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화. 일등을 해도 이런 식이라니
만수문, 영종, 천행종의 사람들은 다가와 조국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는 떠나갔다.
마지막, 온 천곡에 연국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가 돼서야, 소요궁, 영검산, 자금동의 장문인은 드디어 비경 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용휴와 맹선은 상황을 들은 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엄입과 한쪽으로 가서 귓속말을 주고받은 궁임책은 대경실색했다. 사건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우유도가 천도비경 안에서 이처럼 많은 일을 계획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칠국에서 비경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논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칠국뿐만이 아니었다. 사해의 요마귀괴와 중립 세 문파 또한 우유도에게 이용당했다. 모든 참여자가, 모든 세력이 우유도에게 이용당한 것이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엄입이 말로 설명해도 복잡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듣고 있는 궁임책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몇 번 재설명을 요구한 부분도 있었으니, 모든 과정이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우유도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다는 점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궁임책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비록 우유도가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가슴속 답답한 마음을 탄식으로 내뱉었다.
“그 변화무쌍한 능력만 보아도 남주가 어찌 그리 빠르게 세력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알겠군. 사제, 우유도를 이대로 자금동에 들이는 게 옳은 결정이라고 보는가?”
궁임책은 갑자기 그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것이다.
엄입도 그의 걱정스러움을 이해했다. 처음에 엄입도 그런 걱정을 했었다. 우유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마물(魔物)이었다. 자금동에 들이는 것이 복인지 화인지 알 수 없었다.
엄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찌 이야기해야 할까요.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일단 지금의 자금동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자금동의 사람이 된 후에도 설마 문규를 장난으로 생각하겠습니까?
저 안에서 우유도와 교류하면서, 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인 것은 맞지만, 그 스스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저풍평의 여제자 일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저와 산해가 일단은 그 여자를 받아들이라고 설득했지만, 들어먹지 않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세우면서도 그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보아도 우유도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생각해 보십시오. 남주는 이미 우리 눈앞에 잘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음식입니다. 그걸 포기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하아!”
궁임책은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우유도가 자금동의 사람이 되면 남주는 자금동의 것이 된다. 지금 남주를 장악한 사람은 연국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고민한 그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일등을 해도 어찌 이런 식으로 한단 말인가…….”
* * *
세 쌍의 남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바로 조등현과 황금환 등의 사람들이었다.
조등현은 나름대로 양심이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 장문인의 말까지 거절한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다. 이에 나머지 두 남자를 찾아갔다. 인원이 많으면 그나마 나으리라 생각해서였다.
세 남자는 같이 우유도를 찾아가서 우유도에게 체면을 세워달라 이야기할 참이었다. 결국, 우유도는 앞으로도 연국에서 지내야 할 것이니, 자신들과 원한을 맺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웬걸, 우유도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 남자는 다시 유선종, 부운종, 영수산의 장문인을 찾고자 했다. 세 여자를 아무 곳에나 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단 유선종 등 세 장문인을 진정시키고, 나중에 우유도를 찾아가 사정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 세 장문인도 사라진 상태였다. 게다가 자신들의 문파들도 이미 일이 끝났으니, 당연히 돌아가려고 했다.
세 남자는 골치가 아파졌고, 조등현이 말했다.
“금환, 일단은 사문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 어떻겠소. 비경 내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우리 또한 종문에 돌아가 보고해야 하오. 그리고 관례에 따라 조사를 받아야 하지. 그러니 일을 모두 마친 후에 당신을 찾아가겠소!”
황금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 조등현의 팔을 붙잡고 매달려 말했다.
“조랑, 이대로 돌아가면 사문이 우릴 죽일 거예요!”
사문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조등현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당신은 나와 소요궁의 이름을 빌리시오. 그러면 유선종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오.”
그가 보기에, 연국 경내에 있는 작은 문파는 감히 소요궁 제자의 체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황금환이 크게 두려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조랑, 너무 무서워요. 이대로 저를 버리지 말아요. 제발!”
여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여자도 두려운 마음에 넋을 잃었다. 자신들끼리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이쪽에서 세 명의 여자가 울며 본문의 제자에게 매달려 있자, 즉시 다른 사람들이 소란을 깨닫고 주목했다. 용휴가 소란을 듣고는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조등현은 즉시 장문인에게 불려와 당황하고 불안한 마음에 모든 일을 사실대로 아뢨다.
용휴는 듣고 곧 눈살을 찌푸렸다. 소요궁의 제자라면 당연히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 아래 있는 작은 문파의 여자들이 몸을 바치는 것이야 자주 있는 일이었다.
설사 그 자신조차도 밖에 나가 작은 문파에 잠시 머무를 때 누군가가 자신에게 몸을 바치며,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려고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라는 것은 그냥 그때그때 즐기면 되는 일이었다. 어찌 진지하게 여긴단 말인가.
용휴가 산해를 힐끗 보고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산해가 제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냐? 설마 아내로 맞이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조등현이 애원하며 말했다.
“사부님, 금환은 비경에서 지낼 당시 제자의 일상을 세심하게 돌보아 주었습니다. 제자에게 진심이니, 사부님께서는 저희 사이를 허락해 주십시오!”
