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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45화 (143/1,000)

1045화. 이익이 가장 큰 자의 혐의가 가장 크다

종이 위에는 ‘고견성’과 ‘태자’만 남아있었다. 소평파는 그 두 이름을 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이 두 사람에게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견성은 우유도와 원수지간입니다. 고견성이 수차례 우유도를 죽이려고 했지요. 나중에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과거에 초려산장을 공격한 금단방 칠 위의 고수 종원도 고견성이 데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유도가 그를 도울 리 있겠습니까?”

“육성중과 진귀석 모두 우유도를 죽이려던 사람인 것을 잊지 마라. 결국, 그들 모두 나중에 우유도의 사람이 되었지 않은가? 사람의 행동방식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운희, 귀모, 사해의 요마귀괴 등등, 우유도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면, 어떤 잡다한 사람도 모두 품을 수 있지. 그는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고견성은 다릅니다. 고견성의 아들이 우유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네 말은 ‘태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냐?”

“아직 새로운 태자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누군지 확정된 후에야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소평파는 종이 위에 있는 두 이름을 빤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지. 고견성의 지위가 오르든, 새로운 태자가 옹립되든, 모두 연국의 정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우유도에게 어떤 의미일까?”

“…….”

“고견성,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이 자를 한번 떠보도록 하게.”

소삼성이 깜짝 놀랐다.

“대공자님은 지금 고견성이 우유도와 결탁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태자가 정권을 좌우할 수 있는 순간은 황위에 오른 이후다. 그전에는 오히려 더 자중해야 하지. 그러니 권력을 휘두를 여지가 크지 않아. 게다가 황제가 된 이후에는, 그의 배후에 삼대 문파가 자리 잡게 되지. 그러니 우유도가 태자를 조종할 수 있을 리 없어.

즉, 우유도는 태자에게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고견성이 대승상의 지위에 오르면, 우유도가 얻는 이익이 적지 않지. 그러니 이 중에 고견성의 혐의가 가장 크다.”

소삼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설사 고견성이 맞다 해도, 증거가 없습니다. 일국의 승상으로 그 손에 큰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나 나서서 그를 지적한다고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소문으로 일국의 승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다면, 지금 천하는 진즉에 지극히 혼란스러워졌을 겁니다.”

“이건 그저 내 추측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어찌 된 상황인지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 나는 지금 꼬리를 감추고 은인자중해야 한다. 손에 어떠한 권력도 없고, 어떤 자원도 동원하기 어렵지. 설사 마음속에 확신이 있다 해도 실행하기 어렵다.

지금은 우유도와 싸울 상황이 아니구나. 지금은 다른 사람 휘하에서 저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시기다. 움직임조차 자유롭지 못하니,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은 위국과 제국의 일이 내게 더욱 중요하다. 그 일들이 바로 내가 순조롭게 권력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 외에 일들은, 지금 실시해봤자 좋을 것이 없다. 그러니 지금은 계속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소평파는 붓을 내려놓고, ‘고견성’과 ‘태자’만 남은 종이를 소삼성에게 건네주었다.

“지금까지 우유도를 관찰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했다. 비록 우유도가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수는 없을 것이야. 나는 우유도가 정말 단지 화를 풀기 위해서 이런 큰 소란을 일으켰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

흑수대를 통해서 이 두 사람과 우유도 사이에 어떤 관련은 없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게 해라. 특히 고견성에게 무슨 이상이 있다면 즉시 내게 연락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이 폐하께 일종의 당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대답했다.

* * *

동백이 처형당한 후, 천하가 술렁였다.

연국과 조국이 전쟁을 벌이는 전방에 우유도가 도착했다. 상조종 일행은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우유도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도야’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수많은 남주의 장병들은 크게 흥분했다. 우유도가 조정의 간신을 무너뜨렸다는 소식과도 연관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찾아왔다. 금주의 사도요 일행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이 연합작전을 벌이고 있는 관주 자사 서경월, 도주 자사 안현소, 호주 자사 소계동, 복주 자사 신무, 장주 자사 장호도 참지 못하고 급히 도야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그 명성을 들어보았지만, 지금까지 만나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유도를 따라 군영을 한 바퀴 돈 무조행은 만나는 장수들이 모두 우유도를 보면 다들 흥분한 얼굴로 ‘도야’라고 부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남주에 대한 우유도의 영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우유도는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을 발견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동백의 처형에 통쾌해하며, 다들 동백을 욕했다. 그런데 상건웅을 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그 안에는 몽산명과 상조종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그건 아래 있는 신하의 잘못이고, 황제의 잘못은 아래 간신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 보니 다들 동백의 죽음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유도는 자신도 모르게 동백이 죽기 전에 감옥 안에 철창을 붙잡고 자신에게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사실 자네와 나 모두 알고 있소…. 내가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 한 자루의 칼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로 세운 군막 안에 짐을 풀었을 때, 비장류, 하화, 정구소가 우유도를 따라 천도비경에 들어갔던 여제자 세 명을 데리고 사죄하기 위해 찾아왔다.

