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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53화 (151/1,000)

1053화. 부탁합니다 (1)

콰쾅!

노인은 다시 한번 기를 끌어모아 동굴 위쪽으로 장력을 출수했다.

그렇게 노인은 머리 위에 있는 지면을 터트리고는 곁에 있는 상숙청과 아이를 붙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머지 두 노인은 여전히 가산이 있던 지역에서 다른 자잘한 수행자들을 상대하던 중이었다. 공중에 뜬 노인이 아래 있던 두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손에 넣었소. 더 시간을 끌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퇴각합시다.”

왕부 각지에서 싸우던 자객들과 두 고로가 즉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들 허공에서 다른 것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대로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의 고수였다.

아래에서 뛰어오른 수행자들은 몇 번 하늘로 솟아올랐으나, 하늘에서 공격을 당하고는 다시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반면에 고로들과 자객들은 하늘 위로 계속해서 솟아올랐고, 결국 쫓고 싶어도 쫓을 수 없게 돼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군이 각종 무기를 들고 급습당한 자리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은 후였다. 이미 전투가 끝나 있었다.

* * *

공중으로 솟아오른 세 명의 고로와 자객 몇 명은 하늘을 어느 정도 한참 날아갔다. 잠시 후, 여섯 마리 날짐승이 날아와 그들을 배웅했다. 이들은 날짐승을 타고,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세 고로가 날짐승을 타고는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한 고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손에 넣었다고 하지 않았소? 임산부는 어디 있소?”

“임산부는 없소. 하지만, 이 아이가 아마 상조종의 아들일 것이오.”

“확신하오?”

“방금 법력으로 살펴보았소. 아직 배꼽에 탯줄이 달려 있지. 그러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오. 임산부는 없지만, 아이를 얻었고, 게다가 이 여인 또한 귀한 자요.”

한 손에 아이를 안고 있는 노인이 다른 손으로 상숙청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뒤로 당겼다. 그녀가 고통에 얼굴을 치켜들자, 못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호오, 이 여인이 아마도 상조종의 누이인 것 같군.”

“왕부 안에서 방금 태어난 아이를 상조종의 누이가 목숨 걸고 지키려고 했소. 그러니 이 아이가 상조종의 아들이 아니면 누구겠소?”

“좋소, 임산부를 붙잡진 못했지만, 상조종의 아들과 그 누이를 잡았으니 결과는 다를 것 없겠지.”

남주가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조국 삼대 문파가 갖고 있는 가장 강한 힘이었으니, 설령 무조행 같은 자가 세 명이나 있어서, 그들이 모두 상숙청과 남약정, 봉약남을 지키고 있었다 해도 이 습격에서 무사하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이번에 조국 삼대 문파는 정말로 굳은 결심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태상 장로들이 봉약남을 사로잡기 위해 모두 출동했다. 봉약남이 회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로 상조종을 협박하기 위해서였다.

소위 명문정파에 속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다. 임산부를 인질로 붙잡는 행동은 아주 치졸한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치를 떨게 할 정도로 비열한 짓이었다.

평소라면 이들이 이런 일을 할 리 없었다. 하지만 조국 삼대 문파는 지금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일단 조국이 무너지면, 조국 삼대 문파도 끝장이었다. 조국은 그들이 생존하며 문파의 힘을 유지하는 근본이었다.

일단 전투에서 패배하면, 그들은 패배한 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조국에 대한 발언권을 잃어버릴 것이다. 표묘각에서도 더는 그들의 자리가 없을 것이다.

조국이라는 입지를 잃어버리게 된 후, 삼대 문파의 힘만으로 다른 국가를 장악할 수도 없었다. 군대 없이 수행자들만으로 국가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결국 이런 짓을 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물론, 겨우 임산부 한 명으로 연군이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연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 지경까지 몰렸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한 것이었다.

이들은 그전에, 우유도에게 몇 번이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요지부동이었고, 희망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더는 참지 않고 우유도를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들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고수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대군 사이로 숨어들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쪽에 손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 * *

잠시 후, 남약정이 숨어있는 곳에서 빠져나왔고, 봉약남도 수행자에게 안겨 빠져나왔다. 이들은 밖으로 탈출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비밀통로 안에 숨어있고자 한 것이었다.

왕부는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봉약남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남약정이 심각하게 물었다.

“왕비가 어찌 된 것이오?”

봉약남을 안고 있는 여 수행자가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혈을 집었을 뿐입니다. 지금 해혈하겠습니다.”

남약정이 수행자를 저지하고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조금 기다리시오. 방금 아이를 낳으신 몸이오. 거기에 만약 소왕야께서 납치된 것을 알게 된다면….”

남약정이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여 수행자는 남약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는 그대로 봉약남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습격자들이 누군지 확인하셨소?”

남약정이 다시 옆에 있는 수행자에게 물었다.

“그중에 한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낙하산장의 태상 장로입니다.”

“조국….”

남약정이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었군. 아마 저들이 목적을 이루기 전에는 군주와 소왕야 모두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것이오.”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제 어찌합니까!”

남약정이 돌연 돌아보며 말했다.

“빨리, 빨리 도야께 연락해야 하오! 아니, 일단 왕야께 연락을 해야지. 도야는 왕야 곁에 있을 것이오!”

* * *

전정앙과 마장안 두 반란군이 협력하자, 병력이 칠백만에 가까워졌다. 그들은 조국의 주력군을 한 지역으로 몰아넣었다.

