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2화. 연락을 취하다 (2)
여명이 밝았다. 한 기의 기마가 연군 쪽에서 뛰쳐나와 아침 바람을 맞으며 맞은편에 있는 조군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바로 변장한 나대안이었다.
초원 위에서 한줄기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전마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그 위에서 나대안이 날아올라 바닥을 굴렀다.
잠복해 있던 조국 병사 두 명이 칼을 들고 뛰쳐나왔다.
바닥을 구른 나대안은 쉽게 붙잡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발길질하며 한 명을 날려 보냈다. 이후,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는 다른 한 명의 칼을 피했다. 칼을 피해 굴러 지나갔고, 즉시 상대방의 뒤로 돌아가 손목을 붙잡아 꺾고는 그대로 같이 바닥을 굴렀다.
나대안이 바닥에서 일어섰을 때는 무릎이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병사의 등허리를 강하게 누른 상태였다. 상대방 손에 있던 칼은 나대안의 손에 들려 있었고, 칼은 상대방의 목에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후, 나대안에게 걷어차여 날아갔던 병사가 힘겹게 일어나 나대안을 바라보았다.
“난 악의가 없다. 나는 몽 사령관님 휘하에 있으며, 명령을 받고 방 대도독께…….”
* * *
조군, 중군의 대군막,
한 장수가 뛰쳐 들어와 보고했다.
“대도독, 몽산명이 사신을 보냈습니다. 대도독께 보내는 밀서가 있다고 합니다.”
마침 일어나 세안을 하고 있던 방등이 돌연 뒤돌아보며 말했다.
“몽산명이 밀서를 보냈다고?”
“사신이 바로 몽산명 휘하에 있는 나대안입니다.”
방등은 다소 의외였다.
“몽산명이 제자로 들인 나안의 아들 나대안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가 확실합니다. 연군 척후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쪽에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
방등이 급히 얼굴을 닦고는 수건을 한쪽에 던지며 말했다.
“빨리 데려오거라.”
곧 나대안이 끌려 들어왔다. 머리에는 검은 천이 덮여 있었고, 두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다.
방등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풀어, 풀어.”
방등이 보기에 나대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대안의 머리에 쓰여 있는 천과 그의 두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이 벗겨졌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마지막에 방등에게 가서 시선이 멈췄다. 손목을 한두 번 돌려 풀어준 후에 포권을 했다.
방등 또한 그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처럼 주목하는 이유는 나대안이 바로 몽산명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홀로 적진에 있으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눈살을 찌푸린 방등이 물었다.
“서신은 어디 있느냐?”
나대안이 손을 들어 머리를 묶고 있는 천을 풀더니 그걸 내밀었다. 곧 곁에 있는 사람이 검사하고는 아무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방등에게 건넸다.
방등은 구겨진 천을 펼쳐 보았다. 과연 그 안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쫙 펼쳐 내용을 확인한 그가 대경실색하고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이미 만날 시간을 정했는데, 어째서 밀담을 하자고 한단 말이냐?”
“저는 그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방등이 손을 내저었다.
“일단 데리고 나가거라.”
아래 사람들이 다시 나대안을 묶으려는 것을 보고 한마디 추가했다.
“묶지 마라. 단지 머리에 천을 씌우고 잘 지켜보기만 해라.”
어쨌든 상대방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몽산명 곁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니, 어쩌면 나대안에게 뭔가 할 말을 전해 돌려보내야 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너무 박대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나대안이 소인이라 대우가 기분 나쁜 나머지, 돌아가 말을 전할 때 나쁜 말을 한다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검은 천을 뒤집어쓴 나대안이 다시 끌려나갔다. 검은 천을 머리에 씌운 것은 상대방에게 이쪽 주둔지 내부 상황을 알려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런 것 또한 군사기밀이었다.
곧, 소식을 받은 낙하산장의 장문인 좌승풍, 귀원종의 장문인 장만루, 취선교의 장문인 미만이 급히 군막으로 들어왔다.
세 사람이 모두 서신을 확인한 후, 좌승풍이 같은 의문을 토해냈다.
“이미 약속 시간을 정했는데, 어째서 밀담을 나누기 위해 온단 말인가?”
방등이 말했다.
“연군 쪽에서 연국 삼대 문파의 사람이 군대를 감시하고 있으니, 저들이 쉽게 우리의 요구를 승낙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추측하기에, 상조종과 삼대 문파의 의견이 갈린 것 같습니다. 당연히 삼대 문파는 구하는 걸 반대했을 테고, 상조종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누이와 아들을 구하기로 마음이 바뀐 것 같습니다.
양측의 태도가 달라졌으니, 결국 우유도가 직접 와서 밀담을 나누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그 일과 연관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연국 삼대 문파를 제외하고 우리와 비밀리에 협상하려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가져왔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여길 찾아오지 못하겠지요!”
세 사람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컸다. 아니 그 가능성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만이 다소 석연치 않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이 일에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오.”
장만루가 코웃음을 쳤다.
“있어 봤자지요. 우유도가 천군만마를 이끌고 밀담을 오지는 못할 것 아니요. 그게 무슨 밀담이란 말이오? 설사 백 명을 이끌고 온다 해도, 일단 이상 행동을 하면, 우유도는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오! 죽고 싶지 않다면, 이곳에 와서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오.”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며 끄덕였다. 장만루가 돌아보며 방등에게 물었다.
“대도독은 어떻게 하고 싶으시오?”
“한번 만나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승낙하는 것입니다.”
