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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47화 (145/1,000)

1047화. 환골탈태

원래 왕횡 배후에 있는 사람은 왕횡만 처리할 생각이었지. 다른 이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왕횡과의 관계는 확실히 청산해야 했기에, 왕횡의 죽음은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유도에 의해 일이 엄청나게 커져 버렸고, 왕횡의 집안은 순식간에 대역죄인의 집안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왕가는 아주 깔끔하게 모든 재산이 압류되었고, 연관된 사람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왕횡 한 명만 처리하고자 했는데, 온 가족이 몰살을 당해버렸다.

다만 황궁 같은 경우는 일을 너무 무정하게 처리하지는 않았다. 왕가에 죄를 너무 넓게 연관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 증거로 이미 시집간 왕횡의 여식은 건들지 않았다.

하지만 왕류향의 시댁이 황궁 깊숙한 곳에서 결정된 이런 일들을 어찌 알겠는가. 그들이 아는 것은 고작해야 최근 경성에서 아주 대대적으로 역도들을 소탕했다는 사실과, 그중에 왕횡이 연관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왕횡이 대역죄를 뒤집어쓰고 죽은 것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주의 중병을 손에 쥔 용친왕에게 밉보인 것이 이유라고 했다.

어쨌든, 그들에게 왕횡의 죽음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왕횡 때문에 혹시나 자신들, 시댁에까지 그 불똥이 튈까 염려한 것이었다.

결국, 왕횡과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왕류향의 시댁은 왕류향에게 이혼서를 쥐여주었다. 그렇게 쫓아내다시피 떠나라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사가 그녀를 쫓아내기에는 난감한 일이었다. 결국, 집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님께서는 두 아가씨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그렇게 어린 두 분 아가씨가 마님 때문에 이 일에 말려들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너무 큰 일입니다. 집안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일입니다.”

왕류향은 이 집안에 시집온 후, 두 딸을 낳았다.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문틀을 잡고 있던 손을 드디어 놓았고, 그대로 뒤돌아 눈물을 닦으며 멀어져 갔다.

그런 그녀와 같이 동행한 사람은 시집올 당시, 같이 온 하인과 시녀들뿐이었다. 이들은 그렇게 감히 경성에 머물지 못하고 경성을 떠났다.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가 흩어진다는 말이 있다. 경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인과 시녀들은 왕류향에게 더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가 피로에 지쳐 깊은 잠에 빠져든 틈을 타 금과 은을 훔쳐 달아났다.

다행히, 왕가에 충성스러운 하인이 한 명 남기는 했다. 그는 원래 왕횡 휘하의 병사로, 왕횡과 같이 전장을 전전한 자였다. 나중에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어 절름발이가 되었고, 때문에 더는 종군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그렇게 불구의 몸으로 밖에서 생활하기도 어렵게 되자, 왕횡은 그를 집에 들여 보살폈다.

또 그런 그를 신임했기 때문에, 왕횡은 그를 자신의 딸 곁에 머물게 했다. 그렇게 그 하인은 왕횡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왕류향을 버리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갓집 출신으로 손짓하면 옷을 대령하고, 입을 열면 밥을 넣어주는 것에 익숙한 귀부인이 시골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다리가 불편한 하인의 힘으로는 그녀를 부양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두 남녀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시골에서 같이 생활하니, 주위 촌민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했다. 결국 왕류향은 자신이 먼저 그녀보다 열 살은 많은 하인에게 시집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서서히 농촌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바느질 같은 집안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농부의 부인으로 변해서, 나중에는 그 하인과 세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자신의 어디서 왔는지, 자신의 신분이 얼마나 고귀한지 더 이상 뽐내지 않았다. 왕류향은 다시는 그런 것들을 언급하지 않았고, 또 감히 언급하지도 못했다.

경성에 있는 두 딸아이 같은 경우는, 나서서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는 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 스스로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어, 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참담한 마음에 차마 보러 갈 수도 없었고, 연락하길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묵묵히 딸들의 앞날을 축복할 뿐이었다.

남은 평생 왕류향은 이름을 숨기고 살았다. 비록 생활은 궁핍했지만 그래도 나름 평온한 여생을 보냈다.

천하의 대세가 움직임에 따라, 수많은 사람의 운명, 그리고 사람들의 희로애락, 삶과 죽음,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기복을 같이 했다. 다들 자신의 운명을 정할 수 없었고, 결국은 시대의 흐름이라는 무정함에 무시되었다. 지금 시대는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되는 시대였다.

* * *

송국 황궁 내부.

침상 위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나조는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옆에 뒷짐을 지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송국 황제 목탁진이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나조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긴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깨어났느냐?”

목탁진이 물었다. 나조는 침묵하며 천천히 황제에게 인사했다. 황제가 손을 의자로 향해 앉으라 했고, 나조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 정도 사소한 충격에 이처럼 무너져 술로 날을 지새우다니, 짐은 크게 실망했다.”

지금 나조를 궁으로 들여온 것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방의 사령관이 무능해서 금작의 공세를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의 전투에서 송국 이십만 대군이 손실을 보았다. 그 전투만으로 송국은 크게 두려움에 떨었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금작에게 연전연패를 당했다. 지금껏 신중하게 한발 한발 전진하던 금작이 갑자기 맹렬한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 전방 사령관의 능력을 나조와 비교하면, 정말로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장님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패배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결단을 내린 황궁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나조를 궁으로 들여왔다. 그렇게 나조가 황궁에서 깨어난 것이다.

