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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54화 (152/1,000)

1054화. 부탁합니다 (2)

한참 고민하던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야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만약 정말 그들 손에 붙잡힌 것이라면, 아직은 별일 없을 겁니다.”

상조종이 검게 죽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찌 조급하지 않을까. 자신의 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방금 태어나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지금 상조종의 가슴속에선 격랑이 몰아치고 있었다.

다들 모여서 의논을 하고 있었지만, 좋은 방법은 없었다. 저들 손에 사람이 있으니 이미 인질이 되었다. 다시 빼앗아 올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 의논해 보았자 아무 소용 없네. 만약 저들 손에 사람이 있다면, 상대방은 아무 이유 없이 납치한 것이 아닐 것이네. 분명 어떤 반응을 보여주겠지.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군.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지 보고 대응하도록 하지.”

맹선이 유감스럽다는 듯이 사람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용휴와 궁임책에게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곧 맹선의 눈짓을 보고 다른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와 같이 군막을 나섰다.

우유도는 세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는, 저들이 만나서 무슨 말을 할지 추측했다. 아마도 인질로 저들의 대업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통일할 것이 분명했다.

세 사람이 떠난 후, 우유도는 군막 안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장수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먼저 나가시오. 왕야와 몽 사령관에게 따로 할 말이 있소.”

“알겠습니다.”

장수들이 포권을 하고는 분분히 군막에서 빠져나갔다. 외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우유도가 상조종에게 즉시 말했다.

“왕야, 지금 즉시 남약정에게 연락해 소요궁의 태상 장로가 이미 죽었는지 확인하게 하십시오. 또 남약정에게 정말로 조국 삼대 문파의 소행이 확실한지 확인하게 해야 합니다.”

몽산명이 깜짝 놀라 말했다.

“도야의 뜻은, 설마 이 안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왕부는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엄중히 보호받고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그 안에서 누군가 잡혀갔습니다. 제가 어찌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그 많은 조처가 그냥 눈요기에 불과하단 말입니까? 저는 저들의 일방적인 의견만 듣고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남약정에게 반드시 이 일을 확실하게 확인하라고 전하십시오. 조금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선 안 됩니다. 전 확실한 대답을 원합니다.”

몽산명이 즉시 상조종을 보고 소리쳤다.

“왕야!”

“알겠습니다.”

상조종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속하게 남약정에게 소식을 전하라 명령했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즉시 떠나가려 했다. 이때, 몽산명이 그를 불러 세웠다.

“도야!”

우유도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몽 사령관님과 왕야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인질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최소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절대 조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조급하게 조국과 연락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저들이 우리에게 연락하는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륜의의 바퀴를 굴려 앞으로 다가온 몽산명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쪽에 있던 관방의는 남몰래 탄식을 내뱉었다. 몽산명은 도야에게 군주와 소왕야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도야를 난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조국 삼대 문파는 아주 필사적이었다. 지금 도야가 뭘 어쩌란 말인가?

우유도는 간절히 자신을 바라보는 상조종을 돌아보더니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관방의는 두 사람에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요염한 걸음걸이로 우유도를 따라 떠나갔다.

몽산명과 상조종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떠나가는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연국 삼대 문파가 겨우 두 인질 때문에 입가에 있는 살코기를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국의 가혹한 요구조건에 승낙할 리 없었다. 이제 이들은 우유도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게 아니라면 조국 삼대 문파가 자비를 베풀어 상숙청와 아이의 살길을 열어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몽산명이 뒤돌아 상조종을 위로했다.

“왕야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야는 한 번도 허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지요. 그야말로 신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했으니, 도야의 능력을 생각하면, 상황이 생각만큼 최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 *

대군이 운집해 있는 곳,

중군의 군막 밖에 있는 풀밭 위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깨끗한 마유(馬乳)를 확보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상숙청은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풀밭 위에 앉아 마유를 조금씩 아이에게 먹였다. 먹을 것이 생긴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꿀꺽꿀꺽 맛있게도 먹었다.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조금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상숙청은 아이가 혹시라도 체할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먹였다.

지금 처한 상황이 위급했음에도, 상숙청은 놀랍도록 태연했다. 전장에서 생과 사를 수없이 오갔으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걱정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도망칠 수도 없으니, 지금은 그저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녀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머리에는 피가 흘러내린 흔적까지 있었다. 그전에 동굴이 폭파될 때 머리에 돌덩이를 얻어맞은 흔적이었다. 지금 온몸에 뒤집어쓴 먼지도 그때 생긴 것이다.

