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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16화 (114/1,000)

1016화. 오랜만의 만남

제경 성문 밖,

일단의 마차가 성문을 통해 잇따라 밖으로 나가 동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마차들이 초원을 향해 행군할 때, 후방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 안에서 장홍 모자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른 마차 안에 있던 옥창은 안색이 굳어졌다. 신속히 제자 독고정에게 눈짓했다.

독고정은 즉시 마차에서 나가 마차 곁에서 같이 움직이며 호위하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강화하게 했다.

“옥창 선생님, 옥창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 장수가 말을 타고 빠르게 다가와 차창 안에서 미소짓고 있는 옥창을 향해 낭랑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떠나신다는 말을 듣고, 상장군님과 보심 총관님이 배웅을 나오셨습니다.”

“호오.”

옥창은 곧 마차 입구, 끌채 곁에 서 있는 독고정을 바라보았다. 독고정은 허리를 숙여 옥창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의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호연무한과 보심이 찾아왔다.

“멈춰라!”

옥창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

일단의 마차가 멈춰 서자 옥창이 마차에서 나왔다. 수많은 기병이 이미 마차 좌우로 나뉘어 멈춰서 있었다. 호연무한과 보심이 나란히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왔다.

옥창이 마차에서 뛰어내렸고, 호연무한 일행도 말에서 내렸다.

호연부의 집사 사호는 사주를 경계하며 호연무한 옆에서 같이 움직였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옥창 일행을 살펴보았다.

“어찌 상장군님과 대총관님이 직접 오셨습니까.”

옥창은 예의를 차리며 포권을 했다. 호연무한도 마찬가지로 마주 포권을 했다.

“선생님은 어찌 이리 인사도 없이 급하게 떠나십니까?”

“상장군님과 대총관님은 바쁘신 분이십니다. 저는 원래 여기저기 다니는 사람이니, 오가는 것으로 두 분을 귀찮게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은 참으로 소탈하시군요.”

보심이 웃었다. 그리고 뒤를 향해 손짓했다.

“선생님이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폐하가 노신에게 배웅을 명하셨습니다. 이건 폐하의 작은 성의입니다.”

한 사람이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옥창은 예의상 몇 번 거절하더니, 결국 어쩔 수 없이 제자들에게 상자를 받게 했다.

독고정은 상자를 받아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 전표가 가득 들어있었다. 곧 옥창에게 내부를 보여주었다. 옥창은 내용물을 보고 크게 놀랐다.

“폐하께서는 어찌 이 많은 재물을 주시는 겁니까?”

보심이 웃었다.

“그냥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선생님 것입니다. 선생님이 사람을 시켜 부방원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걸 폐하께서 사시기로 하셨습니다. 부방원은 언제든지 선생님을 위해 남겨 놓을 터이니, 시간 있을 때 언제든지 와서 부방원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옥창은 당연히 연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가 부방원을 판매한 것은, 조국 쪽에서 병력을 일으킬 때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돈이라는 것은 많이 준비한다고 해서 결코 나쁠 것이 없는 것이었기에, 가능할 때 가급적 준비해두는 게 좋았다.

게다가 한 가지 다른 뜻도 있었으니, 이는 자신의 신분이 언젠가는 폭로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 부방원도 어차피 결국은 제국에 몰수될 터였다. 그러니 차라리 현금으로 바꿔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다만 그 부방원을 호운도가 구매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양측이 서로 안부를 전했다. 호연무한이 언제 돌아올지 옥창에게 묻고 있을 때, 후방에 있는 사람이 금시를 받더니, 빠르게 다가와 보심에게 귓속말을 했다.

보심이 손을 휘저어 사람들을 물리고는 말했다.

“옥창 선생님, 아쉽게도 더 멀리까지 배웅해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연국이 조국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폐하는 상장군과 노신을 불러들였습니다.”

이건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결국에는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될 일이었다. 그러니 알려줘도 상관이 없었다.

옥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눈을 반짝이더니 급히 말했다.

“이미 충분히 멀리까지 배웅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국사가 더 중요하니 배웅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급히 온 사람들이 또 급히 떠나갔다. 기마들이 다시 천지를 울리며 멀어져 갔다. 옥창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곧 옥창 일행에게도 한 마리 금시가 내려앉았다.

독고정은 금시의 소식을 확인한 후에, 옥창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연국이 조국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금주 쪽에서 먼저 일으킨 전쟁입니다.”

옥창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하늘을 바라보며 격동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과연 우유도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군, 노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우리가 지불한 그 대가가 헛것이 아니었어. 충분한 가치가 있었어!”

독고정은 사부가 어째서 이렇게 격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자신조차 고양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그 전, 우유도가 비경에 있을 당시, 연국이 조국과 화친을 맺으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때문에 옥창은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 화친이 성립된다면, 옥창의 거사는 한참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국과 조국이 서로 얻을 이익을 두고 갈팡질팡하며 서로 머뭇거리는 사이, 우유도가 나왔고, 선뜻 전쟁을 일으켰다.

