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6화. 길은 그녀들이 고른 것이다
우유도가 직접 나서겠다고 하고, 또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황금환의 마음속에 희망이 싹텄다. 조등현이 보여 준 진심을 그녀는 두 눈으로 정확히 보았다. 조등현은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삼대 문파 쪽이었다.
이제 우유도가 과거의 죄를 묻지 않고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니, 이건 어렵게 얻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놓칠까 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도야의 안배에 따르겠습니다.”
반면, 안묘아와 임비연은 다소 망설이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두 여자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 너희 둘은 싫은 것이야?”
안묘아의 얼굴에 비통함이 스쳐 지나갔다.
“도야, 제가 보는 눈이 없어, 옳지 못한 남자에게 의탁했습니다. 강제로 딴 과일은 달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포기하겠습니다.”
임비연이 끄덕이며 말했다.
“다 지나간 일입니다.”
두 사람은 내심 고통스러웠다. 두 사람 모두 어리석지 않았다. 다들 자신들이 의탁한 사람이 조등현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들을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면서도, 합당한 명분을 줄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이건 모두 너희를 위한 것이다. 어떤 일들은 내가 문제 삼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을 막는 것은 어렵지. 사람의 말은 두려운 것이고, 군중의 입은 쇠도 녹인다.
너희들이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문의 명성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 또 만약 저들이 정말 너희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진정한 애정이 있다는 것이니, 너희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두 여자는 고민했다. 그녀들이 했던 말과 같이, 강제로 딴 과일은 달지 않다. 그러니 강제로 저들에게 시집간다 한들,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우유도는 거절을 용납하지 않았다.
“좋다. 이 일은 이렇게 하는 것으로 하자. 혼사를 추진하는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으니, 너희들은 새색시가 될 준비나 해라!”
그녀들의 생각을 물은 건 그냥 요식행위에 불과한 듯했다. 승낙하면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되고, 거절하면 우유도가 나서서 그녀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세 여자는 다소 정신이 멍해졌다. 우유도는 이미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가서 그 세 남자를 데려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조등현, 목양풍(木良豊), 진광조(陳光祖) 세 사람이 군막에 들어와 안절부절못하며 인사했다.
이들 또한 천도비경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천도비경에 들어가기 전에 우유도는 자신을 숨겼었다. 수많은 일은 아래에 있는 이런 작은 제자들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천도비경에서 나온 우유도는 갑자기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우유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이들은 자신감이 없어졌다. 삼대 문파의 배경으로 우유도를 압박하는 것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 초려산장이 비록 두메산골에 있어 볼품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아무에게나 핍박을 받을 만한 곳은 아니오. 선비는 죽일 수 있어도, 우롱하지 않는다고 했소. 우리 초려산장을 우롱하는 자가 있다면, 이 우유도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만나자마자, 우유도가 먼저 공포스러운 말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세 남자에게 물었다.
“자네들이 초려산장의 여인을 마음대로 품에 안았으니, 어찌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겠소? 만약 자네들이 그렇게 한다면, 얼마든지 초려산장의 사람들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는 소문이 퍼지지 않겠소.
사실, 이미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오. 내가 그 소문의 진상지를 파악하다 보니, 그 소문들이 당신들 입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 그러니 오늘 그 진위를 확인해 봐야겠소!”
그 말을 듣고, 황금환, 임비연, 안묘아가 크게 놀랐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개 같은 말을 했냐며 세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런 일 없습니다!”
“절대 그런 일 없었습니다!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그런 말을 한 적 없을뿐더러, 설사 그런 말을 했다 해도, 인정할 리 없었다. 셋은 고개를 저으며 연신 부정했다. 아주 분노하며 강하게 부정했다.
우유도는 남자들이 계속해서 재잘거리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들과 느긋하게 투덕거릴 시간도 없었다. 또 이런 사소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손을 들어 말을 끊은 우유도가 말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절대 그냥 가지고 논 것이 아니라는 말이겠군! 진심이란 말이잖소?”
“당연히 진심….”
세 사람은 연신 진심이었다고 단언했다. 설사 진심이 아니라 해도, 사람들 앞에서 거짓된 마음이었다고 말할 리 없었다. 심지어 우유도는 지금 검병을 잡고 당장이라도 휘두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니 그 앞에서 어찌 감히 진심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우유도가 또다시 손을 들어 말을 끊고는 말했다.
“입으로는 무슨 말인들 못 하겠소. 지필묵이 여기 있으니, 진심이라면 글로 남겨 증거로 삼는 게 좋겠소!”
아랫사람들이 즉시 지필묵을 세 사람 앞에 대령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조등현이 황금환을 한번 보고는 화끈하게 붓을 들어 먹을 묻히더니 즉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인의 행동을 본 황금환의 두 눈에 부끄러운 달콤함이 떠올랐다.
목양풍과 진광조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조등현이 나서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눈 딱 감고 붓을 들어 자신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글로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 장의 증거를 손에 넣은 우유도는 잠시 내용을 살펴보고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세 남자를 보고 말했다.
