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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34화 (132/1,000)

1034화. 위험, 위험, 위험

점심시간, 고 부의 집사 범전이 집안 음식을 싸서 고견성이 공무를 보는 곳으로 배달했다.

다른 관리들은 대사도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다들 물러났고, 외부인이 없는 것을 보고 범전이 조용히 말했다.

“우유도가 황궁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대신들 가문은 소식에 밝았다. 고견성이 끄덕이며 물었다.

“자네는 왜 온 건가?”

범전은 음식 상자 사이에서 종이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우유도가 집안으로 보낸 소식입니다.”

다소 의외였다. 고견성은 빠르게 종이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그에게 동백 동부의 사람들을 잘 감시하고,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고견성은 소매에서 화섭자를 꺼내 ‘후후’ 불어 불을 일으키더니 종이를 태워버렸다. 범전이 조용히 말했다.

“그가 동백을 치려 하는 것입니까?”

“누가 누굴 칠지 아직 모르는 일이지. 삼대 문파의 사람이 우유도를 궁에 머물게 하려고 했지만, 황궁에서 죽어도 승낙하지 않았네. 결국 우유도는 황궁 밖에서 머물 수밖에 없게 되었지.”

“다만 황궁 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군. 경성의 물은 아주 깊어. 동백은 이곳에 오랫동안 지냈으니, 그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나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야. 그 능력이 보통이 아닐 것이야. 그 휘하에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으니,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안보여뿐만이 아닐 것이야. 삼대 문파조차 무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그 속을 들여다보기 어렵겠지.

이곳은 동백의 영역이야. 아무나 뒤집어엎고 싶다고 엎을 수 있는 곳이 아니지. 거기에 황궁에 있는 그분의 협력까지 있고 말이야. 그 사람이 이처럼 갑작스럽고 경솔하게 경성을 찾아오다니, 어쩌면 일이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 있어. 동백은 그를 내일까지 살려둘 생각이 없어!”

“그럼 어찌합니까?”

고견성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 시키는 대로 하게. 동부 밖에 믿을 만한 사람들을 배치하고, 동부 내부의 밀정을 동원해 잘 지켜보게. 동백의 가족이 떠나는 것을 보면, 즉시 소식을 전해 밖에 있는 사람에게 뒤따르라고 하고 말이야. 잊지 말게. 반드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네. 절대 우리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돼!”

“알겠습니다!”

범전이 대답했다. 음식을 잘 차려놓은 두 사람은 또다시 몇 가지 밀담을 나눈 후에 떠나갔다.

* * *

경성에 있는 한 고즈넉한 곳. 그곳에 있는 장원이 임시로 우유도가 머물게 된 곳이었다.

황궁에 머무는 것을 거절당하자, 우유도는 떠나고자 했었다. 하지만 삼대 문파의 사람은 허락하지 않았고, 열 명의 제자를 파견해 감시하게 했다. 반협박 조로 여기까지 왔으니, 쉬어가는 게 좋겠다고 우유도를 압박한 것이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간 우유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서탁 위에 흰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종이 뒷장에 글자가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허공에 손을 뻗어 법력으로 종이를 빨아들이더니, 허공에서 종이를 뒤집었다. 그 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위험.”

좌측 하단에 표식이 되어있었는데, 고견성이 보낸 사람이 남긴 당부였다. 우유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확실히 이 경성의 물은 보통 깊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조정의 중신들도 하나같이 다 보통이 아니었다.

이 장원은 임시로 선택된 곳이다. 그런 곳에 우유도가 도착하기도 전에, 고견성이 아무도 모르게 한발 먼저 그의 방에 위급한 소식을 남겨놓은 것이다.

이게 바로 지금까지 우유도가 쉽게 경성에 오지 않은 이유였다. 우유도는 지금까지 속세의 권력을 잡은 권신들을 한 번도 무시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유도는 직접 종이를 만지지도 않고 허공에서 법력으로 종이를 뒤집었다. 우유도가 이렇게까지 조심하는 것을 보고 관방의가 다가와 물었다.

“뭐야?”

우유도가 손을 뒤집어 휘저었다. 곧 종이가 법력에 휩싸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종이 위에 있는 경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관방의는 코웃음을 치고는 우유도에게 눈을 치켜떴다. 우유도는 가끔 이렇게 정말로 고집스러웠다. 관방의의 만면에 불만이 가득했다.

“당부하는데, 내가 제경에 오랫동안 머물러 보아서 잘 알아. 여기 연경도 별다를 것 없겠지. 동백 같은 사람을 정말 조심해야 해. 그 손에 재물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그 아래 있는 사람이 안보여 한 사람일 리 없어.”

그녀 또한 우유도가 도착하자마자 이처럼 동백을 도발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동백에게 그런 말까지 하다니, 이건 상대방 목에 칼을 들이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무조행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곳은 일국의 중추라 할 수 있네. 수많은 사람이 모이고, 옥과 돌이 뒤섞이는 곳이지. 확실히 조심할 필요가 있네.”

무조행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조차도 동백 같은 사람은 쉽게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특히 경성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랬다.

우유도는 소매를 휘저어 먼지를 날려버리며 말했다.

