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015화 (113/1,000)

1015화.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다

“서신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한 사람이 물었다. 황열은 굳은 얼굴로 서신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 확인하게 했다. 곧 서신을 확인한 사람들이 서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광오하군! 이처럼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면, 우리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 대선산을 뭐로 보는 것이란 말입니까! 하! 우리 대선산을 어떻게 남주에서 쫓아낼지 오히려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서신을 확인한 후에 화를 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비탄해했고, 반면에 냉정함을 유지한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뭔가를 들은 것이 분명합니다. 마침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있겠지요. 이대로 우유도와 반목할지 어떨지 다들 깊게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반목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유도는 남주에서 천옥문을 쫓아내고 자신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이제 와 그와 똑같이 대선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리 없었다. 결국, 상대가 우유도이기 때문에 이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 전에 우유도가 없던 초려산장이라면, 안중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유도가 돌아왔다. 대선산에게도 이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연국 황제 상건웅에게 대항하면서 그가 보여준 실력. 남주의 모든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 그 외에 다른 외부와 상대할 때 보여준 그 능력, 상조종과 밀담을 나누는 소요궁의 장로 곽청공 일행을 습격해 전멸시키는 세력, 천도비경에서 다른 세력을 압도하고 일등을 한 수단.

이런 사람이 대선산을 두려워할까?

그 모든 것을 고려해 봤을 때, 대선산은 우유도가 두려웠다. 이번에 우유도는 대선산을 강하게 압박하며, 도망갈 길을 주지 않았다. 우유도에게 대선산을 남주에서 쫓아낼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우유도와 반목해야 할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너무 큰 이익이 걸려 있었다. 화가 나는 것은 화가 나는 것이고, 대선산은 결국 우유도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제자들을 모아 전방으로 향했다.

대선산이 명령에 따르든 말든, 이번 전쟁은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들 한 문파만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천도비경에서 나오자마자 전방위로 손을 쓰기 시작했다.

* * *

전방,

몽산명이 상조종의 밀명을 받았다. 그리고 장문인 사도요의 소식을 들은 만동천부는 가장 먼저 몽산명을 찾아왔다.

사도요는 우유도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유도가 남주에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과 비할 수 없는 영향력 중의 하나였다.

다른 문파가 우유도의 명령을 받고 전방으로 오기 전에, 몽산명은 대군을 감시하고 있는 연국 수행자들의 눈을 피해, 금주의 병력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일 년 동안 동결되었던 전쟁을 깨부수고 습격을 가했다.

이번 천도비경이 끝났다는 말은 각국의 전쟁 동결이 풀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이 녹는다 해서 바로 봄이 오는 것도 아닌데, 연국은 동결이 풀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급히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조국은 특히 분노했다. 협상? 뭘 협상한단 말인가? 이게 지금 협상하고자 하는 사람의 태도란 말인가? 말만 협상이지, 반협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분노한다 해도, 쉽사리 분노를 풀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자니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 연국의 힘은 자신들로서는 쉽게 상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과감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동결된 전쟁에 어찌 이처럼 쉽게 다시 불을 붙이겠는가!

한편, 우유도가 움직인 소식을 듣게 된 소요궁과 영검산은 나란히 자금동을 찾아갔다. 당연히 자금동은 두 문파보다 감정을 좀 더 잘 억누를 수 있었기에, 차분히 집에 앉아서 두 문파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우유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우리 동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전쟁을 다시 일으키다니!”

청송이 드리운 높고 험한 봉우리, 구름이 물결치는 기경이 펼쳐진 곳에서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만나고 있었다. 그중에 맹선이 먼저 성토했다.

용휴도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우유도가 간이 아주 많이 커졌소. 어디 우리 삼대 문파를 안중에 두긴 하오? 이미 철저하게 통제를 벗어났소이다.”

궁임책은 침음했다. 지금 연국의 국력으로는 조국을 삼킬 수 없었다. 저대로 맞부딪치면 이긴다 해도 연국은 세력이 크게 깎일 게 분명했다. 그러니 결국, 다른 세력이 어부지리를 취할 것이다.

전쟁이 동결되기 직전, 조국은 연국과의 협상에 다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같이 연합해서 한국을 치고자 했다. 그런데 우유도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과감히 조국에 손을 쓰고자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놈이 이처럼 경솔하게 움직일 놈이 아닌 건 틀림없지 않소? 혹시 무슨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그를 찾아서 대화를 나눠 보아야 하지 않겠소?”

이때, 궁임책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해?”

궁임책의 말에 맹선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전방에서 이미 대대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소. 몽산명이 일으킨 전쟁인데 오해랄 것이 있겠소?”

용휴 또한 냉소 지으며 답했다.

“우유도를 찾아서 대화를 해보자고 했소? 초려산장 쪽 소식을 보면, 우유도가 또 이미 도망쳤다고 하오. 나중에 우유도를 찾을 때쯤에는 전쟁이 어디까지 진행됐을지 모를 지경일 것이오.”

두 장문인의 말에 궁임책도 머리가 아팠다.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연국 수행자들은 감히 삼대 문파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수행자가 없이는 전쟁을 치를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전쟁을 하기 위해 삼대 문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놀랍게도 이 규칙을 깨버렸다. 이미 몽산명의 대군이 있는 데다가, 남주에 있던 수행자들을 동원해 수행자들을 보충하기까지 했다.

