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028화 (126/1,000)

1028화. 인연을 끊다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다들 생각에 잠겼고, 다들 우유도와의 관계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마치 새로운 이용가치를 발견한 듯했다.

이들은 지금 우유도가 과거 남주에서, 배후에 숨어있던 그 우유도가 아님을 알지 못했다. 지금 그는 앞으로 나서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칠국에 풍운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건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상황에 떠밀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더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 한발이라도 물러서면 그 뒤는 만장단애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가만두려 하지 않았고, 천하가 온통 적이었다. 그러니 지금 우유도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있는 곳이 연국이었고, 다들 의견을 통일했으니, 나란히 초려산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산장에 도착하고서야, 이미 산장이 텅텅 비어있음을 알 수 있었고, 채소밭의 풀잎들만 바람에 휘날릴 뿐이었다.

* * *

“아이고, 명불허전이라더니, 과연 경국지색이구나!”

연국 경성, 황궁 내부.

조국 태후 상유란이 단정히 앉아 눈앞에 천천히 걸어오는 미모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이 예를 올리기 전에 이미 일어나 웃으며 말을 건넸다.

지금 상유란을 만나러 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연국 황제 상건웅의 새로운 후궁이자, 송국 황제 목탁진의 후궁이었다가 나중에 상건웅에게 보내진 바로 그 아작이었다.

“아작이 태후를 뵙습니다!”

꽃처럼 날씬한 아작이 무릎을 살짝 굽히며 예를 표했다.

“괜찮다, 괜찮아.”

상유란이 앞으로 나와 아작을 부축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그녀를 살피며 탄식을 내뱉었다.

“정말 이쁘구나, 어쩐지 건웅이 그리 좋아한다더니…….”

비록 입으로는 계속 칭찬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유란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외모인데, 일국의 군주를 연달아 손에 넣고 뒤흔드는 것을 보면, 도대체 남자들의 안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상유란은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지금 그녀의 외모만 보아도, 젊을 때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추측할 수 있었다. 상유란은 젊은 시절에 극도로 아름다웠고, 조국 전 황제의 큰 총애를 받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날 조국 황태후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혈통적인 원인일 수도 있지만, 상 씨의 후예인 여자들은 다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 경국지색의 미모가 나타나고는 했는데, 상숙청 같은 외모는 무척 드문 경우였다.

각국 제후들은 상 씨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물론, 그 원인으로는 상 씨가 황족의 후예라는 이유도 있었다. 상 씨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할 수 있었다.

상유란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연신 칭찬을 했고,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급박했다.

상유란이 연국에 온 것을 보고, 연국 황제 상건웅도 참으로 골치가 아팠다.

이곳은 상유란의 친정이었다. 또 상유란은 상건웅의 집안 어르신이었다. 친고모인 것이다. 이 명분은 어떻게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백성들은 함부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황제는 본을 보여야 했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 잘못이 있어서는 안 됐다.

더욱이 과거, 상유란은 울며 시집을 갔었다. 하마터면 목을 매달 뻔하기도 했다. 대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화친을 맺기 위해 간 것이었다. 또 대연을 위해 적지 않은 서러움을 감내했다. 그 후, 고국을 위해 수많은 공헌을 하기도 했다.

단지, 나중에 천천히 지위가 달라지고, 조국에서 황후의 자리에 오르면서 입장이 점차 바뀌었다. 지금은 조국 황제조차도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조국은 이미 그녀의 집이 되어있었다.

상건웅도 딸을 이용해 화친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지금 상유란을 막 대한다면, 화친을 명목으로 타국에 나가 있는 딸들이 자신을 어찌 생각하겠는가? 크게 실망하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상건웅은 고민이 많았다.

거기에 상건웅은 그녀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조국을 위해 설득하기 위해 온 것이다. 이 일은 삼대 문파가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었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상유란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상건웅은 그녀를 피해 다니며, 그저 잘 접대하라 지시할 뿐이었다.

연국 황제를 만나지 못하자, 상유란은 포기하지 않고, 동백과 같은 대신들을 만나보았다. 후궁에 있는 황후도 만났다. 하지만 다들 얼버무릴 뿐이었다.

비록 핑계를 대고 있기는 했지만, 상유란은 양국에서 모두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동백이든, 황후든 그녀를 보면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예를 차려야 했다.

나중에 연경에 있는 조국 사신에게 후궁 중 누가 상건웅에게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상유란은 상건웅의 후궁 아작을 찾았고, 지금 눈앞의 광경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아작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약한 체질일 뿐입니다. 태후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쁜 건 이쁜 것이지.”

