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화. 상병벌모(上兵伐謀)
몽산명의 설명을 듣은 후, 오랫동안 전장을 전전한 상조종조차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침을 꿀꺽 삼킨 그가 다시 물었다.
“대체 도야께 그 많은 수행계 세력이 어디서 났단 말입니까? 전정앙과 마장안의 모반을 도울 수 있는, 조국 삼대 문파에 잠시나마 대항할 수 있는, 그런 거대한 수행계 세력이 어떻게 생겼단 말입니까? 만약 그런 세력이 있었다면, 남주에 다른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우리가 어찌 못 봤겠습니까?”
몽산명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모든 걸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사건이 벌어졌으니, 도야를 믿어야 합니다. 게다가 전정앙과 마장안의 모반은 도야가 모두 계획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어떤 거대한 제3의 세력이 도야와 손을 잡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도 말이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지금 우리는 저들 두 대장군과 서로 협력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국을 물고 늘어지고 있고, 저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모반을 일으켰습니다. 둘 모두에게 너무나 큰 일이라, 더는 퇴로가 없습니다. 만약 사전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몽산명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한마디 추가했다.
“왕야는 여전히 도야가 이성적이지 않다고 걱정하십니까? 여전히 도야를 믿지 못하겠습니까?”
“허….”
상조종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천도비경에 있으면서 이런 일을 계획하다니, 정말로 믿기 어렵습니다!”
몽산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정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두 사람 다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 * *
“뭐라고 했느냐? 전정앙과 마장안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국과 송국의 대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전방.
중군 군막 안에 있는 한국 대사마 금작이 소식을 듣고 대경실색했다. 다시 자세히 정보를 살펴보고는 빠르게 지도 앞으로 다가갔다.
몇몇 장수들이 같이 지도 앞으로 가서 같이 조국의 병력이 표시된 곳을 살펴보았다.
한참이 지나, 금작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색이 아주 복잡해 보였다.
“설마 연국 남주의 병력이 먼저 전쟁을 일으킨 것이 이 일과 연관이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일단 연군이 조군을 꽉 붙들고 놔주지 않으면, 조국은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한쪽에 있던 장수가 욕설을 퍼부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 이득도 볼 수 없게 돼버린 거군요! 우린 여기서 죽을 힘을 다해 싸웠음에도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한 게 돼버렸습니다. 반면에, 이전에 벼랑 끝으로 몰렸던 연국은 갑자기 처지가 바뀌어 큰 이득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가 아니라던가? 금작은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야말로 상대방의 전략을 역이용한 상병벌모(*上兵伐謀: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상대방의 전략을 깨부수는 일이 최고의 병법이라는 말)라 할 수 있다!”
* * *
무력(武歷) 오백삼십이 년.
조국 서부를 지키던 전정앙과 마장안에게서 동시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두 사람은 공공연히 모반을 일으키고는 따르지 않는 휘하의 장군들을 숙청했으며, 부하세력을 정비했고, 마찬가지로 휘하 조국 수행계의 종군세력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수행자 중에는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도망친 사람도 있었다!
비록 반란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행동이 천하 사람들의 눈에는 모반과 다를 것이 없었다.
조국 삼대 문파는 일단의 수행자들을 보내 급히 반란을 수습하려고 했으나,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강대한 수행계 세력의 반격을 받았다.
게다가 조국 수행자들은 대부분 연국과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전정앙과 마장안에게 보낼 수 있는 수행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너무 급작스럽게 일을 당한 나머지, 반란을 제대로 평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두 장군이 힘을 모아 반격을 했고, 큰 손실을 보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천하가 술렁거리고, 경악했다!
각 세력의 시선이 모두 조국을 향했다!
