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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21화 (119/1,000)

1021화. 우유도가 직접 알려준 것이오!

“저놈이 한 말이 사실이오?”

백천곡의 장문인 음여술이 대답했다.

“태숙비화, 저 개뿔 같은 말을 믿지 마시오. 우리 다섯 나라가 진국과 싸운 것은 맞지만, 그저 그들을 쫓아내려고 했을 뿐이오. 우리는 절대 진국의 수행자들을 전면 공격하지 않았소. 그러니 전멸이니 뭐니 하는 말은 들을 필요도 없소. 이 일은 우리 모두 보증할 수 있소!”

서해요왕이 ‘하하’ 웃었다.

“진국을 쫓아내기 위해 다섯 나라가 손을 잡았다고? 무슨 진국이 그렇게 거대하단 말인가? 전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다섯 나라씩이나 손잡을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나도 믿기지 않는데, 태숙 늙은이가 그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퍽이나 믿겠군!”

천화교의 장문인 우문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태숙비화, 저놈은 분명 이간질을 하는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저놈들만으로 어찌 일등을 할 수 있었겠소? 나는 저들이 진국 사람들을 죽였을 것으로 생각하오.”

그러나 서해요왕은 계속해서 말을 끊고 들어왔다.

“좋아, 그럼 그 말을 한번 믿어주도록 하지. 당신 다섯 나라가 연합해서 겨우 진국을 쫓아낼 수 있었다고 하자고. 자, 그런데 너무 이상하군? 사해의 수행자들이 다섯 나라의 수행자보다 많던가? 아니면, 더 강하던가? 나도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말해 비경에 있는 사해 수행자들은 다섯 나라 수행자들의 세력을 이길 수 없었지.

그런데 우리가 진국 사람들을 전멸시켰다고? 다섯 나라도 못한 일을 우리가? 태숙 늙은이, 귀가 있으니 저들의 말이 개소리인지, 사람 소리인지 분별할 수 있을 것이오.”

연합해서 진국을 공격했던 문파들은 할 말이 없었다. 당시 도망간 진국 사람들이 겨우 백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서해요왕이 이어 말했다.

“우문연, 당신은 지금 두 눈 뜨고 장님 같은 소리를 하고 있군. 우리 다 알다시피, 우리 사해의 수행자들은 확실히 당신들을 습격했지. 하지만 진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끝 하나 건들지 않았어.”

“헛소리, 진국 것을 빼앗지 않았다면, 일등에 필요한 그 많은 영종이 어디서 왔단 말이냐?”

“수집한 거지. 우리 사해의 수행자가 천 명이 넘지. 대부분은 우리가 수집하고, 나중에 네 문파의 것을 빼앗았으니, 일등을 하는 게 이상한가?”

“너희 사해의 사람들은 시작부터 소란을 피웠다. 처음부터 영종을 수집할 생각이 없었어.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사해의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서해요왕이 냉소 지었다.

“누가 처음부터 소란을 피웠는지 자기는 알고 있겠지. 어떤 사람들은 손을 쓸 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목적이 있으니 말이야. 처음부터 우리 사람들에게 살수를 써놓고, 우리는 반격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혈신전의 장문인 문구번이 입을 열었다.

“요괴 놈이 뚫린 입이라고 헛소리를 늘어놓는구나. 분명 네놈 사해의 수행자들이 천도비경에 들어가자마자 습격을 하지 않았느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허!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을 바로 해야지, 도대체 누가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냐….”

서로 지적하며, 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은 그렇게 격렬하게 상대방을 공격했다. 하지만 입으로만 다툴 뿐, 손을 쓰지는 않았다. 사실 양측 모두 꺼리는 부분이 있었다.

다섯 나라의 수행자들은 현재 자신들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곳은 상대방들의 본거지였다. 이미 본거지에서 인원이 총출동한 상태였고, 이곳은 저들의 영역이었다. 정말 충돌한다면 이득을 보기 어려웠다.

다만 사해의 사람들도, 굳이 충돌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어찌어찌 이긴다 해도 피해가 막심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 이긴다면, 칠국 쪽에서 이를 악물고 더 많은 세력을 보낼 게 분명했다. 그러니 정말로 칠국에서 맘먹고 사해를 쓸어버리고자 한다면, 사해 또한 무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천도비경에 직접 들어갔던 당사자들이 분분히 뛰쳐나와 지적했다.

사해 측에서는 각국이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없는 목적을 가지고 천도비경에서 자신들을 전멸시키려 했다고 계속 주장했다. 한편, 칠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증거를 가져오라 했다.

“우유도가 직접 알려준 것이오!”

그 말이 튀어나오자, 이상하게도 논쟁을 벌이던 양측이 모두 조용해졌다. 그 말을 내뱉은 사해의 사람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사실 어떤 일들은 당사자일 경우에,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어리둥절했던 것들이, 이제 천도비경에서 나와 그때를 회상하니,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것이다.

부화, 낭량공, 홍개천, 단무상 네 사람이 서로서로 바라보았다. 두 눈이 크게 떠진 채, 번뜩이고 있었다.

잠시 후, 수정각의 장로 요선정이 말했다.

“우유도가 말했다고 당신들은 그냥 믿었소?”

부화가 대답했다.

“당신들이 우릴 추격하지 않았나요!”

“그건 당신들이 우리 제자를 먼저 죽였기 때문이지!”

“직접 봤나요?”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이 있소.”

“증언 말고! 직접 봤냐는 거요. 사해 수행자들이 당신 제자들을 죽이는 것을!”