세 장문인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다들 찬성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후, 좌승풍은 다소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우유도 이놈, 마음 같아서는 그놈을 갈아서 개 먹이로 던져주고 싶은 심정이오. 감히 이곳을 찾아오다니, 아주 간덩이가 부었소. 아주 오만한 놈이야!”
미만이 한숨을 내쉬었다.
“좌 형, 이런 시기에 홧김에 그런 이야기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소? 저놈이 무엇 때문에 오는 것입니까? 다들 자신을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지 못했을 겁니다.”
뒤돌아 방등을 보며 말했다.
“대도독, 사신에게 돌아가 말을 전하게 하시오.”
방등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다시 나대안을 불러오게 했다.
세 장문인 앞에서 방등과 나대안은 우유도가 방문하는 방식을 의논했다. 우유도가 비밀을 요구한 것과 혹시라도 오해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우유도가 어느 방향의 하늘로 날아올지 약속했다.
두 나라의 전쟁이었다. 양측 모두 적지 않은 날짐승을 동원해 정찰과 방비를 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공중으로 날아온다면, 허락을 받지 않고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그 부분에 있어 의논할 필요가 있었다.
일을 무사히 처리한 나대안은 또다시 검은 천을 뒤집어썼고, 그렇게 다시 끌려나갔다.
조군은 비밀리에 나대안을 전방으로 돌려보낸 후, 빠른 준마 한 필을 나대안에게 건네주었다.
빠르게 되돌아간 나대안은 사전에 준비한 군막에서 원래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공개적으로 중군 군막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상조종과 몽산명에게 모든 사실을 보고했다.
대답을 들은 상조종과 몽산명은 또다시 우유도가 있는 군막으로 뛰어가 나대안에게 상세한 보고를 하게 했다.
우유도는 일부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는 어떻게 움직일지 모든 계획을 확정지었다.
곧 움직이기 전에 상조종이든 몽산명이든 다시 우유도에게 재차 고민해 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우유도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일행이 떠난 후, 우유도는 지필묵을 달라고 하더니, 서신을 써서 관방의에게 건네며 당부했다.
“내가 떠난 후에, 이걸 왕야에게 전해.”
“무슨 말이길래 직접 전하지 않는 거야?”
관방의는 거리낌 없이 그대로 서신을 펼쳐서 내용을 확인했다.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내용을 확인한 그녀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뒤돌아보니, 우유도와 운희는 변장하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에 우유도가 되돌아보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관방의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리고 운희에게 움직이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희가 그 옆에 다가가 서더니, 곧 법력이 파동을 일으켰다. 곧 두 사람의 발아래 땅이 요동치며 두 사람이 천천히 지하로 빠져들었다. 잠시 후, 요동치던 지면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하에서 ‘쉬쉭’ 움직이는 소리가 천천히 줄어드는 것을 들으며, 관방의는 고개를 들어 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군막을 나서 상조종이 있는 군막으로 가서 우유도가 전한 서신을 건네주었다.
상조종에 건넨 서신에는 만약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고민하지 말고, 삼대 문파에 귀순해 각자 스스로 보존하라고 되어 있었다. 초려산장의 사람과 일은 신경 쓰지 말며, 그들은 다들 알아서 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외에 우유도가 이미 상조종을 위해서 뒷일을 처리해 놓았으니, 만약 이번에 그가 돌아오지 못하면, 경성에서 상조종에게 연락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 했다. 그가 상조종을 도울 것이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처리할 것이니, 상조종에게 그와 함께 뒷일을 계획해, 남주의 병력을 보존하라고 되어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서신으로 전하기 어려우니, 그때가 되면 상대방이 상조종에게 연락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 했다.
서신의 마지막에는 ‘읽은 후 즉시 소각’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 이건 돌아오지 못할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이다. 지금 이건 자신의 사후를 준비한 것이다. 상조종은 두 눈을 감고 말이 없었다. 그저 서신을 옆에 있는 몽산명에게 건넸다.
륜의에 앉아 있는 몽산명은 서신을 확인한 후, 크게 감동하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의로움이 하늘에 닿았구나!”
* * *
“장문인, 상조종이 지금 대군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 상조종이 전방의 장수들에게 공격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 같습니다!”
제자의 보고를 받은 궁임책이 즉시 뛰쳐나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제자의 말대로 병사들이 급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큰 소란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비밀로 할 수 없었다. 용휴와 맹선도 곧 나타났다. 인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지켜보고자 했던 옥창도 뛰쳐나왔다.
이들은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중군 군막에 도착하니, 상조종이 갑주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휴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왕야, 대군이 갑작스럽게 움직이고 있소. 뭘 하시려고 그러시오?”
투구를 쓰고 있던 상조종이 대답했다.
“당연히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용휴가 다소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 다시 잘 이야기해 보기로 하지 않았소. 만약 이렇게 갑작스럽게 공격을 한다면, 적군이 군주와 소왕야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오만?”
상조종은 비장한 얼굴로 답했다.
“대화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전 철수를 하지 않을 것이니,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결국, 저들은 청아와 아들에게 손을 쓸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공격할 준비를 했다가, 피로 이 원한을 갚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용휴 일행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맹선이 끄덕이며 말했다.
“왕야께서 대국을 위해 고통을 인내하니, 참으로 귀감이 되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모두 전력으로 협조해, 왕야의 원한을 갚을 것이오!”
용휴가 끄덕였다.
“맞소!”
일행은 군막을 나서 연달아 말 위에 올라탔다. 군영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곧 집결한 대군이 적군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