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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42화 (140/1,000)

1042화. 빌어먹을 내시 놈아, 비켜라!

대전 밖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금관의 남자가 대경실색하더니 달려왔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때, 곁에 있던 한 노신이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와 그런 그를 붙잡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태자 전하! 어젯밤 일이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동백이 졌습니다. 이긴 자는 호풍환우를 할 수 있고, 진 자는 벼랑 끝으로 떨어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전하는 지금 당장 동백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어젯밤 일이 전하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셔야 합니다.”

태자는 비통한 얼굴을 했다. 동백은 그의 외조부였다. 또 그가 조정에서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해준 핵심 인물이었다. 지금 동백을 잃어버리면, 자신이 태자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때, 다른 사람이 태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하,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그나마 지금 저들은 규율과 법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 저들이 무력을 동원한다면, 전하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절대 저들의 시선을 끌어선 안 됩니다. 일단 저들이 전하와 동백이 같은 줄기에서 뻗은 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태자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여러 신하들이 태자를 다독이는 사이에, 후궁의 측문에서 한 부인이 뛰쳐나왔다. 봉관(鳳冠)을 쓰고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은 치마를 붙잡고 달려와 소리쳤다.

“멈춰라! 누가 감히 승상에게 무례를 범하느냐?”

이쪽에 있는 금군이 마침 동백을 포박해 압송하려 하던 중이었다. 우유도 일행도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출현이 다시금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누구입니까?”

우유도가 물었다. 궁임책이 담담히 대답했다.

“동 황후네, 동백의 여식이지.”

“호오.”

확실히 그전에는 미처 이쪽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물론 우유도 또한 동백의 딸이 연국의 황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일이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그런 사실을 잊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나타나 자신의 시선을 끌었고, 우유도는 이런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전하, 빨리 황후를 막으십시오. 빨리!”

태자를 붙잡고 있던 노신이 태자의 등을 떠밀었다. 태자는 크게 당황하며, 빠르게 달려가 황후를 막아섰다.

동백이 돌아보더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대로 뒤돌아서려고 했고, 그나마 예를 다하던 금군은 어쩔 수 없이 동백을 붙들고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

동백이 힘겹게 뒤돌아보며 비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돌아가십시오! 황후와 상관없는 일이니, 어서 돌아가십시오!”

급히 달려온 태자도 부인의 팔을 붙잡고 조용하고 매우 급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모후, 돌아가십시오, 어서!”

태자뿐만이 아니었다. 연국 황후의 배경에도 동백이 있었다. 그녀의 아들이 안정적으로 황위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할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어떠한 문제도 있어선 안 됐다.

동 황후는 다급해졌다. 발버둥 치며 금군통령을 가리키고는 소리쳤다.

“이놈 관소! 감히 네놈이 승상을 건드리다니 간이 부었구나. 즉시 풀어드려라! 곧 본궁이 폐하를 뵈러 갈 것이다.”

금군통령은 매우 난처해졌다. 아무리 삼대 문파의 명을 받았다 한들, 정면에서 황후가 말하고 있는데, 그냥 무시해버리기가 곤란했다.

“모후, 승상도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모후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한편, 태자는 자신의 모친을 잡아끌며 계속해서 신호를 주었다. 전우도 몇몇 내시를 이끌고 빠르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마마, 후궁은 국정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지요!”

그리고는 황후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눈빛을 보냈다. 전우는 황궁에서 나름대로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황궁 안에서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황후는 동백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 하지만 지금 전우의 경고를 보고, 순간적으로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도 황궁에서 오랜 기간 버틴 사람으로, 비록 동백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 치열한 난세 속에서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 빠르게 주위 상황을 살펴본 그녀는 현장에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딱!

우유도가 검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무조행과 관방의가 좌우에서 그를 따랐다. 그야말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용휴, 맹선, 궁임책은 우유도가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거나,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궁임책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을 곳을 뭐하러 찾아온단 말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양측이 동백에 대해서 조건을 이야기할 때, 우유도는 깜빡 잊었는지 어쨌는지, 동씨 가문의 황궁 사람들까지 엮어 넣지 않았다.

“빨리 가십시오!”

동백이 급히 소리쳤다. 원래부터 핏발이 섰던 두 눈이 더욱 붉어졌다.

동 황후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으나, 삼대 문파의 장로 중에 아무도 그를 막지 않는 것이, 분명 범상치 않은 자인 듯했다. 게다가 칼을 짚으며 움직이는 것이, 당장이라도 그 칼이 누구를 향해 휘둘러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그녀는 태자가 잡아당기는 힘에 따라서 고개를 숙이고 우유도를 피해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때, 우유도가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를 멈추게 하라고 손짓했다.

