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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35화 (133/1,000)

1035화. 성동격서

잠시 연주 소리를 듣고 있던 전연승은 금음의 소리가 매우 묘하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고는 중얼거렸다.

“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조정의 신하로서, 수없이 많은 연주자의 연주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보통 악사의 연주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퇴석(堆石) 위에 있는 정자 안,

관방의가 등롱에 불을 붙이더니 정자 위에 나타났다. 곧 정자 안에 불빛이 번져나갔고, 금을 연주하는 우유도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금 이건 우유도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정자 안에 있는 금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금을 붙잡고 연주를 한 것이다.

금음(琴音)을 들으며 관방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곧 조용히 주위를 경계했다. 이건 우유도를 따른 이후에 두 번째로 듣는 연주였다. 우유도가 연주하는 금음은 이상할 정도로 맑고 그윽한 느낌을 주었다.

깊은 밤, 은은한 등불 아래, 무조행과 관방의는 우유도 좌우에 각자 서 있었다.

그동안, 오노이는 또다시 전연승이 있는 방에 와 상황을 살펴보았다. 전연승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

“도야는 어디 있소?”

오노이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는 말했다.

“도야께서는 지금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조정의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지요. 일을 다 처리하시면 손님을 뵈러 오실 겁니다.”

“허…….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이오?”

전연승은 답답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하지만 오노이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그저 묵묵부답으로 응대할 뿐이었다.

사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는 사람은 전연승뿐만이 아니었다. 정자에 있는 관방의도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조용히 우유도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에 저들이 정말 손을 쓸까?”

우유도는 관방의의 말에도 그저 부드러이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고 계속 금을 연주했다.

처음에는 우유도 또한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견성이 남긴 경고를 본 후, 확신할 수 있었다.

경성 같은 곳에서, 고견성의 높은 신분은 그냥 병풍이 아니었다. 고견성의 판단능력은 보통 사람과 감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에게 그 정도 능력도 없었다면, 투쟁이 끊이지 않는 조정에서 저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고견성이 위험하다고 직접 서신을 남기기까지 했다. 당연히 무슨 일이 생길 터였다.

* * *

고견성의 저택, 칠흑같이 어두운 곳 내부.

서탁 뒤에 앉아 있는 고견성은 마치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홀로 어둠에 휩싸여 있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범전이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보고했다.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동백의 동부(童府)는 어떤가?”

“아주 조용합니다.”

고견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조용함이 바로 증거라 할 수 있지.”

“알겠습니다.”

범전이 대답했다. 고견성이 다시 말했다.

“만약 소란이 커진다면, 분명 황궁에 있는 그분의 지지를 받은 것일 게 틀림없네. 일단 변고가 생기면, 즉시 내가 관리하는 관아의 사람들을 동원해 저택을 방비하게 하게. 동백이 혹시라도 기회를 틈타 이곳까지 손을 쓸까 걱정되는군.”

범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백이 황궁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무슨 짓을 해도 용납될 수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즉, 황궁에 있는 그분 또한 동백이 한 짓에 대해 크게 추궁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어쩌면 동백은 이 기회를 이용해 귀찮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버리려 할 수도 있었다. 즉 자신과 대립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쓸어버리려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노야의 걱정이 이치에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 * *

동백의 저택 내부에 있는 서재.

목욕을 마친 동백이 편한 옷을 입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한 손에 붓을 들었다. 다른 손으로 소매가 처지지 않도록 붙잡고는 하염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집사 동명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재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는 수많은 종이를 확인하고는 마치 바닥에 수없이 많은 바늘이 깔린 것처럼 감히 밟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종이들 사이로 걸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노야, 준비가 끝났습니다.”

동백은 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큰 폭풍과 파도를 헤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을 보면, 우유도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절대 사소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일단 손을 쓰면 되돌릴 수 없다. 상황을 확실히 파악했는가? 만에 하나의 실수도 없어야 하네!”

“확실합니다. 지금 우유도가 머무는 곳은 우리 쪽에서 지정한 곳입니다. 이미 세세하게 조사한 바 있습니다. 우유도가 도착하기 전에, 저택 사방에 인원을 배치해 감시하게 했습니다.

저택에 들어간 사람은 파악한 그 사람들뿐입니다. 한 명이라도 바뀌었다면 절대 저희 눈을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우유도의 방어 능력은 지금 세 사람이 전부인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저택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한가?”

“틀림없습니다. 저택 안에 있는 종복은 바로 저희가 사전에 배치한 밀정입니다. 우유도가 지금 저택 안에 있는 정자에서 금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금?”

동백의 손이 잠시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동명이 이어 말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흥취가 일었나 봅니다. 아마도 삼대 문파의 보호를 받고 있기에 감히 그들을 무시하고 쓸데없는 짓을 할 거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동백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한 장을 다 적어내렸다. 마치 신속하게 마지막 결정을 내리려 하는 것 같았다. 다 적은 종이를 잡아 날려 보냈다. 종이가 허공을 날아 천천히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붓에 먹을 가득 먹인 동백은 다시 흰 종이에 글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동백은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백의 글씨는 용사비등(*龍蛇飛騰: 용과 뱀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힘찬 글씨)했다. 과연 조정에 오래 머무른 사람다웠다. 잠시 후, 붓을 멈춘 동백은 목 깊은 곳에서 묵직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시작해라!”