상유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곧 사람들에게 수많은 물건을 가져오게 했다. 상자들이 들어와 뚜껑이 열리자 그 안에 수많은 보석이 들어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아작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상유란은 아작의 손을 잡고 하나하나 감상했다.

선물을 준 이후, 아작의 마음이 부드러워질 때를 노려, 어려움을 토로하고자 했다. 상유란은 과거, 자신이 화친을 맺기 위해 조국으로 가던 일을 이야기했다.

자신은 정말로 불쌍한 여자라며, 이제 힘겹게 친정에 왔는데 자기를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며, 황제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고, 여러 가지 말을 하며 마지막에는 눈물을 보였다. 때문에 아작은 아주 난처해졌고, 그저 상유란의 손을 붙잡고 위로할 뿐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유란이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는 것이다.

아작은 조정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상유란은 제대로 울고불고 눈물을 짜며, 아작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

상건웅을 만나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저 대화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별궁에 머물게 했을 뿐이라고, 너무나 매정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가 내게 너무 박정한 것은 아니냐며 계속해서 야속하다는 듯 언급했다. 그렇게 상유란은 황제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했다.

비록 상건웅은 자신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제 와 어쩔 수 없었다. 아작이 상건웅에게 상유란이 불쌍하다며 이야기를 꺼내니, 결국 다음날, 상건웅은 상유란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물었고, 연국을 방문한 목적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상유란은 화친에 대해 이야기했고, 상건웅은 핑계를 대며 조국과 협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막말로 연군은 계속 조국을 공격할 거란 말이기도 했다.

상유란은 상건웅의 말을 듣지 않았고, 상건웅은 매우 곤란해했다. 그렇다고 상유란을 쫓아낼 수도 없었다. 결국, 그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고모님,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일은 더는 제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연국 삼대 문파가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모님이 오셨을 때, 연국 삼대 문파가 이미 제게 절대 협상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황위의 주인이 바뀔 것입니다!”

“건웅아, 상조종이 네게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국이 멸망하면 내게 좋을 것이 없지만, 네게도 좋을 것이 없다. 너는 상조종이 이대로 세력을 키우는 것을 그냥 지켜볼 것이냐? 건웅아, 너는 상조종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억제하고 싶지 않으냐?

그래도 너는 연국의 황제가 아니냐. 손에 연국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고 있지. 감히 누가 너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겠느냐? 네가 버티기만 하면, 연국 삼대 문파도 연국 내란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상건웅이 고개를 저었다.

“고모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금 연국 외부에 어떠한 위협도 없습니다. 각국 세력이 모두 서로를 견제하고 있지요. 삼대 문파는 내란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내란이 일어나면 아무 군대나 하나 차출해서 가볍게 쓸어버리면 됩니다.

지금은 병권을 가진 사람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집니다! 제가 만약 쓸데없이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상조종 그 역적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고모님, 그 일은 더는 말하지 마십시오. 이건 핑계가 아닙니다. 정말 도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상유란의 두 눈이 붉어졌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왜란 말이냐,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냐! 과거, 내가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너희들이 나를 강제로 보내지 않았더냐. 그렇게 그곳이 내 집이 되었고, 그곳에서 손주와 손녀를 보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이제 그 집마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반드시 도검을 들고 내 집을 갈가리 찢어버려야만 속이 편한 것 같구나. 건웅아. 네가 어렸을 때 내가 네게 어찌했느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너를 보호해 주지 않았더냐. 이제 내가 어려움에 닥친 것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는 것은 나를 죽이려는 것이냐?”

이치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으니, 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상건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국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연국이 고모님을 어쩌지 않을 것입니다. 그 누구를 죽인다 해도 고모님은 아니지요. 저는 말할 것도 없고, 상조종이라 하더라도 고모님께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저 알아서 잘 모시겠지요. 고모님, 조국이 있든 없든, 조국에 계시든 연국에 계시든, 감히 장담하는데, 평생 걱정 없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실 겁니다!”

상유란이 크게 소리쳤다.

“그럼 내 아들도 살려줄 것이냐? 내 손자들을 살려줄 것이냐?”

상건웅은 침묵했다. 이건 상건웅도 장담하지 못했다. 상건웅도 참초제근(*斬草除根: 풀을 베고 뿌리를 뽑는다는 뜻으로, 걱정이나 재앙이 될 만한 일은 사전에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뜻)의 이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후환을 남길까, 그라 해도 반드시 그리할 것이 분명했다.

상유란은 만면에 눈물을 흘렸고, 깨달았다. 이쪽은 자신의 자손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만약 조국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아들과 자손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하여 이처럼 무정하고 무의한 집에서 태어났단 말인가? 오늘부터 나와 상 씨는 서로 빚진 것이 없으니, 인연을 끊을 것이다!”

그리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