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8화. 판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몽산명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은 진실을 말해 주었다.
“조군이 이곳으로 후퇴한 것은 제가 의도한 것입니다. 조국의 반란군이 왜 조국 경성으로 쳐들어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제가 적들을 끌어내기 위해 조국 반란군과 함께 만든 연환계였습니다. 조국 반란군이 조경으로 쳐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방등은 놀라서 급히 경성 쪽으로 병력을 후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조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후, 적당한 영역에 들어가자, 반란군은 경성으로 가던 행로를 즉시 바꿔 저들의 앞을 틀어막았습니다. 이후, 제가 조군 병력의 뒤를 틀어막았습니다. 그렇게 앞뒤로 적을 포위한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조군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고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백만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충분한 수원지를 찾아 주둔지를 만들어야만 했고, 조군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수원지로 들어간 방등은 분명, 그곳에서 스스로 나오지 않고 고립될 것이라 확신했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습니까?”
“방등은 병력을 운용할 때, 한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운용하는 병력을 최대한 아끼려 한다는 것입니다. 방등은 작은 희생을 치러 큰 대가를 얻는 전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급적 희생을 치르지 않고 전쟁을 치러내려 하지요.
물론, 아예 병력을 희생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건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쉽게 예를 들자면 장기에서 강제로 졸을 희생시켜 차나 포를 얻는 전략이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이기기 위해 차나 포를 희생시켜 졸을 치는 전략도 제법 있지요.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등의 성향 때문에, 그는 스스로 고립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병력을 어느 정도 잃더라도, 포위망을 뚫고 나갈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포위망을 뚫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결국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호수 속으로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택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과연, 방등은 그러했습니다.”
“쉽게 말해, 장군께서는 호수의 섬 위에 있는 방등의 병력과, 뗏목 위에 있는 병력을 모두 처리할 방법을 처음부터 갖고 계셨다는 것이겠군요? 그럼 왜 지금까지 그리하지 않으신 겁니까?”
“한 나라의 가장 큰 대장군이다 보니, 쉽게 방심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방심하게 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그의 전략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그가 방심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쩔쩔매는 시늉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방등은 병력의 손실을 최대한 막으려 할 테니, 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병력을 한곳으로 모은 다음, 호수 주변의 한곳에 상륙하여 한 곳을 집중적으로 뚫으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쳤을 때를 노리겠지요. 그 생각은 과연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몽산명이 검으로 호수의 꼬리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수 주변에 일부러 병력을 취약하게 만든 곳이 있습니다. 방등이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반드시 그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호수 하류 주변입니다. 일단 방등 쪽에서 움직임이 생긴 것을 보게 되면, 호수 하류 쪽에 매복해 있는 수행자들이 둑을 터뜨릴 것입니다.
그러면 호수 하류의 흐름이 갑자기 거세질 것이고, 방등의 뗏목은 제대로 조종되지 않아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준비하고 있던 병력을 빠르게 하류 쪽으로 집중시켜 우세한 병력으로 그들이 쉽게 상륙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입니다.
방등의 병력이 다시 뗏목을 조종해 중앙의 섬으로 가려고 해도, 이미 하류 쪽으로 물이 급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터라 그렇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뗏목들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우왕좌왕 혼란하게 되면, 방등은 어쩔 수 없이 아무 쪽으로나 일단 상륙을 지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승기는 기울어진 상태일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둑이 무너지고 호수의 물이 아래로 빨리 빠져나가면, 호수 근처에 있는 땅들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몇 년 넘게 물속에 잠겨있던 땅이니까요. 그러니 저들이 호숫가에 상륙한다 해도, 병사들과 전마는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저들에게 화살비를 쏟아부으면,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적의 병력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판이 만들어지면, 조군 병력은 진창 속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며 연신 화살비와 강철창, 투석기를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병력을 손실하게 만든 다음, 호수를 차지하면 됩니다. 그렇게 호수를 차지하면,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식량이 없어도 물이 있으면 이십 일 정도도 악으로 깡으로 버틸 수 있지만, 식량이 충분해도 물이 없으면 단 삼 일도 버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열흘이 걸리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우유도와 관방의는 형용하기 어려운 듯, 떨리는 감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만약 이번 전략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떨쳐 울릴 놀라운 공로였으며, 천하가 매우 놀랄 것이 분명했다!
몽산명이 계속 말했다.