사실 옥창은 걱정하고 있었다. 연국 삼대 문파의 동의 없이는 우유도라 해도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연국의 병력조차, 연국 삼대 문파가 통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우유도는 연국 삼대 문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기 뜻대로 과감히 전쟁을 일으켰다. 확실히 우유도는 옥창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기에, 일행은 속도를 높였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행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곧 몇 마리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옥창 등 중요 인원을 데리고 다시 날아올랐다.

* * *

“우유도가 비경에 있을 당시, 소식에 따르면, 연국과 조국은 화친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우유도가 전쟁을 일으키니, 설마 연국 삼대 문파가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

대전 내부, 제국 황제 호운도가 배회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호연무한과 보심이 급히 불려온 이유는 명백했다. 호운도가 호연무한에게 이번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국이 갑작스럽게 손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필승의 확신이 있기 때문인가? 만약 그렇다면, 전쟁은 얼마나 지속될지가 중요했다.

여러 상황을 파악한 후에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했다. 호연무한은 그 방면에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호연무한 또한 침음하며 잠시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연국은 설사 조국과 싸워 이긴다고 해도, 조국을 완전히 집어삼킬 여력이 없었다.

한 나라를 삼킨다는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국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만 해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 패자의 나라에는 분명 잔당이 남아, 승복하지 못한 채 계속 고토를 회복하고자 할 터였다. 그렇게 사람들의 반항이 있을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은 영토를 차지한다 해도 몇 년 넘게 지속되는 것이었는데, 연국은 그런 것들을 억제할 충분한 국력과 병력이 없었다.

그러니 이처럼 광대한 영토에서 일어나는 반란군을 계속 통제하고 제압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병력을 분산시켜야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병력을 오래 분산시켜 놓을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연국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연국 내부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데, 두 배나 넓어진 영토를 지키려 한다면, 외적이 아무렇게나 한번 공격해도 마치 땅따먹기하는 것처럼 쉽게 영토를 집어삼킬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야금야금 외적에게 영토를 먹히면, 조국을 먹은 이득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아무튼, 현재의 연국은 연약한 상태였다. 당연히 조국을 삼킬 능력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우유도의 행동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호운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우유도가 조국과의 일 외에도 제국에게도 서신을 보냈다는 점이었다. 서신의 내용 또한 놀랍기 그지없었는데, 제국을 협박하고 있었다. 천도비경에서 제국 수행자의 추격을 받아 기분이 매우 나쁘니, 병력을 일으켜 제국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호운도는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우유도? 그놈이 뭐라고 감히 한 나라를 협박한단 말인가? 뭘 가지고 자신을 협박한단 말인가?

하지만 한 가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과거, 제경에서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던 사내가 인물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날개가 튼튼해졌다. 감히 제국을 협박할 정도로 말이다.

대전 내부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유도가 한쪽으론 자신들을 협박하면서 한쪽으로는 조국에 전쟁을 건 의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호연무한이 떠난 후, 호운도는 서탁 앞으로 가서 뒤집혀 있는 종이를 들어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빤히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

“또 산을 오른 것이냐?”

다른 사람은 아마 모르겠지만, 보심은 누굴 이야기하는지 잘 알았다. 바로 장남인 금왕 호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소위 말하는 산이란 성 밖 삼대 문파가 있는 곳을 말했다.

최근 금왕과 삼대 문파 사이에 교류가 잦았다. 또 수시로 군중의 장수들과 만남을 가졌다. 후자 같은 경우는 금왕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황장자(皇長子)라는 신분을 들고 나왔으니, 군중의 장수들은 참으로 골치 아파했다.

“그렇습니다.”

보심이 대답했다.

“이처럼 기다리지 못한단 말인가?”

호운도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든 종이를 내려놓은 그가 말했다.

“과인이 국사에 바쁘고, 그 어미가 일찍 세상을 떠나 결국 엄히 가르치지 못했구나. 과인은 그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보심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고 있었다. 마치 못 알아들은 것처럼,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 * *

높은 산, 우거진 숲.

한 마리 날짐승이 산맥을 따라 날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위에서 세 사람이 뛰어내렸다. 바로 우유도, 운희, 무조행이었다.

숲속에서 수일을 기다린 관방의가 미소 띤 얼굴로 나타났다. 우유도 또한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

관방의는 만나자마자 코웃음을 치며 우유도를 비아냥거렸다.

“나를 불러 놓고, 며칠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우유도가 유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이 있어서 지체되었어.”

관방의는 운희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시선을 옆에 있는 무조행에게 돌렸다. 그녀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분은?”

우유도는 아주 그럴싸하게 소개했다.

“금단방 육 위의 고수이지, 앞으로는 우리 편이기도 하고 말이야.”

“무조행?”

관방의가 깜짝 놀랐다. 무조행이 어쩌다가 같은 편이 되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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