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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27화 (125/1,000)

1027화. 사방이 벽이다

“천도비경에서는 우유도가 배후에서 이간질한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다. 귀 문파에서 당시 우리가 먼저 손을 썼다는 수행자를 찾아, 다른 문파에서 같은 발언을 한 수행자들과 대질시켜보면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송국 경성의 황궁 내부.

송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인 관극태, 문구번, 오승우를 앞에 두고 낭량공이 당당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해의 수행자들은 강할 때는 강하게, 약할 때는 약하게 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 그토록 거대한 해역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상황에 맞추어 태도를 바꾼다는 게 뭔지 모를 리 없었다.

사해는 각국이 연합해서 보복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미 반복해서 우유도의 함정에 빠졌고, 우유도가 자신들을 위해 다른 나라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천도비경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치에 맞게 잘 설명한다면, 각국이 사해의 수행자들과 죽자사자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세 장문인은 안색이 각기 달랐다. 당시 바다 위에서 그 지경까지 대화를 주고받았으니, 이쪽도 사실 우유도를 의심하고 있었다. 당연히 돌아와서 사해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수행자를 찾았지만, 진즉 사라진 상태였다. 그 때문에 자신들의 추측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물론 사해의 수행자들이 지목한 자들을 찾는 것은 내부에 적을 계속 둘 수 없으니 찾으려는 것이었다. 이들은 우유도에게 복수할 생각이 절대 없었다.

우유도가 연국 삼대 문파와 연국 조정을 무시하고 조국과의 전쟁을 일으켰다. 그것만 보아도 연국 군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송국은 지금 같은 처지에 우유도를 찾아가 병력을 보내 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한발 물러서서 자신들이 우유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유도가 직접 나서서 연국의 병력을 그들에게 보내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유도에게 복수한단 말인가?

이때, 관극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 말했소?”

“어….”

낭량공이 멈칫하더니 이어 말했다.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들을 불러 대질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저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을 때 관극태가 갑자기 소리쳤다.

“꺼져라!”

“……!!”

낭량공이 두 눈을 크게 떴고, 열천궁의 장문인 오승우가 말했다.

“꺼지라는 말 못 들었느냐?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는 것이냐?”

* * *

“세 분 장문인,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저희가 이미 사람을 보내 관련자들을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들을 대질시켜보면, 사해의 수행자들은 절대 각국을 먼저 건들 생각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세 분 장문인께서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마찬가지로 조국 경성에 있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 앞에서 부화가 당당한 모습으로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

조국 사람들이 천도비경 안에서 전멸을 당했다. 하지만 그건 사해의 사람과 무관한 일이었다. 사해의 사람들은 조국 사람을 건들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이를 조국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다른 한편으로, 조국의 삼대 문파의 책임 장로들이 우유도에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우유도가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장본인임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조국의 삼대 문파에서 알아서 우유도에게 분노를 토해내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손대지 않고 코 푸는 격으로, 사해의 수행자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조국의 손을 빌려 순조롭게 해소하려고 했다.

세 장문인은 굳은 얼굴을 했다. 낙하산장의 장문인 좌승풍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일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 돌아가시오!”

부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이간질에 능통한 자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번에 연국이 조국을 공격한 것도 우유도가 일으킨 것입니다. 세 분께서는 그놈을 이대로 두시려는 것입니까?”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언급하자 이들 세 사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들도 당연히 우유도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삼대 문파는 이미 우유도에게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우유도를 찾아가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과하고 용서를 빌기 위해서였다.

조국은 지금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해있고, 이건 조국 삼대 문파의 생사존망이기도 했다. 삼대 문파가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생겼으니 당연히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었다. 삼대 문파의 책임 장로가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것에대해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필요하다면, 삼대 문파는 수행계에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도 있었다.

우유도가 전쟁을 멈춰주기만 한다면 못할 일이 없었다!

효월각 쪽에도 사람을 보냈다. 효월각의 두 장군이 전란을 일으키지만 않으면 조국은 그들이 차지한 땅에서 독자적인 병권을 보장하며, 나중에 어떠한 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효월각은 그저 듣고만 있을 뿐, 조국과 대화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반면 손은 아주 단호하게 써서, 조금도 물러설 여지가 없어 보였다.

바로 이런 때, 우유도를 찾아가 복수하라고? 복수는 개뿔! 자신들의 발등을 스스로 도끼로 찍어 버리라는 말인가? 우유도를 압박해 조국과 목숨 걸고 싸우게 만들라는 것인가?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사람도 모든 걸 걸고 상대방을 죽이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태에서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조국을 살리기 위해서, 조국의 태후 상유란까지 나섰다. 다 늙은 노인이 천릿길을 걸어 사정하기 위해 연국으로 갔다.

취선교의 장문인 미만이 그늘진 얼굴로 갑자기 소리쳤다.

“꺼져!”

“…….”

부화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태도란 말인가?

* * *

연국 경내. 깊은 숲속,

덩굴과 식물로 뒤덮인 무너진 담벼락, 이 흔적들은 과거 이곳이 사찰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낭량공, 부화, 단무상, 세 사람이 먼저 도착해서 담벼락 내부에서 서거나 앉아서 쉬고 있었다.

“왔소.”

