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063화 (161/1,000)

1063화. 위험에 뛰어들다

한 숲속,

허노육이 준비돼 있던 한 마리 날짐승을 가지고 지정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와 운희가 도착하자, 세 사람은 즉시 날짐승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렵습니까?”

우유도가 갑자기 물었다. 이걸 물은 이유는 운희가 너무 긴장해 일을 망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이야?”

운희가 반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두려울 건 없지. 설사 싸워 이기지 못하더라도, 나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되니 말이야. 도망치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야. 내가 만약 도망가려 한다면 그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할 거야. 두려우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네게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렵군. 자네는 두렵지 않아?”

“저 말입니까?”

우유도가 웃었다.

“익숙합니다.”

허노육은 날짐승을 조종해서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조군이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방등과 미리 약속한 노선에 따라서 비행했다. 과연 앞을 막는 사람이 없었다.

조군 공중을 날며 순찰하는 날짐승 위의 사람들은 우유도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저지하지 않았다.

중군 군막이 있는 공중에 도착했다. 우유도와 운희는 같이 뛰어내려 아래 군막을 향해 날아갔다. 바람이 휙 불어왔다.

날짐승이 날갯짓하며 방향을 돌리더니, 빠르게 그곳에서 멀어졌다.

두 사람이 연달아 땅에 내려섰다. 그 즉시 호시탐탐 노려보는 수행자들에게 포위당했다. 방등이 중군 군막에서 나타났고, 그 좌우를 조국 삼대 문파의 고수들이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주위를 둘러본 후,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운희도 마찬가지로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좌승풍이 이를 확인하고 즉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여인은 누구더냐?”

운희를 본 적 있는 제자가 즉시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과거 도운산의 산주, 뱀 요괴 운희입니다!”

“여러분, 또 만났습니다.”

우유도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포권했다. 미만이 대답했다.

“우유도,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단 한 사람만 데려오다니.”

“저는 협상을 위해 온 것입니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 그 많은 사람을 데려올 필요 있겠습니까. 더욱이 사람을 많이 데려오면 더욱 번거롭고, 쉽게 비밀이 새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비밀리에 온 것은, 연국 삼대 문파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등과 삼대 문파의 장문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자신들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기고만장한 모습이었다.

좌승풍이 말했다.

“자네가 어딜 가든지 그 제경 홍랑을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네, 그런데 오늘은 어찌 여자가 바뀌었는가?”

우유도가 느긋하게 말했다.

“여전히 그 말입니다. 연국 삼대 문파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홍랑이 그곳에 남아있으면 제가 없는 것을 숨길 수 있습니다. 만약 저와 홍랑 둘 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쉽게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모두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운희가 자신도 모르게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과연 우유도는 모든 상황을 침착하게 넘기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잘 대처하고 있었다.

방등 일행이 생각해 보아도 그 말이 맞았다. 우유도가 이번에 과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만루가 냉소 지으며 의도적으로 조롱하듯이 말했다.

“정말로 여자를 벗어나지 못하는군, 그것도 늙은 여자를 말이야.”

“여자가 남자보다 세심합니다. 경험이 있는 여자면 더 좋지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적시에 조언을 주기도 하지요. 장 장문인은 절대 이상한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자가 품에 안겨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정인군자입니다.”

장만루는 허허 웃었지만, 그 눈만은 여전히 싸늘했다.

바로 이때, 공중에서 한 마리 날짐승이 갑자기 쏘아져 내려오더니 군막 위를 스쳐 지나갔고, 그 위에서 수행자 한 명이 뛰어내렸다. 바닥에 내려온 그는 방등에게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대도독, 공중에서 관찰하니, 적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적군의 병력이 집결해 우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방등이 우유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유도, 이게 무슨 뜻인가?”

우유도는 낭랑하게 대답했다.

“별다른 뜻은 아닙니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일 뿐입니다! 제가 만약 이곳에서 혹시 잘못될 경우, 연군은 즉시 총공격을 개시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함부로 움직이지만 않으면 연군은 당연히 그대로 있을 겁니다.”

비록 그 말을 들었지만, 방등은 여전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즉시 전방에 있는 대군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장만루의 얼굴에 조롱이 떠올랐다. 뒷짐을 진 그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가 만약 정말로 나선다면, 연군의 공격도 너의 목숨을 살려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저라고 그냥 죽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말하는 와중에 그 자리에서 한 장의 천검부를 꺼내 경고하며 말했다.

“죽어도 혼자 죽지는 않을 겁니다!”

운희는 할 말이 없었다. 천검부로 엄호한다고 하더니, 이렇게 먼저 천검부를 꺼내 보여준단 말인가.

느긋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오던 장만루의 안색이 굳어졌다. 발걸음도 멈칫하더니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덕분의 그의 발걸음이 다소 민망해졌다.

조국 삼대 문파는 우유도의 천검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곡의 세 책임 장로가 우유도의 손에 죽었다. 머리에 박히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다.

게다가, 수행자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소식이 있었다. 저건 새로운 천검부였다!

우유도가 천검부를 꺼내 든 것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삼대 문파의 태상 장로들도 빠르게 중간에 끼어들어 경계했다. 방등은 이미 사람들에게 뒤로 끌려가 보호를 받고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쪽 사령관이 적들에게 목숨을 잃으면 일이 아주 재밌어질 것이다.

우유도가 감히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우유도를 몰아붙인 사람들이 어찌 되었는가? 그는 심지어 표묘각이 지켜보고 있는 천곡에서도 손을 쓰는 사람이었다.

장만루가 더는 우유도에게 다가오지 않고 좌우를 배회하며 말했다.

“우유도, 천검부는 여기서 그 누구도 두렵게 하지 못할 것이다. 사용하면 한번 울리고 말 것이지만, 그 결과는…네놈의 처참한 죽음일 것이다!”