남주에 있던 우유도의 수행자들은, 더 이상 연국 삼대 문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우유도의 수족이 된 것처럼 우유도의 말만 따랐다. 그렇게 우유도는 삼대 문파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게다가 부족한 수행자들은 몽산명이 연국 수행자들 대신, 금주의 병력과 수행자들을 동원해 채우기까지 했다. 그렇게 전쟁을 일으켰다.

연국의 동의 없이, 금주가 독단으로 조국을 공격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쪽 사람들이 몽산명을 찾아갔을 때, 몽산명은 마음대로 하라는 모습이었다. 이는 이미 몽산명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강하게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몽산명은 손속을 정확하고도 아주 독하게 썼다. 한 번의 습격으로 조국에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그 때문에 조국은 우유도가 장난으로 말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분노한 모습으로 몽산명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눈이 녹은 지가 하루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그러니 연국 삼대 문파 또한 이미 몽산명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병력들에게 큰 권위를 가지고 있었고,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후, 오랫동안 병권을 쥐고 있었다. 거기에 그가 이끄는 병력은 대부분이 몽산명의 옛 부하였으니, 감히 누가 몽산명을 처벌할 수 있겠는가? 자칫 잘못하면 연국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었다.

한발 물러서서, 조국이 이미 반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만약 이럴 때 몽산명을 교체했다가, 연국이 패배한다면, 조국은 절대 가만히 참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전의 계획에 따라서 계속 연국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삼대 문파 중 그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이미 불이 붙었으니, 그저 계속 몽산명이 전쟁을 수행하도록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다시 조국과 협상을 하고 싶다고 해도, 일단은 이겨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국이 먼저 일으킨 전쟁이다. 일단 이길 수만 있다면, 삼대 문파는 크게 화를 낼 일도 없었다. 다만, 정말로 화나는 일은 연국의 대군이 통제를 잃었다는 점이었다. 이미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삼대 문파가 연국을 장악한 게 아니라, 우유도에게 연국이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이건 삼대 문파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어찌하고 싶은 것이오?”

궁임책이 묻자 맹선이 대답했다.

“이 우유도라는 놈을 더는 남겨둘 수 없소. 반드시 처리해야 하오. 그리고 상조종 쪽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 반드시 깔끔하게 숙청해야 하오!”

궁임책은 맹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삼대 문파는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남주 쪽 사람들은 이미 철저하게 삼대 문파가 그어놓은 선을 넘어섰다. 궁임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런 시기에 손을 써도 괜찮겠소?”

용휴가 대답했다.

“당연히 지금 손을 쓰는 것이 아니오. 일단 타초경사 하지 말고, 저들에게 전쟁을 계속 수행하게 해야 하오. 나중에 전쟁이 얼추 마무리되고 대충 결론이 나오면, 조국도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오. 한국은 또 송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니, 그때가 되면 외부 환경이 안정될 것이오. 그렇게 외환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남주 세력을 숙청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이오!”

맹선이 이어 말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남주라는 가시를 해결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오. 우리 세 문파가 서로 다툴 필요 없으니 말이오. 지금까지처럼 변함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오.”

이것이 바로 두 사람이 찾아온 이유였다. 이들은 남주의 세력을 숙청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삼대 문파는 비록 서로 견제하는 세력이긴 했지만, 동시에 서로 연국이라는 고기를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는 사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다른 누가 나타나 연국이라는 고기를 나눠 먹으려 한다면, 이들은 그 세력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연국 경내에서 삼대 문파의 힘과 비교할 수 있는 세력이 없었다. 이들이 연합한다면 이번 일을 해결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궁임책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반대해야 하겠는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금동이 우유도와 결탁했다고 밝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쨌든 이 일은 시간이 지난 후에 벌어질 일이니,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일을 그렇게 처리하기로 한 후, 용휴와 맹선이 돌아가는 것을 배웅한 궁임책은 산 정상 청송 아래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과거였다면, 우유도는 감히 이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자금동이라는 뒷배가 있으므로 태도가 바뀐 것 같기도 했다.

궁임책의 추측은 어느 정도 맞았다. 만약 우유도가 자금동에 가입한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감히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유도는 결정을 내린 후에, 더는 거칠 것이 없었다. 소요궁이 남주에 밀담을 나누기 위해 보낸 장로에게 독수를 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여봐라, 엄입 장로에게 오라고 일러라!”

궁임책이 돌아보며 소리쳤다. 엄입이 빠르게 다가와 예를 표하고 물었다.

“저 두 분이 찾아온 것은 우유도 때문입니까?”

“이런 큰일을 벌였으니, 그 일 때문이 아니면 무엇 때문이겠는가?”

궁임책은 저 두 사람이 온 이유를 대략 말해주었다. 그리고 당부했다.

“자네는 우유도와 익숙하니, 어떻게든 그와 연락을 해서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보도록 하게! 만약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라면, 우리 자금동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게!”

엄입이 고개를 저었다.

“장문인, 제가 볼 때 이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설마 우유도가 이렇게 과감한 행동을 했을 때, 삼대 문파의 금기를 범한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장문인이 보시기에 우유도가 죽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제가 알고 있는 우유도는 절대 허튼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 수단이 보통이 아니지요. 제가 직접 겪은 것입니다. 그가 이처럼 움직인 것은, 열에 아홉 대처할 방법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우리 삼대 문파가 그를 쉽게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놈이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지 않습니다.”

궁임책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일단은 우유도를 찾은 후에 이야기하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