거기에 그녀의 못생긴 얼굴을 더하니, 결코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지금 상숙청의 모습은 낭패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일단의 수행자들이 옆에서 그런 상숙청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찾아왔다. 결전을 벌일 결정적인 순간이 온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조국 경성조차도 버려두었다. 황제가 죽으면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근간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마유는 그들이 사람을 시켜 마련한 것이다. 그들은 살아 있는 인질을 원하는 것이지, 죽은 시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죽은 인질은 가치가 없었다. 지금은 상조종의 아들을 굶겨 죽일 때가 아니었다.

“저들을 성공적으로 잡아 오다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취선교의 장문인 미만이 일단의 노인들에게 포권하며 감사를 표했다. 직접 상숙청을 잡아 온 노인이 손사래를 쳤다.

“운이 좋았소. 생각해보면 이건 모두 상조종의 아들 덕분이지. 만약 아이 울음소리로 숨어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주위를 수색하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심각한 손실을 입었을 수도 있었소.”

미만이 돌아온 태상 장로들을 보며 미소짓고는 말했다.

“태상 장로님들께서 저들을 발견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여러분께서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지간히도 치켜세우는 말투였다. 다만 미만의 말을 들은 한 노인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운이 좋았든 신경을 썼든, 종문의 이익이 된다면, 그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오. 단지, 마음이 그리 좋진 않소. 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이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렸으니, 그저 이 두 인질이 쓸모가 있기를 바랄 뿐이오!”

늙은이들은 미만이 자신들을 치켜세우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인의 말투에는 탄식이 깃들어 있었다. 하기서, 어찌 이런 일이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으랴!

고로의 탄식에 각 문파의 권력자들 또한 부끄러워했다. 방등 또한 마치 모자처럼 보이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신생아를 가지고 협박하는 게 너무 못할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장병들이 이 일을 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은 모두 그들을 위한 것이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니, 저들도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않겠소?”

낙하산장의 장문인 좌승풍이 말하고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더니 방등에게 냉소 지으며 말했다.

“게다가 만약 당신들이 이처럼 무능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런 추악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었겠소?”

방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그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적군에 포위당해 있었고, 중요 도로는 봉쇄되어 있었다. 조군의 모든 보급로가 끊겼으니,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조군을 말려 죽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 설사 어찌어찌 성공한다 해도, 그 손실이 이루 말하기 어려울 터였다. 그러니 그 후에 또 어찌 전투를 벌일 수 있을까.

그는 후회했다. 전쟁은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것인데, 너무 쉽게 병사를 일으킨 것을 후회했다!

이때, 귀원종의 장문인 장만루가 말했다.

“태상 장로님들이 혹시나 해서 길을 좀 돌아오셨소. 통상적으로 보면 상대방의 반응이 이렇게 늦을 리 없소. 이미 상조종은 남주부성에서 보내온 소식을 듣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오.”

이쪽은 상조종 측에서 자신들에게 연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반나절을 기다려도, 연군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자, 이들은 다소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상조종이 지금 상황을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소식을 받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조종이 이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건, 연국 삼대 문파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조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상조종 또한 삼대 문파에 쉽게 대항할 수 없을 테니, 최악의 경우, 애써 잡은 인질이 아무 소용없을 수도 있었다.

결국, 참지 못했다. 조군 쪽에서 먼저 상조종에게 사람을 보내, 회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상조종은 원래 회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군심과 사기에 영향을 미칠까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도가 회담을 진행하길 권했는데, 상숙청과 아이의 행방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상조종은 회담을 승낙했고, 사절은 급히 조군으로 돌아가 보고했다.

회담이 성사되고 나서야 전장은 잠시 조용해졌고, 병사들은 아주 잠시나마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지정된 시간이 되자, 양측 대군이 잠시 술렁거렸다. 각 군에서 일부 병사들에 둘러싸인 일단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양측의 사령관은 대군을 이끌고 천천히 앞으로 나와 중앙에서 마주쳤다. 양측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에 대해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한편, 옥창도 연군 쪽 진영에 나타났다.

효월각은 연군에 소통을 위한 사람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이미 인질 사건에 대해 옥창 또한 들은 후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옥창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조국의 반란군 쪽에서 날짐승을 타고 날아왔고, 자세한 상황을 살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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