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7화. 전쟁을 이렇게 한단 말인가?
중군 군막 내부,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우유도는 벽에 걸린 지도 앞으로 다가가 한참 동안 이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한참이 지나, 몽산명이 참지 못하고 의자를 밀고 다가와 다소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야, 혹시 좋은 대책이 있습니까?”
사실, 이는 상조종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미 병사들에게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자신이 도야에게 이런 걸 물어보는 모습이 혹여나 병사들에게 알려지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니 상조종은 여전히 엄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 결국, 몽산명이 상조종 대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남약정이 아직 소식을 보내오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듣고, 몽산명은 우유도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에 했던 말은 순전히 용휴 일행을 상대하기 위해 한 말에 불과했다. 몽산명이 곧 대답했다.
“아직 없습니다. 아마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소식이 오면 가장 먼저 제게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우유도는 눈앞에 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지도의 지형을 보니, 아마도 이 부근의 지도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날짐승을 타고 하늘에서 그린 주변 지도입니다. 상부에는 적군의 병력과 대략적인 배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지도를 잠시 빌려도 되겠습니까?”
“마음껏 가져가십시오. 이것 말고도 예비지도가 더 있습니다.”
우유도는 사양하지 않고는 걸려 있는 지도를 내려 돌돌 말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뒤돌아 상조종을 지나갈 때, 상조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왕야, 이미 발생한 일입니다. 다급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냉정해야 합니다.”
상조종의 얼굴에 참담함이 떠올랐다.
“그러기 어려워서 문제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군은 절대 통제를 잃어선 안 됩니다.”
우유도가 또다시 몽산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은 사령관님이 왕야를 도와 군대를 돌봐주셔야 할 시기입니다.”
몽산명이 끄덕였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좋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소식이 오면 바로 제게 알려 주십시오.”
우유도는 그 말을 마치고, 말린 지도를 관방의에게 건네고는 검을 지팡이 삼아 관방의와 같이 군막을 벗어났다.
자신의 군막에 돌아온 우유도는 지도를 다시 펼쳐 걸어 놓게 했다. 지도를 건 관방의가 물었다.
“도야, 혹시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우유도가 탄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이 그리 쉽게 나올 리 없지. 하지만 최소한 군주님과 소왕야가 어찌 되었는지는 알게 되었으니, 맹목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할 수 있지. 그것만은 다행이야.”
그리고 입은 다문 우유도는 지도 앞에 서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
관방의는 천천히 군막 안을 배회하며, 우유도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았다. 지금 우유도가 뭔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략 반 시진이 지났을 때, 군막 밖에서 익숙한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곧 몽산명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즉시 말했다.
“도야, 남약정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
몽산명은 두 손으로 해석된 밀서를 우유도에게 건넸다.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밀서를 건네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몽산명은 그런 우유도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밀서를 확인한 우유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내 걱정이었나 봅니다.”
서신에 따르면 남약정은, 내부의 문제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을 때, 봉약남과 소왕야, 상숙청은 이미 성공적으로 도피했다고 했었다.
다만 아이가 지하도에서 울음을 터트린 바람에 외부의 주목을 끌게 되어 추적당하게 되었을 뿐이라 적혀 있었다. 그러니 그 일이 아니었다면, 모든 사람이 무사히 몸을 뺄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소요궁에서 파견한 태상 장로가 확실히 자신의 목숨을 바쳐 중요 인물들을 지키려 했다는 점이었다. 그건 남약정이 확신하는 부분으로 절대 거짓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다른 하나의 증거가 있었으니, 대선산의 태상 장로 또한 그 자리에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만 보아도, 우유도는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삼대 문파가 우유도를 처리하려고 한다 해도, 저들 문파의 고로를 죽이면서까지 수작을 부릴 리 없기 때문이었다.
관방의는 우유도가 다 확인한 서신을 달라는 듯 살짝 당겼다. 몽산명이 물었다.
“앞으로 어찌하실 겁니까?”
이것이 바로 몽산명이 직접 찾아온 이유였다. 상조종은 뭐라 하기 힘든 입장이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몽 사령관님은 적군 병력 배치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터이니, 도움을 주십시오.”
우유도는 지도 앞으로 돌아가 한곳에 있는 표식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곳이 바로 적군의 중군 위치입니까?”
몽산명이 손짓하자, 나대안이 즉시 그를 지도 앞까지 밀고 갔다.
“맞습니다. 바로 적군의 중군이 위치한 곳입니다.”
우유도는 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군주님과 소왕야는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다시 부근에 있는 호수를 가리켰다.
“중군 군막에 있을 때 지도를 보니 이곳에 호수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도를 잠시 빌린 것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 호수가 조군 중군의 대군막과 대략 2리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맞습니까?”