산해는 크게 분노했다. 산해는 제자가 그저 즐기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못 본 척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지며 허락을 구하고 있다니, 뭘 허락해 달라는 것인가? 산해는 즉시 제자의 철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호통쳤다.
“네게 진심이라고? 우유도를 배신한 이후, 갈 곳이 없어졌기에 네게 의탁했을 뿐이다. 누구에게 의탁하든 똑같았을 것이다.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이냐?”
조등현이 즉시 무릎을 꿇었다.
“사부님,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정말로 제자에게 진심입니다. 사부님, 지금 그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제발 이대로 사문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자가 나중에 그녀를 다른 곳으로 보내겠습니다….”
“네놈….”
사람들 앞에서 이런 창피한 짓거리를 하다니. 산해는 하마터면 제자를 쳐 죽여버릴 뻔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였다. 차마 손을 쓰지 못하고는 조등현을 걷어찬 후에 소매를 한번 휘젓고는 떠나갔다.
아무 사람이나 소요궁에 데려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심지어 황금환은 평판이 좋지 않았다.
잠시 후, 소요궁의 사람들이 떠나갔다. 조등현과 황금환을 내버려 두었는데, 알아서 뒤처리하라는 뜻이었다.
안묘아와 임비연은 운이 좋지 않았다. 그녀들이 의탁한 남자는 영검산의 두 제자였는데, 그들은 감히 조등현처럼 사람들 앞에서 나서지 못했다. 그저 어떤 곳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더니, 나중에 그곳에 찾아가겠다고만 말했다.
“저게 무슨 소린가?”
궁임책은 그 장면을 보고 물었다.
“아마도 우유도가 살아 나올 줄 몰랐나 봅니다….”
옆에 수행하던 엄입이 상황을 보고 설명해 주었다.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자금동은 저 일에 얽힌 것이 없으니 우스울 뿐이었다.
궁임책은 우유도와 암중에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래 있는 제자들이 우유도를 배반한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게 단속했다. 아래 제자들은 설사 저들 세 여자에게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엄입에 의해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궁임책은 코웃음 한번 치고는, 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배신자, 어느 문파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이다. 저들은 동정을 받을 가치도 없었고, 신경 쓸 만한 인물도 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가자, 황금환은 조등현을 껴안고 크게 울었다. 조등현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은 몰랐다. 황금환은 그 행동에 크게 감동했다.
반면 조등현은 그저 황금환을 위로하며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아무 일 없을 것이오.”
안묘아와 임비연도 괴로워했다. 하지만 동시에 황금환이 부러웠다. 자신들이 의탁한 남자들은 조등현 같은 용기가 없었다. 더욱이 그녀들은 그 두 남자가 결국 어떤 태도를 보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녀들을 버려두고 떠나갔다.
비록 소요궁은 조등현에게 뒤처리하라고 남겨두었지만, 상황은 훨씬 쉬워졌다. 황금환이 혼자서 감히 유선종에 돌아가지 못하니, 조등현이 직접 같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소요궁의 사람이 동행하니, 황금환은 훨씬 안심할 수 있었다.
안묘아와 임비연은 어떻게 할까? 영원히 숨어서 다른 사람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은거하지 않는 이상,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천도비경에서 나와 유선종에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 각 문파는 서로 많은 것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천하 각 문파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이었다. 일단 사문을 배신했다는 명성을 얻는다면, 스스로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이기 어려웠다.
만약 정말 두 영검산의 제자가 알려준 곳에 숨어서 사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가, 배신자의 낙인이라도 찍힌다면, 저들 두 남자에 대해서는 더욱더 기대할 수 있는 게 없을 터였다. 영검산이 문중 제자가 배신자와 서로 만나는 것을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나마 조등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가 초려산장에 찾아간다고 하니, 만약 거기서 영검산의 이름을 들고나온다면 어쩌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문의 추격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우유도가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면, 그의 세력만으로도 그녀들은 아주 곤란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녀들 사문이라면, 어쩌면 괜찮을 수도 있었다. 그녀들 사문의 세력으로는 이 넓은 천하에서 그녀들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도는 달랐다. 우유도는 칠국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유도가 이익을 양보할 생각만 있다면, 아마 천하의 수많은 문파와 각 주(州)들은 그녀들을 찾는 데 한 팔 거들 것이 분명했다.
그녀들은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 시대에 두 처녀가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도, 한곳에 오래 머문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자신을 지킬 능력도 없었다. 거기에 상대방을 두렵게 하는 배경이 사라졌으니, 이용가치 또한 없었다. 우유도와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있을 수 있으니, 온갖 잡다한 산수들조차 그녀들을 건드리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바다 밖으로 도망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육지에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이 바다를 건너 도망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사해의 수뇌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들이 직접 보았다. 아마 사해에서도 그녀들이 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산속 깊은 곳에 이름을 숨기고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철저하게 절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두 젊은 여자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깊은 산속에 은거하는 일은 대부분 남자다. 세상의 화려함을 떨쳐낼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조등현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고, 두 여자는 연국 삼대 문파의 거대한 실력을 우유도 또한 두려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그들을 따라 같이 초려산장을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