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화. 유례없을 정도로 강하게
원강은 다시 한 사람을 불렀다.
“뇌종강!”
뇌종강이 앞으로 한걸음 나오며 말했다.
“예!”
“지금 즉시 대선산에 연락하시오. 대선산은 사람을 모아 바로 전장으로 가서 몽 사령관님을 도우라 전하시오! 도야의 명령이라 전하고, 만약 시간을 끈다면, 대선산이 우리와 함께할 뜻이 없는 걸로 알 테니, 도야가 먼저 손을 쓰기 전에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다 전하시오!”
“어….”
뇌종강이 멈칫했다.
“정말 그렇게 말합니까?”
“똑같이 전하시오!”
원강이 손에 든 종이를 흔들며 말했다.
“도야가 안 계실 때 누군가 수작을 부리려고 했다는 사실을, 도야가 다 알고 있다고 하셨소. 도야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그런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겠다고 말씀하셨소!”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우유도의 말은,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본보기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우유도는 대놓고 남주에 거하는 세력들에게 모두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자신에게 반목하는 자는 절대 가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상숙청은 살짝 걱정되었다. 도야가 없을 때, 자신의 오라버니도 조금 수작을 부렸었다. 이에 대해 혹시 도야가 아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 것이다.
“알겠습니다!”
뇌종강이 이해하고는 즉시 명을 받았다.
“오삼양!”
오삼양이 앞으로 한걸음 나오며 말했다.
“네!”
“그대는 송국, 한국과의 연락을 책임지시오. 먼저 송국에게 연락하여 말하시오. 송국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차출하는 일은 도야 말고 다른 사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라고 전하시오!”
다음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오삼양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끝입니까?”
“그렇소.”
원강이 끄덕였다.
“한국 쪽에는 도야가 즉시 송국에 대한 전쟁을 멈추라 했다고 전하시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북주의 병력이 즉시 한국으로 밀고 들어갈 것이라고 하시오!”
“이게….”
오삼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했다.
“겨우 경고에 불과한데 한국이 따르겠습니까?”
오삼양뿐만 아니라, 관방의조차 얼굴에 의심이 가득했다.
이들은 우유도가 천도비경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원한을 맺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 무사히 나오게 되었으니, 이 원한을 계속 갖고 있으면 안 됐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여기저기 견제를 해서 함부로 원한을 해소하려 드는 자들이 없게끔 해야 했다.
지금 우유도가 송국에 전하라 한 말은, 송국 삼대 문파에게 계속 자신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될 것임을, 반협박 조로 암시하며 묻는 것이었다.
운환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일단 지금은 그저 우유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원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서신으로 모든 것을 전하기 어렵다고 하셨소. 하지만 도야가 그렇게 지시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니. 시키는 대로 하시오.”
“알겠습니다.”
오삼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강이 다시 공손포를 보며 말했다.
“오량산은 제국과 위국과의 연락을 책임지시오. 그들 두 나라에 도야의 말을 전하시오. 두 나라는 천도비경에서 도야를 추격했고, 이에 도야의 기분이 몹시 상했으니, 도야는 조국 경내에서 따로 병사를 일으켜서 진국과 같이 연합해, 제국과 위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이오!”
따로 병사를 일으키겠다고? 관방의의 두 눈이 반짝였다. 설마 효월각이 일으킬 병력을 말하는 것일까? 효월각 외에는 다른 게 없어 보였다. 이는 효월각의 협조를 받아, 효월각의 병력을 이용해 제국과 위국을 공격한다는 의미로 보였다.
“아?”
공손포는 이런 자세한 상황을 몰랐기에, 이처럼 크게 전쟁을 벌인다는 말에 대경실색했다. 그가 다시 질문하기 전에 원강이 다시 말했다.
“그 외에 다시 진국 조정에 연락해 도야가 천도비경 안에서 제국, 위국과 원한을 맺었고, 두 나라가 도야를 가만히 내버려 두려고 하지 않으니, 도야가 조국 경내에서 병사를 일으켜 진국과 같이 제국과 위국을 치고자 한다고 전하시오!”
“이게….”
공손포는 더더욱 얼떨떨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입니까?”
원강이 다시 서신을 들고는 말했다.
“서신에 적혀 있지 않소.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틀림없으니 빨리 움직이시오!”
“…알겠습니다.”
이제 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우유도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이해되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손포가 한숨을 내쉬고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대로 몸을 돌렸다.
원강이 또 관방의를 보고 말했다.
“도야가 말씀하셨소. 산장에 있는 인원은 잠시 철수할 것인데, 그 일을 나보고 처리하라고 하셨소. 도야는 당신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이끌고 자신을 마중하라고 하셨소. 준비하시오. 도야를 마중할 곳은 내가 나중에 다시 알려주겠소.”
관방의는 끄덕였다. 초려산장의 사람들을 철수시킨다는 것은, 우유도가 다시 숨어 지내려 한다는 뜻과 같았다. 당연히 우유도가 머물 장소는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좋지 않았다. 그러니 우유도를 마중하는 곳 또한 너무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좋지 않았다.