비록 우유도가 통 크게 용서해 주었지만, 이들 세 문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낼 수 없었다.

황금환, 안묘아. 임비연은 군막에 들어온 후, 우유도를 살짝 곁눈질하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감히 우유도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온몸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이들은 너무나 두려웠고, 후회막심한 상태였다.

예전에는 낮은 신분으로 인해 수많은 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상부에서도 이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천도비경의 일을 겪고 나서, 종문의 호된 질책을 받았고, 오히려 일부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유도가 소요궁의 장로 곽청공 일행을 죽인 일을 알게 되었고, 우유도가 삼대 문파를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킨 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이번에 동백을 무너뜨린 일도 알 수 있었다.

예전보다 많은 일을 알게 된 후, 눈앞에 있는 도야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야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조등현 같은 위치의 제자들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사 우유도가 조등현의 체면을 무시하고 이들 세 여자를 죽인다 해도, 아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삼대 문파는 우유도에게 어떤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대문파의 제자를 한 명 낚아서 어떻게든 넘어갈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우스운 생각이었다.

세 사람은 창자가 비틀릴 정도로 후회했다. 자신들이 어떤 기회를 놓쳤는지 알게 된 것이다.

“꿇어라!”

비장류가 갑자기 소리쳤다. 황금환이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안묘아와 임비연도 무의식중에 우유도 앞에 같이 무릎을 꿇었다.

관방의는 그런 그녀들을 노려보았다. 사실 관방의는 그녀들이 아주 마음에 안 들어 직접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배반이 끝이 아니었다. 나중에 사도요를 통해 알게 된 일을 보면, 저 세 천한 년은 우유도를 배신하고, 삼대 문파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유도의 명성에 먹칠하고, 우유도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우유도가 그들 세 사람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다는 헛소리까지 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관방의는 우유도가 어떤 사람인 줄 아주 잘 알았다. 그쪽으로는 강철의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 여색에 대해 지금껏 어떤 흥미도 보여주지 않았다. 삼대 문파에서 보낸 사람 모두가 눈앞의 세 사람보다 뛰어났었다.

거울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보라지! 우유도가 저들을 안중에 두기나 하겠는가?

그러니 눈앞에 세 여자가 나타나자, 관방의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었다. 비장류는 우유도에게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도야, 이들 세 역도의 처분을 도야께 맡기겠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저희 세 문파는 이견을 달지 않을 것입니다.”

“하아!”

우유도는 마치 그럴 것까지는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직접 세 여자 앞까지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그녀들을 한 명, 한 명 일으켜 세우고는 위로했다.

“괜찮다. 별일 아니니,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다 지난 일이다.”

황금환이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도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관방의가 눈을 치켜떴다. 속이 아주 역겨웠다.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라. 너희 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너희는 내게 빚진 것이 없다. 당연히 나를 위해 목숨을 걸 이유가 없지. 당시 상황을 보면, 너희들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 다 지나간 일이니, 굳이 지금 와서 들출 필요 있겠느냐?”

“도야….”

하화가 무슨 말을 하고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하화가 입을 닫자, 우유도는 뒷짐을 쥐고 빙그레 웃더니, 세 사람에게 물었다.

“들어보니, 너희들이 몸을 의탁한 남자들도 이곳에 왔다더군, 맞느냐?”

원래는 소요궁의 조등현만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일전에 비장류 등 세 장문인에게 지시해, 임비연과 안묘아에게 영검산의 두 제자를 강제로 불러내는 서신을 쓰게 했다.

세 여자가 연신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언제 너희들을 아내로 맞이한다고 하더냐?”

이건 좀 난감한 주제였다. 세 여자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삼대 문파는 이들 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세 여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몸을 의탁했을 뿐, 그들이 자신을 아내로 맞이할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밖에 나온 후, ‘주제 파악하지 못하고’ 그런 쪽으로 생각이 뻗어 나갔다.

세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너희는 시집을 가고 싶으냐? 만약 원한다면, 이 일을 내게 맡기거라. 내가 너희를 대신해 삼대 문파에 혼담을 넣겠다. 내가 직접 나서면, 삼대 문파도 내 체면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어렵지 않게 너희의 혼인을 성사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찌 생각하느냐?”

비장류, 하화, 정구소는 참지 못하고 서로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들은 상당히 의외였다. 과거의 죄를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수를 은혜로 갚는 듯한 태도였다. 도야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저런 신분이 낮은 제자들을 위해 이런 일까지 나서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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