주목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각국 세력 또한 전정앙과 마장안 뒤에 있는 세력이 이번 모반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다들 두 사람을 돕고 있는 수행계 세력이 어디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각 세력의 정보기관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 모두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달아 단서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두 장군을 돕고 있는 세력 또한 신분을 숨기고자 하지 않았다. 이제 와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효월각의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건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나서, 각 세력은 기본적으로 두 장군이 모반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운 세력이 바로 지금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신비 살수 조직 효월각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효월각이 물 위로 떠올랐고, 그들이 이런 야심을 가진 것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놀랐고, 또 의아해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 휴가를 내거나, 실종된 장수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갑자기 조국에 나타나더니, 전정앙과 마장안 휘하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두 장군 휘하에 있는 중요 장수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반란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모두 숙청을 당한 후였다. 그렇게 수많은 자리가 비게 되었고, 군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휘하 장수 중에서 많은 사람을 승진시켰다. 하지만 그런데도 적지 않은 자리가 남아있었다. 게다가 일부 중요한 직위는 그저 머릿수를 채우듯이 아무나 앉힐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각국에서 실종되었던 장수들이 나타나더니, 두 대장군이 꼭 필요로 하는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고, 자신의 군사적 재능을 발휘하며, 부족한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들이 모두 공동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천하에 이름을 떨쳤던 옥창 선생의 학생들이었다!
그 천하에 이름을 떨친 옥창 선생은 더는 신분을 숨기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거리낌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두 장군이 장악한 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표묘각 내부,
아래에서 올린 효월각과 우유도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확인한 사여래는 서탁에 앉아 참지 못하고 냉소 지었다.
“하나하나, 정말 잘들 노는군.”
이처럼 천하인들이 재롱을 떠는 것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참 흥미로웠다.
사여래는 옥창의 신분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효월각이 일 년 전에 조국 경내에서 보였던 이상행동도 표묘각은 알고 있었다.
표묘각은 이미 일부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효월각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우유도가 오량산을 통해 보낸 서신에 대해서도 표묘각은 모두 알고 있었다. 사전에 효월각과 우유도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어쩌면 당사자들은 자신이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여래는 그들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 * *
소식을 듣고, 중군 군막에 있는 상조종과 몽산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도야는 옥창 선생 조카의 선생님입니다!”
상조종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소리치며 침묵을 깨뜨렸다. 몽산명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도야와 그쪽은 이미 예전부터 손을 잡은 사이였던 것입니다!”
그 전에 아무리 고민해도 알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해 드디어 답을 찾은 것이다. 상조종이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말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옥창 선생이 효월각의 사람이라니. 밀정이 모아온 정보를 보면, 효월각에서 옥창 선생의 지위가 낮지 않은 것 같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신비로운 효월각 각주일 수도 있습니다!”
몽산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도야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지도 않고 이런 모험을 감행할 리 없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요. 단지 알려줄지 어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야는 정말로….”
몽산명이 고개를 저었다. 우유도와 만나본 사람은 우유도가 입을 다물고자 한다면 아무리 물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자네 말이 맞았네. 이번에 조국이 정말 위험에 처했네. 우유도가 효월각과 이렇게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 줄 몰랐군.”
진국 황궁,
누각의 난간을 짚은 태숙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 등 뒤, 한쪽에 서 있는 소평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가 기억하기로 효월각은 우유도를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소평파는 과거 효월각과 손을 잡았던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과거 오랜 기간 효월각과 협력했다. 단지 자신은 나중에 북주의 세력기반을 잃어버렸고, 그 이후에 효월각과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소평파는 과거 효월각과 관계를 맺으며, 효월각이 왜 자신과 협력하려 하는 건지, 그 이유를 찾으려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리 찾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소평파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효월각은 그 당시에도 같은 계획을 갖고 있었을 터였다. 즉, 자신을 지금 우유도와 같은 용도로 이용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만약 협력이 순조로웠다면 지금 우유도가 얻은 모든 것이 바로 그의 것이었을 게 확실했다. 다만 그는 패배했다. 그 순간, 이미 가장 좋은 협력 대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효월각은 기회를 엿보다 우유도에게 도박을 한 것이다.
“과거, 초려산장이 습격을 받았을 때, 우유도를 지키며 도운 신비 고수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들이 아마도 효월각의 사람들 같습니다. 제가 미리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소평파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투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
“음!”
태숙웅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태숙웅의 심정은 소평파와 달랐다.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 전에 우유도의 말을 그저 허언이라고 생각했지. 과인은 그에게 병력이 어디 있어 과인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 했었네. 하지만 지금 보니 우유도가 말한 병력이 바로 저들 같네. 허허, 재미있군. 과인이 그와 협력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
소평파는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곳은 그의 북주가 아니었다.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효월각이 병력을 일으킨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태숙웅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뭔가를 깨달았다. 이제야 우유도가 조국과 전쟁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와서, 우유도와 옥창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양측이 분명 손을 잡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