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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22화 (120/1,000)

1022화. 긴급 군보(軍報)

떠나가는 날짐승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외적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북해명주, 남해법왕이 즉시 서해요왕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남해법왕은 시퍼렇게 죽은 얼굴로 소리쳤다.

“그 돈은 당신 서해만의 돈이 아니오. 당신이 뭔데 그걸 훼손한단 말이오?”

서해요왕이 탄식을 내뱉었다.

“나도 어쩔 수 없었소. 당신들도 방금 상황을 보지 않았소. 그 삼억 냥은 화근이오. 없애지 않으면 사해는 더는 평화로울 수 없소. 내가 이리 한 것도 결국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오. 우리 실력으로 저들에게 대항할 수 없는데, 당신들은 돈을 원하는 것이오? 아니면 형제의 목숨을 원하는 것이오? 설마 당신들은 사해의 형제들이 죽기를 원하는 것이오?”

마치 부하들을 불쌍히 여겨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북해명주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이치에 대해서 당신이 가르쳐 줄 필요 없소. 그건 우리 네 곳의 돈이오. 없애기 전에 우리에게 말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오?”

한편, 한쪽에 있던 동해대성은 두 눈을 번뜩이며 서해요왕의 반응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아래를 향해 손짓하며 ‘휘’ 휘파람을 불었다.

아래에서 여러 해수를 조종하고 있던 수행자 중에 한 사람이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바닷속을 유영했다. 양손은 물속에서 부드럽게 손뼉을 치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와 움직임이 참으로 괴이해 보였다.

그 수행자의 움직임은 즉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잠시 후, 곧 해수면 위로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작은 물고기들도 해수면에서 발버둥을 치며 흰 거품을 만들었다.

바닷속에 들어가 있는 요수가 양팔을 펼치고 일정한 장단에 맞춰 해수면을 두드렸다. 주위에 있는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며 그 요수에게 다가가 뭔가를 토해냈다. 물고기가 토해낸 작은 물건들이 그 요수 옆에 가득 떠올랐다.

물고기들이 물속으로 들어가 사라지자, 그 요수는 물속에서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끌어모아, 동해대성 곁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흠뻑 젖은 물건을 펼쳐보았다.

물건이 뭔지 확인한 서해요왕의 안색이 씰룩거렸다.

동해대성은 요수 손바닥 위에 있는 물건을 만지며 세심히 관찰하더니 돌연 서해요왕을 돌아보며 냉소 지었다.

“아주 좋은 연극이었소.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군.”

남해법왕과 북해명주도 뭔가를 깨닫고는 신속하게 다가와 요수가 건져온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의 추측이 맞았다. 찢어진 건 가짜였다. 서해요왕이 그전에 훼손한 전장의 어음은 정교하게 만든 복제품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을 돌연 고개를 돌렸고, 한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만은 아주 차가웠다. 북해명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곤보(昆保), 이게 뭐요?”

다행히 천하전장의 어음은 특별 제작한 것으로,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복잡한 기술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러니 훼손된 조각만 보아도 어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칠국 수행자들은 그저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사실 지금 이렇게 조사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해의 대표들도 서해요왕의 속임수에 그대로 속아 넘어갈 뻔했다.

만약 방금 서해요왕의 부하를 생각하는 모습이 평소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 때문에 의심이 들지 않았다면, 동해대성까지 속아 넘어갈 뻔했다.

사실 그 어음은 진짜와 아주 닮아 있었다. 만약 직접 받아 조사하지 않았다면, 진짜인 줄 속아 넘어갈 뻔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손쉽게 다른 사람들을 속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놀라웠다. 다들 동행하면서, 지금까지 거의 헤어진 적이 없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추격을 당했기에, 중간에 제대로 쉰 적도 없었다. 그러니 도대체 저 늙은 요괴가 언제 이런 수작을 부려 가짜를 준비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들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어쩐지 서해요왕이 너무 단호하게 어음을 찢어버리더라니. 천곡 밖에서 우유도에 손에 있는 어음을 낚아챌 때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당한 서해요왕은 참으로 아쉬워했다. 자신의 전략이 조금 모자란 것이다. 그 조금이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입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아이고, 그냥 임시방편일 뿐이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들을 어찌 이리 쉽게 보낼 수 있었겠소. 왜 그렇게 보시오. 내가 최대한 이 돈을 지켰으니, 다들 한시름 덜지 않았소. 다들 내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소?”

부화를 포함한 서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서해요왕을 외면했다. 나쁜 짓을 하다가 현장에서 딱 걸렸으니, 다들 망신살이 뻗쳤다.

“흥!”

“허!”

동해대성과 남해법왕은 연신 냉소 지었다. 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믿을 리 없었다. 임시방편은 무슨, 속일 수 있으면 속일 생각이 분명했다. 태숙비화 등을 속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같이 속일 생각이었다. 만약 속아 넘어갔다면, 그 금 삼억 냥은 저 개자식 뱃속에 들어갔을 것이다.

북해명주가 괴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하라고 했소? 우리가 어떻게 고마워했으면 좋겠소!”

“아이고, 이제 와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지금은 같이 협력해서 외부의 적을 상대해야 할 때요. 다들 같은 편이지 않소. 감사 인사는 받은 것으로 하겠소.”