승리가 코앞이었다. 조국이 곧 멸망할 것 같았다. 또 봉약남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야말로 좋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휘하 장수들은 상조종의 군막에 와서 먹고 마시며 축하하고 있었다. 다들 소왕야가 참으로 좋은 날을 골라 태어났다느니 하는 등의 축하의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다들 머리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조용해졌다. 다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방금 태어난 소왕야가 납치되었다고? 군주님이 같이 납치되었다고?

탁자 아래 두 주먹을 불끈 쥔 상조종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조국의 짓이라고 했다. 조국이 지금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장수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을 모셔오너라.”

상조종의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곧 전투가 코앞이었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마도 삼대 문파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 같았다. 그때 한 장수가 명령을 받고 군막을 나가려는 병사를 저지하더니 말했다.

“왕야, 조국이 이런 저급한 짓을 한 것을 보면, 그 의도가 너무나 명확합니다. 아마도 왕야께 퇴각하라 협박할 것입니다. 만약 이를 삼대 문파가 알게 된다면, 저들은 소왕야와 군주님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고, 조국 뜻대로 되도록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이 문제는 우리만 알고 있으니, 아직 수작을 부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왕야와 군주님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상조종이라고 그걸 모를까. 그가 굳은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가서 모셔오거라!”

그 장수의 의견을 무시했고, 결국 병사는 즉시 군막을 빠져나갔다.

한편, 굳은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던 몽산명이 갑자기 소리쳤다.

“빨리 가서 도야를 모셔오너라.”

* * *

“도야, 큰일 났어. 소왕야와 군주님이 조국에게 납치되었어.”

관방의가 군막에 뛰어들어와 소리쳤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우유도가 눈을 번쩍 뜨고는 양손을 들어 법력을 단전으로 돌려 수련을 멈췄다. 그리고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소왕야?”

관방의가 급히 설명했다.

“왕야 쪽에서 방금 받은 소식이야. 왕비가 아들을 낳았어, 하지만 바로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왕부를 습격했고 소왕야와 군주님을 납치해 갔어. 왕부 쪽에서는 조국에서 한 일이라고 해. 왕야도 지금 도야를 모셔오라고 했어.”

우유도는 대경실색했다. 신속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빠르게 군막을 벗어났다.

상조종의 군막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빠르게 다가오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나서 길게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신속하게 군막으로 들어갔다.

우유도는 상조종을 보자마자 물었다.

“확인된 일입니까?”

몽산명이 대답했다.

“틀림없습니다. 이미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용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확인된 일이네. 우리 쪽에서도 연락이 왔어, 본문에서 왕부를 지키기 위해 파견한 태상 장로도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군.”

우유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왕부는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후방의 중추라 할 수 있지요. 모든 후방의 일들을 총괄하는 곳입니다. 또 지금은 전시이니 대량의 고수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고, 또 밖에는 대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또 왕부 안에는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조처가 되어있습니다.

누군가 접근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또한 말도 안 될뿐더러, 설사 정말 갑작스럽게 기습을 했다고 한들, 막을수 없어도 중요한 인원들이 몸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왕부 내부에 있는 조처를 통해서 무사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인데, 어찌 그 두 명이 이처럼 쉽게 잡혀갔단 말입니까? 손을 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셨습니까?”

그 말을 하면서 서늘한 눈빛으로 삼대 문파의 장문인을 살짝 흘겨보았다. 우유도는 혹시 내부에 있는 누군가가 저지른 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낙하산장의 태상 장로만 확인할 수 있었네. 다른 사람들은 제자들이 본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다들 나이가 지긋한 건 확인할 수 있었네. 왕부에 있는 제자들이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습격한 인원은 많지 않았다고 하네. 그래 봤자 열 몇 명 정도이지.

하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절정의 고수였고, 왕부를 지키는 제자들이 감히 대항하기 어려웠다고 하네. 고수인 데다가, 제자들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상황을 조합해 판단해 보자면, 아마도 조국 삼대 문파 내에서, 장기간 은거한 고로들일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지.

아마도 조국 삼대 문파의 태상 장로들과 고로들이 모두 동원된 것 같네. 그렇지 않으면 겨우 열 몇 명으로 왕부의 호위를 이처럼 쉽게 물리칠 수 있을 리 없지. 본문의 태상 장로도 몸을 빼지 못하고 그리 쉽게 목숨을 잃었을 리도 없고 말이네!”

“허!”

맹선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조국의 늙은이들 열 몇 명이 모여 한다는 짓이 겨우 이거란 말인가?”

그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처럼 대단한 사람을 동원한 것이 겨우 그 둘을 납치하기 위해서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납치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겨우 두 명의 인질로 이쪽에게 양보를 바라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처럼 거대한 이익이 달린 일인데, 삼대 문파가 허락할 리 없지 않은가!

궁임책이 냉소 지었다.

“방금 태어난 아이를 인질로 잡다니, 그처럼 치졸한 짓을 하다니!”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침묵했다. 솔직히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왕부는 이미 방어를 강화한 상태였다. 다만 조국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자신이 경솔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봉약남은 출산이 임박했으니, 그녀에게 만삭인 몸을 이끌고 대군과 같이 움직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삼대 문파의 본거지에 머물라고 했어야 했나? 아니, 어쩌면 그래도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조국 삼대 문파가 자신들의 최고 절정 고수를 총동원해서 습격한 것을 보면, 연국 삼대 문파의 종문에 간다 했어도 안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적성성 같은 곳으로 보냈어야 했을까?

다만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었다. 어쨌든 문제가 심각했다.

사실 다르게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이기도 했다. 대국에 영향을 끼치기 힘드니,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이와 상숙청은 반드시 죽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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