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화. 잘 돌아왔어요
진국,
성큼성큼 걸어 황궁 내부로 들어온 소평파는 마음이 무거웠다. 우유도가 살아 있다고?
진국에 도착한 후, 소평파는 철저하게 태숙웅 곁에 붙어 있었다. 이는 태숙웅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했고, 자신이 외부와 연락을 취할 때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덕분에 소평파는 수행계와 교류를 하지 않았고, 천도비경의 결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태숙웅과 접견했을 때, 우유도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우유도가 같이 협력해서 위국과 제국을 치자는 소식을 보내왔다는 이야기였다. 태숙웅은 이에 대해 소평파의 의견을 물었다.
몇 마디 더 물어보고 나서야, 우유도가 살아서 천도비경을 빠져나왔을 뿐만 아니라, 각 세력을 모두 압도하고 이번 천도비경에서 일등을 차지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진국조차도 천도비경에 들어가서 우유도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어찌 우유도가 살아서 나올 수 있었단 말인가?
이번에 우유도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소평파는 아주 심란해졌다.
다만 대전에 들어선 이후에는 담담한 안색을 회복했다. 차분한 모습으로 소평파는 서탁에 앉아있는 태숙웅에게 예를 올렸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소평파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유도가 폐하와 같이 위국, 제국을 치고자 하는 것이 믿을 만한 것인지요?”
태숙웅이 서탁 위에 있는 두 장의 종이를 가리켰다. 대총관 도략이 종이 두 장을 소평파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우유도의 말을 믿을 만한지 아닌지, 자네에게 물어보고자 한 것이었네. 그런데 방금 연달아 보고가 올라왔다네. 우유도가 연국과 조국의 화친을 깨트리고 조국을 공격했네. 같이 한번 살펴보게.”
태숙웅은 염려된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소평파가 두 장의 종이를 들고 내용을 한번 살펴보았다. 곧 대경실색하며 반문했다.
“폐하, 그에게 폐하와 연합해서 위국과 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병력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지금 조국과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어찌 다시 위국과 제국을 친단 말입니까. 동시에 세 나라와 전쟁을 벌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태숙웅도 마침 그 때문에 답답해하던 차였다. 하지만 이 서신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
“그럼 이건 무슨 의미인가? 설마 서신으로 거짓을 고하며 다른 수작을 부린단 말인가? 서신으로 거짓을 늘어놔봐야, 각국에 있는 밀정이 즉시 사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할 테니, 괜히 서신으로 거짓을 말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네.”
소평파는 두 장의 종이를 한참 동안 훑어보고는, 종이를 서탁 위에 올려놓았다.
“연국 삼대 문파의 압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전쟁을 일으켰군요. 게다가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밝히며 서신을 폐하께 보냈습니다. 우유도가 방금 천도비경에서 돌아와 이처럼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니, 우유도가 이런 결정을 내려도 괜찮다는 확신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마 그런 확신은 비경 내에서 생겼을 확률이 높겠지요. 비경 전에는 이런 배짱이 아예 없었으니까요. 폐하, 도대체 천도비경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태숙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그걸 물어보리라 생각했네. 그 전에 자네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우리도 비경 내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네. 지금 기운종이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야.”
소평파가 이어 물었다.
“무슨 상황입니까?”
태숙웅이 고개를 저었다.
“기운종도 아직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네.”
소평파가 의아해했다.
“기운종은 당사자입니다. 천도비경 안에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찌 모른단 말입니까?”
태숙웅 또한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 천도비경 행에서 기운종은 큰 손실을 보았어. 전멸했네. 단 한 사람도 살아 나오지 못했어. 때문에 기운종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네.”
“허!”
소평파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상대방이 어째서 기운 없어 보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 천도비경의 경험을 보았을 때, 기운종이 천도비경 안에서 이같이 참패당한 것은 정말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소평파가 급히 말했다.
“그럼 어째서 다른 세력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것입니까?”
“지금 파악하는 중이네. 사실 이런 일은 정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장문인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알려고 애쓰는 중이네. 장문인이 기운종의 고수들을 대동하고 사해로 갔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네. 아마 사해의 요마귀괴들과 드잡이질하고 있겠지.”
“사해의 요마귀괴 말입니까?”
소평파는 이해할 수 없었다. 태숙웅은 또다시 서탁 위에 있는 자료 중 하나를 소평파에게 건넸다.
“이건 기운종이 그쪽에서 전해온 천도비경 내부에 있었던 일에 대한 대략적인 소식들이네. 정확한 사항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할 수 있을 거네. 자네가 한번 살펴보게.”
소평파는 서둘러 자료를 받아 살펴보고는 매우 놀랐다. 그놈이 감히 표묘각에서 살인하다니, 그것도 조국에서 참여한 삼대 문파의 책임 장로를!
