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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37화 (135/1,000)

1037화. 돌이킬 수 없는 일 (2)

지하 깊은 곳,

우유도 일행이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서 흙먼지가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진동 때문이었다.

우유도가 의아해했다.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는데도 이런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설마 천검부를 사용하는 것인가? 그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는 것인가?”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운희는 벽에 손을 댄 채, 법력을 사용해 천장을 보강하고 있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이들은 산 채로 매장당할 뻔했다.

격렬한 진동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무조행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천검부가 확실한 것 같군. 게다가, 몇 장 정도가 아냐. 몇십 장 정도가 사용된 것 같군. 대체 얼마나 많은 천검부가 사용된 건지…….”

그렇게 많은 천검부가 사용되다니! 우유도 또한 다소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무조행 같은 고수가 추측한 것이니, 어느 정도 정확할 게 분명했다.

싸움이 얼마나 격렬한지 볼 필요도 없을 듯했다. 관방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도야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나 보네. 어떻게든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나 봐!”

* * *

수많은 백성이 두려움에 떨었다. 또 수많은 사람이 이를 모른 척했다. 구경 나온 사람들도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에 이미 도망간 지 오래였다. 백성들은 그저 문과 창을 굳게 닫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권세 있는 사람들은 호위를 강화했고, 관아의 병력이 급히 뛰어와 고부(高府)를 둘러싸고 보호했다.

범전이 안으로 들어와 처마 밑에 있는 고견성에게 보고했다.

“노야, 관아의 병력이 도착했습니다.”

고견성은 격렬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유도가 있는 곳인가?”

“그렇습니다. 저들이 손을 썼습니다. 천지가 뒤집힐 것 같습니다. 동백이 정말 이번 일에 큰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범전의 얼굴에 우려가 가득했다. 고견성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소란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줄었네. 과연 우유도가 준비 없이 오지 않았군!”

범전이 멈칫하더니, 곧 뭔가를 깨달았다. 확실히 그랬다. 준비가 없었다면, 우유도 곁에 있는 인원으로 이처럼 격렬하게 반항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건 오히려 우유도가 충분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 사람이 경성에서 공개적으로 싸우게 되었으니, 철저하게 대립하게 되었다 할 수 있네. 이건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야!”

“상황을 보면, 천도비경에서 있었던 암살 시도가 우유도를 크게 분노하게 한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동백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고견성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한쪽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풍파를 일으킨 맹룡이고. 한쪽은 오랫동안 뿌리를 깊숙이 내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무기와 같구나. 하지만 걱정이 되는구나…….”

“무엇이 걱정되십니까?”

“아무리 강한 맹룡이라도, 한 지방을 차지한 이무기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설마 승상께서는…….”

“됐다. 승자가 누구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만약 우유도가 진다면, 남주 파벌을 지탱하는 대들보가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로서는 일단 지금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지. 만약 동백이 진다면, 동백 또한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겠지. 우리로서는 큰 이득이 될 것이다.”

“황궁의 그분이 분명 한 손 거들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백이 감히 이런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만약 우유도가 이기면, 혹시 황궁에 있는 그분도 얽히지 않겠습니까?”

고견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분의 허락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그분은 그저 동백의 등을 떠밀었을 뿐이네. 성공하지 못하면 동백의 목숨을 거두면 그만이야. 결과가 어찌 되었든, 황궁의 그분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야. 아무리 그분이 마음에 안 들어도, 삼대 문파는 그분을 반드시 보호할 것이네.

남주는 이미 삼대 문파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어. 그러니 남주의 세력이 온 연국을 틀어쥐게 놔둘 리 있겠는가? 지금 삼대 문파가 그분과 대립하게 되면, 남주 세력과 대립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 하나를 제손으로 없애버리는 셈이 되니, 삼대 문파는 그리하지 않을걸세.”

범전이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죽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지경까지 왔습니다. 오늘 밤의 결과로 한 사람은 끝장이 나겠군요……. 오늘 밤, 아마 그 누구도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습니다.”

* * *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황궁 내부.

삼대 문파의 장로는 이미 일부 사람들을 이끌고 상건웅 등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우선은 이곳에서 큰 소란이 일어, 먼 곳에서 일어난 소란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천검부가 사용되자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쪽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물은 것이다.

어찌 된 일이냐고? 당장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삼대 문파의 장로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진정할 수 없었다.

눈앞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객이 또 무슨 술수를 숨겨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덕분에 이들은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고, 감히 인원을 나눌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만약 삼대 문파가 연합하고도 황제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건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보호받는 상건웅의 두 눈이 번득였다.

* * *

동백의 저택.

한 마리 금시가 저택 안으로 날아왔다. 소식을 받는 사람이 신속하게 그 자리에서 서신을 꺼내 집사 동명에게 전달했다.

매우 급한 상황에 시간이 없어 암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공개적으로 공격을 가한 이상, 밀서를 이용해 비밀을 지킬 필요도 없었다.