“이번 전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감히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못했습니다. 이 전략을 아는 사람은 저와 왕야, 그 외에 단 몇 명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삼대 문파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고, 반란군 쪽에는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옥창 선생도 그저 우리와 연합해서 작전을 한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몽산명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깨달았다. 그들 자신만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일단 누설되면, 조군은 목숨 걸고 싸울지언정, 전군이 전멸할 수 있는 함정에 스스로 걸려들 리가 없었다.
관방의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 사람들이 연산명, 제무한이라고 하더니, 오늘 이 아녀자가 개안을 하네요. 정말로 명불허전인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여기 온 것이 헛걸음이 아니게 됐군요. 이번 전투는 분명 몽 사령관님의 만고절창(萬古絶唱)이 될 거에요!”
몽산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쩔 수 없이 이리 행하는 것일 뿐입니다. 물이 형태가 없듯이, 병(兵)도 고정된 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장의 상황은 천변만화합니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지요.
지금은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승부가 어쨌든, 모두 장병들의 생명으로 쟁취하는 것입니다. 장병들의 생명으로 제 명성을 높이는 것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천하에 전쟁이 없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사실, 왕야는 이미 군대를 움직여 최후 결전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큰 전투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군주님과 소왕야가 적군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감행한다면, 그 두 사람이 죽을까 걱정입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우유도는 침묵했다.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상조종은 이번 전투로 승패가 결정 난다는 것을 알았고, 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 자신 때문에 어찌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한껏 달아오른 마음을 수습한 우유도가 지도를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몽 사령관님, 이 호수가 얼마나 깊습니까?”
“그건….”
몽산명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당연히 깊은 곳이 있고, 얕은 곳이 있습니다. 저는 한 곳에 도착할 때마다 그곳의 기록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 기록에 따르면 깊은 곳은 삼십 장까지 들어가지만, 주위에 얕은 곳은 바닥이 보일 정도입니다. 호수 면적이 매우 광활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사람을 보내 측정을 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몽 사령관님은 군무가 있으시니, 더는 시간을 뺏지 않겠습니다. 제가 몽 사령관님께 여쭌 이야기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우유도는 배웅하듯이 손을 뻗었다.
“물론입니다.”
몽산명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야께서 호수의 깊이를 물어보신 것은 군주님과 소왕야를 구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까?”
“확실히 그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긴 합니다. 지금은 우선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니 몽 사령관님께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잠시 후, 왕야와 몽 사령관께 정확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먼저 돌아가셔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게 시간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배웅하듯이 손을 뻗었다.
몽산명은 두 눈에 옅은 희망을 담은 채,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그럼 더는 도야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노부는 먼저 돌아가 있겠습니다.”
몽산명은 배웅할 필요 없다는 듯이 연신 거절하며 나대안과 같이 돌아갔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관방의가 즉시 의아해하며 물었다.
“군주님과 소왕야를 구하는데 이 호수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우유도가 단호하게 말했다.
“없어!”
“어….”
관방의가 멍청한 얼굴을 하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
“상관이 없다고? 그럼 왜 호수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히 물어본 거야. 게다가 몽 사령관님께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까지 말하면서 말이야.”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은 설명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관방의는 습관적으로 우유도에게 눈을 치켜떴다. 우유도가 말하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리 물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관방의는 가끔 우유도의 목을 조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너무 사람을 감질나게 했다.
그녀가 막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을 때, 지도를 노려보고 있던 우유도가 갑자기 돌아보며 말했다.
“운희를 불러줘.”
“네, 도야!”
관방의는 비꼬듯이 대답하고는 투덜거리며 군막을 빠져나갔다.
“아주 그냥 내가 심부름꾼이지….”
* * *
중군 군막.
몽산명이 돌아왔다. 상조종이 즉시 빠르게 마중을 나가며 조용히, 하지만 다급하게 물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이제 와 상조종에게 병력을 물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통나무처럼 무정할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상조종의 누이이자, 아들이었다. 구하지 않고 싶다면 그것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상대방도 이미 자신들의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었다. 일단 이쪽에서 따르지 않으면, 저들은 상숙청에게 참기 힘든 짓을 저지를 것이고, 그것은 단순히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상숙청은 죽기 전에 아마 큰 치욕을 당할 것이고, 그 일이 상조종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상황은 너무 명확했다. 인질은 적군에게 잡혀있었으니, 교환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니 누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열에 아홉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에게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해달라고 애원해야 할까? 아들과 누이의 목숨은 소중하고, 우유도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단 말인가? 그러니 상조종이 어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있겠는가.
두 사람 중에 그나마 몽산명이라서 우유도를 찾아가 상황을 알아볼 수 있었다. 또 몽산명이기 때문에 가서 우유도에게 부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