그 전에 우유도가 어째서 그처럼 자신을 드러내며 일등을 했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과거 장시간 남주의 배후에서 움직인 우유도의 행동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야 우유도가 일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등을 하지 않으면 우유도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소평파는 또 기운종의 장문인이 어째서 사해의 요마귀괴를 찾으러 갔는지 알 수 있었다. 우유도가 일등을 하고 받은 거금을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일등은 사해의 사람들과 연합해서 얻은 것이 분명했다. 한쪽은 돈을 받고, 한 사람은 목숨을 부지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공교로운 일들이 있었다. 소평파는 천도비경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하지만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운종이 전해온 소식도 기본적으로 천곡에서 들은 일부 소식에 불과했다.
정보가 없으니,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소평파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들은 소식만으로도 우유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여래는 분명 우유도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자 했다. 그런데, 우유도는 사로에서 생로를 찾아, 목숨을 건졌다.
표묘각이 의도한 사로에서 생로를 찾아내다니! 이는 정말 난세의 군웅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소평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소평파의 심정을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 태숙웅이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숨을 건지고, 일등까지 차지한 것을 보면, 절대 요행이라 할 수 없지. 자네 말이 맞네. 이 우유도는 정말 위험한 인물이야!”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소평파는 자료를 서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번에 조국이 아주 위험할 것 같습니다.”
“호오? 어딜 봐서 그런가? 그가 조국 삼대 문파의 책임 장로를 죽였기 때문인가?”
소평파가 끄덕였다.
“우유도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가 충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남주는 조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마 우유도는 비경에서 조국과 큰 원한을 쌓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연국과 조국이 협상에 성공했다면, 연국과 조국은 서로 힘을 합쳐 우유도를 제거하려 했을 것입니다. 조국은 철천지원수를 없애는 것이고, 연국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없애는 것이니, 어찌 협력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우유도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연국 삼대 문파의 결정에 정면으로 대항하면서까지 조국과 전쟁을 일으키는 행동을 택한 것입니다. 우유도는 조국을 처리하기 위해, 연국 삼대 문파가 그어놓은 선을 넘는 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유도는 조국을 처리하기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습니다. 분명, 무슨 수가 있는 것입니다”
태숙웅은 생각에 잠겼다가 반문했다.
“설마 지금 연군에게 조국을 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까지 연군이 강하단 말인가? 그게 아니고, 그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전투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소평파는 태숙웅의 말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보가 부족하니, 사실 소신도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우유도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소평파의 이런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우유도가 이빨을 드러내니, 태숙웅도 소평파의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기다려 보세, 언젠가는 단서가 보이겠지! 저들이 싸우는 것이 우리에게 꼭 나쁜 것은 아니네.”
태숙웅이 손을 저어 이 일을 옆으로 치우고는 다른 이야기를 언급했다.
“듣기로 위국 쪽에 진전이 있다고 하더군?”
* * *
천미부, 서문청공이 돌아왔다.
현미는 그 소식을 듣고 빠르게 뛰쳐나왔고, 누각을 나섰을 때, 마주 오는 서문청공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는,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서문청공은 달려나가 눈앞에 있는 여자를 꽉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 그 마음을 내리누르고는 담담히 말했다.
“현미!”
현미 또한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잘 돌아왔어요.”
그리고 몸을 돌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술상을 준비해 놓았어요!”
서문청공이 앞으로 나와 현미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움직이는 가운데 현미가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당신이 상청종의 제자를 돌려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당희가 급히 돌아갔어요. 겨우 상청종의 일개 제자인데, 어찌 당신이 직접 데려다주었나요?”
“그는 괜찮은 사람이오. 마음에 드오.”
“호오!”
현미는 다소 의외였다.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에 상청종에서 참가한 사람은 별 볼 일 없는 일개 수행자일 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서문청공의 입에서 괜찮고,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호기심이 일었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 사람이 누각에 올랐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기에 하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 사람들이 물러갔다. 현미가 직접 서문청공을 위해 잔을 채워주었다.
그 순간, 서문청공은 결국 참지 못하고, 주위가 모두 뚫려있는 곳에서 술을 따르고 있는 현미의 손을 붙잡았다.
현미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감정이 물결쳤다. 뺨은 살짝 붉어졌고,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살짝 몸을 비틀었다.
“청공, 다른 사람이 보면 좋지 않아요.”
서문청공은 다시 한번 감정을 내리누르며 그녀의 손을 놓아 주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서로 건배를 했고, 물결치는 감정을 진정시킨 현미가 물었다.
“날짐승을 보냈는데, 어째서 타지 않은 건가요?”
“나 혼자라면 언제든지 피할 수 있어 상관없지만, 데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소. 그러니 혹 나와 동행하는 사람에게 누가 해코지를 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날짐승을 타는 걸 망설일 수밖에 없었소. 그렇게 몰래 숨어있다가, 안전해졌다고 생각된 후에 밖으로 나온 것이오.”
“그렇군요.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요.”
현미가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