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0화. 빼앗을 수밖에 없다
어둠이 지나고 다시 해가 떴다. 하늘이 천천히 밝아올 때, 한 마리 대형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오노이와 허노육, 그리고 무조행이 돌아왔다. 그들은 관방의를 찾아갔다.
물건을 소매에 넣은 관방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즉시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우유도에게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여기 있어.”
네 장의 천검부를 꺼낸 후, 품속에서도 두 장을 꺼내더니 그 위에 얹었다. 관방의는 샐쭉한 얼굴로 우유도에게 천검부를 내밀었다.
우유도가 눈을 떴다. 그리고 천검부를 받아들고 혹시 몰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새로운 천검부의 모습이 예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새로운 거 맞아?”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의심스러우면 여기서 써보든가, 새로운 천검부는 한 장당 열 번의 검강을 출수할 수 있으니, 여기서 쓰면 어렵지 않게 이 부근을 박살 낼 수 있을걸?”
관방의가 잊지 않고 당부했다.
“두 배로 갚는다고 약속했어.”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군막 한쪽에 마찬가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운희를 부르고는 같이 군막을 벗어났다.
관방의는 부채질하며 요염한 걸음걸이로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중군 군막,
륜의에 앉아 있는 몽산명은 졸고 있었다. 흐릿하게 타오르고 있는 등불 아래 모포를 덮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밤을 새우는 것이 힘에 부쳤다.
다만 아직 혈기 어린 상조종은 잠들지 못한 상태였다. 잠시 앉아 있다가, 곧 일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도야!”
상조종이 갑자기 소리쳤다. 깜짝 놀라 깨어난 몽산명이 다가오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우유도의 말에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하여, 우유도가 드디어 자신들을 찾아왔다.
상조종의 두 눈이 충혈된 것을 보고 우유도는 그에게 충고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 없이 우유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군주와 소왕야의 일은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왕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몽산명은 그 순간 확실하게 잠이 달아났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우유도의 말을 경청했다. 상조종이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 본왕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따르겠습니다!”
상조종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본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왕야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군주님과 소왕야를 완벽히 구해낼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상조종의 눈빛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상조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소왕야와 군주님의 목숨을 십 할의 확률로 안전하게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그건 조국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시피 그렇게 하면 연국 삼대 문파의 좋은 일을 크게 훼방 놓는 것이니, 삼대 문파가 더는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또 효월각 측도 이제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으니, 안과 밖에서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분명히 우리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군주님과 소왕야가 돌아와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재수 없는 것은 우리뿐입니다. 또 왕야 밑에 있는 수많은 형제가 숙청을 당하겠지요! 모두가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불확실한 가능성을 갖고 시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조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야가 말씀하신 것은 본왕도 잘 아는 부분입니다. 도야께서는 그저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지금 남은 유일한 가능성은, 적들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아 오는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빼앗는단 말입니까?”
몽산명이 깜짝 놀랐다.
“저들의 손에 인질로 잡혀있습니다. 분명 엄중히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또 언제든지 군주와 소왕야의 목숨을 취할 수 있도록 조처했을 겁니다.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는데, 어찌 빼앗는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죽은 사람을 빼앗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유도가 몽산명에게 손바닥을 세워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제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당연히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대응해야지요. 하지만 재차 말씀드리지만, 이 일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한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왕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상조종과 몽산명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 상조종은 매우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본왕이 전력으로 협력하겠습니다!”
그제야 우유도가 운희를 가리켰다.
“제가 선배님과 같이 조군 쪽에 갈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지금 제가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 저들은 주변을 통제하고 있으니, 왕야께서 저를 대신해 저들에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던 운희를 제외하고, 관방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대경실색했다.
상조종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지금 조군으로 가겠다는 말입니까? 아직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몇 시진이 남아있습니다. 어째서 지금 간단 말입니까?”
“약속한 시각을 당길 수 있습니다. 시각을 당긴 이유는 비밀로 해야 합니다. 제가 조군과 회담을 하는 것을 삼대 문파의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훼방을 놓을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삼대 문파는 믿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껏 저들을 경계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그전에 왕야께 왕부의 상황을 명확히 확인해 달라 요청한 이유입니다. 그 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저는 여전히 그들을 믿지 않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왕야는 믿을 수 있는 정예 부하를 뽑아 그들을 전방에 척후로 보내 잠복하게 하셔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삼대 문파의 눈과 귀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왕야는 또 믿을 만한 사람을 조군에 보내 서신을 전하게 하십시오.
저들에게 제가 직접 찾아가 저들과 밀담을 나누고자 한다고 보내면 됩니다. 그렇게 하여 저들의 공중을 방어하는 사람들에게 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전하십시오. 제가 직접 간다고 하면 분명 승낙할 것입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별문제 없을 겁니다. 또 있습니까?”
“또 있습니다. 왕야는 공격할 준비를 하십시오. 승리할 필요 없습니다. 설사 거짓 공격이라 하더라도 충분합니다. 이를 통해 반드시 적의 주목을 끌어야 하고, 방어를 강화하게 해야 합니다.”