* * *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황궁 내부.

우유도가 금을 타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황궁에서도 금을 타는 사람이 있었다. 단지 이 사람은 여자였는데, 상건웅이 총애하는 후궁 아작이었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상건웅은 마음이 동하여 그녀의 금을 듣고 싶다고 했고, 아작이 명령에 충실히 금을 연주한 것이었다.

다만 상건웅의 마음은 금에 가 있는 것이 아닌 듯했다. 가끔 고개를 들어 상건웅을 바라본 그녀는 상건웅의 마음이 딴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의 연주를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금음을 듣고 싶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등불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의 열 손가락이 금의 현을 내리눌렸다. 금음이 갑작스럽게 멈췄지만, 상건웅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 상건웅이 돌연 정신을 차리고 아작을 바라보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상건웅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듣기 좋았는데, 어찌 멈췄느냐?”

아작은 문밖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시위의 그림자를 보고는 말했다.

“오늘은 어째 평소보다 호위가 더 많아 보여요.”

상건웅이 일어나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더니,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리고 말했다.

“오늘 경성에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 왔구나.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다.”

“천도비경에서 일등을 한 우유도라고 들었어요.”

“호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느냐?”

아작은 송국에 있을 때부터 들어봤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입가에서만 머물 뿐, 고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뱉지는 않았다. 아작이 가볍게 대답했다.

“무서워요. 일단 궁중 병력에 이상이 나타나면 늘 피바람이 불어닥치지요!”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 어깨에 얹힌 손을 바라보았다. 어깨에 올려진 상건웅의 두 손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상건웅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격렬한 격투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람이 서로 싸우는 소리가 순식간에 후궁의 정적을 깨트렸다.

대총관 전우가 급히 밖에서 뛰어들어와 큰소리로 보고했다.

“폐하, 궁중의 내시들이 반역을 일으켜, 외적이 들어 올 수 있도록 궁문을 열었습니다.”

아작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상건웅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폐하!”

상건웅은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로 아작의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담담히 말했다.

“과인은 여기 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검은 옷을 입은 일단의 복면인들이 궁중에 침입했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고, 황궁의 시위들이 목숨을 걸고 그들을 막아섰다. 수호법사들도 뛰쳐나가 그 앞을 막아섰다.

황궁이 소란스러워지자, 소요궁의 장로 석요와 자금동의 장로 신보춘, 영검산의 장로 낙명검이 깜짝 놀라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설마 우유도가?”

지붕 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신보춘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우유도가 도착한 날 누군가가 황궁을 습격했다. 거기에 우유도와 상건웅의 은원을 생각하면, 우유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삼대 문파의 제자들도 분분히 적을 막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쿵거리는 폭음이 들려왔다. 어둠에 휩싸인 고견성이 돌연 두 눈을 뜨고 굳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방향이 다르다, 어찌 된 일이냐?”

이미 그 전에 뛰어들어오고 있던 범전이 급히 보고했다.

“노야, 큰일입니다. 황궁 방향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황궁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황궁?”

고견성이 대경실색했다. 곧 두 눈을 번뜩인 고견성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큰일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그럴듯한 속임수로 상대방을 속임을 뜻함)다. 우유도를 치려 하는구나!”

정자 안,

금음이 갑자기 멈췄다. 우유도는 두 손으로 현을 내리누르며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황궁 방향인 것 같네.”

무조행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띠리링, 팅!

귀를 찌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의 현들이 우유도의 손에 의해 뜯겨 끊긴 것이다.

무조행과 관방의가 우유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하하, 흥!”

우유도가 냉소 지었다.

“다들 독한 사람들이군! 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참으로 큰 대가를 지불한 것 같아. 아마 당분간 삼대 문파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겠어.”

관방의와 무조행이 대경실색했다. 우유도의 말을 듣고 상황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 황궁에서 일어난 소란은 아마도 삼대 문파의 인원을 그곳에 묶어두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우유도는 지풍을 날려 등불을 꺼뜨렸다. 그리고 옆에 놓여 있는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적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우리도 움직이지!”

세 사람은 곧 신속하게 퇴석 위에 있는 정자에서 내려와 그대로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고 바로 아래 있는 가산(假山) 사이로 들어갔다.

가산 안에 있는 구석진 곳에 갑자기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고, 우유도를 포함한 세 사람은 신속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운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이 들어온 것을 보고 운희가 지하도의 벽에 손을 대자, 곧 지하도의 입구에 있는 흙이 꿈틀거리더니,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동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일행은 계속해서 아래로 빠져들어 갔다. 발아래 있는 흙이 일행이 있는 좁은 공간에서 벽을 타고 머리 위로 올라가 상부를 계속해서 막아갔다.

일행이 지하로 계속 내려가는 도중에 운희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야!”

운희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우유도 또한 알고 있었다. 운희가 경고한 바와 같이, 둔지를 사용할 때, 운희 혼자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대동한다면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지금 같은 방법이 최선이었다. 일단 상황이 변해서 적이 공격해 들어온다면, 지금 도망치는 속도로는 적이 지면을 공격해 파고 내려오는 속도보다 빠를 수 없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요.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은 병풍이 아닙니다. 저들이 잠시 시간을 벌어줄 것이니 괜찮습니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지면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

“지하도는 모두 막았습니까? 오노이를 포함한 사람들도 모두 철수했지요?”

“모두 철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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