낭량공이 말했다. 나머지 두 사람이 올려다보니, 한 마리 날짐승이 허공을 스쳐 지나갔고, 그 위에서 한사람이 뛰어내렸다. 홍개천이었다.

이곳은 이들이 만나기로 사전에 약속한 곳이었다.

천도비경에서 일으킨 문제는 이들 네 사람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사기를 당한 것으로, 당연히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 나서서 뛰어다닌 것도 당연히 이들의 몫이었다.

네 사람이 다 모이자, 단무상이 홍개천에게 바로 물었다.

“그쪽 상황은 어떻소?”

홍개천이 손사래를 쳤다.

“먼저 당신들이 간 곳 상황부터 말해 보시오.”

낭량공이 송국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 후에 한국에 가서 마찬가지로 순조롭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한마디 했다.

“우리가 분명히 저들을 도와 주동자를 찾아주겠다고 하는데, 백천곡의 장문인 음여술은 호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우리에게 무슨 꿍꿍이속이냐고 물었소. 그러면서 우리보고 송국에게 뭐 받아먹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지.”

단무상은 진국과 제국의 상황을 언급했고, 부화는 위국과 조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아무튼, 다 순조롭지 않았다.

단무상이 말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설마 자신들을 그렇게 많이 죽인 주동자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단 말이오?”

홍개천이 하하 웃었다.

“인제 보니 엄입의 말이 정말이었군.”

부화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홍개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갔을 때, 마침 연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모두 자금동에 모여있었소. 일을 덜었다는 생각에 그들을 만나 마찬가지로 우유도를 언급했다가 그대로 쫓겨났소. 나중에 엄입이 나타나 나를 ‘배웅’하면서 나보고 우유도 의형이라는 사람이 참으로 의리 없다고 말합디다. 그러면서 우유도가 이미 연, 조, 한, 송을 억제했으니, 사해의 수행자들이 조, 한, 송을 찾아가도 문제를 일으킬 수 없을 거라고 했소.”

홍개천은 엄입이 그에게 분석해준 사국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우유도가 전쟁을 일으킨 이후, 네 나라는 모두 우유도에게 부탁할 것이 생겼다고 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서로서로 바라보았다. 다들 바다에 살다 보니 육지의 상황에 대해서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엄입이 나를 찾아온 것은 바로 내게 진, 위, 제를 찾아가지 말고 그만 멈추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소. 난 그의 말을 듣고, 진, 위, 제가 우리에게 설득될까 봐 그가 걱정하는 줄 알았소. 하지만 지금 당신들을 보니 진, 위, 제까지 우유도에게 억제당한 것 같군. 즉, 그가 내게 해준 말은, 쓸데없는 수고할 필요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말이었던 것 같소.”

부화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참으로 의아하군요. 연, 조, 송, 한은 우유도에게 원하는 것이 있지만 진, 위, 제는 그런 게 없지 않나요? 그런데 왜 그들조차도 우유도에게 복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가요?”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았지만,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이들은 우유도가 돌아오자마자 진, 위, 제에게 서신을 보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그 서신이 각 나라에게 얼마나 큰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효월각이 나타나고, 서신에 말한 병력이 나타나자, 세 나라는 즉시 우유도에 의해 억제되었다.

진국은 우유도와 협력해 자신들의 계략을 달성하고자 했고, 위국과 제국은 우유도가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할까 봐 걱정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다들 우유도와 효월각이 도대체 무슨 사이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우유도는 연국 삼대 문파를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켰고, 이를 통해 연군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송국에 우유도의 서신이 도착하자, 송국은 자신들이 상대를 잘못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국 조정, 연국 삼대 문파, 심지어 상조종을 찾아도 소용이 없었다. 최소한 우유도는 연국이 한국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능력은 있어 보였다. 그러니 지금 송국이 감히 우유도를 어쩌겠는가.

우유도는 천도비경을 나서자마자 한국에 서신을 보내 송국을 향한 공격을 중지하라고 협박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북주의 병력으로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 했다.

물론, 한국은 우유도가 양쪽으로 동시에 전선을 유지할 것이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과감히 모험할 필요는 없었다. 혹여라도 우유도가 급한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서였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무는 법이다. 한국 삼대 문파가 약을 잘못 먹지 않은 이상, 이런 시기에 우유도를 어찌하려고 할 리 없었다.

진, 위, 제 같은 경우는 효월각이 병력을 일으킨 것이 핵심이었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문다는 말이 여기도 통용되었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에 위국과 제국은 우유도를 궁지로 몰려고 하지 않았다.

진국 같은 경우는 우유도가 보낸 한 장의 서신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연히 우유도를 어쩐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세가 변했고, 연국은 손이 근질근질했다.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조국 같은 경우는 누가 와도 조상으로 모실 판이었다. 표묘각에 개입해 달라 빌었고, 위국, 제국에 병력을 파병해 달라 빌었다. 연국과 화친을 맺고자 했고, 우유도에게 전쟁을 멈춰달라 빌었다.

지금은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 빌러 다닐 뿐이었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미인이든 재물이든 아낌없이 선물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해의 수행자들이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우유도를 상대하기 위해 사람들을 초청하려 했으니 성공할 리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부화, 낭량공, 홍개천, 단무상은 크게 놀랐고, 자신들이 우유도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예전에 우유도에 대해서 들은 것은 있었지만, 우유도가 각국에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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