“가능합니다. 언제 손을 써야 합니까?”
“적진을 잘 관찰하십시오. 제가 넘어간 후, 일단 저쪽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그 소란이 작지 않을 것입니다. 유심히 지켜보면 분명 알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손을 쓰면 왕야도 바로 손을 써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지체하면 안 됩니다. 제 목숨은 왕야의 손에 달렸습니다!”
“그런…….”
상조종은 대경실색했다. 몽산명도 매우 놀랐다. 이게 끝이란 말인가? 둘이서 가서, 소란을 끌며 구해온다? 이게 전부?
관방의가 깜짝 놀라 말했다.
“도야, 지금 운희와 둘이 가서 싸우겠다는 말이야?”
“빼앗으려면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지.”
관방의가 놀란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다시 물었다.
“겨우 둘이서 사람을 빼앗으러 간다니! 그건 아니지, 지금 장난하는 거야?”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관방의는 이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깨달은 것 같았다. 결국, 화가 나서 추궁했다.
“천검부를 이렇게 많이 산 이유는 잘 알겠어. 운희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거겠지? 그 사이에 운희가 둔지로 군주님과 소왕야를 데리고 도망치고?”
“지금은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그럼 너는?”
“그러니 왕야가 빠르게 공격을 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적들의 수행자 대부분이 전선으로 향하겠지.”
관방의는 다급해졌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지금 가는 곳은 적진 한복판이야! 새로운 천검부라 해도, 그거 여섯 장이 뭐란 말이야! 심지어 그 천검부도 도야를 위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운희를 위해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거잖아! 그 고로들이 만만한 자들인 것 같아?
새로운 천검부가 몇십 장이 더 있어도 도망 나오기 어려울 거라고! 지금 저곳에는 조국의 가장 강한 힘이 집결해 있어. 이 정도 거리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너를 충분히 잡아 둘 수 있을 거야. 도망 나올 수 없다고!”
그리고 뒤돌아 운희에게 물었다.
“이게 가능한 방법인가요?”
운희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추천하지 않아. 하지만 고집을 굽히지 않는군.”
관방의는 상조종과 몽산명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우유도에게 경고했다.
“그렇게 하는 건 내 돈을 그냥 허공에 뿌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허락할 수 없어. 난 반대야!”
우유도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어째 말끝마다 돈이야. 천검부의 돈은 두 배로 갚겠다고 약속했잖아.”
관방의가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죽어 버리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귀신을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할까? 그리고, 네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귀신을 될 자격이 있을까 의심스럽군!”
우유도가 더는 입씨름하지 않고 말했다.
“됐어.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더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때 상조종이 나서 저지했다.
“도야, 만약 정말로 홍랑의 말이 사실이라면, 청아는 구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만약 조금의 확신도 없었다면, 저도 이처럼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이대로 진행할 것입니다.”
“도야, 만약 이 방법이 정말 가능한 거라면, 차라리 삼대 문파의 사람을 보내는 것이 어때? 여기 삼대 문파의 절정 고수들이 운집해 있잖아. 상대방과 한판 벌일 실력이 된다고. 그러니 천검부를 그들에게 주고, 그들을 보내는 거야. 그들의 실력으로 인질을 빼앗는 것이 더 낫지 않겠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삼대 문파의 사람에게 적진 한복판, 그것도 고수가 구름처럼 많고, 천군만마에 둘러싸인 곳에 가서 인질을 빼앗아 오라고 하면 저들이 옳다구나 하고 승낙할 것 같아?”
관방의는 다급해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둘이 가는 게 말이 돼? 최소한 몇 명이라도 고수를 더 데려가야지!”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안 좋아. 적들이 경계하면 군주님과 소왕야가 저들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더욱 붙잡고 있을 거야. 그러니 가봤자 헛고생에 불과하지. 그러니 사람이 적어야, 그것도 저들의 경계를 늦출 정도로 적어야,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 거야.
사람이 많아 봤자 짐일 뿐이야. 많이 가면 오히려 그만큼 죽을 확률이 높아질 뿐이야. 내가 그들을 모두 살리기는 어려워. 듣기 싫은 말을 하자면, 나와 같이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내 사람뿐이야. 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내 사람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눈살을 찌푸린 몽산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도야, 이 방법은 너무 위험합니다.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도야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게 마침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고견을 들려주시지요.”
다른 사람도 기대하는 얼굴로 몽산명을 바라보았다. 몽산명이 침음하며 말했다.
“적군 깊숙이 들어가면, 아군이 거짓 공격을 하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도야께서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면, 차라리 양측이 약속한 시각에 그냥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쯤이면 도야께서 적진으로 넘어가더라도, 그때는 대군이 대치하고 있고, 우리 쪽의 고수들도 모두 근처에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변고가 생기면, 우리 쪽에서 신속하게 밀고 들어가 도야를 구할 수 있습니다. 도야께 새로운 천검부가 있다고 하니, 그 상황에서 도야를 꺼내오는 것은 아마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상조종이 끄덕였다.
“그 방법이 좋겠습니다.”
관방의도 연신 끄덕였다.
“좋아, 좋아, 그 방법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