저와 의형제를 맺은 저 네 분의 누님과 형님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의를 버리고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니, 그게 더 큰일이지요!”

말을 하며 연국 삼대 문파가 있는 곳을 향해 명을 따르기 어렵다는 듯이 포권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용휴와 맹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더 이상 우유도의 결정을 바꿀 수 없는 듯했다.

옥창 또한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비장류 등 세 사람도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심 이렇게 공개적으로 삼대 문파의 원한을 살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었다.

대선산의 장문인 황열은 두 눈을 반짝이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의형제?”

남해법왕이 다소 의외라는 듯이 뒤돌아보며 물었다.

“우유도와 의형제를 맺었느냐?”

홍개천이 매우 난처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허허, 알고 보니 같은 편이었군.”

서해요왕이 마치 일을 크게 만들지 못해 안달이라는 듯이 우유도의 어깨를 두드리며 빙그레 웃었다.

“네놈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만약 육지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겠으면 내게 오거라. 앞으로 서해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말만 하면, 본왕이 나서 주겠느니라!”

“음….”

우유도는 아직 다친 몸이 다 낫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이런, 부상이 있었지. 여기 천제단이 있으니 복용하거라.”

서해요왕은 그제야 반응을 보이며 납환을 하나 꺼내 우유도에게 건넸다.

“자, 여기.”

납환을 건네받은 우유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요왕께서는 역시 정이 깊으신 분이시군요!”

“당연하지!”

서해요왕이 한껏 거들먹거리고는 뒤돌아 다른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이처럼 통 크게 우리에게 돈을 주었으니, 우리가 어찌 돈을 아끼겠소. 이 천제단의 가격은 나중에 이 삼억 냥에서 제하도록 하겠소!”

동해대성, 남해법왕, 북해명주는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이러할 때에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뭐라 대답한단 말인가?

이때, 부화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 우유도에게 조용히 말했다.

“돈은 나중에 주면 되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주는 이유가 무엇이야! 고의로 그런 것이지?”

우유도 또한 조용히 대답했다.

“누님, 상황을 보지 않았습니까. 나중이 어디 있습니까? 나중에는 이 돈이 연국 삼대 문파의 수중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그때는 나를 죽인다 해도 삼대 문파에서 돈을 뱉어내지 않을 것입니다.”

“억지야!”

“만약 그 돈이 마음에 안 든다면, 그냥 돌려주면 그만입니다.”

상대방이 사람들 앞에서 돈을 받아도, 받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아무튼, 우유도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만약 상대방이 돈을 받으면, 번거로운 일이 좀 줄어드니 그것도 좋았다. 또 만약 돈을 받지 않는다 해도, 우유도가 그 큰 금액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귀찮은 일이 좀 생길 수 있었지만,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상대방이 거절하면, 우유도는 감히 그 돈을 차지할 생각이 있었다.

부화가 이를 갈며 말했다.

“너는 아주 음흉한 놈이야!”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저와 의형제를 맺을 때, 복이 있으면 같이 누리고, 고난이 있으면 함께 나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누님은 모든 문제를 저 한 사람에게 떠넘기면 안 되지요.”

사해의 주인들은 귀를 기울이며 우유도와 부화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동해대성이 낭량공에게 조용히 물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낭량공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성, 아주 복잡한 일입니다.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주변에 듣는 귀가 많으니, 지금은 정말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분위기가 조금 심각해지자, 결국 서해요왕이 부화와 우유도 사이에 고개를 밀어 넣고는 좌우를 보며 부화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물었다.

“확실히 말해라. 이 돈은 받아도 되는 돈이더냐? 받으면 안 되는 돈이라면 돌려주면 그만이다. 내 천제단을 낭비하게 하지 말아라!”

“…….”

부화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중요한 것은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인제 와서 돈을 받든, 받지 않든 결과는 똑같습니다.”

“그럼 된 것 아니냐.”

서해요왕은 팔짱을 끼고 다시 몸을 뒤로 빼냈다. 하지만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도대체 비경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처럼 많은 돈을 눈앞에 두고도 저리 난처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사실, 부화 일행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당연히 처음에 우유도의 계획대로 일을 실행할 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단지 부화 일행은 이렇게 빨리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우유도가 암중에 자신들에게 돈을 건넸다면, 그래도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면 침착하게, 또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가 이렇게 하자, 수많은 사람의 눈이 거액에 부릅떠졌고, 모두 침을 흘리게 됐다. 게다가 사해의 사람들이 우유도와 힘을 합쳤단 사실과, 그리고 그들이 칠 국의 수행자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퍼져나갈 테니, 그 돈이 결국 칠국 수행자들의 핏값이라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려질 터였다.

그러니 사해 수행자들에게 원한이 돌아갈 게 분명했고, 우유도 자신이 암중에 도망가기가 더 쉬워질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의 의도에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명주, 더는 이곳에 머무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쉬우니, 빨리 철수하시지요!”

단무상이 조용히 북해명주에게 조언했다.

일이 일단락된 것을 보고, 백옥루는 계속해서 선포했다. 이어서 이 등의 이름을 불렀고, 불러들여 상금을 건넸다.

이 등은 연국이었다. 일등과 사백만 알의 차이가 있었다. 상금은 금 일억 냥이었다.

물론, 그저 명목상으로 연국일 뿐이었고, 사실은 제국, 위국과 같이 나눠야 했다. 단지 연국이 대표로 상금을 받았을 뿐이다.

우유도가 뒤돌아보니, 사해 수행자들이 신속하고 은밀하게 철수하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들은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우유도가 의도했던 것이기도 했다. 일부 문제가 지금 이곳에서 발생하도록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유도는 사해의 사람들을 쫓아 보내야 했다. 양측 사람들이 이곳에서 대치하도록 놔둘 수 없었다.

우유도는 암중에 사해와 칠국의 사람들을 이간질한 사실이 지금 밝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양쪽이 동시에 자신에게 분노한다면, 일이 아주 곤란해질 터였다.

자신만 입을 다물고 있다면, 자신이 이간질한 사실이 밝혀지는 건 한참 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우유도가 남주의 세력을 순조롭게 안정시킨 후가 될 것이기에, 각 세력 또한 우유도를 치는 것을 망설이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나중에는 사건이 폭로된다고 하더라도, 저들은 어쩔 수 없을 터였다.

지금 사해의 사람들이 떠나는 건 우유도에게 아주 좋은 일이었다. 스스로 자신들이 칠국의 수행자들을 해친 범인이라고 선포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우유도가 사해의 수행자들은 주도했다고? 비경에서 세력의 크기를 보면 그런 말을 칠국이 믿을 리 없었다. 그러니 사해 수행자들이 우유도를 꼬셔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제 사해 수행자들은 자신들이 주모자가 아니라고 해도 주모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는 그저 사해의 수행자를 따랐던 떨거지로 보일 터였다. 진흙이 바짓가랑이 사이에 떨어졌으니, 아무리 똥이 아니라고 해도, 똥이 되는 상황이었다.

우유도는 최대한 그가 마주해야 할 위험을 줄여나가야 했다. 그리고 일단 첫 번째 계획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한편, 삼 등은 송국이었다. 이 등과 겨우 오십만 알 차이였다. 상금은 금 오천만 냥이었고, 한국과 나눠야 했다.

사, 오, 육 등은 각각 만수문, 영종, 천행종이었다.

이들 세 문파는 어이가 없었다. 진국조차도 손에 넣지 못한 등수를 자신들처럼 대충대충 한 문파가 손에 넣을 줄은 몰랐다. 물론, 상금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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