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9화. 얼마가 있든 모두 내놔봐
몽산명이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야가 지금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생각 중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몽산명이 벽에 걸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도야가 방금 제게 조군이 의지하고 있는 저 호수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전투에 간섭한 적 없는 도야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절대 전투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다른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몽산명은 우유도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호수의 깊이를 물었단 말입니까?”
상조종이 의아해하며 반복해서 물었다.
“좋습니다. 지금 바로 믿을 만한 수행자들을 시켜 비밀리에 호수에 들어가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안의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알아보게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도야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몽산명은 고개를 젓고는 즉시 상조종을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왕야, 도야가 당부하기를 절대 이 일을 누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또 이미 호수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왕야는 절대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마십시오. 도야가 곧 우리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상조종은 몽산명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힘주어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마를 강하게 문질렀다. 마치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야단치는 것 같았다. 상조종 또한 스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들이 죽으면 다시 낳으면 됩니다. 전쟁은 무정하니, 누군가 죽는 것은 일상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찌 두 눈 뜨고 청아가 치욕을 당하는 걸 지켜본단 말입니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님들을 어찌 뵌단 말입니까?”
안색이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몽산명의 얼굴도 고민으로 가득했다. 일단 이쪽에서 공격을 시작하면, 저쪽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고, 일단 적들이 상숙청을 발가벗겨 수많은 장병 앞에 내던지면, 이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몽산명은 상숙청을 생각했다. 어렸을 땐 참으로 여린 계집이었지만, 학식과 교양이 있었고, 또 예절에 밝아 몽산명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자식이 없었다. 지금껏 상숙청을 딸처럼 생각해 왔으니, 차마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아!”
몽산명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이처럼 힘든 운명을 타고났는지 안타까웠다. 어떤 여자가 아름다움을 싫어할까. 하필 그녀는 태어나면서 얼굴이 그리 생겨서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다니.
“도야가 군주님과 소왕야를 구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대로 내일이 오면, 저도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상조종이 침묵했다. 몽산명도 감히 장담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 * *
운희가 왔다. 군막에 들어와 지도 앞에 서 있는 우유도를 보고는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우유도가 웃으며 돌아보고는 물었다.
“조국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조국에서 도운산을 공격한 전적도 있습니다. 조국이 선배의 둔지 능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그 말을 듣고, 같이 따라 들어온 관방의의 두 눈이 번뜩였다. 운희가 대답했다.
“틈새 사이에서 목숨을 부지했을 뿐이지. 목숨을 구할 수단을 적이 알게 할 리 없으니, 당연히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않았지. 하지만 내가 산굴을 잘 판다는 것은 조국 쪽 사람 중에서 아는 사람이 있을 거야. 이럴 때 그걸 뭐하러 묻는 거지?”
우유도가 다시 손을 들어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가 조군의 중군 군막이 있는 위치입니다. 군주와 소왕야는 아마도 이 주위에 있을 겁니다.”
운희는 우유도가 가리킨 곳을 한번 보고는 순간적으로 두 눈을 번뜩이고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혹시 나보고 둔지로 가서 저들을 구하라는 건 아니겠지?”
우유도가 끄덕였다.
“사실 그 생각이 맞습니다! 제가 하루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바로 그 계산이 깔린 행동입니다. 혹시 지금 밤을 틈타 둔지로 몰래 들어가서 이곳에서 사람을 구해 나올 수 있겠습니까? 혹시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 보십시오.”
“그럴 필요 없네.”
운희가 고개를 저었다.
“성공할 수 없는 일이야! 방금 넌 어렵지 않게 적들이 군주와 소왕야를 중군 군막 부근에 가뒀다는 것을 추측했어. 너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들이 그곳을 그냥 내버려 둘까? 당연히 수많은 고수가 구름처럼 그곳을 둘러싼 채 보호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다른 사람은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야. 물론, 내가 둔지로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아무 문제 없을지 몰라. 하지만 문제는 군주가 갇혀있는 구체적인 위치를 알고 있지 못하다는 거야.
땅속에서는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할 수 없어. 게다가 땅속에서 땅 위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땅으로 나온 후에 내가 소군주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거야.”
“하지만 지면으로 나가는 순간, 당연히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어. 수행자가 수없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서, 둔지도 아니고 땅 위에서 군주를 찾아다니라고? 나가는 순간, 쉼 없이 공격을 당하게 될 거야.
한 명 한 명이 절정 고수겠지. 그런 고수들을 상대하며 상숙청의 위치를 찾아내고는, 다시 둔지를 사용해 군주를 구해내기까지 하라고? 자네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아.”
우유도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물었다.
“제가 만약 군주님과 소왕야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는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까?”