관방의가 즉시 몸을 날려 모자 두 사람의 앞에 서더니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도야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니, 두 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자 두 사람은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관방의를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관방의를 본 모자는, 마치 뱀과 전갈이라도 본 것처럼 자신들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관방의는 자신이 통쾌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조금 헷갈렸다. 일국의 황후가 자신을 이처럼 두려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만약 과거 제경에 있을 때를 생각한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제국 황후는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게다가 과거, 제국 황후는 오히려 그녀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모욕했다. 관방의의 오명이 제경의 명성을 더럽힌다고 말하며, 그녀를 제경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조정에 하고 다녔다. 이 때문에 관방의는 실제로 제경에서 쫓겨날 뻔했다. 다만 어찌 된 일인지 나중에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관방의는 이게 자신이 가진 힘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이건 지금 자신에게 두 사람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의 힘을 등에 업은 것뿐이었다.

우유도가 도착하자, 전우가 즉시 두 모자 앞을 막아서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도야, 궁 안의 여인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노신이 잘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비켜라!”

전우는 억지스러운 얼굴로 차마 비켜서지 못했다. 우유도는 손에 든 검을 마치 지팡이처럼 들어 올려 전우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빌어먹을 내시 놈아, 비켜라!”

결국, 전우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두 모자 앞에서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웃으며 물었다.

“동 황후이십니까?”

동 황후는 겁에 질려 쭈뼛거리며 물었다.

“당신은?”

“본인은 연국 남주의 우유도라고 합니다.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는 아주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우유도라니! 어젯밤 소란에 대해서 황후는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 지금 그녀의 아버지가 붙잡힌 상황을 결합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서서히 이해가 되었다. 덕분에 깜짝 놀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붙잡고 있는 아들의 손을 더욱 꽉 붙잡았다.

태자도 모친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가 곧 옆에 있는 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이분은 누구십니까?”

태자는 크게 긴장했다. 전우가 급히 말했다.

“조정의 관리입니다. 그저 호의로 이러는 것이지요.”

“조정의 관리라! 입고 있는 게 그리 보이진 않는군. 또 조정의 관리가 어찌 감히 황후마마와 이렇게 서로 친근하게 손을 붙잡고 있단 말인가. 아마도 태자 전하시겠지?”

결국, 갑자기 동백이 뒤를 돌아보더니 소리쳤다.

“우유도,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지겠소. 이 일은 그들과 무관하오. 그들과 무관하단 말이오. 원한이 있다면 다 노부에게 푸시오. 노부가 죽을죄를 지었소. 노부가 다 인정하겠소!”

우유도가 그런 동백을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역시 한 가족이라 정이 깊습니다.”

태자가 가로막힌 것을 보고 조정의 신하 중 몇몇이 앞으로 나와 태자를 보호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전에 태자를 막아섰던 늙은 신하가 다른 신하들을 붙잡더니 노파심에 말했다.

“가면 안 되네, 가면 안 돼. 저 역적에게 태자 전하의 세력이 크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돼!”

“그럼 이대로 두 눈 뜨고 태자 전하가 치욕을 당하시는 걸 지켜보란 말입니까?”

“다들 걱정하지 마시게. 설사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앞에서 황후마마와 태자 전하께 함부로 할 수 없으니, 저자도 그러지 못할 것이야.”

태자 일파의 관리들이 저지당했다. 하지만 사실 이들도 모두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 외에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적지 않은 관리들이 연신 눈을 빛내고 있었다. 수수방관하며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확실히 태자 전하시군요. 지금의 태자 전하는 바로 연국 미래의 황제 폐하시니….”

우유도가 미소짓고 중얼거리며 태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돌아보니, 여러 대의 마차가 금군과 일단의 수행자들의 호위 아래 황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허노육이 말에서 내려 우유도에게 보고했다.

“도야, 모두 데려왔습니다.”

우유도가 끄덕였다. 두 손을 검병 위에 올리고 말했다.

“자객을 데려와 승상과 대질시켜라!”

허노육이 대답하고는 마차를 압송하던 금군에게 말을 전했다.

“자객도 뭣도 아니었습니다….”

한편, 허노육과 동행했던 자금동의 수행자가 빠르게 궁임책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한동안 속삭였다.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다들 두려운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포박당해 있는 동백을 본 후, 다들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허!”

대전 밖에 있는 중신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지금 압송당해 온 사람들이 동백의 식솔임을 알아본 것이다. 동백의 아들도 있었고, 동백의 딸도 있었다. 아무튼, 동백의 크고 작은 자손들이 모두 모여있었는데, 대략 칠팔십 명은 되어 보였다.

평소에 경성에서 방자하게 굴던 자들이 지금 다들 깜짝 놀란 메추라기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평소에 횡포를 부려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어, 평소의 위풍당당함을 찾을 수 없었다.

“고모님, 고모님, 황후 고모님…!”

갑자기 한 사람이 황후를 보고 크게 소리쳤다. 마치 구세주를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자는 황후에게 다가가려다가 금군의 창칼에 멈춰 섰다.

반면, 동 황후는 창백한 얼굴로 그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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