지금 시대의 지도는 정교하지 않고, 비교적 추상적이었다. 그러니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맞습니다. 호숫가에서 2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 호수의 면적이 작지 않아 보입니다. 몽 사령관님은 호수에 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몽산명이 대답하고는 나대안에게 패검을 달라 했다. 그리고 패검을 지휘봉으로 삼아 호수와 그 주위를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우유도가 호수에 관해 물은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니, 감히 대충할 수 없었다.
“이 호수는 대략 길이 오십 리, 넓이 삼십 리이며, 적군의 주요 수원지입니다. 조군은 혹시라도 아군이 수원을 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렇기에 일부러 호수 근처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 호수는 면적이 매우 넓고 광대하여 독을 풀어도 희석되어 버리니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독 걱정을 할 필요 없고, 이 정도 호수라면 수백만의 병력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저 근처에 주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연군이 호수 근처에 있는 중요 도로를 봉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요 도로가 봉쇄됐으니, 조군 병력은 저 호수 근처에 주둔군을 머물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딱히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호수를 우리가 장악할 수는 없습니까? 그렇게 수원지를 우리가 장악하면, 저들은 금세 목이 말라 죽지 않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이미 호수 근처에 조군이 득실거립니다. 게다가 호수 중앙에 섬이 있어, 그곳에 조군 병력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호수를 점령하려 한다면 적지 않은 병력을 투입해야 할 테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장악한 주요 도로 중에 몇 군데의 방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호수를 장악한다 해도, 결국 조군이 주요 도로로 빠져나가게 되어 호수를 장악한 게 아무 소용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비밀리에 뗏목을 만들어 호수 중앙까지 쳐들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몽산명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방등이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그는 호수 주변의 숲에 있는 나무를 대부분 베어버리고는, 그걸로 대량의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뗏목을 충분히 만들고도 남은 나무는 모조리 불태워버렸지요.
그렇게 해서 대량의 뗏목을 호수 위에 띄웠고, 호수 안의 섬으로 연군 병력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뗏목으로 굳센 방어막을 만들었습니다. 방등이 이런 배치를 한 덕분에, 아군이 참으로 곤혹스러워졌습니다.
결국 우리 연군은 호수 주변에 자리 잡은 방등의 군대와, 호수의 섬에 있는 병력을 모두 상대해야 해서, 호수뿐만 아니라 호수 주변에 자리 잡은 조군의 주변으로도 매우 넓게 퍼져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주위에 남아있는 나무가 없으니, 아군이 뗏목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호수의 섬 안에 있는 적을 추격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부족한 뗏목이라도 만들어 우리 병력으로 적을 치려고 하면, 상대방은 즉시 뗏목을 타고 호수 이리저리로 도망칠 것입니다.
저쪽 뗏목의 숫자가 월등히 많으니 우리는 그들을 추격하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저쪽 뗏목에 둘러싸이면 협공을 당해 병사들을 쉽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해서 가만히 있자니, 적군은 뗏목을 사용해 호수 주위 어느 곳으로든 상륙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아군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호수 주위를 모두 방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 쪽 병력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쟁을 이렇게 한단 말인가? 우유도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방등이라는 사람의 능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믿을 것이 있으면서 어째서 왕부를 침략하여 다급하게 인질을 잡아 온단 말입니까?”
“이는 적들의 보급로가 이미 아군에 의해 끊겼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호수 주변의 핵심 도로를 연군이 모두 차지했기 때문에, 저들이 가진 식량만으로는 계속해서 버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 길어야 삼 개월이지 않을까 합니다.”
“또 방등이 인질을 잡아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지금 방등의 군대를 당장 들어가 잡는 것은 힘들지만, 어차피 독 안에 든 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경거망동하지만 않으면, 방등은 어쩔 수 없이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유도가 지도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그 말은, 조군이 지금 같은 지형의 이점을 힘입어 시간을 끈다면, 삼 개월까지도 버틸 수 있다는 말이군요.”
몽산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삼 개월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우를 말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조군과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조금 더 피를 흘려야겠지만, 삼 개월 동안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겁니다. 조금만 무리한다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만약 제게 열흘의 시간을 준다면, 저들 조국의 마지막 병력인 수백만 조군을 철저히 전멸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열흘 안에 조국의 수백만 병력을 전멸시킨다고? 우유도와 관방의는 깜짝 놀라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설사 수백만 마리의 돼지라도 그렇게 쉽게 죽이기는 힘들 것이다.
우유도는 원래 이쪽으로 별생각이 없었다.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금까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 대화를 하다가 가볍게 물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몽산명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 자세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