“저는 협상을 위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장 장문인의 이상한 말을 들으니, 마치 제게 엄포를 놓는 것 같았습니다. 이게 여러분의 성의입니까?”

“좋다!”

장만루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몸을 돌려 우유도에게서 멀어졌다. 일단 상대방이 천검부를 쓰면 그 자신도 안전하게 반응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 장만루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래, 어떻게 협상을 하고 싶은가?”

“그보다, 어제 이야기했던 전제조건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그 더러운 손을 장 장문인은 준비하셨습니까?”

그걸 어찌 잊었겠는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장만루가 서늘한 얼굴로 말했다.

“우유도,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고 하지 마라!”

“시끄럽습니다. 화끈하게 말씀하십시오. 줄 것이오, 말 것이오?”

장만루가 손을 들어 우유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기서 감히 내게 방자하게 굴지 마라, 정말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하하하!! 내가 여기 온 순간부터, 살아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온 것 같소?”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 같았다. 좌승풍은 장만루가 체면 때문에 차마 물러서지 못할 것을 저어해 장만루를 가로막으며 우유도에게 계속 말했다.

“자네는 사람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닌가. 자네도 군주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소한 일이네, 더는 문제 삼을 필요 없지 않은가. 다 지나간 일이니 말이야. 그것보다 중요한 일을 이야기하지.”

“좌 장문인, 본인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아닙니다. 상 군주는 우리 초려산장에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으로, 나름 초려산장의 사람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그 신분이 낮은 자도 아니고, 저 또한 많은 사람 앞에서 내뱉은 말입니다. 그렇게 제가 엄히 선포했는데, 그저 가볍게 내려놓으면, 초려산장의 사람들이 날 어찌 보겠습니까?

군주가 사람들 앞에서 치욕을 당했습니다. 만약 본인이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말은 이미 뱉었고, 본인도 지금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나는 오늘 여기에서 죽든지, 아니면 합당한 대가를 가지고 돌아가야 합니다!”

좌승풍이 말했다.

“자네가 대가를 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장 형 또한 장문인이라네. 그러니 문하 제자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어찌 아랫사람들을 마주하겠는가?”

“흥? 뭘 지킨단 말입니까? 그런 짐승 새끼조차도 지킨다니, 귀원종이 음란한 놈들 소굴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무엄하다!”

장만루가 분노해 소리쳤다. 하지만 우유도의 말투는 더욱더 거칠어졌다.

“모든 일에는 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탓하려면 그 개자식, 스스로를 탓해야 할 것입니다. 당당한 귀원종의 제자가 양 군이 대치한 가운데, 천군만마 앞에서, 그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히 군주를 희롱하다니! 수치를 알기는 하는 놈입니까?

제가 목을 달라고 하지 않은 것도 백번 양보한 것입니다! 어찌 그리 후안무치하단 말입니까. 어찌 그런 행동이 당당한 명문정파의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추잡스러운 행동에, 그런 추잡스러운 사람에게 한쪽 팔이면 아주 싸게 먹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운희는 어째 우유도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렸다. 자신들은 사람을 구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격분해, 상대방의 제자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편, 장만루는 만면에 분노가 가득했지만, 우유도의 말에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미만이 말했다.

“귀원종의 사람이니, 귀원종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네, 외부인이 가타부타 간섭할 일이 아니지.”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건드린 사람은 바로 내 사람입니다. 나보고 그냥 못 본 척하란 말입니까?”

“자네….”

“말했지 않습니까? 전 이미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 이곳에 온 것입니다. 제가 돌아버리는 꼴을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우유도의 눈이 번득였다. 그 눈빛이 흡사 광인의 것이었다. 조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이 침음했다. 천곡에서도 손을 쓰는 자니, 건드려 좋을 것이 없었다. 미친놈은 피해 가는 게 상책이었다. 결국, 미만이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꼭 필요한 대가라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미만이 그 말을 하자, 장만루가 분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만이 손을 들어 진정하라고 손짓하고는 계속 이어 말했다.

“이번에 자네가 온 것은 일단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가를 주기만 한다면, 다른 조건은 모두 어렵지 않은 일이지.”

그 말을 듣고, 장만루는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 왔으니, 당연히 여러분께 만족스러운 대가를 제시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내가 목숨을 쓰레기통에 버리러 오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죽을지언정, 헛되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전히 어제 했던 그 말을 또 해야겠습니다. 모든 것의 전제조건은 바로 그 개자식의 더러운 손입니다!”

미만이 말했다.

“아직 아무런 협상도 하지도 않았는데, 당장 손을 내놓으라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너무 성의 없는 것이 아닌가?”

“미 장문인, 내가 직접 여기 왔습니다. 바로 여러분 눈앞에 있지요.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 이게 바로 가장 큰 성의가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내가 여러분의 성의를 보아야겠습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어물어물 넘기려 한다면, 겨우 손 하나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좌승풍이 끼어들었다.

“자네는 그저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가를 줄 것이라고만 했네. 그건 자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불만족스럽다면, 앞으로 계속 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도 자네를 죽이는 것보다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겠지. 그런데도 자네는 지금 손을 자르라고 하니, 이게 과연 맞는 일이겠는가?”

“만약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 한쪽 손을 자르겠습니다.”

“하아! 만약 자네가 자신의 조건이 합리적이라고 고집을 피운다면? 지금 천검부를 들고 있는 자네 모습을 보면, 나중이라고 고분고분 손을 내밀어 자르라고 할 것 같진 않군.”

“인질을 붙잡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내 팔을 자를 수 없다면, 인질의 팔을 자르면 그만입니다. 어째, 이제 좀 만족스럽습니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0