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9화. 생사가 달려있다 (2)
“노야, 장원이 폐허가 되었습니다. 불길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으니,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집사 동명이 안으로 들어와 서탁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동백에게 보고했다. 동백이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 말은, 우유도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이군.”
동명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가족들은 모두 경성을 떠났는가?”
“이미 모두 안전하게 떠났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 시시비비의 땅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동백이 몸을 일으켰다.
“옷을 갈아입어야겠네, 궁에 들어갈 것이야!”
* * *
황궁 대문, 대군이 엄밀히 봉쇄하고 있었다.
몇 대의 마차가 연달아 도착했다. 상황이 진정된 것을 보고, 동백, 상영충, 고견성이 달려온 것이다. 이처럼 큰 소란이 일었으니, 이들 세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 척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당연히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달려왔다.
마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서로를 가볍게 살펴보았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곧 길이 열렸고, 당당히 가슴을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이들 세 사람을 들여보냈다.
후궁은 난장판이었다. 후궁 면적의 자그마치 삼분지 일이라는 거대한 면적이 한순간에 크게 훼손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은 갑작스럽게 계획되었으니, 후궁에게 당연히 알릴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습격은 우유도가 벌인 일처럼 보여야 했다. 그러니 누군가 꾸몄다는 일을 알려줄 리 없었다.
결국, 후궁의 비빈들과 궁녀들 중 일부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져 참담한 죽음을 맞이했다.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감히 자신들 눈앞에서 수작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후궁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상황을 돌아봤을 때, 이들 또한 멍청이가 아니었기에 누가 일을 계획한 것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이 지경까지 와서 어찌 된 일인지 모를 리 없었다.
석요, 신보춘, 낙명검이 분노 가득한 모습으로 동백을 포함한 상건웅 쪽 인원들을 열심히 추궁했다. 그러나 모두 책임을 깔끔하게 회피했다.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이 모든 일이 전부 우유도가 계획한 것이라고 잡아뗀 것이다.
그리고 우유도가 포위 공격을 받은 일에 대해서는 육국 사신의 구조 신호를 보고 병력을 파견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무튼, 모든 책임을 우유도에게 전가했다. 설사 자신들이 하는 말이 아귀가 맞지 않아 허점이 있는 부분이 있다 해도, 아무튼 모두 우유도의 책임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석요 일행은 상건웅을 어쩌지 못했다. 이들은 각 나라의 가장 큰 신하들이었으니, 이들은 결정권이 없었다. 종문의 동의 없이는 상건웅 쪽 일행을 죽일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소란이 커진다면, 이들도 감히 책임질 수 없었다.
* * *
날이 밝았다. 세 마리 날짐승이 빠르게 날아왔다. 자금동의 장문인 궁임책이 도착했다.
거리 때문에, 궁임책은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이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용휴와 맹선은 이미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황궁 안에 있는 폐허에 서 있었다.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황궁에서 보내온 신호를 받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 다만 그들은 설마 이런 변고가 생길 줄은 몰랐다. 도착한 후에 본 것은 처참한 풍경이었다.
여러 가지 흔적을 근거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삼대 문파의 결정이 있기 전에 손을 써서 누군가를 급하게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신보춘의 입에서 자세한 정보를 들은 후, 궁임책은 신보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오만하고, 무능하고, 무지하다고 욕하며, 그 정도 경각심도 없느냐고 호되게 꾸짖었다. 만약 사전에 뭔가 알아차렸다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보춘은 욕을 먹으면서도 할 말이 없었다. 이전에는 여기 사람들이 감히 삼대 문파의 사람들에게 손을 쓸 줄 상상도 못 했다.
짝!
신보춘의 입과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지만, 궁임책은 콧방귀를 뀌고는 그대로 홱 돌아 움직였다. 그렇게 폐허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후에, 세 장문인은 같이 하늘을 날아 다른 사고지역에 도착했다. 눈앞의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건축물은 물론 나무조차도 한그루 보이지 않았다.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고, 여전히 군데군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방이 아수라장이었다.
까맣게 탄 돌들이 대량으로 한쪽에 쌓여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검게 탄 강철창 같은 것들이 사방에 꽂혀있었다. 산 사람은 고사하고, 시체도 찾기 어려워 보였다.
“이제 어떡할 것이오?”
용휴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궁임책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보니 저 상건웅이라는 작자가 죽으려고 환장했군!”
맹선이 말을 받았다.
“아마도 일단 우유도를 죽이기만 하면, 우리가 감히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을 한 것이겠지. 우유도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목숨을 잃었다고 봐야 할 것 같소. 이렇게 큰 소란은 당연히 숨길 수 없을 것이고, 남주도 곧 알게 될 것이오.
두 나라가 교전을 벌이고 있으니, 얼마나 큰일이 생길지 모를 지경이오. 조국이라는 그 큰 살코기를 우리는 맛보지도 못할 것 같소이다. 우유도의 여당이 궁지에 몰려 쓸데없는 짓을 하기 전에 빨리 저들을 장악할 방법을 생각해야 하오.”
“빌어먹을 자식!”