서해요왕은 마치 자신이 손수 대범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이때, 부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칠국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아마 우유도가 부리는 수작에 모두 당한 것 같아요!”

상황이 아주 난처했다. 부화는 자신이 모시는 요왕을 위해 화제를 돌리고자 했다. 혹시라도 어음 때문에 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동해대성의 영역이었다. 심지어 일 대 삼이었다.

결국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부화가 화제를 우유도에게로 돌렸다. 과연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낭량공이 물었다.

“그럼 천도비경 내부에서 우리와 칠국 사이에 생긴 분쟁이, 우유도가 일으킨 것이란 말이오?”

“그래요. 당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홍개천이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칠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쓴 건 사실이오.”

“하지만 칠국 사람들은 우리가 먼저 손을 썼다고 말하고 있죠!”

부화가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우리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거지요. 비경에 있을 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유도 그놈은 정말로 여기저기에 밀정을 숨겨 놨었어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홍개천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이오? 만약 그가 여기저기 사람을 심어 두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순조롭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부화가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아직도 모르는 건가요? 칠국 내부에 우유도의 밀정이 있다는 것은, 칠국 내부의 수행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는 말과 같아요!”

사람들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부화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다들 깨닫는 바가 있었다. 다들 부화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들었다.

단무상이 놀라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건 그저 그대의 추측이지 않소.”

부화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끊으며 말했다.

“추측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우유도는 이미 사여래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어요. 게다가 연국 삼대 문파에게 쫓겨나기까지 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일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우리! 각 세력 중에 아직 우리가 남아 있었지요. 오직 우리만이 우유도에게 가장 적당한 협력 대상이었어요. 그러니 우유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어요!”

홍개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놈은 설마, 그러기 위해 우리와 의형제를 맺었단 말이오!”

서해요왕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뒷짐 지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천도비경 안의 각 세력이, 전부 우유도에게 놀아났단 말이냐? 심지어 천곡 밖에서 또 우리를 함정에 빠뜨려 지금까지 저들의 추격을 받게 한 것도 우유도이고? 정말로 우유도의 심계가 그리 깊고, 또 간악하고 사악하단 말이냐? 아니, 애초에 그놈 한 명한테 칠국 수행자 모두가 놀아난다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이냐!”

“…….”

다들 말이 없었다. 확실히, 칠국이 한 사람의 손에 놀아난다는 게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또 그 가능성이 가장 유력했다.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이 다 맞아떨어졌다. 다른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 * *

한 마리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곧 수없이 늘어선 군막 사이에 천천히 착지했고, 그 위에서 상조종이 뛰어내렸다.

남주 쪽 일을 모두 처리한 후에 즉시 전방으로 달려온 것이다.

상조종이야말로 정정당당한 전군 사령관이었다. 당연히 계속 후방에 숨어있을 수 없었고, 다만 남약정만이 후방에 남아 보급을 책임지기로 했다.

“왕야!”

몽산명이 길게 늘어선 장수들을 이끌고 상조종을 마중했다. 서로 크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상조종은 각 장수와 같이 중군 군막으로 들어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다.

전쟁이 일 년 동안 동결되어 있었다. 비록 조국이 연국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일 년 동안 조국도 그저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조국 내에서도 그동안 적지 않은 인원과 물자를 비축해놓은 상태였기에, 처음 기습이 성공한 이후, 전쟁은 잠시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는 조국 대도독 방등이 전략을 잘 짜 두 번째 기습부터 잘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전쟁 상황에 대해서 다 물어본 후, 좌우 장수들에게 물러가라 명했다. 곧 군막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하아!”

상조종이 벽에 걸린 지도를 보며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몽산명이 가볍게 물었다.

“왕야는 지금 도야 때문에 고민하시는 겁니까?”

“저를 이해하는 건 몽 사령관님밖에 없습니다.”

상조종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도야가 나중에 전한 말을 몽 사령관님도 보셨겠지요?”

몽산명이 끄덕였다.

“본왕은 도대체 도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본왕이 이미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지금 전장의 상황이 처음과 다르다고 말입니다. 이 일 년 동안 조국은 전력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저들을 넘어서기는 실로 쉽지 않지요. 설사 이긴다고 해도 우리에게 큰 피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도야는 지금 우리에게 조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설마 도야는 우리가 조국을 삼킬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단 말입니까? 지금으로서는 조국과 적당히 싸우다가 휴전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게 하고 금주를 만동천부에게 돌려준 다음, 남주의 방어막으로 만들면 충분합니다. 이대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바람에 도야는 삼대 문파와 반목하게 되었습니다. 삼대 문파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전쟁을 강행했으니, 이 때문에 삼대 문파는 도야를 절대 그냥 놓아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건 도야에게도 우리에게도 크나큰 위협입니다. 본왕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몽산명도 내심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몽산명은 아직 우유도에게 생각이 있을 거라 믿었다.

“어쩌면 다른 안배가 있을 수도 있지요.”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안배가 있다면 사전에 알려주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몽산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도야는 그런 분이시지요. 마지막이 되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왕야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까?”

상조종이 쓴웃음을 지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일입니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익숙해질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서 긴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왕야, 몽 사령관님, 조국에 있는 밀정이 보내온 긴급 군보입니다!”

몽산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해라!”

“밀정의 말에 따르면, 조국 서쪽 전선을 지키는 전정앙과 마장안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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