“정말로 저들 셋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소. 이건 내가 강요한 게 아니오, 맞소? 만약 이게 강요라고 생각된다면, 지금 즉시 이 종이를 다시 가져가시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 강요한 것이 아닙니다”
셋은 다소 난처한 얼굴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들 종이를 되돌려 받길 원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종이를 손에 들고 웃었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군! 좋소, 앞으로 저들 셋은 여러분께 맡기겠소. 앞으로 저들을 잘 대해 줄 거라 믿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세 사람이 연신 끄덕였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 같아, 셋은 안도했다.
사람들이 떠난 후, 우유도는 즉시 소요궁과 영검산의 사람을 찾아 혼담을 넣었다.
혼담? 소요궁과 영검산의 사람들은 당연히 거절했다. 영검산의 장로 사원룡(師元徿)은 완곡히 거절하며 말했다.
“이런 일은 서로 원해야 하네. 더군다나 나는 저들의 사부도 아니니 대신 결정을 내릴 수도 없으니, 일단 저들이 원하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여봐라, 가서 두 사람을 불러오너라.”
그리고 한 쪽에 있는 제자에게 눈짓했다. 그 제자는 당연히 자신의 사부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종문에서는 사문을 배신한 여자들을 안으로 들이려고 할 리 없었다.
그러니 목양풍과 진광조에게 가서 거절하라고 사전에 말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 두 사람이 죽어도 혼인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영검산도 어쩔 수 없이 강요할 수 없어 곤란하다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아주 기쁘게 혼인할 것입니다.”
우유도가 나가려는 제자를 불러 세우고는 목양풍과 진광조가 적은 종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종이를 본 사원룡 일행은 다들 얼굴을 씰룩거렸다. 하지만 이런 일은 결국 종문의 동의가 필요한 법이었다.
반면 조등현 쪽은 일 처리가 훨씬 손쉬웠다. 조등현은 진심으로 먼저 황금환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때문에 소요궁은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결국은 다들 우유도의 체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일련의 사건을 일으키며 난리를 피웠고, 또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소요궁과 영검산은 이런 사소한 일이 큰일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결국, 혼인을 허락했다.
우유도는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두 문파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혼인을 준비하고는 작전 중인 군영 안에서 간단히 세 사람의 혼인을 치르고는 신방에 들여보냈다.
신방은 다소 화려하게 꾸민 세 개의 군막이었다. 다만 그 군막 안에서 정말로 첫날밤을 치르는지는 외부인이 알 수 없었다.
하화와 정구소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인을 올릴 당시, 목양풍과 진광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 한번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냥 보여주기로 치르는 혼인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천도비경 안에서 그냥 즐기자는 생각으로 두 여자를 건드렸을 뿐이었다. 다만 그 두 여자의 친정에 이처럼 대단한 사람이 도사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장난이 진짜가 되었다. 이 혼인 때문에 두 사람은 종문에서 크게 욕을 먹었으니, 앞으로 종문에서의 출셋길에 큰 지장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혼인해도 앞으로 잘 지낼 것 같지 않군요.”
신방에 그들을 들여보내면서 하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길은 저들이 스스로 고른 것이오. 도와줄 것은 모두 도와주었으니, 나머지는 이제 여러분이 저들을 재촉하는 것뿐이오.”
한쪽에 있던 우유도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재촉? 하화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엇을 재촉한단 말입니다?”
“나머지는 당신들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오. 저들 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없소. 또 저들 세 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 년 안에 저 배가 불러오게 만들어야 할 것이오. 일 년 후에 난 반드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아야겠소. 그걸 못하면, 당신들 세 문파를 찾아서 그 대가를 받을 것이오!”
서늘한 한마디를 남긴 우유도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떠나갔다.
* * *
“하아, 인제 그만 떠나시지요!”
연경, 거대한 대문 앞.
한 집사가 매우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입구에 서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왕류향, 연경 경기 사대 장군 중 한 명인 왕횡의 딸이었다. 과거 우유도의 사형인 송연청의 전 부인이기도 했다.
입구에 딱 서서 떠나지 않은 채, 왕류향은 눈물을 흘리며 문틀을 붙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진 집사님, 제발 태노야(太老爺)께 말씀 좀 드려주세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친정의 재산은 모두 압류당했어요. 만약 이곳을 떠나면 전 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요.”
왕횡은 송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송가에게 이혼서를 강제로 받아냈다. 당연히 딸아이를 평생 홀로 둘 수 없으니, 그다음 해에 그 여식을 다른 집에 시집 보냈다.
비록 왕횡이 경성의 사대 장군 중 한 명이라고는 하지만, 그 딸은 재혼이었다. 왕횡의 집안과 비슷한 집안은 당연히 재혼녀를 며느리로 들일 리 없었다. 비슷한 권세를 가진 집안에 압박을 가할 수도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한발 물러섰다고 한들, 왕횡의 권세가 눈앞에 당당히 존재하니, 그래도 나름 괜찮은 집안과 재혼 할 수 있었다. 경성에서는 나름 손꼽히는 상인 가문이었다.
그 가문은 당연히 매우 기뻐하며 승낙했다. 왕횡이라는 처가가 있다면, 장사는 당연히 더욱 번성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왕횡이 죽었다. 심지어 반역이라는 죄명에 연루되어 자진했다고 한다.
물론 의식 있는 사람들은 다들 왕횡이 자진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열에 아홉은 궁에 있는 사람에게 살인멸구 당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