“…아니오. 증언만 있소. 하지만 증언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으니 믿지 않을 수 없지!”

“하! 우리가 천도비경에 들어가자마자 당신들 사람을 죽였다고? 정말 그게 말이나 되는 것 같소?”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의아해진 표정이었다. 칠국 각 세력이 서로 조용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화하다 보니, 확실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해의 수행자들이 칠국 수행자들을 공격했다는 ‘증언’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수해 수행자들도 서로 떠들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사해에서도 마찬가지로, 칠국 수행자들이 사해 수행자들을 공격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 ‘증언’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비경 내에서 너무 긴장되고 압박되는 상황이었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사실 사해 세력과 칠국 세력은 초반부터 싸울 필요가 없었다. 영종이 있지도 않은데 뭐하러 공격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원한을 쌓아봐야 서로 좋은 일이 못 됐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에 대해 천도비경에 있을 때에는 다들 생각하지 못했다. 비경 내의 극한 상황과 영종을 모아야 한다는 압박감,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 이 모든 게 합쳐져 이성을 마비시켰다.

도끼가 제 자루 못 찍는다고, 서로 남 탓만 했지, 차분하게 사실을 뒤돌아보고 곱씹지 않았다. 그저 ‘증언’에 눈이 멀어, 서로 죽이고 약탈했다.

하지만 이제 그 상황을 벗어나서 되돌아보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신들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본 사람은 어디 있죠? 우리 쪽 사람이 손을 쓴 것이 확실한가요? 그렇다면 지금 지목해 보세요. 양측 모두 사람을 찾아 대질시켜보지요!”

그 말을 듣고, 각국 장문인들은 다들 천도비경에 들어간 책임 장로들을 돌아보았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금시 한 마리가 송국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내려섰다.

서신을 확인한 후, 송국의 능소각, 열천궁, 혈신전 사람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뭐라 중얼거리더니, 두말하지 않고, 사람들과 인사도 하지 않은 채로 제자들을 모아 빠르게 날아올랐다. 곧 하늘에서 날짐승이 날아와 이들을 태우고 멀어져 갔다.

송국 삼대 문파의 사람들 또한, 종문에서 보내온 소식을 받아 들었다. 두 가지 소식이 동시에 들어있었다. 하나는 연국이 조국을 공격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이 송국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쟁 동결이 이렇게 빨리 풀릴 줄이야! 송국은 다시금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송국 삼대 문파는 여기서 쓸데없는 짓 하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급히 되돌아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송국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도망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천녀교의 장문인 지청려, 백천곡의 장문인 음여술, 무상궁의 장문인 허영광도 모여 한참 동안 중얼거렸다.

세 사람은 양국의 전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통상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됐다. 자신들의 허락 없이 한국이 쉽게 공격할 리 없었다. 송국이 열세에 있으니, 그쪽이 공격한 것도 아닐 것이다.

이들은 표묘각에서부터 바로 여기까지 쫓아왔기에, 지금 칠국 내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서신을 받은 지금까지도, 한국의 사령관 금작이 연국과 조국이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후환을 없애기 위해 송국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도 몰랐다.

아무튼, 송국 삼대 문파의 이상행동은 이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고, 이들도 별말 하지 않고, 그렇게 그 자리를 떠나갔다.

송국과 한국 사람들이 갑자기 떠난 것을 보고, 사해의 사람들 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쫓아와 놓고 왜 갑자기 떠난단 말인가? 반면 진국, 위국, 제국 사람들은 뭔가를 깨달았다.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다만 어쨌든지 간에, 사해의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다섯 나라 중에 두 나라가 떠났으니,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사해의 사람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딱 잡아떼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진국의 전멸에 관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대로 있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태숙비화는 그냥 노골적으로 의도를 밝혔다.

“그 삼억 냥을 내놓아라. 그럼 없었던 일로 하겠다.”

간단한 의도였다. 아무리 이야기해 보아도 별다른 결과가 보이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일단 돈을 받고 나중에 자세히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서해요왕은 태숙비화의 목소리에 응하듯, 소매에서 천하전장의 어음을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 세 나라 중 어느 나라에 주어도 말이 나올 것이니, 인제 와서 우리 사해의 사람들도 더는 원한을 맺고 싶지 않소. 그러니 우리 모두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이 맞을 것 같소.”

사람들이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서해요왕은 어음을 쫙쫙 두 번 찢어버리고는, 연달아 사람들 앞에서 검을 휘둘러 어음을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입으로 후 불어 마치 눈처럼 날려 보냈다.

“…….”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다들 넋을 잃었다. 마치 온천지가 눈으로 뒤덮여 얼어붙은 것 같았다. 저건 금 삼억 냥이란 말이다.

북해명주가 돌연 날카로운 고함을 질렀다.

“미쳤소!”

동해대성, 남해법왕의 얼굴에도 큰 분노가 떠올랐다. 만약 지금 외적이 없었다면 분명 손을 썼을 것이다.

태숙비화는 크게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렇게 적아 구분 없이 모두가 서해요왕을 성토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입만 움직일 뿐, 직접 손을 쓰려는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싸웠다간 서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뿐이었다. 결국, 한국과 송국 사람들이 떠났고, 삼억 냥의 어음도 없어졌다. 싸운다고 해도 큰 이득을 볼 것 같지도 않았다.

양측은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는, 진, 위, 제는 상대방을 위협하는 무서운 말을 내뱉어 놓고 하나둘 떠나갔다. 나중에 사해의 수행자들에게 어떻게 복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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