우유도를 만나러 가는 일이라면, 기쁘게 할 수 있었다. 일 년만이었다. 그녀도 우유도를 만나고 싶었다.
“운 형, 도야께서 운 형에게도 말씀을 전하셨소. 운 형께서 도운산의 형제들을 이끌고 전방으로 가서 몽 사령관님을 지원해주길 바란다는 도야의 전언이오.”
원강이 뒤돌아 운환에게 말했다. 운환이 끄덕였다.
“알겠소.”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비록 우유도와 만나지 못했지만, 다들 우유도가 강하게 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례없을 정도의 강세였다.
이들은 과연 우유도의 계획이 그의 뜻대로 모두 실행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남주 혼자 치르기엔 너무나 거대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우유도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들은 이 속에 담긴 뜻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 우유도가 손을 쓰는 것은 그가 없을 때 생겨난 혼란스러움을 신속하게 쓸어버리기 위해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가 없는 동안, 온 초려산장 일대의 분위기는 사실 엄청나게 바뀐 상태였다. 마음을 하나로 묶어줄 사람이 없으니, 다들 마음이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유도가 천도비경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다시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기 시작했고, 행동 또한 명확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우유도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가 없을 당시, 초려산장의 사람들은 정말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여러 곳에서 심한 견제를 받았다. 하지만 우유도가 돌아오자마자, 즉시 반격이 시작됐다. 번개와 같은 속도로 오히려 초려산장이, 상대방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이, 초려산장의 사람들은 우유도를 보지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단지 우유도가 지시한 일련의 명령이 적힌 서신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서신만으로도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안하던 몸과 마음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각종 불화가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한동안 원수지간 같이 지내던 원강과 관방의도 즉시 각자의 불만을 내려놓았다.
우유도의 소식을 받은 원강은 더는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유도의 소식을 들고 있는 원강의 명령에 관방의도 고분고분 따랐다.
이제야 다들 알 수 있었다. 진정 우유도가 돌아온 것이다.
초려산장 여기저기 준동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빠르게 진정되었다. 일을 처리하는 효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유선종, 부운종, 영수산은 빠르게 제자들을 모아 조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방으로 달려가 몽산명을 도왔다.
운환도 마찬가지로 도운산의 요괴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관방의는 세 마리 날짐승을 이끌고 신속하게 떠나갔다. 동시에 상숙청을 보호하며 남주부성으로 돌려보냈다. 원강은 초려산장에 남아 우유도가 지시한 철수 명령을 이행했다.
각 세력이 아직 천도비경의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우유도는 신속하게 초려산장과 연관된 각 세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남주부성,
관방의는 상숙청을 내려주고 떠나갔다. 우유도를 만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다른 일은 관방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관방의는 이익 분쟁에 관심이 없었다.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우유도가 돌아왔으니, 관방의는 더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힘들었다. 능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관방의는 그냥 명령에 따르는 것이 더 속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우유도 옆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원 안,
상숙청은 세 마리 날짐승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다소 침울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관방의의 밝은 얼굴을 보고 우유도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관방의는 우유도 곁에 있을 것이다.
“군주님, 돌아오셨습니까.”
자사부의 집사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상숙청이 뒤돌아 물었다.
“왕야는요?”
“지금 조국 쪽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상숙청이 잠시 침묵하더니 우유도가 보내온 소식을 기억해 냈다. 도야는 조국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 오라버니와 협상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곧 상숙청이 말했다.
“왕야께 말씀 좀 전해 주세요. 도야가 돌아오셨어요!”
“아! 도야가 돌아오셨습니까? 알겠습니다!”
대경실색한 집사는 연신 알겠다고 하며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우유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상조종은 즉시 손님과의 접견을 끊고 가장 먼저 남약정과 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연신 질문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상숙청은 우유도 본인을 보지도 못했다. 우유도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의 뜻은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도야가 이처럼 강하게 나가다니, 아주 드문 일입니다. 천도비경에서 나오자마자 이렇게 과감한 행동을 취하다니. 지금 보니 일부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명령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도야는 손속에 사정을 보지 않고 반드시 본보기로 삼을 것입니다.”
남약정이 탄식을 내뱉었다.
곧 자사부 내부에서 한 마리 금시가 빠르게 날아올랐다. 전방에 나가 있는 몽산명에게 보내는 밀명이었다.
* * *
대선산,
황열이 돌아왔다. 의사대전(議事大殿) 내부에 일단의 장로들이 모여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우유도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대선산 사람들은 크게 실망했다. 입가에 거의 들어왔던 살코기가 갑자기 날아간 것이다.
“그놈이 천곡에서 감히 살계를 열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죽지 않고 살아 나오다니!”
“어쩌다가 일등을 했단 말입니까?”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고 있을 때 밖에서 제자가 들어와 보고했다.
“장문인, 초려산장에서 우유도가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이렇게 빨리 서신을 보낸단 말인가?”
황열은 다소 의외였다. 그조차도 대선산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신을 받아 내용을 확인한 황열의 얼굴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