나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목탁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조는 어명을 받아라!”

* * *

가끔 나뭇잎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

가무군은 수집된 정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승상 자평휴가 피곤해 보이는 몸을 이끌고 찾아와 맞은편에 앉은 상태였다. 가무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붓을 들어 옆에 목봉에 세워진 판자에 걸려 있는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갔다.

‘승상께서는 피곤하신가 봅니다.’

글을 다 쓴 가무군이 세워진 판자를 돌려 자평휴에게 향하게 했다. 자평휴는 손사래를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조가 복직되었고, 지금 급히 전방에 전쟁을 지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무군이 다시 붓을 들어 판자의 뒤편에 달린 다른 종이에 글을 썼다.

‘대세가 넘어갔습니다. 나조의 힘으로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판자를 돌렸다. 그전에 썼던 종이가 되돌아 왔다. 가무군은 이미 사용한 종이를 뜯어냈다.

자평휴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대송이 이렇게 끝난단 말입니까? 선생님께서는 정말 다른 좋은 계책이 없습니까?”

‘저 또한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가무군은 또다시 돌아온 사용된 종이를 뜯어냈다.

“과거, 송국이 연국의 공격 아래 국력이 매우 취약해졌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송국이 빠르게 세력을 일으키고 국력을 강건하게 만들었지요. 그 덕분에 연국을 삼킬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노부에게 치국의 공로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저는 이 모든 배후에 선생님의 좋은 계책이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제 간담이 다 서늘해질 지경입니다.”

‘저는 일개 서생일 뿐입니다. 전쟁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전장의 살육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자평휴는 한쪽에 쌓여있는 정보를 가리키고 말했다.

“선생님은 줄곧 남쪽에 있는 오공령의 정보를 모아 연구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사실 뭔가 방법을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 선생님, 지금 형세가 아주 위급합니다. 뭔가를 숨길 때가 아닙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하지만 구차하게 목숨줄을 이어가는 것일 뿐입니다. 심지어 폐하께서는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겁니다.’

자평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폐하가 승낙하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선생님의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가무군은 곧 ‘환골탈태’라는 글을 써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자평휴가 의아해했다.

“환골탈태라니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오공령의 야심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황제로 칭하고 있으니, 지금 유일하게 모자란 것은 진국 신기일 뿐입니다.’

자평휴가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오공령에게 진국 신기를 주어서, 황제로 만들자는 말입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평휴가 일어나 수염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맴돌았다. 잠시 후 다시 자리에 앉은 그가 물었다.

“진국 신기를 오공령에게 준다고 한들, 그가 감히 스스로를 황제라 공표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한국이 송국을 물리친 후, 바로 그를 상대할 것입니다.”

가무군이 다시 붓을 들었다.

‘인제 와서 오공령에게 더는 퇴로가 없습니다. 황제를 칭해도 한국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을 테고, 황제를 칭하지 않는다 해도 그의 세력이 너무나 커져서 한국이 그를 용서할 리 없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한국과 싸워야 하는 처지인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진국 신기를 주고 살짝 도발한다면, 그는 분명 스스로를 황제로 칭할 것입니다. 다만, 배후에서 그를 지지하는 천녀교는 다소 혼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까지 치닫는 것을 원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진국 신기를 그에게 주고, 그가 스스로를 황제라 칭한다 한들, 그가 직접 우리를 도와주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오직 폐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고, 진국 신기를 오공령에게 주어, 그를 송국의 황제로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때가 되면 그는 송국 남북을 통일하고 전력을 다해 한국과 일전을 벌일 것입니다.

송국은 더 큰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남북의 힘을 모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힘으로 한국에 대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은, 송국 삼대 문파도 동의할 것입니다. 다만 폐하께서는 그렇지 않으시겠지요. 폐하는 부서진 옥이 될지언정, 멀쩡한 기와로 남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평휴가 침묵했다. 어째서 폐하가 승낙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가무군은 다시 붓을 들어 글을 적어 내려갔다.

‘폐하를 죽이고, 송국을 지킨다면 승상의 지위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송국을 죽이고, 폐하를 지킨다면 대송과 폐하 모두 죽을 것입니다. 승상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저는 감히 승상께 불충불의(不忠不義)한 신하가 되라 권해드릴 수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모두 승상이 결정하실 일입니다.’

자평휴는 다시 일어나 정원을 계속해서 배회했다. 가끔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또 하늘을 보고 탄식하기도 했다. 길고 짧은 한숨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자평휴는 가무군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이 일을 주관한다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정에 있는 일부 사람들까지 보호할 수 있었다. 오공령이 만약 순조롭게 송국을 넘겨받고자 한다면, 자평휴를 포함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또 가무군의 말과 같이, 일단 이런 일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었다. 천하의 역적을 스스로 자처하는 셈이었다. 실패하면 일가족뿐만 아니라, 일족이 뿌리째 뽑힐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신하들이 자신의 뜻을 따라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가무군은 조용히 자평휴가 정원을 맴도는 것을 바라보았다. 표묘각에서 혀가 잘린 이후, 가무군은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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