궁임책은 참담한 마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조국 쪽의 이익뿐만이 아니었다.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자금동의 거대한 이익이 손실을 보았다. 이미 우유도와 수많은 일을 같이 처리해 놓은 상태였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손가락만 까닥이면, 남주라는 거대한 살코기가 자금동 입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죽으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일은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손해였다. 당연히 널리 알릴 수도 없었다. 용휴가 말했다.
“우유도가 죽었든 살았든, 빨리 대비를 해야 하오!”
세 사람이 한참 대책을 의논하고 있을 때, 지하 깊은 곳에 있는 공간에서 우유도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일행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지하 깊은 곳은 공기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다들 귀식대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가 부족해 질식사할 수도 있었다.
“이제 슬슬 해가 떴을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입을 열자, 일행이 하나둘 눈을 떴다. 관방의가 입을 열었다.
“지금 나갈 거야?”
“삼대 문파의 반응이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하룻밤이 지났는데도 반응이 없을 정도로 느리지는 않겠지. 아마 대충 소란이 가라앉았을 거야. 지금 경성은 아마 삼대 문파가 통제하고 있겠지. 그러니 이제 슬슬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해.”
관방의가 조금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런 짓을 벌였는데, 삼대 문파가 도야를 가만히 놔둘까?”
우유도가 반문했다.
“내가 뭘 했는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적의 독수에 당했고, 운이 좋아 목숨을 구했을 뿐이지.”
“…….”
그 말을 믿어줄까? 관방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운희가 말했다.
“삼대 문파가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조국은 내가 연국 손에 죽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연국에 내분이 생기면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지요. 연국 삼대 문파도 이런 시기에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할 겁니다. 지금은 제가 천도비경에 있을 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저들은 신속하고, 아무 문제 없이 남주 세력을 순조롭게 장악할 확신이 없을 겁니다. 내분이 일어나면, 조국은 반드시 그 기회를 틈탈 것이고, 기회만 있다면 한국도 연국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수많은 원인 때문에 저를 어쩌지 못합니다. 저를 죽이려는 것도 모두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큰 이익이 눈앞에 있지요. 조금만 있으면 조국이라는 살코기를 삼킬 수 있습니다. 절대 쉽게 모험을 강행하지 않을 겁니다…….”
검게 타버린 폐허 위에서 의논하고 있던 용휴, 궁임책, 맹선이 갑자기 동시에 폐허의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래 사람이 있네!”
용휴가 말을 내뱉자마자, 쿵 소리가 나며, 토석이 터져나갔다. 잠시 후, 그 안에서 세 명의 사람이 먼지를 뚫고 뛰쳐나왔다.
세 사람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들은 바로 우유도, 관방의, 그리고 무조행이었다.
운희 같은 경우는 알아서 지하를 통해 떠나갔다. 다른 사람을 데리고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유도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세 장문인은 정신이 멍해졌다.
우유도 또한 이들 세 사람이 현장에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허!”
우유도가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저택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자신이 아직 경성에 있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세 장문인이 몸을 날려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우유도 일행이 숨어있던 곳을 바라보고는 곧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우유도가 반드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듣기로 당시 사용된 천검부만 몇십 장이 넘었다고 했다. 그처럼 대대적인 싸움에서 목숨을 건졌단 말인가?
“정말 위험했습니다. 하마터면 세 분 장문인을 못 뵐 뻔했습니다.”
우유도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매우 다행이라는 얼굴을 했다.
우유도의 말에, 새삼 감격했다는 듯, 궁임책이 다시 우유도를 돌아보고는 그야말로 놀랍고 또 기쁜 마음으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살아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네!”
우유도가 분통을 터트렸다.
“도대체 누가 이런 독수를 썼단 말입니까?”
용휴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면서 뭘 묻는 것인가. 이건 자네가 의도한 일이 아닌가.”
물론 우유도는 그 사실을 인정할 리 없었다.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저를 단호하게 죽이려고 했지요!”
세 장문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바로 이때, 수행자와 군대가 같이 경계를 서고 있는 외부가 소란스러워졌다. 허노육이 들어 오려다가 붙잡힌 것이다.
우유도가 그쪽을 보고 이야기했다.
“같은 편이오.”
물론 우유도의 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궁임책이 손짓하고 나서야 허노육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우유도가 몸을 날려 허노육을 마중 나갔다. 삼대 문파에게 대화 내용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조용히 물었다.
“어젯밤 상황이 어땠지?”
“소란이 아주 컸습니다. 양측이 모두 천검부를 사용해 한참 동안…….”
허노육은 어젯밤 외부에서 관찰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우유도조차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그 규모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그저 육국의 사신들 중 몇 명 정도 손실을 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허노육이 마지막에 보충설명을 했다.
“동씨 가문의 사람들이 어제저녁에 확실히 도망을 쳤습니다. 다행히 따라잡을 수 있었고, 모두 잡아들였습니다. 지금 성문 밖 비밀스러운 곳에 가둬 두었습니다. 경성에서 동백의 세력이 너무 크다 보니, 경성에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어려워 보였습니다…….”
상황을 모두 들은 후, 우유도는 대략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실 다들 서로 어찌 된 상황인지 다 알고 있었다. 이곳에 다른 사람도 없으니, 숨길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