“소식이 삼대 문파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삼대 문파에서 답장을 주기 전에, 삼대 문파는 경거망동하지 못할 겁니다. 그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삼대 문파가 무력으로 개입하기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말을 하면서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운희에게 나를 찾아오라는 신호를 보내.”

* * *

처마 밑, 송국 사신 전연승이 조급한 마음에 배회하고 있었다.

송국이 지금 같은 상황에 부닥치자, 연경에 있는 송국 사신인 그는 너무 힘들었다. 정말로 힘들었다.

송국이 강세일 때는 심지어 연국 조당에서도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국위를 과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부탁만 하고 다닐 뿐이었다.

과거, 연국 황궁 밖에서 그는 옷을 벗고 맨몸으로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때 이후로 송국의 국운은 매일같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세어버렸다.

한 수행원이 빠르게 다가왔고, 전연승이 급히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우유도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느냐?”

송국은 지금 우유도를 찾고 있었다. 연국에게 출병해 달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유도가 연경에 왔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을까. 우유도가 승낙하든 말든, 어떻게든 한번 만나서 설득은 해봐야 했다. 이건 그에게 있어 다른 누구에게도 전가할 수 없는 막중한 책임이었다.

“알아보았습니다.”

수행원이 연신 끄덕였다. 그리고 두 손으로 서신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우유도가 사람을 시켜 보내온 서신입니다. 대인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아!”

전연승이 매우 놀랐다. 순간 미친 듯이 기뻤다. 자신이 찾아가서 부탁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자신을 부른 것이라면, 상황이 크게 달랐다. 만약 우유도가 출병할 생각이 없었다면 어째서 자신을 불렀겠는가?

전연승은 큰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다급하게 서신을 확인했다.

곧 만면에 가득했던 기쁨이 천천히 굳어져 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의혹이었다. 서신은 확실히 그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비밀리에 만나기를 요청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면 안 된다고 했다. 비밀회담을 가지는 장소를 지정해 주었고, 데리고 움직일 수 있는 인원에도 제한을 두었다.

“이게 무슨 의미란 말이냐?”

전연승이 의아해하며 의견을 물었다. 수하가 대답했다.

“이해 못 할 것은 아닙니다. 정말 출병한다면, 또다시 연국 삼대 문파와 연국 조정을 제치고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비밀리에 움직이지 않기도 어렵습니다.”

전연승은 크게 공감하며 끄덕였다.

아무튼, 의혹이 있든 말든 간에 그는 약속장소에 가야 했다. 거기에 우유도가 자신 같은 일개 사신에게 딱히 불리한 일을 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할 필요는 있었다. 그렇게 곧바로 비밀리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녁쯤 되었을 때, 전연승은 네 명의 호위를 대동하고 변장한 채로 송국 사관의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

각국 사관은 어쩔 수 없이 은밀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당연히 이런 비밀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리에 하나둘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 앉아 있는 전연승은 수시로 창문의 주렴을 들추어 밖을 살펴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우려가 가득했다.

곧 한적한 곳에 있는 장원의 측문에 도착했다. 한 사람이 마차에서 내려 문을 두드렸다. 방문한 목적을 이야기하자 문이 열렸고, 마차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은 변장한 허노육이었다. 전연승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물었다.

“도야는 어디 있는가?”

그 이름을 바로 부르지 않고, 우유도를 도야라고 높여 불렀다. 초려산장의 사람들은 다 이렇게 부른다는 말을 듣고, 존경을 표하기 위해 따라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은 송국이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허노육이 그를 이끌고 내원 깊은 곳에 있는 건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 옆에 선 허노육이 안으로 들어가길 청하며 손을 뻗고는 말했다.

“길을 따라 쭉 걸어가시면 됩니다. 지하도 반대편에 마중 나온 사람이 있을 것이니, 때가 되면 도야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갈수록 신비스러워졌다. 전연승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지하도로 내려갔다.

지하도는 어두웠고, 곧 한 사람이 월접으로 길을 밝혔다. 지하도는 별로 넓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움직이면 꽉 찰 정도였다. 지하도의 벽은 반들반들한 것이 자연적으로 생긴 것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지하도는 갈림길이 없었다. 하지만 느끼기에 매우 길어 보였다. 전연승 일행은 갈수록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유도가 경성 내부에 이렇게 긴 지하도를 팔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건 절대 작은 공사가 아니었다.

대략 일 리에 가까운 거리를 가고서야 출구가 보였다. 출구를 통해 나가자 또 다른 건물 안이었다. 그곳에는 오노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노이는 두 사람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곧 외부에서 소식을 전해지고 나서야,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방을 나선 일행이 밖에 있는 건축물을 보고, 전연승의 부하들이 그에게 귓속말했다. 부하들이 알아본 우유도의 경성 거처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 말을 듣고 전연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바로 우유도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노이는 그들을 데리고 다른 건물로 들어가서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외부에 조정의 밀정이 있으니, 일단은 이곳에 숨어 조용히 있으면 도야가 부를 것이라는 말이었다.

오노이가 떠난 후, 일행은 조용히 기다렸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건물 안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그들을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 돌연 밖에서 금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연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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