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동명이 대경실색하더니, 황급히 서재로 뛰어들어와 동백이 적어놓은 글씨들을 짓밟으며 소리쳤다.

“노야, 큰일 났습니다.”

“뭘 그리 소란 떠는 것이냐?”

동백이 돌연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오랫동안 다른 사람 위에 선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동명이 밖에 있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 위, 제, 송, 한, 조 여섯 나라의 사신이 모두 포위당한 저택 안에 있다고 합니다. 다들 우유도를 도와 목숨 걸고 반항하고 있습니다.”

툭!

동백은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렸다. 흰 종이 위에 먹이 크게 번져나갔고, 동백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육국(六國)의 사신들이 어째서 동시에 우유도의 거처에 나타난단 말이냐?”

동명이 다급한 마음에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노신도 모르겠습니다.”

동백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저택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간 적 없다고 장담하지 않았느냐?”

“그게….”

동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신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택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밀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오늘 급히 정해진 방인데, 어찌 밀도를 준비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연히 하루 만에 지하도를 팔 수도 없습니다. 만약 지하도를 팠다면 대량의 토석이 생겼을 것이고, 발견하지 못할 리 없습니다.”

동백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며 흉악하게 뒤틀리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삼대 문파의 사람들을 죽이고, 또다시 육국의 사신을 죽이게 해서, 안과 밖에서 고립시켜, 동시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구나. 삼대 문파와 조정에게 퇴로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주 간교한 놈이구나. 이건 노부의 살길을 철저하게 끊으려는 것이다.”

“노야, 사람들을 철수시켜야겠습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인제 와서 어떻게 철수한단 말이냐? 삼대 문파와 육국 사신 중에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

동백이 소리친 후에, 곧바로 냉정함을 되찾았다.

“우유도가 아직 그 저택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더냐?”

“그게….”

동명은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육국의 사신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을 보면, 자신들이 파악하지 못한 밀도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동명도 이제 우유도가 그곳에 있는지 장담하지 못했다.

퍽! 주먹으로 서탁을 내리친 동백이 말했다.

“물러설 곳은 없다. 우유도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놈이 죽어야 책임질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알겠느냐?”

동명은 알아들었다.

우유도가 죽으면, 이 모든 혼란이 잠재워질 수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우유도가 각국 사신을 모아 자객을 동원해 모두 죽이려 했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그만이었다. 과거에 사신을 죽인 전적이 두 번이나 있으니, 제법 신빙성 있는 소문이 될 터였다.

게다가 삼대 문파도 이 소문을 퍼뜨리는 것에 협조해줄 게 분명했다. 어쨌든지 간에 우유도가 죽기만 하면, 남주 세력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었다. 남주에 혼란이 찾아올 테고, 삼대 문파는 남주의 혼란을 수습하는 게 최우선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해야만, 다른 혼란을 수습할 수 있었다. 연국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났는데, 조국과의 전쟁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남주의 혼란을 수습해야만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모든 잘못을 우유도에게 돌리는 게 가장 최선이었다.

우유도만 죽으면, 이미 일어난 일로 만들기만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삼대 문파는 반드시 그 상황에서 최선을 선택할 터였다.

우유도가 죽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남주 세력은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삼대 문파는 후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남주의 혼란을 잠재우고자 할 것이다. 당연히 조정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 게 분명했고, 대내외적으로 모든 책임은 당연히 이미 죽은 우유도에게 떠넘기려 할 게 분명했다.

황궁을 공격하고, 삼대 문파의 제자를 죽이고, 여섯 나라의 사신을 죽인 게 우유도다! 우유도는 입을 열 수 없으니, 그렇게 모든 책임을 우유도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각자의 이익에 발목이 잡혀있었기에, 지금 와서는 그 누구도 연국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어느 정도 합당한 설명을 내놓기만 하면, 사건은 천천히 희미해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동명이 대답하고는 뛰쳐나갔다.

동명이 다시 돌아와 보고할 때, 동백은 완전히 냉정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천천히 자리에 앉은 그가 말했다.

“집안을 좀 처리해야겠다. 너무 많은 사람은 어렵겠지,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직계 가족만 성 밖으로 내보내도록 하지. 미리 봐둔 곳에 잠시 숨어있게 하는 게 좋겠어. 만약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긴다면, 그때 다시 돌아오게 해도 늦지 않아.

만약 내가 다시 연락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그대로 이름과 성을 숨기고 ‘동’이라는 성(姓)과 모든 관계를 끊고, 이 경성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고, 단 한 글자도 언급하지 말라고 전하게. 어쩌면 그렇게 무사히 화를 피할 수도 있겠지.”

동명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가족들을 피신시키는 것이다. 동백은 만사에 대비하려는 듯, 자신이 죽은 후까지 대비하려 하고 있었다. 바로 실패를 위한 대비였다.

자신들이 공격한 저택에서 육국의 사신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이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우유도가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우유도를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나중을 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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