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036화 (134/1,000)

1036화. 돌이킬 수 없는 일 (1)

“누구냐!”

우유도가 있는 저택을 지키는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은 황궁 방향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때, 이상을 발견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뛰쳐나온 일단의 검은 옷을 입은 복면인들은 대답하지 않고, 가산 위에 있는 정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이 자객을 그냥 놓아둘 리 없었다. 분분히 몸을 날려 그 앞을 가로막았다.

곧 양측은 격렬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대 문파의 제자들은 곧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객이 천 명도 더 넘는 것 같았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거대한 인원이 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어둠 속에서 한사람이 소리쳤다.

“한 사람도 살려 보내지 마라, 모두 죽여라!”

암습을 준비한 대장의 목소리인 듯했는데, 이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함인 듯했다. 혹시라도 우유도가 다른 이로 분장하여 도망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게다가 이는 혹여나 우유도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할까 하여 한 말이기도 했다.

* * *

“금음이 그쳤군.”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이어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전연승의 얼굴이 급변하더니 말했다.

“나가서 상황을 확인해 보시오.”

몇 사람이 방 안에서 뛰쳐나갔다. 그러나 이때, 갑자기 일단의 흑의 복면인이 나타나더니 이들을 향해 공격해 왔다. 호위들은 빠르게 전연승에게 붙어 그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전연승은 크게 당황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 소리? 암습한 자들이 이리 큰 비명을 지르며 대놓고 죽어갈 리 없었다. 그 순간, 전연승은 포위당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다른 자들이 근처에 있는 듯했고, 그들 또한 암습을 당한 듯했다.

전연승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사실 이곳 근처에는 진, 위, 제, 조, 한의 사신들이 모두 있었다. 다들 우유도의 저택 한 곳에 배정된 채, 계속해서 우유도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다 이들은 갑자기, 적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이들만 모르고 있었을 뿐, 모든 사신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함께 모여 있었던 것이다!

쿵!

암습해오는 사람들이 방으로 쳐들어왔고, 이 때문에 우유도가 커다란 방 사이에 임시로 세워두었던 가벽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제야 각국 사신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즉시, 각자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함정! 이건 우유도의 함정이 분명했다.

그런데 우유도가 어째서 자신들을 죽이려 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에 물이 찼단 말인가, 똥이 들었단 말인가? 사신들을 죽이면 좋을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단 말인가?

“빌어먹을! 개자식, 사신들을 죽이지 못해 환장했군!”

누가 뱉은 욕인지, 누굴 향한 욕인지 알 수 없었다.

휘익! 특정한 신호 기능을 하는 효시가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휘익, 휘익, 휘익…….

곧이어 수많은 효시가 하늘로 쏘아졌다.

자객이 너무 많았다. 눈 앞에 펼쳐진 긴급상황 때문에 각국은 분분히 구조 신호를 가진 효시를 쏘아댔다.

각국 사신이 거느린 인원은 여기 있는 이들이 끝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 지내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았다. 당연히 적은 인원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한나라의 사신단이니 당연했다. 호위들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딴마음을 품고 있는 적국을 버텨내지 못한다.

지금 각국 사신들은 우유도를 너무도 만나고 싶었기에, 결국 우유도의 당부에 따라 일부 인원만을 데리고 비밀리에 방문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그게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했다.

구조 신호가 하늘 높이 터지며 밝게 비추자, 비록 천군만마까지는 아니지만, 순식간에 수백의 인원들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포위 공격을 받던 장원은 한순간에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안에 있는 수행자들은 필사적으로 사신들을 지키기 위해 발악했고, 밖에서 사신들을 구하기 위해 온 인원들 또한 포위망을 뚫고 사신들에게로 진입하려 했다.

이에 사신을 지키려는 수행자와, 사신을 죽이려는 자객들 사이에 매서운 살수가 아낌없이 펼쳐졌다. 각국 사신단의 사람들도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더는 연국 경성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객이 공격하는데 설마 반항도 하지 말란 말인가?

살아남기만 하면, 어떻게든 변명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수행자가, 이처럼 대대적인 싸움을 벌이니, 백성들 또한 분분히 잠에서 깨어났다. 몇몇 이들은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쳤고, 몇몇 이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소리가 나는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곧 혼란이 온 경성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포위 공격을 받는 여섯 나라의 사신단들은 대충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 같이 연합해서 대항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우유도를 저주하는 욕설이 들려왔다.

훙!

한쪽 지붕 위에 갑자기 법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극광(極光)이 뿜어져 나왔다.

“천검부!”

사신단의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곧 사신단 쪽 사람중에서도 한 사람이 빠르게 천검부를 꺼내 급히 대항했다.

검의 형상을 한 거대한 강기가 지붕 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쏘아져 왔고, 곧이어 지면에서도 거대한 검강이 마주 쏘아져 나갔다.

쾅쾅쾅!