운희 또한 고민에 잠긴 듯 입을 다물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힘들어. 내가 연경에서 설명해 준 것을 기억할 거야. 나 혼자서 땅속을 빠르게 유영하는 건 아무 문제 없어.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움직인다면, 속도가 느려질뿐더러 들킬 확률도 높아져.
게다가 상숙청은 수행자가 아니니, 땅속의 압력을 버티기 어려울 거야. 때문에 나도 상숙청을 보호하기 위해 내력을 보태줘야 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지.”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공격이라도 받게 되면, 나는 물론이고 상숙청은 거의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없어. 결국 땅속의 압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압력이 폭증할 텐데, 나는 몰라도 상숙청은 단박에 피를 토하고 죽게 되겠지.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자네도 알겠지만, 위험한 곳을 둔지로 침입한다는 것 자체가 극도로 위험한 일이야. 게다가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잖아? 그렇게 많은 고수가 운집해 있는 곳이야. 특히 그곳에는 아마 군주님을 납치해갔던 조국 삼대 문파의 늙은이들도 있을 거야. 그러니 그곳에 내가 간다 해도 자살하러 가는 것과 뭐가 다를까?”
“내가 어찌어찌 군주를 데리고 땅속으로 들어갔다 해도, 그들이라면 아마 순식간에 내 위치를 알아내고 군주와 나를 땅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나 혼자 도망칠 수밖에 없어. 네가 볼 때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런 곳에, 내가 갔을 때 발각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
알고 있다. 운희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우유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발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군요. 그러니 발견되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고로들이 있는 이상, 어차피 발견될 테니까요. 그럼 중요한 문제는 하나로 좁혀집니다.”
“그게 뭐지?”
“선배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에게 발견되더라도 선배님이 몸을 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면, 탈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운희가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맞아. 시간을 벌어줄 수만 있다면, 도망칠 수 있지.”
“제가 만약 군주와 소왕야를 선배님께 맡겼을 때, 얼마의 시간이 있다면 그들을 데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최소한 열다섯을 셀 동안의 시간이 필요해! 십오 초 정도! 만약 내게 그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면, 그들을 데리고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하지.”
“열다섯이라, 좋습니다. 열다섯! 제가 선배님을 위해 십오 초의 시간을 벌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구해주십시오!”
정말인가? 운희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우리는 접근하기조차 어렵지 않은가. 군주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말이지. 게다가 그곳에 고로가 몇이나 있을지 알 수 없어. 그런데 어떻게 십오 초의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것이지?”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관방의를 보고 물었다.
“홍랑, 지금 천검부를 몇 장 가지고 있어?”
관방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두 장.”
“두 장? 턱도 없이 적은 숫자로군. 원래는 그렇게 조금 갖고 다니지 않잖아.”
관방의가 우유도의 말에 발끈해서는 답했다.
“이건 달라! 새로 나온 천검부라고!”
“새로 나온?”
“기존 천검부 열 장에 담긴 위력을 한 장으로 압축시킨 것이지. 만수문에서 날짐승을 팔아서 천만 냥씩 버니까, 천행종에서도 지금껏 계속해서 천만 냥짜리 부적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나 봐.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천검부를 만들어 낸 것이지.”
“호오, 그럼 그 천검부 두 장은 기존 천검부 이십 장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가?”
“그래, 가격도 딱 열 배지. 하나에 천만 냥짜리라고! 이제 천행종도 만수문처럼 부적 하나 팔아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거지.”
우유도가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쨌든 뭐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그렇다 해도 부족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털어내면 몇 장까지 살 수 있지?”
관방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다소 원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내 돈을…. 아무튼 최대 네 장이야. 그 이상은 불가능해. 이건 내가 부방원을 판 돈까지 포함한 거야!”
“네 장, 거기에 들고 있는 두 장까지, 총 여섯 장이군. 기존 천검부로 하면 육십 장……. 그래, 그 정도면 아마 충분할 거야.”
우유도가 잠시 뭔가를 계산하며 생각에 잠겼다. 곧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적성성까지 멀다고 할 수 없어. 아마 반나절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겠지. 지금 즉시 사람을 시켜 가서 새로운 천검부를 사 오게 해. 혹 돈이 더 있는 건 아니지?”
“사람을 뭐로 보고…! 없어!”
“그래, 아무튼, 얼마가 있든 모두 내놔봐. 나중에 두 배로 돌려주겠어. 아무튼, 가능한 최대한 많이 구매해줘. 시간이 많지 않아. 지금 당장 출발해! 아 그리고, 삼대 문파에 들키면 안 돼. 또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무조행을 호위로 데려가게 해. 빨리!”
“흥!”
관방의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떠나갔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와 말다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걸 보고 운희가 물었다.
“육천만 냥의 천검부……. 정말 너랑 있다 보면 금전 감각이 무감각해지는 것 같군. 어쨌든 내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건가?”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