거대한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양측은 서로 여덟 줄기 검강을 방출하며 정면으로 부닥쳤다. 그야말로 강기가 사방을 진동하며, 광풍이 몰아치고, 땅이 터져나갔다.

수호법사들이 법력으로 각국 사신들을 지키지 않았다면, 아마 광풍에 휘말려 날아갔을 것이다.

굉음이 멈추자, 곧바로 또 다른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방금 16장의 천검부가 아무것도 아닌 종이 쪼가리처럼 소모되었다. 그런데 자객 중에 누군가 또다시 천검부 몇 장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사신단도 만만치 않았다. 조국 측에서 천검부를 방금 사용했었고, 이젠 한국에서 다시 천검부를 꺼내 대항했다.

양측이 끝없이 천검부를 꺼내 맞상대했다. 한쪽은 계속해서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한쪽은 목숨 걸고 방어했다.

각국 사신단마다 대여섯 장의 천검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어림잡아도 대략 삼십 장이 넘는 천검부가 사신단 내에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불꽃놀이를 벌이는 듯했다. 물론, 수행자들이 아닌 사람들에겐 그저 천검부끼리 서로 부딪히며 폭발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지만, 수행자들 눈에는 온 하늘이 천검부에 의해 번쩍이며 빛나고 있는 것이 뚜렷이 보였다.

그렇게 몇십 장의 천검부가 계속해서 소모되었다. 이 자객단들도 만만치 않은 놈들인 듯, 계속해서 천검부를 꺼내 소모했다.

이들은 돈이 전혀 소중하지 않은 듯했다. 순식간에 몇천만 냥 되는 돈이 그저 허공에서 연기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적은 돈이 아니었다. 몇 개의 주가 1년 예산으로 쓸 수 있는 돈이었다.

양측 모두 미친 것 같았다. 천검부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고, 서로를 향해 폭격을 가했다.

사신들은 넋을 잃은 상태였다. 대체 허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엄청난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질 뿐이었고, 그 후엔 매서운 돌풍이 일어나며 온 집안을 처참하게 박살 내고 있었다.

물론, 이들도 천검부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은, 우유도가 정말로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고 생각했다. 사천만 냥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허공에 뿌려졌으니, 우유도가 가진 재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자객의 두령도 놀라고 있었다. 우유도에게 금단방 육 위의 고수 무조행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우유도에게 적지 않은 천검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 또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스무 장이 넘는 천검부를 지원받았고, 이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런데 우유도 쪽에서도 거의 동일한 양의 천검부를 사용한 것이다.

보통 대문파라 해도 이렇게 많은 천검부를 단번에 동원하기는 힘들었다. 이천만 냥이라는 돈은 결코 우스운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유도는 그런 돈을 투자했다.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객의 두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와 멈출 수 없었다. 자신들을 지원해준 배후의 인물 또한 능력이 범상치 않은 자였다. 그 또한 이천만 냥이라는 거금을 들여 천검부를 사주었다.

그렇게 사천만 냥이 허공에서 불꽃놀이를 하며 터져나갔지만, 아깝지 않았다. 어쨌든 목표를 이루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자객의 배후에 있는 인물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아무튼,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우유도를 죽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우유도가 자객들은 물론이고, 자객들을 후원해준 배후 인물과, 배후 인물의 가족들에게까지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한편, 여섯 나라의 수행자들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럴 필요까지 있나?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우유도가 이처럼 많은 천검부를 동원하다니. 혹시 조상의 무덤이라도 파헤친 것인가, 아니면 천검부가 공짜라도 된단 말인가? 한 장에 백만 냥짜리 부적이, 그냥 몇십 장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금전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보통 백성들은 금 열 냥으로 1년을 버티는데!

각국 사신들이 치밀한 준비를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모두 우유도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이는 각국에서 사신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우유도에게 연국 사신이 살해당한 이후, 또다시 송국 사신이 암살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 각국의 사신들은 우유도를 만나러 갈 때, 당연히 준비하지 않을 리 없었다. 게다가 과거, 각국 사신들은 각 나라의 삼대 문파에 부탁하여 충분한 천검부를 받아놨었다. 당당한 일국의 대문파가 사신조차도 지키지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고, 슬쩍 자존심을 건드리니 천검부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물론, 다들 사신을 죽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검부는 정말로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여섯 나라의 사신단은, 지금 이 자리에서 준비한 천검부를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날짐승을 사용할 순 없는 것이오?”

“이 같은 상황에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한 나라의 사신이 외쳤으나, 수행자가 어이없다는 듯 되받았다. 하긴,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날짐승에 제대로 탈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날짐승에 어찌어찌 탄다 해도, 즉시 습격받아 날짐승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로 큰 손해였다. 날짐승의 가격은 너무나 비쌌다.

사실 각국 사신단에는 긴급상황에 대비하여 날짐승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급히 물어본 것이었다. 이들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이었기에, 적지 않은 우대를 받고 있었다.

과거, 제국에 있던 소평파가 진국 사신단을 통해 도망갈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런 이유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